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Immortal Genius Spearman RAW novel - Chapter (97)
죽지 않는 천재 창잡이 100화(100/150)
죽지 않는 천재 창잡이 (100)
“결국 그들도 결정을 내렸다는 건가.”
바로크 왕국의 군대가 스페니언 왕국의 수도로 진격하고 있다는 사실에 피아렌은 입술을 씰룩였다.
“지방에 남아 있는 병력이 꽤 있었던 모양이지?”
피아렌의 물음에 옆에 있던 부관이 다가오며 말했다.
“수도를 제외한 지방의 병력이라고 해 봐야 2만 명이 채 되지 않습니다. 최근 주변 왕국들에 병력 투입으로 제법 많은 손실이 있었습니다.”
수도를 지키고 있던 스페니언 왕국의 병력은 모조리 죽지 않았는가.
이미 스페니언 왕국은 제국의 발아래 완전히 초토화가 되어 있었다.
피아렌은 부관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왕궁에 남아 있는 모든 이들을 죽여 성 밖에 내걸어라. 우리에게 저항한 자들의 최후가 어떻게 되는지 똑똑히 알려 줘야겠지.”
스페니언 왕국을 이용하려는 계획은 완전히 엎어졌다.
그렇다면 이들을 완전히 짓밟고, 스페니언 왕국을 새로운 거점으로 활용하는 것이 자신들에게 가장 유리했다.
피아렌이 부관을 보며 물었다.
“선봉으로는 누가 나섰지?”
“로베르타입니다.”
“로베르타, 용맹한 지휘관이지.”
피아렌이 고개를 끄덕였다.
자신을 따르는 이들 중 문무를 모두 겸비한 장수가 로베르타다.
그가 지휘관으로 있다면 바로크, 스페니언 왕국의 연합이라 하더라도 충분히 막아 낼 수 있을 터.
“두 동맹국의 군대가 제국의 발아래 짓밟히는 모습을 볼 수 있겠군.”
바로크 왕국과 스페니언 왕국의 군대를 합친 수는 3만여 명 정도.
그야말로 엄청난 숫자의 병력이었지만.
“재미있군, 이런 규모의 전쟁은…… 처음이지 않은가.”
피아렌이 기사 작위를 받은 이후, 단장이 되는 데까지 5년이라는 시간이 걸렸다.
그리고 지금, 오러 마스터인 그의 눈빛이 흥미롭게 반짝였다.
“그래, 그동안 너무 평화로운 나날의 연속이었다.”
물론 암암리에 대륙 곳곳에서 많은 전투가 벌어졌지만, 이런 대규모 병력이 투입되는 전쟁은 처음이었다.
하루하루가 지겨움으로 가득했던 시간들.
이제는…….
“대륙이 피로 물들겠구나.”
피아렌이 입꼬리를 올리며 부관에게 말했다.
“손님을 맞이할 준비를 하라. 이곳에서 대륙의 새로운 국면에 대한 축포를 터트릴 테니까.”
바로크 왕국과 스페니언 왕국 놈들의 비명으로.
피아렌의 입가에 미소가 점점 짙어지고 있었다.
* * *
“……이건 뭐야?”
정찰을 나갔던 디아날이 쏘아 올린 신호탄.
그 신호탄을 보며 데미안은 카이온 부대를 이끌고 약속된 장소에 도착했다.
그리고 그곳에서 마주한 것은.
“뭐야, 이건?”
데미안은 디아날과 함께 있는 어린아이를 보며 당황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이제 겨우 두 살이나 되었을까?
데미안의 당황스러운 눈빛에 디아날이 말했다.
“스페니언 왕국의 왕자라고 합니다.”
“왕자?”
순간 데미안의 표정이 굳어졌다.
그 단어 하나만으로 지금이 어떤 상황인지 알 수 있었기 때문이다.
데미안이 물었다.
“왕자를 지키던 이들은?”
“저희가 도착했을 땐, 한 명밖에 없었습니다. 그리고 지금은…….”
디아날이 옆으로 시선을 돌렸다.
데미안이 녀석을 따라 함께 그곳을 바라보았다.
“으윽…… 으으윽……!”
풀을 잘라 누울 자리를 만든 곳에 누워 신음을 흘리고 있는 한 사내.
온몸에 생긴 검상은 보는 이로 하여금 눈살을 찌푸리게 할 정도로 상당했다.
저벅.
데미안이 걸음을 옮겨 그에게로 다가갔다.
“용케도 버티고 있었군.”
죽어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의 상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를 움직였던 것은, 왕자를 지켜야 한다는 사명감이었을 것이다.
그때 누군가 데미안의 바짓가랑이를 잡았다.
“……?”
데미안이 고개를 돌려 옆을 보자, 스페니언 왕국의 왕자가 울먹이는 듯한 표정으로 데미안을 바라보고 있었다.
마치…….
‘살려 주세요. 꼭…… 살려 주세요.’
녀석의 눈이 그렇게 말하는 듯했다.
이 어린 녀석은 지금의 상황을 이해하고 있다는 건가?
“…….”
말은 하지 못하지만, 그 눈빛에서 간절함이 보이는 것 같았다.
그에 데미안이 치료하고 있던 펜닐에게 말했다.
“약초를 아끼지 말고 사용해. 이 왕자에겐 상당히 소중한 사람인 것 같다.”
게다가 이 녀석이 스페니언 왕국의 왕자라면.
“그리고 그 녀석을 살리면 훗날 스페니언 왕국에게 큰 보상을 받을 수도 있을 거야.”
“흐흐흐흐흐.”
“크크크큭, 그 나중이 언제입니까?”
데미안의 말에 부대원들이 장난스럽게 웃음을 터트렸다.
꽤 심각했던 분위기가 조금은 해소가 되는 듯했다.
하지만 펜닐만큼은 상당히 진지한 표정으로 기사를 치료하고 있었다.
그리고.
“……후우.”
펜닐이 피가 잔뜩 묻은 손을 수건으로 닦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마에 송골송골 맺힌 땀방울은 그가 얼마나 집중하고 있었는지 간접적으로 보여 주는 듯했다.
이어서 데미안이 펜닐에게 물었다.
“어때?”
“고비는 넘겼습니다. 지혈도 잘됐고…… 심하게 베인 곳은 꿰맸습니다. 보급으로 나온 약초 중에 소독 효과가 있는 것이 있어 염증 걱정도 하지 않아도 됩니다.”
“다행이군.”
이런 전쟁터에선 1차 상처를 치료하는 것이 중요하지만, 소독이 잘못되었을 경우 곪아서 죽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이미 전장을 숱하게 겪어 본 데미안이었기에, 2차 감염 예방을 위한 소독용 약초도 보급품으로 넣어 두었었다.
하지만 치료가 잘 끝났다곤 하지만, 그의 몸에 쌓인 상처를 보니 같은 군인으로서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
특히 다시는 검을 들 수 없다는 사실이 더더욱 말이다.
“……그래도 살아남았으니 그걸로 된 거지. 그것만으로도 천운이라 할 수 있다.”
데미안은 여전히 자신의 바지를 잡고 있는 스페니언 왕국의 왕자를 보았다.
“왕자님의 신하는 운이 좋은 것 같군요. 이 또한 당신의 복입니다.”
그 절망 끝에서 우리 정찰대에게 발견되었으니 말이다.
‘단순히 운이 좋다는 걸로 모든 것을 설명할 수는 없지.’
그의 집착과도 같은 사명감이 그를 이곳까지 버티게 했을 것이다.
한 걸음, 또 한 걸음.
그렇게 도망치고, 싸우고, 또 도망친 것들이 모두 쌓여 왕자를 구해 낸 것이었다.
‘대단한 남자다.’
데미안은 순수하게 그의 집착과 노력에 경의를 표했다.
“들것을 준비해라. 저자를 데리고 함께 이동한다.”
“예, 부대장님.”
“알겠습니다.”
데미안의 명령에 부대원들이 빠르게 기다란 나뭇가지를 구해 상의를 끼워 들것을 만들었다.
순식간에 뚝딱뚝딱 만들어진 들것이었지만, 그래도 부상자를 이동시키기엔 충분했다.
데미안은 자신의 바지를 잡고 있던 왕자를 번쩍 안아 들었다.
“그럼 빼앗긴 집부터 찾으러 가 봅시다. 대신 이 값은 나중에 제대로 받을 테니…… 잊으시면 안 됩니다.”
데미안은 대답조차 하지 못하는 왕자를 보며 말했다. 그리고.
“디아날, 이제부터 속도를 올린다. 보다 빠르게 앞서 나갈 수 있도록.”
“알겠습니다.”
데미안의 명령과 함께 디아날은 앞서 함께 정찰을 했던 분대장들과 빠르게 앞장서 달리기 시작했다.
이제 곧 스페니언 왕국의 수도에 도착하게 된다.
‘수도 앞쪽에서 본대를 기다려 합류하고…….’
스페니언 왕국의 수도가 격전지가 될 터.
그 안에 있는 사람들이 어찌 되었는지는 알 수 없지만.
‘모두 죽었다고 가정을 해야겠지.’
그렇다면 지금 집결하고 있는 것은 지방에 있는 병력이 전부일 터.
아군의 병력이 약 1만여 명.
바로크 왕국의 잔여 병력이 어느 정도가 되는진 모르겠지만, 그래도 얼추 2만은 될 터.
“3만이라…….”
제국의 병력이 어느 정도가 되는지는 모르지만.
‘첫 전투부터 아주 규모가 엄청나군.’
게다가 스페니언 왕국의 수도를 거점 삼아 방어하는 것은 오히려 제국의 병사들이지 않은가.
쉽지 않은 전투가 될 것이다. 하지만…….
스윽.
데미안은 자신의 어깨에 앉아 있는 왕자를 보았다.
자신의 목을 안고 꼭 매달려 있는 모습이 영락없는 아이였지만.
‘분명 놈들은 이 왕자를 이용하여 스페니언 왕국의 병력을 무력화시키려고 했을 것이다.’
아무리 놈들이 파병을 크게 했다 하더라도 몇만 명씩이나 했을 수는 없을 테니까.
하지만 왕자는 제국의 손에 넘어가지 않았다.
어쩌면 왕자를 구한 것이 아군의 입장에서 천운이라고 할 수 있었다.
‘첫 단추부터 맞아떨어지고 있다.’
이 전쟁.
‘우리가 가지고 간다.’
어느덧 차가운 눈빛으로 전방을 바라보던 데미안은 스페니언 왕자를 보며 다시금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곧장 부대원들에게 고개를 돌리며 말했다.
“전원, 이동한다.”
“예!”
이제 곧 만날 제국 놈들을 떠올리며 카이온 부대가 진격하기 시작했다.
* * *
스페니언 왕국의 수도 스라간.
스라간은 그야말로 제국의 횡포로 인하여 피바다가 되어 버린 상태였다.
“모두 죽여라! 남김없이 죽이고 성 밖으로 던져 버려라!”
“끄아아아아악!”
“사, 살려 주세요! 살려 주……!”
퍼억!
제국의 병사들은 망설임 없이 왕국민들을 학살하며 그들의 시체를 과시하듯 성 밖에 쌓아 놓기 시작했다.
이미 왕족들마저 모두 죽인 마당에 왕국민을 살려 두어야 할 이유 따윈 없었으니까.
로베르타는 그저 덤덤한 표정으로 참혹한 살육의 현장을 바라보았다.
하지만 그때.
“로베르타 님.”
“무슨 일이지?”
로베르타의 부관인 지메른이 난처한 표정으로 그에게 다가왔다.
이윽고 그가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추격대와의 연락이 끊어졌습니다. 왕자를…… 놓친 것 같습니다.”
“……뭐라고?”
순간 로베르타의 미간에 깊은 주름이 파였다.
분명 추격대를 여유롭게 보냈을 텐데, 어떻게 왕자를 놓칠 수 있다는 거지?
로베르타가 인상을 쓰자 지메른이 어쩔 줄 몰라 하는 표정으로 쩔쩔맸다.
“원래라면 지금쯤 복귀한다는 연락이 와야 하는데…… 이틀 전부터 연락이 되고 있지 않습니다.”
“……무슨 변수가 생겼단 말인가.”
로베르타가 입술을 꾹 다문 채 코로 숨을 토했다.
무언가 고민을 하는 듯하던 로베르타가 지메른에게 말했다.
“그래도 혹시 모르니 기다려 보아라. 왕자를 확보하지 못했다면 스페니언 왕국의 군대가 그대로 활개 칠 수 있다는 것 아닌가.”
스라간을 점령하고 있는 제국의 군대는 총 1만여 명이 조금 넘는 수준이다.
바로크 왕국과 스페니언 왕국의 연합 병력을 예상한다면 대략 2~3만은 될 터.
자신들이 수성을 한다는 이점이 있지만, 온전히 상대하기엔 상당한 병력 차라 할 수 있었다.
‘물론 피아렌 님이 계시긴 하지만…….’
그래도 왕자를 이용하여 스페니언 왕국의 병력을 무력화시켜야지만, 이 전쟁을 온전한 승리로 가지고 갈 수 있다.
로베르타가 혀를 찼다.
“……쯧!”
하지만 이내 그가 지메른에게 말했다.
“왕자를 잡았다는 거짓 소문을 퍼트려라. 어차피 우리가 확보하지 못했다면 저들도 왕자를 확보하지 못했을 것이다.”
로베르타는 자신이 보낸 추격대에 상당한 자신감이 있었다.
한 명 한 명이 뛰어난 정예 인원이었으니까 말이다.
비록 큰 변수로 인해 왕자를 데리고 오지 못했을 수도 있지만.
‘그렇다면 왕자를 죽였거나…… 아니면 잡을 수 없는 곳으로 놈들이 도망쳤다고밖에 볼 수 없다.“
가령 절벽으로 뛰어내렸다거나, 강의 물살에 휩쓸려 어디론가 떠내려간 상황 말이다.
그렇다면 당연히 스페니언 왕국 쪽에서도 왕자의 행방은 찾을 수 없을 터.
그런 상황이라면 이 거짓 소문이 충분히 그들에게 혼란을 줄 수 있을 것이다.
“피아렌 님께는 이 사실을 알리지 말도록. 워낙에 완벽을 추구하시는 분이시니, 전투 전에 심기를 그르치는 일이 없어야 할 것이다.”
“알겠습니다. 철저하게 입단속을 하겠습니다.”
부하의 말에 로베르타가 고개를 끄덕이며 전방을 보았다.
저 멀리에서부터 느껴지는 전장의 아우라.
이제 곧 녀석들이 도착한다.
꾸욱.
로베르타가 들고 있던 검을 움켜쥐었다.
‘3만……이라.’
크크크크크크크크큭.
이내 로베르타의 어깨가 들썩였다.
상당히 많은 숫자의 병력이긴 하나, 이런 대규모 병력이 투입된 전장에 로베르타의 심장이 빠르게 뛰고 있었다.
“까마귀들이 포식을 하는 날이 이어지겠군.”
감히 자신들을 상대로 검을 들은 바로크 왕국.
녀석들의 어리석음에 철퇴를 내려 줄 것이다.
“어서 와라, 버러지들아.”
전방을 바라보는 로베르타의 눈빛은 불꽃처럼 활활 타오르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