The Immortal Genius Spearman RAW novel - Chapter (94)
죽지 않는 천재 창잡이 97화(97/150)
죽지 않는 천재 창잡이 (97)
밀토버른의 대장장이 섹터에 있는 사람들의 관심사는 오로지 하나였다.
바로 저 밤낮없이 울려 퍼지는 망치 소리가 언제 끝이 날까였다.
그리고 최초로 망치 소리가 울려 퍼지던 순간으로부터 9일의 시간이 흘렀다.
“와, 완성됐다!”
“드디어 완성됐어!”
토르엘의 대장간 앞에서 숨을 죽인 채 바라보던 사람들이 이윽고 사방으로 퍼지며 소리를 지르기 시작했다.
밤새 토르엘의 곁을 지키며 함께 지켜보고 있던 데미안의 입꼬리가 올라갔다.
씨익.
장장 9일간의 대장정.
이 중 일주일이 아만타티움을 제련하는 데 걸린 시간이었다.
아만타티움을 제련하기 위해 두 개의 망치를 부러트렸고, 수천 번의 망치질을 해야 했다.
굳은살이 가득 박힌 손바닥이었지만, 망치질 도중 찢어져 피가 흥건하게 흐를 지경이었다.
“……완성했습니다, 데미안 님.”
토르엘은 완성된 창을 가지고 데미안이 있는 곳으로 다가왔다.
아직까지 창의 날을 갈진 않았지만, 그 자체만으로도 이미 엄청난 완성도를 지니고 있었다.
“고생하셨습니다.”
“한번 쥐어 보시겠습니까?”
토르엘의 물음에 데미안이 고개를 끄덕이며 창을 잡았다.
일자로 쭉 뻗은 창날의 아랫부분으로 짧은 십자가 형태의 날이 튀어나와 있었다.
“적의 무기를 낚아챌 수 있는 용도입니다. 아만타티움이 부족해 길게는 만들지 못했습니다.”
“이 정도면 충분합니다.”
데미안이 환하게 웃으며 말했다.
창의 형태는 데미안이 요청했던 방식 그대로였다. 게다가.
“아만타티움이 많이 부족했을 텐데 어떻게…… 일체형으로 만든 겁니까?”
“다른 광물을 섞어서 만들었습니다. 아만타티움이 제련하기 힘들다는 단점이 있긴 하지만, 다른 광물과 섞었을 때 장점은 그대로 가진 채 잘 융합이 되는 장점이 있습니다.”
무게는 살짝 무거운 감이 있었지만, 그 무게감 때문에 오히려 위력이 증가한 듯했다.
손에 착 감기는 느낌과 함께 데미안이 뒤로 살짝 물러난 이후 가볍게 창을 휘둘렀다.
붕, 붕, 붕, 붕, 붕!
데미안의 손끝에서 빠르게 회전하는 아만타티움 창.
데미안은 공기를 찢는 듯한 파공음을 들으며 이내 창을 움켜잡았다.
탁!
데미안의 현란한 창 솜씨에 토르엘이 침을 꿀꺽 삼켰다.
군인이라 말하긴 했지만, 설마 이토록 창 솜씨가 뛰어날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토르엘이 물었다.
“마음에…… 드십니까?”
“굉장히요. 제가 가졌던 창 중 가장 뛰어난 것 같네요.”
데미안이 환하게 웃으며 말했다.
토르엘이 만든 창은 실로 대단했다.
그 무게감은 물론이며 마력을 주입했을 때 미세하게 느껴지는 진동의 감각.
이 창이라면 제국 놈들을 상대로 전력으로 휘두를 수 있을 것만 같았다.
“그럼 이 창을 감정에 맡겨 볼까요? 이제 완전히 누명을 풀어야죠.”
“네!”
작업을 할 때는 한없이 진지했던 토르엘이었지만, 지금은 상당히 밝은 모습이었다.
‘이제는…….’
이전까지 자신의 편이 한 명도 없었던 것과 달리 지금은 자신의 편이 있지 않은가.
아만타티움 창을 완성하는 순간 토르엘은 맹세했다.
이 사람이 자신을 버리지 않는 한, 이 사람에게 충성을 다하겠다고 말이다.
“아.”
토르엘이 문득 무언가 생각났다는 듯 데미안에게 말했다.
“데미안 님, 실례가 되지 않는다면…… 그 창의 이름을 지어 줄 수 있나요?”
“창의 이름요? 이름이라면 토르엘 님이 지어 주셔야지요. 직접 만들었는데.”
“하지만 데미안 님께서 의뢰한 창인데…….”
“그게 무슨 상관입니까. 토르엘 님이 하나 지어 주시죠.”
“그럼…….”
토르엘은 잠깐 고민을 하는 듯하더니.
“이름을 짓는 것이 처음이라 참 부끄럽네요. 그냥 이 녀석을 처음 만들었을 때…… 들었던 느낌으로 지어도 될까요?”
“물론이죠.”
“……레비아탄입니다.”
“레비아탄…… 어디서 들어 본 것 같은데요?”
“악마 루시퍼가 만들어 낸 악룡입니다. 뭔가…… 이 짙은 보랏빛이 어떤 각도로 보았을 땐 검은 빛으로 보이면서 마치 악마 같다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게다가 길게 쭉 뻗은 창날은 마치 용이 입을 다물고 있는 것처럼 보였고.
“창날의 중심 쪽에 있는 이 각인은 마치 눈처럼 느껴지더군요.”
“……듣고 보니 그렇군요.”
악룡이라.
데미안의 입꼬리가 길게 올라갔다.
마치 자신이 걸어가는 길과 어울리는 이름이지 않은가.
“레비아탄…… 레비아탄…… 좋은 이름이군요.”
이름이 마음에 드는지 데미안이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이윽고 창을 들고 나가자 앞에서 기다리고 있는 디엘을 보았다.
“감정을 부탁드립니다.”
“예. 하지만…… 무구에 대해 잘 모르는 제가 봐도 엄청난 물건인 것 같네요.”
디엘은 은은하게 빛을 띠는 레비아탄을 보며 진심으로 감탄을 터트렸다.
이것이 진정 한 사람의 손에서 만들어진 무구란 말인가.
‘그동안 많은 무구를 봤지만…… 차원이 다르구나.’
디엘이 데미안을 보며 말했다.
“좋은 선물을 얻으셨군요.”
“디엘 님이 있어서 가능한 일이었죠.”
“그리 말씀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디엘이 옅은 미소를 지으며 직원들과 함께 전문 감정사를 향해 걸음을 옮겼다.
그리고.
“우리도 밥이나 먹으러 가죠. 어차피 감정까지 시간이 좀 걸릴 테니까요.”
“……예!”
데미안 역시 토르엘과 함께 걸음을 옮겼다.
대장간을 나오는 토르엘을 보며 주변에 모여든 많은 이들이 다양한 시선으로 그를 보았다.
마치 범죄자를 보는 것처럼 여전히 경멸의 눈빛을 지닌 자도 있었고, 지금까지의 모든 일들에 대해 사죄하는 눈빛을 한 이들도 있었다.
하지만 그보다.
“……대단하군.”
“정말 저 아만타티움을…… 설마 순도 100%는 아니겠지?”
“에이, 설마…… 윌트런 님이 만든 검도 순도 80% 정도였는데.”
아만타티움은 가진 불순물을 얼마나 완벽하게 빼느냐에 따라 강도가 달라진다.
물론 불순물을 50%만 빼도 일반 강철 따윈 비교도 할 수 없는 수준이긴 했지만.
어쨌든 그들은 완성된 창을 보며 새삼 토르엘을 다시 보고 있었다.
순도가 어찌 되었든 간에.
“……밀토버른에 새로운 마이스터가 탄생하게 된 건가?”
“설마 견습 대장장이였던 토르엘이…… 이런 실력을 지니고 있을 줄이야.”
데미안과 함께 멀어지는 토르엘을 보며 많은 이들이 한마디씩 내뱉었다.
이제 뭐가 되었든 토르엘은 밀토버른에서 가장 유명한 대장장이 중 한 명이 되었다.
* * *
스페니언 왕국이 제국의 발아래 짓밟힌 채 그들의 꼭두각시가 되어 버렸다는 것은 모두가 알고 있는 사실이다.
하지만…….
“키아렌 님!”
어지간한 일에는 호들갑을 떨지 않는 에드먼이다.
키아렌은 다급하게 들어오는 에드먼을 보며 미간을 찌푸렸다.
“무슨 일이야?”
“스페니언 왕국에서 비밀 전령이 도착했습니다. 이 서신을 한 번 보시죠.”
에드먼의 손에 쥐어진 서신은 피로 물들어 있었다.
아마도 몰래 왕궁을 빠져나오는 과정에서 누군가의 공격을 받은 듯했다.
그에 키아렌이 빼앗듯 서신을 가져가 읽기 시작했다.
“……이 미친 새끼들이.”
서신을 읽어 내려가던 키아렌의 표정이 와락 구겨졌다.
이윽고 서신을 쥔 손이 부르르 떨리기 시작했다.
에드먼이 침을 꿀꺽 삼키며 물었다.
“무슨…… 일입니까?”
“제국이 아주 작정을 한 모양이다.”
“전쟁입니까?”
에드먼의 표정이 어느덧 진지하게 가라앉아 있었다.
이미 그런 징조는 이전부터 보이고 있었지 않았던가.
다만 다른 왕국들이 아직 건재한데 이들이 전쟁을 일으킬까 그저 생각을 하고 있었을 뿐이다.
하지만…….
“스페니언 왕국이 긴급 동맹을 요청하며 지원군을 요청했다.”
이 말은 즉, 스페니언 왕국이 제국을 상대로 다시 칼을 들겠다는 뜻이었다.
이미 한 번 무너졌지만, 이들이 다시 싸워야 하는 이유는 하나.
‘싸우지 않으면 몰락하는 상황이 왔다는 건가.’
제국이 선을 넘어도 단단히 넘었다.
그렇지 않고서 이런 일이 생길 수가 없지 않은가.
키아렌이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고는 서랍에서 종이를 꺼내 무언가 빠르게 써 내려가기 시작했다.
촤악!
“에드먼, 왕궁으로 서신을 보내라. 최대한 빠르게.”
“알겠습니다.”
에드먼이 뛰쳐나가자 키아렌은 곧장 옷걸이에 걸린 제복을 입었다.
왕궁으로 간 서신의 대답이 오는 그 즉시 곧바로 군대를 일으켜야 하기 때문이다.
키아렌이 입술을 질끈 깨물었다.
“빌어먹을 제국 놈들.”
결국은 이런 수순으로 간단 말인가.
키아렌은 제국의 욕을 쉬지 않고 내뱉으며 어디론가 바쁘게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 * *
순도 90%.
강철 따윈 마력을 사용하지 않고도 일격에 파괴할 수 있을 정도의 강도를 지니고 있었다.
“……내가?”
당연히 주변에선 난리가 났다.
앞서 윌트론에게 도움을 받으며 제련한 검이 순도가 80%였다.
그런데 홀로 만든 레비아탄의 순도가 90%라니.
“오히려 마이스터 윌트런이 방해가 된 꼴이네요, 흐흐흐.”
“무, 무슨 말씀이세요!”
맥주잔을 들고 있던 디엘이 낮게 웃음을 터트렸다.
디엘의 말에 토르엘은 기겁을 하며 손을 저었지만, 옆에 있던 데미안이 말을 했다.
“인정할 건 인정하자고요. 솔직히 토르엘 님 실력이 훨씬 더 좋은 거 아닙니까?”
“우, 운이 좋았을 뿐입니다.”
“예, 운이 좋았다고 칩시다. 하지만 그 운도 실력이 있어야 따라오는 건 아셔야 합니다.”
데미안이 잔에 든 맥주를 꿀꺽꿀꺽 마셨다.
모든 일이 끝난 이 시점, 내일 곧장 부대로 복귀할 생각이었기 때문이다.
데미안이 토르엘에게 말했다.
“한동안 귀찮게 구는 녀석들이 많을 겁니다. 일단 밀어내되 정 안되면 언제든 디엘 님께 도움을 요청하세요. 토르엘 님이 해결하지 못하는 일들은 디엘 님이 전부 해결해 줄 겁니다.”
“하아…… 또 제게 일거리를 주시는 건가요?”
“어차피 밑에 직원에게 짬 시킬 거면서 뭐 그리 한숨이십니까?”
“지금 제가 얼마나 바쁜지 아십니까? 6군단 보급에 문제라도 생겼다간 그 악마 같은 군단장에게 몸이 찢겨 나갈 수도 있다고요.”
악마 같은 군단장이라면…… 키아렌을 말하는 것 같다.
그녀라면…… 그럴 수도 있겠지.
데미안은 속으로 위로를 하며 다시 맥주잔을 채웠다.
서로 술이 조금씩 들어가니 평소엔 하지 못했던 진솔한 대화를 조금씩 할 수 있었던 것 같다.
게다가 나이도 비슷한 세 사람이 모였으니 허물은 더욱 빠르게 벗겨지는 느낌이었다.
“그런데 내일 곧장 떠나시는 겁니까?”
“예, 부대를 너무 오래 비웠습니다.”
“그 정도면 거의 징계감 아닙니까? 푸흐흐흐.”
디엘의 말에 데미안이 멋쩍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너무 오래 떠나 있었습니다. 서둘러 돌아가야죠.”
하지만 그만한 시간을 투자한 가치는 있었다.
토르엘을 얻었고, 또…….
스윽.
데미안은 갈색 천으로 꽁꽁 싸매어진 레비아탄을 보았다.
‘이것만으로도 엄청난 수확이야.’
갑작스러운 제국 장수와의 전투로 인해 떠올랐던 것이 이렇게 좋은 결실을 맺을 줄은 몰랐다.
이곳에 오면서도 상당히 이른 시기라고 생각을 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모든 것이…… 내가 예상한 것보다 조금씩 빠르게 흐르고 있다.’
어쩌면 계획을 전체적으로 앞당겨야 할 수도 있을 것 같았다.
그렇게 두 사람과 즐거운 시간을 보낸 후, 다음 날.
“앞으로 종종 연락드리겠습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데미안 님이 아니었다면…… 제 인생은 완전히 일그러졌을 거예요. 데미안 님이 제 인생의 구원자이십니다.”
토르엘은 자신의 느낀 점을 그대로 얘기했다.
그에 데미안은 그저 웃음을 터트렸다.
“앞으로 많이 부려 먹을 테니 너무 고마워하지 마십시오. 절 욕할 때가 올 수도 있을 테니까요.”
“절대요.”
호언장담하는 토르엘이 뒤로한 채 데미안은 그대로 부대로 복귀했다.
그리고.
“……이 분위기는 뭐야?”
카이온 부대로 다시 돌아온 데미안은 긴장감이 깔려 있는 분위기에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그때.
“돌아왔는가?”
“무슨 일입니까?”
다가오는 리온하르크를 보며 데미안이 물었다.
뭔가 부대의 분위기가 평소와 많이 달랐기 때문이다.
그에 리온하르크가 말했다.
“현재 6군단 전 부대 대기하라는 명령이네. 제국이…… 본격적으로 움직이려고 하는 듯하네.”
그 말에 데미안의 눈빛이 차갑게 가라앉았다.
‘……벌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