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indolent genius decided to become a tycoon RAW novel - Chapter 316
317. 나태 (3/ 完)
겨울이 가고 어느새 봄이 찾아올 모양인지, 거리를 걸어 다니는 사람들의 복장이 가벼워지고 있었다. 3월 말. 부는 바람도 차갑기보단 선선했다.
이쯤 세상엔 많은 변화가 일어나고 있었다.
먼저 4월 초부터 시작인, 국내 아이돌 최초로 월드 스타와 전세계 콘서트를 열 ‘밤비디’.
『[스타톡]세라와 콘서트 홍보차 미국 방송 출연한 ‘밤비디’, 이젠 어엿한 글로벌 걸그룹!』
그녀들은 미국을 돌며 세라와 콘서트 홍보 방송 활동이 한창이었다. 물론, 한창인 것은 ‘밤비디’ 뿐만이 아니었다.
미국이 아닌 한국에서도 여러 인물이 변화를 경험하고 있었다.
예를 들면 ‘판타스마’.
현재 ‘판타스마’는 주인인 강기찬이 없어진 상태였지만 평소와 같이 운영하고 있었다. 중심은 당연하겠지만 유마리였고.
“ 야 방금 톡으로 들어온 의뢰들하고 이번 주 상황들 리스트로 정리해서 보냈거든? 확인해 봐. 그리고 너 밥은 잘 챙겨 먹고 있냐?? ”
그녀는 퍽 자주 누군가에게 보고를 올리기 바빴다. 그리고 ‘판타스마’의 멤버들. 박군이야 늘 유마리와 같이 행동했지만, 각 영역에 뿌려진 다른 멤버들은 점점 위치가 높아지고 있었다.
표기자는 이번 ‘이종철 게이트’ 건으로 크게 승진했다.
“ 하하하! 감사합니다, 여러분! 앞으로도 열심히 특종 뿌려보자고요! 나 단독 방 쓴다고 너무 부담들 가지지 말고! ”
그는 최근 부편집장이라는 이름표를 달았다. 더불어 표기자는 언론사 내부로 단단한 라인을 형성한 상태였고, 방송국 쪽의 조강철 CP 역시 국장 바로 아래인 부장으로 높아졌다.
앞으로 노리는 것은 국장 자리였다.
HYN 엔터의 박환수 부사장은 전과 달리 더욱 단단한 입지를 다졌다. 임한길 대표의 굳건한 신임을 얻으며.
『[이슈IS]HYN 엔터 대대적인 물갈이? 박환수 부사장 계열사 대표로 이동』
비슷한 덩치의 계열사인 FU 엔터의 대표로 넘어갔다. 남은 HYN 엔터의 부사장 공석은.
“ 자,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대표님. ”
“ 음, 그래 정이사. 아니 이제 정부사장이라 불러야겠네. ”
정주미가 맡았다. 실적으론 그녀가 맡았던 브랜디드 신사업의 대성공이 컸고 라인을 잘 탄 것도 있었다. 턱 보기엔 박환수 부사장 라인으로 보이지만 아니었다.
과거부터 이어져 오던 강기찬 라인.
물론, 이를 아는 사람은 극히 드물었다. 어쨌든 HYN 엔터의 강기찬 라인 사람들은 죄다 높은 자리를 차지했다. 황덕구 팀장은 이사로, 장미르 프로듀서는 A&R 팀과 더불어 가수 파트 전체의 총괄로 올라섰다.
이 모든 것이 강기찬이 사라진 직후 이루어졌다.
허나 여전히 강기찬은 HYN 엔터에 보이지 않았다. 그러거나 말거나 시간은 흘러 4월이 도래했다. 덕분에 국내 언론은 4월 2일이 되자마자 수많은 기사들을 뱉어댔다.
『드디어 시작! ‘세라X밤비디’ 전세계 투어 콘서트가 열릴 공연장 앞은 관객들로 가득/ 사진』
‘세라X밤비디’ 전세계 투어 콘서트 관련 기사였다. 그녀들의 전세계 콘서트가 이제 곧 시작되니까.
『미국 뉴스 방송 차량들 줄지어 선 모습···콘서트 시작도 전에 열띤 취재 열기』
‘밤비디’의 전세계 콘서트 첫 스타트 지역은 미국 LA였고 ‘로즈볼 스타디움’이 공연장.
그리고 그 ‘로즈볼 스타디움’의 무대에.
“ 안녕하세요!! ”
‘밤비디’가 올랐다. 경기장 전 좌석을 가득 메운 7만 관객들, 중앙 무대에 쏴지는 반짝이는 조명, 귀청이 폭발할듯한 7만의 함성.
그리고 이 모든 순간을 찍는 해외 수많은 방송국들.
그야말로 어마무시한 장관이 펼쳐지는 ‘로즈볼 스타디움’이었지만, 무대 의상을 입은 ‘밤비디’ 멤버들은 당차게 7만 관객들에게 자신들을 소개했다.
“ 저희는 ‘밤비디’입니다!!! ”
강기찬이 깔아준 판에서 날뛰어야 했으니까.
4월 중순.
‘세라X밤비디’ 전세계 콘서트가 미국에서 4번째 공연을 마친 뒤 시카고로 넘어갈 쯤. 한국에서는 ‘밤비디’의 고주아와 관련된 영화가 개봉했다.
『[무비IS]남대현 감독 ‘무례한 것들’ 개봉, 목 빠져라 기다리던 영화 팬들 “예매 끝, 빨리 보고 싶다!”』
남대현 감독의 영화 ‘무례한 것들’이었다. ‘무례한 것들’은 거장 남대현 감독, 고주아 등으로 개봉 전부터 워낙 화제였고.
따라서 개봉과 동시에 퍽 뜨거운 예매율을 보였다.
[4월 16일 수요일/ 상영 시간표] [2D/ 무례한 것들/ 12세/ 5관] [9:10~11:12/33석],[12:30~14:32/매진],[16:30~18:32/ 매진],[20:10~22:42/매진],[23:10~25:37/76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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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조와 심야를 빼면 죄다 매진 행렬이었다. 이는 유명 영화관 3사 모두 같았다. 현재의 반응만 봐서는 꽤나 기대될 결과가 나올 것 같았고, 영화계 관계자들이나 언론들도 비슷한 맥락이었다.
올해 들어 국내 영화시장이 좀 조용했으니까.
따라서 상반기 개봉작인 ‘무례한 것들’에 큰 기대는 거는 것. 딸린 이슈도 많지 않은가? 무려 남대현 감독의 영화인 데다, 현재 전세계 투어 중인 배우 고주아의 첫 영화였으니까.
하지만 ‘밤비디’의 호재는 ‘무례한 것들’이 끝이 아니었다.
정확히 일주일 뒤.
『굴지의 ‘HYN 엔터’가 작심하고 진행한 브랜디드 프로젝트, 일본에서 애니메이션 ‘버추X걸!’ 출격!』
퍽 오랫동안 준비했던 애니메이션 ‘버추X걸!’이 일본 전역에 전파를 탄 것. 사실, 일본 내에서는 ‘버추X걸!’의 방영 전부터 인기가 퍽 대단했었다. 일본 대중들의 기대감이 컸으니까.
-버추X걸!은 어떤식으로 나올까?
-제작사가 한국이라던데 작화가 좋았으면 좋겠어!
-내가 밤비디 팬이기도 하지만 개인적으로 한국의 아이돌 시장 얘기가 기대돼, 다들 나와 비슷하지 않아?
-나는 OST가 너무 듣고 싶어! 한아리가 작곡하고 밤비디가 참여했잖아!
-빨리…보고싶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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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밤비디’의 인기가 일본에서 드높았으니까. 도은서의 드라마도 그랬지만, ‘타쿠야의 공간’ 뒤로 일본에도 ‘밤비디’의 앨범이 정식 오픈했었다. 그다음 터진 것이 세라와의 콜라보곡 ‘Gorgeous pop’.
결과는 당연히 오리콘 차트 석권.
일본 현지 상황이 이렇다 보니 ‘버추X걸!’은 일본 애니메이션 2분기의 최대 기대작으로 꼽혔고.
결과는 기대한 것의 몇 배는 크게 터졌다.
『터졌다, ‘버추X걸!’ 일본 쪽 일본 시장 2분기 애니메이션 중 1위!』
‘버추X걸!’은 방영을 시작하고 바로 2분기 애니 중 1위를 차지했고, 2주째에는 ‘버추X걸!’의 OST 역시 오리콘 차트 상위권을 쓸어 먹었다.
나오는 OST 전부다.
얼마나 인기가 컸던지 일본 번화가 거리에는 ‘버추X걸!’의 OST가 곧잘 들릴 정도였다. 뭐랄까, 희한한 장면이기도 했다. ‘버추X걸!’의 주인공들은 전세계 투어를 하고 있는데, 그녀들의 호재가 여기저기서 끝없이 터져대고 있었다.
그것이 ‘밤비디’의 폭발력을 유지 시켰다.
전세계 콘서트를 돈다는 것은 어쩌면 활동 공백기와도 비슷했지만, ‘밤비디’는 전혀 공백기를 가지는 것 같지 않았다.
『[이슈체크]“퀄리티 죽이네!” 일본 대중들 ‘버추X걸!’보고 극찬세례』
주마다 달마다 ‘밤비디’의 화제가 빗발쳤으니까.
마치 명확한 타이밍에 누군가가 배치해 놓은 것처럼. 그리고 그 누군가는 고급 세단에 탄 임한길 대표의 입에서 뱉어졌다.
“ 잔재가 이렇게 커서야 잊을 수 있냔 말이야, 강실장. ”
그로부터 2주 뒤, 5월 첫 주에 임한길 대표가 읊조린 잔재의 영향이 더욱 드높아졌다. 바로 4월에 개봉했던 ‘무례한 것들’ 때문.
영화 ‘무례한 것들’이 약 3주 만에.
-무례한 것들/ 개봉일: 4월 16일
-누적관객수/ 12,765,212명
관객수 1,200만을 돌파했으니까.
이후.
‘밤비디’가 미국 콘서트를 마치고 캐나다로 넘어간 5월 말. 한국은 조금은 뒤늦은 시상식 기분을 내고 있었다. 매년 5월에 열리는 백상 시상식이었다.
『[영화제]오랜만에 레드카펫, 백상 시상식에 참여하는 스타들/ 사진』
백상은 한 해의 모든 영화와 TV 쪽을 아우르는 시상식이며 여기에서 첫째로 고주아가 불렸다.
“ 영화부문 여자 조연상! ‘무례한 것들’의 고주아!! 축하드립니다! ”
고주아가 쟁쟁한 배우들을 제치고 여자 조연상을 차지했으니까. 다만, 오늘의 백상에는 고주아가 참석하지 못했다.
“ 아, 오늘은 아쉽게도 고주아씨가 전세계 콘서트 일정으로 불참했기에, 박정순 선생님께서 대리 수상을 해주시겠습니다! ”
따라서 ‘무례한 것들’의 손녀 고주아 대신 원로배우 박정순이 대신 트로피를 들었다.
“ 제가 대신 이 상을 받아서 기쁘기도 한데 뭔가 미안하기도 하네요. 음- 주아야, 축하하고 한국에 다시 오면 줄게. 콘서트 파이팅하고. ”
재밌는 것은 이 같은 장면이 한 번 더 연출됐다는 것.
“ TV 부문 여자 예능상! 강연정씨!! ”
다음 주인공은 강연정이었다. 그녀 역시 전세계 콘서트로 불참이었고, 강연정의 대타는 당연하겠지만 국민 MC 우정석이 맡았다.
참고로.
『대상부터 감독상 등, 영화 ‘무례한 것들’ 백상 휩쓸었다!』
백상의 대상은 ‘무례한 것들’, 감독상은 남대현 감독이었다. 그러나 아쉽게도 그 역시 불참이었다. 지금 ‘밤비디’와 비슷하게 헐리웃에서 차기작 기획이 한창이었으니까.
어쨌든 이번 백상으로 ‘밤비디’의 파급력이 이어졌다.
그러나 이제 해봤자 5월 말. 새롭게 시작되는 6월에도 핵폭탄은 준비돼 있었다. ‘밤비디’의 공백기 동안 미친 인지도를 책임져줄 다음 타자는.
『[이슈톡]누리꾼들 “드디어”···오래 기다렸던 ‘도시살인: 디 오리지널’ 런칭 코앞』
도은서가 집필했고 고주아가 여주인 넷플렉스 오리지널 시리즈 ‘도시살인: 디 오리지널’. 6월 8일 월요일에 전세계 넷플렉스가 서비중인 83개국 동시 오픈됐다.
입질은 빠르게 왔다. 먼저 움직인 것은 미국이었다.
『[속보]이게 무슨 일? ‘도시살인: 디 오리지널’ 미국 넷플렉스에서 하루 만에 1등 차지』
오픈 이틀 만에 ‘도시살인: 디 오리지널’이 미국에서 1위를 차지했으며.
딱 3일 만에.
『‘도시살인: 디 오리지널’, 미국 인기 드라마 전부 넘었다, 넷플렉스 역대 흥행 1위 달성!』
『[공식]80개국에서 정상···전세계 넷플렉스는 지금 ‘도시살인: 디 오리지널’에 열광 중』
『넷플릭스 3일째 압도적 1위, 한국과 미국 포함 80개국 반하게 만든 ‘도시살인: 디 오리지널’』
인도 등을 제외한 나머지 80개국에서 1위를 먹었다. 돌풍이 따로 없었다. 이는 당연히 한국에서는 최초였고.
『[핫뉴스]넷플렉스 측에서 조차 ‘이변’, ‘도시살인: 디 오리지널’ 국내 최초로 역대급 성적!』
전세계적으로 봐도 역대급이었다. 단 며칠 만에 전세계가 ‘도시살인: 디 오리지널’을 울부짖고 있었다. 워낙에 그 돌풍이 강력해선지 전세계 뉴스들은 ‘도시살인: 디 오리지널’을 빠르게 보도해댔다.
당연히 쉽게 식지 않을 듯한 미친 인기였고.
『글로벌 돌풍 ‘도시살인: 디 오리지널’, 전세계 언론들 ‘도은서’와 ‘고주아’ 조명』
이 핵폭탄급 관심은 모조리 ‘밤비디’에 쏠렸다.
몇 개월 후, 12월. 한국.
사계절이 한 바퀴 돌아 다시금 차가운 바람이 부는 초겨울 아침. 오늘은 12월의 첫날인 1일이었고 한국에는 여럿 좋은 소식이 퍼지는 중이었다.
첫째는.
『[속보]전세계 투어 콘서트의 마지막···유종의 미 거두기 위해 한국에 도착한 ‘밤비디’와 세라/ 사진』
전세계 콘서트의 마지막 나라인 한국에 세라와 ‘밤비디’가 도착했다는 것이었고.
둘째는, 11월 말에 발매한 ‘밤비디’의 두 번째 싱글앨범 타이틀곡이.
『[빌보드]전세계 콘서트 중 발매한 ‘밤비디’ 싱글앨범···빌보드 핫100 8위로 스타트』
빌보드 핫100 차트 8위로 진입했다는 것. 덕분에 국내 대중들이나 언론 등은, 글로벌 걸그룹 자리를 단단히 굳히는 ‘밤비디’를 미친 듯 불러대기 바빴다. 당연하다면 당연하달까?
한 해의 마지막을 잊지 않고 모두에게 큰 선물을 준 셈이니까.
그렇다면 세계를 뒤집은 장본인 ‘밤비디’는 어디 있는 걸까?
그녀들은 이미 11월 말에 한국에 입국했다.
하지만 초반 간단하게 진행한 공식 스케줄은 빼면, ‘밤비디’는 콘서트가 있을 서울에는 보이지 않았다.
왜?
‘밤비디’는 지금 제주도에 있었으니까.
그녀들은 모두.
-부웅!!
해안가 도로를 달리는 비싼 외제차 안에서 찾을 수 있었다. 다들 약간은 성숙해진 모습이었다. 외제차가 본인의 것인지 운전대를 잡은 한아리는.
“ 야 도은서 창문에 지문 남기지 말아 줄래? ”
긴 흑발에 약간의 웨이브가 들어갔고 선글라스를 끼고 있었다. 그런 그녀가 타박 준 도은서는 조수석에 앉아 있었는데 붉은 긴 머리가 많이 짧아진 상태.
“ 아? 알았어! 리더님 말씀이니까 두 배는 덕지덕지 묻혀줄게! 나만 믿어. ”
“ 아니아니아니, 미안. 은서야 미안. ”
루즈한 코트를 입은 고주아는 뒷좌석에 보였고 그녀의 단발은 어느새 어깨에 닿고 있었다. 참고로 고주아는 이제 20살 성인이기도 했다.
“ 아리언니······근데 진짜 믿어도 돼요?? 나 불안해! 언니 면허 따고서 이게 첫차라면서요! 막 달리다가 저기 바다로 훙 날아가는 거 아니야?? ”
“ 좌야. 나를 믿어. ”
“ what the···! 야 한아리! 미쳤어? 뒤 돌지 말고 앞을 봐 앞을!! ”
의외로 방금 한아리 보며 격렬히 외친 강연정은 크게 변한 점이 없었다. 돌돌 말아 올린 갈색 머리도 그대로였다. 굳이 따지자면 구릿빛 피부가 좀 더 진해졌다 정도?
어쨌든 약 1년 동안 그녀들의 외모는 조금 변했어도.
“ 악! 방금 차 살짝 흔들렸어! 맞지?! 야 안 되겠어. 한아리! 차 세워! ”
“ 은서 네 엉덩이 터치권 10회 주면. ”
“ 미쳤냐?! ”
“ 아아아아! 언니 앞앞! 앞에 봐요! ”
“ shit! 한아리, 진짜 앞에 봐라? 우리 다 죽일래?? ”
전체적인 모습은 연습생 시절 ‘밤비디’ 그대로였다. 그렇다면 그녀들은 왜 이렇게 옹기종기 모여 제주도 해안가 도로를 달리고 있을까? 일단, 잠시간의 휴식을 가진 것은 확실했다.
콘서트 전 약 5일 정도 자유가 주어졌으니까.
그 피 같은 5일간의 휴식을 ‘밤비디’ 멤버들은 제주도에서 보내려고 하는 건가? 뭐가 됐든 한아리가 운전하는 외제차는 해안가를 넘어 한 좁은 골목길로 들어섰다.
먼저 여러 펜션들이 보였다.
이어.
“ ······슬슬 다왔어. ”
운전하던 한아리가 내비를 보며 읊조렸고 나머지 멤버의 시선은 모두 창밖으로 움직였다. 곧, 줄지어 있던 펜션들이 사라졌고 어느새 밖엔 건물들이 점차 보이지 않았다.
다만, 나무와 바다의 면적이 넓어졌다.
그렇게 5분.
-스윽.
한아리가 브레이크를 밟으며 천천히 움직이던 외제차를 멈춰 세웠다. 동시에 ‘밤비디’ 멤버들이 차에서 내렸고 비슷한 말을 뱉어댔다.
“ 여기야? ”
“ 야! 한아리! 여기 확실해? ”
“ 어. 맞아, 이 별장. ”
‘밤비디’ 멤버들이 보는 곳엔 크지도 작지도 않은 별장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별장 앞은 겨울 바다의 파도 소리가, 뒤쪽으론 부는 바람에 나무들이 스스스 소음을 내고 있었다.
전체적으로 딱 ‘누군가’가 지낼법한 유유자적한 분위기.
그 누군가를 마지막으로 차에서 내린 한아리가 뱉었다.
“ 여기에······실장님이 계신다는 거지? ”
이내 ‘밤비디’ 멤버들 전부가 별장을 바라보며 나란히 섰다. 회색 지붕, 나무 벤치 놓인 마당, 굵직한 돌덩이로 둘린 담장, 그리고 옆에 보이는 작은 주차장.
여기서 고주아가 뜬금 주차장을 검지로 찍었다.
“ 어! 맞아! 저 차! ”
작은 주차장에 잠든 BNW 차를 발견한 것. 이에 ‘밤비디’ 멤버들 전부가 확신했다.
이 별장에 강기찬이 있다.
그중 제일 먼저 발을 움직인 것은 리더 한아리였고.
-스윽.
천천히 발길을 떼는 한아리 뒤를 나머지 멤버들이 따랐다. 작게작게 떠드는 것은 덤.
“ 하- 어떡해. 나 떨려, 콘서트 첫날보다 더 떨리는 것 같아. ”
“ 뻥 치지 마, 도은서. 어쨌든 대표님이 장난친 건 아닌가 보네. 오빠 차가 있는 걸 보니. ”
“ 언니······대표님이 이런 거로 장난치는 분은 아니지 않아요?? ”
이쯤.
“ ······ ”
별장 현관에 제일 먼저 도달한 한아리가 벨을 누르려다가 멈칫했다. 묘한 걱정이 떠올랐으니까.
“ 얘들아. 혹시···우리가 찾아온 게 싫으시면 어쩌지? ”
또는 자신들을 반겨주지 않는다면? 그 강기찬이었다. 어떤 행동을 보일지 예측할 수 없었다. 따라서 일순 ‘밤비디’ 멤버들 전부가 입을 다물었다.
그게 얼추 5초.
고요함을 깬 것은 의외로 막내 고주아였다.
“ 그, 그래도 그냥 인사차 왔다고 하면 막 내쫓진 않을 것 같은데. ”
바로 이때였다.
-띠리리릭, 철컥!
난데없이 닫혔던 별장 현관문이 열리며 텐션 높은 여자 목소리가 울렸다.
“ 아! 안 그래도 지금 간다, 가! 왜 그렇게 잔소리를 해대는 거야! ”
어떤 여자가 외치며 현관문을 연 것. 그런 그녀가 고개를 뒤로 돌려 투덜대다가 얼굴을 정면으로 복귀시켰다.
동시에.
“ ······어? 너희들. ”
두 눈을 살짝 크게 떴다. 긴 웨이브 진 머리에 모자를 썼고 흰색 롱패딩을 입은 그녀.
바로 탑여배우 장소연이었다.
어째서 장소연이 이 별장에서 나오지? 순간, 사고가 멈춘 ‘밤비디’ 멤버들.
“ 서, 선배님??? ”
반면.
“ 어머. ”
‘밤비디’ 멤버들 보던 장소연은 여유로운 미소를 지었다.
“ 너희들 진짜 왔네? 반갑다야, 몇 달 만에 보는 거지? ”
장소연의 반응은 매우 대수롭지 않은 듯했고 얼어있던 한아리가 어렵사리 되물었다.
“ 선···배님이 여기서 왜. ”
“ 여기? 이틀간 쉬러. ”
“ ······저희가 진짜 왔다고 물으시는 건. ”
“ 응? 아- 아니, 저 멍청한 남자가 너희 슬슬 올 것 같다고 그랬거든. 그래서 아까 면도도 하고 그러더라? 나 왔을 땐 수염이 겁나 까끌했었거든. ”
“ 헐- ”
“ 하여간에 강기찬, 모르는 게 없다니까? ”
이어 고개를 절레절레한 장소연이 다시금 고개를 뒤로 돌려 누군가를 불렀다.
“ 야!! 강기찬! 뭐해?? ‘밤비디’ 애들 목소리 안 들려? 빨리 나와! 난 간다! ”
그리곤 여전히 두 눈이 디립다 커진 ‘밤비디’ 멤버들에게 가벼운 마무리 인사를 던졌다.
“ 그럼 나는 간다? 비행기 시간 늦었거든. 나중에 보자~ 아! 주아야, 박정순 선생님이 너 얘기 많이 하더라. 전화 좀 드려. 그럼 빠이- ”
별수롭지 않게 손 흔들며 마당을 빠져나가는 장소연. 어느새 별장 앞엔 흰색 벤이 도착한 상태였고.
그런 그녀를 멍청하게 바라보는 ‘밤비디’ 멤버들.
“ ······ ”
“ ······ ”
곧, 가장 입을 크게 벌린 도은서가 어렵사리 목소리를 냈다.
“ ······헐. ”
그 순간.
“ 어- 진짜 왔네. ”
‘밤비디’ 멤버들에게 퍽 익숙한, 누가 들어도 강기찬이다 싶은 밋밋한 목소리가 퍼졌다. 덕분에 ‘밤비디’ 멤버들이 장소연 보던 시선을 단박에 별장 현관으로 돌렸다.
그곳에.
“ 안녕. ”
면도는 했지만 머리가 산발인, 흐리멍텅한 남자가 웃고 있었다.
강기찬이었다.
침대에서 바로 나왔는지 검은색 잠옷 차림. 그런 강기찬이.
-스윽.
열린 현관 벽 쪽에 어깨를 기대며 말을 이었다.
“ 그- 다들 잘 지냈나? ”
그러자 멍때리던 도은서가 바로 달려들었다.
“ 하!! 잘 지냈나? 잘 지냈나아아?? 아니, 오빠! 거의 1년 만에 만나서는 인사가 그게 다예요?! ”
“ 그럼? ”
“ 안 되죠! 안 그래 다들?! ”
“ 동감이에요. ”
“ 맞아요, 오빠! 뭐야 그게! ”
뒤로 멍-한 강기찬 앞에서 ‘밤비디’들이 방방 뛰었다. 그게 대충 5분은 이어졌고.
“ 진짜 너무해요, 오빠! 그렇게 갑자기 사라지기 있어요?? ”
“ 맞아, 이번엔 진짜 오빠가 너무했네요. ”
“ 그런가. ”
“ 아니아니아니! 목소리 착 깔면서 그런가? 이러면 끝이에요??! 전화도 안 받고! ”
“ 아- 핸드폰 바꿨거든. ”
“ 와······완전 우리 버리려고! ”
“ 아니, 그건 아니었고. ”
“ 근데 실장님. ”
“ 나 이제 실장 아닌데. ”
“ ······실장님, 소연 선배님은 여기서 왜 나와요? ”
한아리의 진지한 질문에 강기찬이 어색하게 턱을 긁었다.
“ 어른들의 사정. ”
물론, 도은서가 바로 반박했다.
“ 우리도 어른이거든요! ”
“ 아니, 아직 애지. ”
“ 우와, 말하는 것 좀······어?? 잠깐만. 오빠! 지금 우리한테 반말하네요?? ”
여기서 뜬금 눈을 살짝 크게 뜨며 도은서가 되묻자 강기찬이 별수롭지 않게 답했다.
“ 이제 할 때 됐잖아. ”
그리곤.
“ 그래서. 어- 바쁘신 글로벌 걸그룹 ‘밤비디’ 분들이 여기까진 어쩐 일로? ”
초연히 던지는 물음. 일순 입을 합 다무는 ‘밤비디’ 멤버들. 특이한 것은 도은서, 고주아, 강연정이 리더 한아리를 바라본다는 것.
덕분에 강기찬이 반쯤 뜬 눈을 한아리에게 붙였고, 큼큼 헛기침한 한아리가.
“ 그게요, 실장님. ”
입은 갈색 코트에서 뭔가를 꺼냈다. 작은 글씨가 새겨진 흰색 봉투였다.
“ 이거 돌려드리려구요. ”
봉투에 적혀진 글씨는 이랬다.
-사직서.
한마디로.
“ 저희가 대표님한테 뺏어왔어요. ”
한아리가 내민 봉투는 약 1년 전 강기찬이 임한길 대표에게 냈던 사표였다. 그런 사표를 강기찬의 멍-한 얼굴에 쭉 내민 한아리가 준비된 멘트를 줄줄 뱉었고.
“ 실장님. 저희 이제 실장님한테 의존 안 해요. 보셔서 아시잖아요. 스스로 본업이나 부업 모두 잘 해내고 있어요. 그러니까 이제 슬슬 돌아오셨으면 좋겠어요. ”
리더의 요청 뒤로 멤버들의 멘트가 추가됐다.
“ 오빠, 저 이제 식단 조절도 잘해요. 진짜로. ”
“ 빨리빨리! 오빠 우리 고백받아주세요, 사직서 받아요! 얼른! ”
“ 맞아! 아, 안 받으시면 언니들이랑 저랑 여기서 드러누우려고요! ”
이건 부탁인가 협박인가. 살짝 헷갈리는 행태긴 했지만 강기찬은 그저 픽 웃었고.
-스윽.
한아리가 내민 사직서에 눈을 맞췄다. 임한길 대표를 상기하면서.
“ 그 양반. 이걸 아직도 들고 있었나? 징하네. ”
강기찬의 혼잣말에 한아리가 고개를 갸웃했고.
“ 대표님은 다시 되돌려 주려고 가지고 있었다 하시던데요? ”
어깨 기댄 채 팔짱 낀 강기찬이 느긋하게 답했다.
“ 이건 그냥 간단한 액션을 취해야 해서 낸 거거든. ”
“ 액션이요? ”
“ 응. 어쨌든 뭐. ”
이때야 강기찬이 천천히 손을 내밀어 한아리의 손에서 사직서를 넘겨받았다.
그러자.
“ 어? 어어어? 오빠, 지금 사직서 받았어요? 이제 못 물러?? ”
도은서가 기찬에게 빠르게 다가섰다. 그런 그녀를 피해 얼굴을 뒤쪽으로 뺐던 강기찬이 시선을 시야 오른쪽으로 돌렸다.
바로 보이는 괴랄한 퀘스트창.
-1/【메인퀘스트(강기찬의 킹갓 매니저 쇼)발생!】
-【퀘스트상세: 킹갓 레전드 매니저로 군림하기!】
-【보상: 100억 캐시, 게임엔딩】
상태창이 씌고 가장 처음 떴던 메인퀘스트였다. 나머지 퀘스트는 이미 완료되고 비어 있었다. 어쨌거나 강기찬은 상태창을 그대로 유지시키고 있었다.
“ 흠- ”
사실 강기찬도 ‘밤비디’를 기다리고 있었던 것이었다. 애초 그녀들을 내버려둘 생각은 없었다는 뜻. 그렇기에 아무런 조치도 없이 메인퀘스트를 내버려 둔 것. 벌써 게임 엔딩을 시키기엔 아까우니까.
즉, 기찬은 ‘밤비디’의 한 단계 성장을 원했고 그 설계의 종착지는 오늘이었다.
물론, 긴 에너지 충전 시간을 가진 것도 있긴 했다. 누가 뭐래도 기찬은 게을렀으니. 어쨌든 강기찬이 얼빠진 얼굴로 사직서를 가만-히 내려보자, 때는 지금이다 싶었는지 다가온 도은서부터 ‘밤비디’ 멤버들 전부가 한마디씩 보탰다.
“ 됐어됐어, 이미 오빠 사직서 돌려받았으니까 이제 끝이에요! 이걸로 끝! 퉤퉤퉤! ”
“ 아 도은서 멍청아, 침 튀잖아. 오빠, 아 진짜 이제 그만 튕기고 돌아와요. ”
“ 맞아요! 황 이사님도 무조건 잡아 오라고 하셨고, 저도 오늘 오빠랑 같이 아니면 제주도에 뼈를 묻으려구요! ”
“ 실장님. 이제 2집 정규 들어갈 건데 실장님이랑 같이 하면 좋을 것 같아요. 같이 해주세요. ”
“ 어- ”
하지만 이미 정해둔 결정이 있던, ‘밤비디’의 다음 설계 구상까지 마친 강기찬은.
“ 싫어. ”
“ 아! 왜요!! ”
거물이 된 우리의 나태한 천재는 늘 그렇듯 마음에도 없는 말을 뱉었다. 퍽 권태로운 목소리로.
“ 귀찮으니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