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Indomitable Martial King RAW novel - chapter 113
“블레이드 오러다!”
“맙소사! 저기도?”
스탈라도 양손의 단검에 오러를 머금고 전장을 누비기 시작했다. 전장 곳곳에서, 평생 한 명 보기도 힘들다는 눈부신 오러의 빛이 연달아 솟구친다. 거대한 야수의 이빨이 되어 잔혹하게 생명을 앗고, 또 앗아 간다.
“도대체…….”
테츠발트는 신음을 흘렸다. 그는 여전히 카다마이트와 승부를 결하고 있었다. 순수하게 눈앞의 상대에만 집중하는 카다마이트에 비해 테츠발트는 전황이 신경 쓰이다 보니 점점 밀리는 중이었다.
‘도대체 세상이…….’
사방에서 눈부신 블레이드 오러가 작렬하고 있었다. 자신이 평생 수행해 얻어 낸, 자부심 가득한 검의 경지가 너무도 흔하게 나타나고 있었다.
테츠발트의 노안에 흐릿한 빛이 맴돌았다. 머릿속이 텅 빈 기분이었다.
“도대체 세상이 어떻게 되어 버린 것이냐!”
그때, 카다마이트가 이를 악물며 도끼 창을 머리 위로 들었다. 테츠발트의 흔들림을 발견하고 마지막 승부를 거는 것이었다.
“으랏차아!”
우렁찬 기합과 함께 카다마이트가 도끼 창을 내리쳤다. 당혹 속에서도 테츠발트는 착실히 방어 자세를 취했다. 정신은 이미 패닉 상태였지만, 단련을 거듭한 그의 육체는 이 상황에서도 자신의 의무를 잃지 않고 있었다.
도끼 창과 장검이 서로 맞부딪치며 오러의 파문이 퍼져 나가는 그 순간.
우우웅!
카다마이트의 전신에서 적갈색 광채가 불길처럼 일렁이며 부풀었다. 격돌 순간의 타이밍을 놓치지 않고 대지 공명의 힘으로 오러양을 몇 배나 증폭시킨 것이다. 카다마이트가 상대의 검과 얽혀 있는 도끼 창을 밀어붙이며 소리 질렀다.
“가라! 할트론!”
이미 힘겨루기 양상이 된 상태에서 갑자기 상대의 힘이 증폭되어 밀어붙이니, 아무리 테츠발트라 한들 피할 방법이 없었다. 무지막지한 거력이 방어한 검째로 테츠발트를 짓눌러 갔다. 그의 두 눈에서 핏물이 터져 나왔다.
“커어어억!”
비명과 함께 테츠발트의 머리통이 투구째 양쪽으로 갈라졌다. 찢어진 강철의 틈새로 선혈과 뇌수가 분수처럼 뿜어져 나왔다. 죽어 가면서도 그는 눈을 부릅떴다. 아직도 이 현실을 인정할 수가 없었던 것이다.
이건 악몽이다!
지독한 악몽일 뿐이다!
그때 카다마이트가 도끼 창을 가로로 휘둘러 테츠발트의 목을 가볍게 잘라 버렸다.
“적장의 목을 베었다!”
카다마이트가 도끼 창을 들어 올리며 우렁차게 외쳤다. 눈부신 적갈색 오러가 하늘을 찔러 댔다. 뒤이어 전장 사방에서 네 줄기 오러가 솟아나 화답했다.
“우리의 승리다! 이제 잔당들을 처리하자!”
말로이드가 음성에 오러를 실어 고함을 터트렸다. 하늘 가득 외침이 쩌렁쩌렁 울린다. 이종족 연합군 모두가 용기백배해 요새 수비군에 달려들었다. 이미 사기가 꺾일 대로 꺾인 시나이 요새군이었다. 거기에 테츠발트의 사망 소식이 전해지니 더 이상 전의가 남아 있을 리 없었다.
드워프들이 일제히 돌격하며 도끼를 휘두른다.
엘프들이 불꽃과 바람을 날리며 예리한 검격을 연신 흩뿌린다.
오크들이 검을 던져 피분수를 자아낸다.
수백 년의 학대, 수백 년의 아픔을 담아 그들은 분노를 터트렸다.
그리고…….
늦봄의 태양이 길게 그림자를 드리울 무렵, 크로방스 최강의 기사와 삼천의 병력이 지키던 시나이 요새는 결국 이백명의 이종족 전사들에게 함락되고 말았다.
5
크로방스 왕국 수도, 왕도 크로틴.
그 중심부에 위치한 궁성의 한 응접실에서 분노한 고함이 울렸다.
“그게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인가!”
화려한 귀족의 의상을 걸친 20대 후반의 청년이 테이블을 주먹으로 쾅 내리쳤다. 크로방스 왕가의 핏줄이 진하게 드러나는, 눈부신 금발에 녹색 눈동자를 지닌 이 청년을 향해 중년 남자가 고개를 숙이며 어쩔 줄을 몰라 했다.
“하, 하지만 사실입니다, 카르사스 님.”
카르사스는 미간에 손을 짚으며 고개를 저었다. 애써 흥분을 가라앉히려 했지만 쉽지 않았다. 그만큼 중년인, 펠리크 남작이 가져온 소식은 경악스러웠다.
시나이 요새가 함락되었다!
현 크로방스 왕국 최강의 요새가 이미 막판까지 몰린 유벨 왕자군에 무너진 것이다. 이것만으로도 놀랄 일이거늘 이어진 보고는 더더욱 경악스러운 것이었다.
삼천이나 되는 병력 대부분이 몰살당했다고 했다.
포로로 잡힌 이들만도 천 명이 넘는다고 했다.
정예 중의 정예라는 페르난도 기사단이 십여 명을 제외하곤 모두 고혼이 되었다고 했다.
그리고 위대한 기사, 테츠발트 폰 페르난도를 잃었다…….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어찌 테츠발트 경이…….”
크로방스 왕국의 기나긴 역사 속에서도 보기 드문 비참한 패배였다. 게다가 그 내용을 듣고 나면 더욱 기가 막혔다. 상대 병력은 고작 이백여 남짓, 그것도 인간이 아닌 노예 종족들이 대부분이었다는 것이다.
“정녕 확실한가?”
“패잔병들의 의견을 종합해 보면 의심할 여지가 없습니다.”
여전히 고개를 젓고 있는 카르사스를 향해 펠리크 남작은 쓰디쓴 표정으로 대꾸했다. 워낙 심각한 패배다 보니 도망친 패잔병들의 숫자도 상당했다. 그리고 그중에는 왕도 크로틴으로 돌아온 이들도 백여 명이 넘었다.
그들 모두가 입을 모아 한 사실을 말하고 있었다.
적들은 드워프와 엘프, 오크 들이었다고.
하나하나가 기사들을 능가하는 무시무시한 괴물들이었으며, 다섯 명이나 되는 오크와 드워프 오러 능력자가 그들을 지휘하고 있었다고.
그중 한 드워프가 적갈색 오러를 날려 테츠발트의 목을 치는 그 순간을 두 눈으로 똑똑히 보았다고.
저 많은 패잔병들의 말이 모두 일치하니 도저히 거짓이라 치부할 수가 없는 것이다.
“피터란 백작의 소식을 들은 지 채 하루도 되지 않았거늘…….”
카르사스는 고개를 저었다. 유벨 왕자군의 군량미를 탈취하겠다던 피터란 백작의 사망 소식을 들은 것이 고작 어제였다. 시나이 요새와 달리 피터란 백작은 카르사스 군내에서 그리 중요도가 높지 않았기에 뒤늦게 정보가 왕도에 도착한 것이다.
그때만 해도 카르사스는 상대가 드워프였다는 소리에 코웃음을 쳤을 뿐이었다. 그저 패잔병들이 전장의 공포로 넋이 나가 헛소리를 지껄이고 있다고만 생각하며 흘러 넘겼다.
하지만 이렇게 되니 저 전투 역시 사실이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카르사스가 인상을 쓰며 뇌까렸다.
“혹시 단체로 강력한 마법으로 현혹된 것이 아닐까?”
펠리크 남작은 쓴웃음만 지을 뿐 대꾸하지 않았다. 카르사스도 자신이 얼마나 어이없는 말을 했는지 알기에 금세 입을 다물었다.
마법으로 그 수많은 패잔병들을 전부 현혹시켰다고? 그건 드워프가 오러 능력자라는 말보다도 더 허황된 이야기다. 그런 마법사가 있다면 굳이 공성전을 할 필요도 없다. 그냥 혼자서 요새 전체에 저주를 걸어 버리면 되니까.
“테츠발트 경의 시신은 어찌 되었는가?”
“그게, 유벨 왕자군 측에서 정중히 염을 하여 왕도 크로틴으로 보낸다고 합니다. 사흘 뒤면 도착할 것이라 합니다만…….”
침울한 필레크 남작의 말에 카르사스는 눈을 감았다. 여기까지 듣고 보니 정녕 이 소식이 사실임을 의심치 않을 수가 없었다.
“진정, 진정 테츠발트 경이 돌아가셨단 말인가…….”
테츠발트는 페르난도 공작가의 충성스러운 신하이며 카르사스 자신의 검술 스승이기도 했다. 어린 시절부터 함께 지낸, 숙부나 다름없는 이였다.
“아아, 나의 스승이여…….”
슬픔에 잠겨 카르사스가 눈시울을 붉혔다. 필레크 남작은 그런 카르사스를 안타까운 눈으로 바라보았다.
실로 처참한 패배였다. 전쟁사 속에서도 쉽게 보기 힘든 참패였다. 아직 젊은 카르사스에겐 감당키 힘든 좌절일 터였다.
하지만 슬픈 와중에서도 카르사스는 애써 감정을 추슬렀다. 그가 침착한 어조로 중얼거렸다.
“그렇다면 현재 우리 군의 전력은 일만 이천이겠군. 시나이 요새를 빼앗겼으니 왕도 크로틴 역시 위험해졌구나. 그리고 현재 왕도의 수비 병력은 사천 남짓이니…….”
갑자기 카르사스가 엄숙한 목소리로 명령을 내렸다.
“아버님과 외할아버님께 연락해 주게. 그리고 다른 귀족들에게도 연락해서 모든 병력을 왕도로 집결시키게.”
카르사스의 아버지와 외할아버지라면 페르난도 공작과 브로젠 후작이다. 둘 다 각자의 병력을 지니고 자신의 영지로 돌아가 있었다. 다른 귀족들도 마찬가지였다. 흉년으로 인해 전쟁을 지속할 수 없게 되자 일단 내실을 꾀하기 위해서였다.
펠리크 남작이 의아해했다. 비록 시나이 요새가 함락되긴 했지만, 그렇다 해도 여전히 유벨 왕자군의 병력은 삼천뿐이었다. 아직 그들이 수적으로 훨씬 우위에 있는데 굳이 그럴 필요가 있을까?
“그랬다가 저들에게 영지를 빼앗기면 보급선이 끊길 수도 있습니다만…….”
하지만 카르사스는 단호하게 말했다.
“상황이 어찌 되었건 저들이 시나이 요새를 함락시킨 것은 사실이다. 그렇다면 저들의 전력을 숫자대로만 판단할 수는 없을 터. 빼앗긴 영지는 수복하면 되지만 왕도를 빼앗기면 재기할 수 없다. 저쪽은 왕관과 인장이 있으니 왕도에서 대관식을 치르는 순간 중립을 표방했던 귀족들이 유벨 왕자의 손을 들어 줄 가능성이 있다. 지금은 모든 힘을 한 곳에 모아야 한다.”
“영명하신 판단이십니다.”
필레크 남작이 감탄한 어조로 고개를 숙였다. 아부가 아니라 진심으로 그렇게 느끼는 것이었다. 스승이자 의숙부인 테츠발트의 사망 소식을 들은 지 몇 분 지나지도 않았다. 그런데 벌서 침착함을 되찾고 이름난 기사이자 지휘관의 모습으로 돌아와 있는 것이다.
아직 젊은 나이인데 이런 냉철하고 빠른 판단력이라니?
‘역시 이 나라의 진정한 왕은 카르사스 님밖에 없다!’
명을 받들기 위해 펠리크 남작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때 카르사스가 다시 말을 이었다.
“그리고 첩보대를 조직해 정확한 정보를 수집해 오게. 대체 어떻게 된 일인지 알아야 하네. 아주 사소한 것이라도 놓쳐서는 안 되니 각별히 신경을 쓰게!”
카르사스는 다른 기사들과 달리 전술, 전략도 제법 공부를 한 바 있었다. 보통 기사들은 그저 용맹한 용사와 다수의 병력만 있으면 이길 수 있는 줄 알지만 사실 전쟁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보급, 그리고 상대에 대한 정보다.
다섯 명의 이종족 오러 유저라는 허황된 말을 믿는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적들이 노예 종족을 이용해 뭔가 계략을 쓴 것은 틀림없었다. 그걸 모른 채 전투에 임하는 것은 제대로 된 지휘관의 자세가 아니다.
“네, 카르사스 님.”
필레크 남작이 고개를 숙이며 방을 나섰다. 남작의 모습이 사라지자 의자에 깊숙이 몸을 묻으며 카르사스가 한숨을 내쉬었다.
“후우, 왕좌가 눈앞에 도달했다 생각했거늘…….”
☆ ☆ ☆
시나이 요새가 함락된 지 하루 뒤.
아직도 그을린 흔적이 남아 있는 성벽 위에 서서 한 청년이 봄바람을 맞으며 풍경을 바라보고 있었다.
“믿을 수가 없구려, 내가 이 자리에 서 있다니…….”
황금빛 머리칼이 바람에 나부껴 들판의 밀처럼 흔들린다. 녹색 눈동자로 요새 여기저기를 바라보는 청년은 연신 감개무량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곁에 서 있던 로브 차림의 덩치 큰 남자가 부드럽게 말을 건넸다.
“실망하지 않으실 것이라 했잖습니까, 유벨 왕자님.”
유벨 왕자는 고개를 저으며 레펜하르트를 바라보았다.
“정말이지…… 어제저녁, 소식을 전해 들었을 때만 해도 도저히 믿을 수가 없었소.”
시나이 요새 함락 소식은 그날 바로 유벨 왕자군 측으로 전해졌다.
출병하기 전, 레펜하르트는 다른 귀족들에게 감찰관을 보내 자신들의 전투를 확인하라는 전갈을 보냈다. 자신들이 승리했다고 소식을 보내 봤자 어차피 믿을 수가 없을 테니 신뢰하는 수하들의 눈으로 직접 확인하라는 것이었다.
쓸데없는 짓 말라며 거부당할 줄 알았는데, 의외로 흔쾌히 귀족들은 저마다 한둘씩의 수하를 뽑아 요새 밖 여기저기에 은밀히 배치시켰다. 딱히 레펜하르트가 승리할 것이라 믿고 그런 것이 아니었다. 그가 패배하고 도망갈 경우 군량미의 소유권을 정당하게 주장하기 위한 증거 마련용이었다.
하지만 그들의 기대는 가차 없이 깨졌다. 그날 저녁 모든 감찰관들은 넋 나간 얼굴로 델피나 남작령으로 돌아왔던 것이다. 레펜하르트가 보낸 소식이라면 헛소리 말라며 무시했겠지만, 자신들의 충복이 저마다 한입으로 시나이 요새 함락을 주장하니 도저히 믿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귀신에게 홀린 듯한 얼굴로 유벨 왕자와 귀족들은 전 병력을 이끌고 델피나 남작령을 떠났다. 델피나 남작령과 시나이 요새는 지형 조건도 군사적 유용도도 차원이 다르다. 이곳을 장악하고 있으면 바로 왕도 크로틴의 목에 칼을 겨누고 있는 형국이 된다. 함락 소식이 사실이라면 한시바삐 본진을 이동시킬 필요가 있는 것이다. 다들 어이없어하면서도 전 병력을 진군시켰고 오늘 새벽, 주인이 바뀐 시나이 요새에 당당히 입성했다.
“이렇게 요새에 서 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꿈을 꾸는 기분이구려.”
자신의 깃발이 여기저기 나부끼는 요새 첨탑을 바라보며 유벨은 멍한 표정을 지었다. 요새 여기저기에서는 병사들이 전후 뒤처리에 열중하고 있었다.
유벨 왕자군이 시나이 요새에 입성하자마자 제일 먼저 한 일은 ‘청소’였다. 요새 곳곳에 카르사스군의 시체들이 무수히 널려 있었으니, 이백명밖에 안 되는 이종족 병력으로는 그 모두를 치우기가 요원한 일이었다. 레펜하르트가 머리를 긁으며 쓴웃음을 지었다.
“멋진 모습이 아니라 죄송합니다. 이백명의 인원으로는 포로를 관리하고 수용하기로도 벅차서 말입니다.”
유벨이 웃음을 터트렸다.
“하하, 이런 위업을 달성한 용사들에게 어찌 뒤처리나 시킬 수 있겠소? 다들 배불리 먹이고 푹 쉬게 하였소?”
“전원 편안하게 휴식을 취하고 있습니다, 유벨 왕자님.”
현재 이종족 연합군은 요새 중심의 큰 건물 안에서 각자 방을 잡고 피로를 풀고 있었다. 유벨이 그것에 관해 물었다.
“귀족들의 반응은 어떻소?”
그 건물은 원래 페르난도 기사단이 쓰던 것이었다. 기사들이 쓰던 고급 침실에 노예 종족이 들어앉아 있으니 다른 귀족들의 반발이 심하지 않겠냐는 의미였다.
레펜하르트가 어깨를 으쓱거렸다.
“속으로야 배알이 꼴리겠지만 어쩌겠습니까? 저들이 한 것이 없는 데다가, 요새에 도착했을 때 이미 방 위치가 정해져 있었는데요.”
딱히 공이 있고 없고가 아니더라도, 지금 시나이 요새에 들어온 귀족들은 감히 이종족들에게 뭐라 할 상황이 아니었다.
이미 요새에 입성하며 무수한 시체의 산을 보고 경악한 그들이었다. 게다가 수하들의 말에 따르면 저들 중에는 무려 오러 유저가 다섯 명이나 있다고 한다. 아무리 노예 종족에 대한 선입견이 뼛속까지 박혀 있다 한들, 당장 현실이 이런데 부정할 수가 없는 것이다.
“하긴, 저들의 전투를 두 눈으로 보았는데 뭐라 할 수 있을 리가 없지.”
유벨이 쓴웃음을 지었다. 그는 지금 마치 시나이 요새 전투를 직접 본 것처럼 말하고 있었는데, 사실은 직접 본 것이 맞았다.
레펜하르트는 단순히 귀족들에게 감찰관을 보내라는 정도로 ‘이종족 홍보 전략’을 끝낼 생각이 없었다. 인간이란 자신이 듣고 싶어 하는 것만 듣는다는 것을 그는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아예 은의 시대 유물을 이용해 전투를 죄다 ‘녹화’해 놓았던 것이다.
그가 본진에 있었던 이유는 물론 자신을 드러내지 않으려는 목적도 있었지만, 전장이 모두 보이는 곳에서 자리 잡고 있을 필요가 있기도 해서였다. 그는 은의 시대 아티팩트인 영상 기록 크리스털을 이용해 전투를 처음부터 끝까지 죄다 기록하고 유벨 왕자군이 도착하는 대로 귀족들에게 그 모습을 보여 주었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