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Indomitable Martial King RAW novel - chapter 139
순간 테스론이 곧바로 스텝을 밟아 거리를 좁히며 검을 찔러 갔다. 물론 그토록 단련한 이 강철의 육체가 저 따위 쇠꼬챙이에 어떻게 될 리가 없다. 레펜하르트가 코웃음을 치며 그대로 몸을 날렸다.
그때, 테스론이 눈을 빛냈다.
“걸렸구나!”
우우웅!
싯누런 오러가 검을 감싸며 레펜하르트의 심장을 정확히 찔러 갔다.
“으윽?”
2
뚝뚝뚝.
핏방울이 바닥에 점점이 떨어진다. 레펜하르트는 놀란 얼굴로 자신의 가슴을 바라보았다. 강철과도 같던 대흉근, 그것이 길게 찢어져 피를 흘리고 있었다. 상처 깊이도 상당했다. 긴 자상이 두터운 가슴 근육을 절반 가까이 파고들어 있다.
테스론이 혀를 찼다.
“쳇, 눈치도 빠르군.”
오러로 상처 부위를 지혈하며 레펜하르트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달려드는 순간 테스론의 눈빛을 보고 경각심을 가져 몸을 뒤로 뺀 것이 다행이었다. 안 그랬으면 정말 심장까지 파고들었을지도 모른다.
저, 싯누런 오러를 머금은 칼날이!
“오러……인가?”
레펜하르트는 믿기지 않는다는 얼굴로 테스론의 검, 그 칼날에 머금어져 소용돌이치는 누런 오러를 바라보았다. 꽤나 낯익은 형태의 오러였다.
“스파이럴 가드? 아니, 검날에 씌웠으니 스파이럴 블레이드라고 해야 하나?”
“이 육체로 스파이럴 가드를 쓸 수는 없으니까. 용법만을 살려 관통력을 극대화시키는 기술이지.”
어떻게 테스론이 오러 유저인 레펜하르트의 움직임을 따라잡았는지도 이해가 갔다. 그는 이제껏 오러를 구현시키지 않은 채 육체 강화에만 쓰고 있었던 것이다.
“내 몸이 오러를 발현할 정도로 재능이 있었나?”
이해가 안 간다는 표정을 짓는 레펜하르트를 보며 테스론이 태연하게 반문했다.
“내 머리가 마법 쓸 재능이 있어서 그대가 마법을 쓰나?”
검을 겨눈 채 그가 천천히 말을 이었다.
“이 육체로 짐 언브레이커블의 가르침을 따를 수는 없었지.”
확실히 지금 보이는 테스론의 오러는 레펜하르트의 것과 확연히 달랐다. 누런 색 계통이긴 하지만 황금빛의 찬란함은 없고 그저 칙칙한 색이었다. 틀림없이 저것은 짐 언브레이커블의 오러가 아니다.
“하지만 나는 권왕 테스론이다!”
검성 사이러스와 함께 대륙에서 가장 강력한 무인으로 군림하던 테스론이었다. 그만큼 그가 깨달은 오러의 경지 또한 드높은 것, 그는 전생의 깨달음을 통해 짐 언브레이커블의 오러를 개조, 이 육체에 걸맞게 바꾸어 낸 것이다.
“마왕인 그대가 할 수 있는 일을 내가 못할 거라 생각했나?”
“내가 그대를 너무 얕보았군, 테스론.”
레펜하르트가 쓴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솔직히 말하면 못할 거라 생각했다. 그래서 이제껏 그리 걱정도 하지 않았다. 하지만 역시 한 분야에서 끝을 본 자는 그만큼의 무게를 지니고 있다.
“검성 사이러스와 함께 대륙 최강자 자리를 양분했던 그대였지. 이 정도는 예상했어야 했다.”
“그 최강자 중 나머지 하나가 그쪽에 붙었다는 것은 속 쓰리지만.”
테스론이 쓴웃음을 지으며 옆을 힐끔 보았다. 저만치서 유서스와 맹렬히 싸우고 있는 러스의 모습이 보였다. 기억 속의 모습과는 너무도 다른, 젊디젊은 모습이지만 그렇다 해도 테스론은 그 속에서 함께 무술을 겨루던 친우의 모습을 찾을 수 있었다.
이미 들어 알고는 있었지만, 그래도 직접 눈으로 보니 새삼 입맛이 썼다.
‘설마 저 사이러스가 유서스에게 칼 맞고 쫓겨날 줄은 몰랐지.’
애초에 테스론이 유서스와 연락을 취했던 것도 러스의 존재를 염두에 둔 것이었다. 현 시대의 러스는 아무런 힘도 권력도 없기에 유서스와 친분을 쌓은 뒤 자연스럽게 그를 자신의 동료로 끌어들이려는 속셈이었던 것이다. 그런데 레펜하르트의 개입으로 테스론이 알고 있던 미래가 꼬여 버리며, 결국 현 시대의 사이러스는 마왕 측에 붙어 버렸다.
“이번 생애의 사이러스는 꽤나 사람들과 잘 지내는 모양이더군? 친구도 생긴 것 같고.”
무심코 나온 질문에 레펜하르트가 의아해했다.
“원래는 친구 하나 없었던 것처럼 말하는군? 뭐, 러스가 워낙 낯가림이 심하기야 하지만…….”
“없었지. 아마 나 정도가 유일한 친구였을걸?”
전생을 떠올리며 테스론이 아련한 표정을 지었다.
검성 사이러스에게 친구 따윈 없었다. 본인의 차가운 성격도 문제였지만, 그보다는 아무도 그와 친구가 되고 싶어 하지 않았다는 점이 컸다.
너무도 위대한 검사, 사이러스를 보통 사람들은 그저 외경의 눈으로 바라볼 뿐이었다.
사이러스와 어깨를 함께할 수 있는 오러 유저는 오히려 그를 피해 다니기 바빴다.
지나치게 뛰어난 그의 재능 때문이었다. 보기만 하면 남의 기술 알맹이만 쏙쏙 빼먹는 사이러스였다. 오러 유저치고 가장 친구 삼고 싶지 않은 자 1순위인 것이다.
하지만 테스론은 달랐다. 사실 짐 언브레이커블의 기법은 그리 복잡하지가 않다. 기법 자체는 굳이 러스가 아니더라도 어지간한 오러 유저라면 쉽게 따라할 수 있다. 애초에 그리 머리가 좋은 무문도 아닌지라 어려운 건 가르쳐 보았자 이해도 못 한다.
하지만 따라 하면 죽는다.
스파이럴 가드건 기격탄이건, 기본적으로 육체를 기반으로 쏘는 기술이다. 그리고 다른 오러 유저가 그런 식으로 오러를 운용했다간 기격탄 날리기 전에 포대인 팔뚝이 먼저 박살 나는 것이다.
즉, 짐 언브레이커블은 절대 기술 도용당할 염려가 없다! 물론 육체 단련법 역시 마찬가지다! 탐나면 얼마든지 훔쳐 가라! 그 기법으로 육체를 강철처럼 만들 수 있으면 오히려 환영이다! 재능이 모자라도 육체가 강철처럼 될 수 있는 방법을 개발해 준다면 오히려 짐 언브레이커블 쪽에서 큰절 올리면서 스승으로 모셔 갈 용의도 있다!
물론 슬프게도 대륙의 역사 속에 그런 엄청난 천재는 없었다. 심지어는 검성, 사이러스조차도.
“검성 사이러스도 꽤나 우울한 인생이었군.”
주위에 우정을 나눌 만한 상대는 하나도 없고, 기껏 친분이 있는 이가 단순, 무식, 과격한 권왕 테스론이었다니.
어째 불쌍하게까지 느껴진다. 레펜하르트가 피식거리자 테스론이 마주 웃으며 중얼거렸다.
“그나저나 우리가 계속 이렇게 대화나 나눌 사이는 아닐 텐데?”
“확실히…… 필레나도 우리가 무슨 고향 친구 사이가 아니냐는 표정을 짓고 있군.”
테스론과 레펜하르트는 서로를 바라보며 쓴웃음을 교차했다.
분명 그들은 운명적으로 서로를 용납할 수 없는 사이다. 하지만 이 시대에서 진정으로 자신을 이해해 주는 이, 이제는 존재하지 않는 미래의 기억을 공유하는 자 역시 눈앞의 대적자뿐인 것이다.
“우리는 시공을 거스른 시간의 유배자, 미래라는 같은 곳에서 왔으니 고향 친구라는 말도 틀리지 않은 것일지도 모르지.”
레펜하르트가 웃으며 자세를 잡았다. 테스론도 미소를 띠우며 검을 겨누었다.
“그렇다고 우리가 호호 웃으며 지낼 사이는 절대 아니지만!”
“그렇겠지!”
차가운 살기가 두 사람의 미소 위로 흘러간다. 테스론이 낮은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그대를 해치우기 위해 절차탁마로 힘을 키웠다, 마왕 레펜하르트. 그리고 이제 그 대가를 받아 내겠다!”
레펜하르트가 조용히 말을 받았다.
“내 몸으로 거기까지 해낸 것은 확실히 대단해. 하지만 그 정도로 설마 나를 이길 수 있을 거라 생각했나?”
아무리 테스론이 오러를 각성할 정도로 힘을 키웠다지만, 현재 레펜하르트의 육체를 해할 수 있을 것이란 생각은 들지 않았다. 오러 유저쯤 되면 상대의 기량을 대충 파악할 수 있다. 육체의 성능도 오러양도 레펜하르트의 절대적 우위다. 방금도 방심해서 당했을 뿐이지, 제대로 오러 유저를 상대한다고 생각하면 역시 레펜하르트 쪽에 승기가 기운다.
“마법으론 날 어떻게 못해.”
콰아아앙!
레펜하르트의 전신에서 황금빛 오러가 폭발하며 터져 나왔다. 어마어마한 오러양을 선보이며 레펜하르트가 싸늘하게 웃었다.
“그렇다고 무인으로서도 내 상대가 되지 못하지. 그대도 이미 이 격차를 느꼈을 터. 대체 무슨 수로 나를 해할 셈이지?”
그러자 테스론이 비웃음을 흘렸다.
“마법으로 상대가 되지 않는다는 것은 옳은 말이지.”
그리고 갑자기 검을 버렸다. 레펜하르트가 순간 의아해하는 표정을 지었다. 설마 맨손 체술로 싸울 셈인가? 아무리 권왕의 영혼이라곤 해도, 권왕의 ‘육체’를 지닌 그를 상대로?
그때 테스론이 두 손을 벌리며 씨익 웃었다.
“하지만 무인의 싸움은 그저 오러양이 높다고 다가 아니다!”
순간 테스론이 화살처럼 레펜하르트의 정면으로 돌격했다.
“이제부터 그것을 증명해 주지!”
☆ ☆ ☆
필레나는 유서스 쪽을 보며 초조해하고 있었다.
‘아무래도 유서스 경이 밀리는 것 같은데…….’
마갑 엘드라드의 힘을 총동원하며 유서스는 연달아 마법을 날려 화려한 전투를 지속하고 있었다. 하지만 마법이 화려하게 폭발하는 그 속에서, 정작 밀리는 쪽은 유서스였다.
“제, 제길! 깨어나라, 엘드란!”
“그 수법을 내가 한두 번 본 것 같소, 형님?”
황금빛 섬광이 밀어닥친다. 러스는 차가운 눈으로 가뿐히 공격을 피하며 반격을 날렸다. 블레이드 오러가 창처럼 길게 뻗어 유서스의 어깨를 강타한다. 오러가 적중될 때마다 마갑 엘드라드가 조금씩 금이 가며 유서스가 고통으로 인상을 썼다.
“크윽!”
마검사와의 전투는 비록 겪어 보지 못했지만, 몇 년 동안이나 질시 어린 눈으로 유서스를 보고 또 본 러스였다. 유서스가 어떤 식으로 싸우고 어떤 마법을 쓰는지는 손에 잡힐 듯 훤하게 알고 있었다.
반면 유서스는 러스가 오러를 각성한 후 한 번도 그를 보지 못했다. 서로간의 정보가 너무 차이가 나는 것이다.
“이, 이 명예도 모르는 비천한 놈이!”
“명예를 아는 자가 그래, 동생의 배에 칼을 꽂았소?”
“너 따위가 무슨 동생이란 말이냐!”
그럼 동생이 아니면 배에 칼 꽂아도 된단 말이냐? 러스가 기가 막혀 눈을 부라렸다.
“그래, 말 잘했다! 나도 너 따위 더러운 기사를 형으로 인정할 생각은 더 이상 없다, 유서스!”
둘 다 극도의 분노 속에서 눈동자를 벌겋게 물들이며 검을 교환하고 있었다. 필레나는 혀를 찼다. 한 대도 맞지 않고 자연스럽게 공격을 회피하는 러스에 비해 유서스는 아까부터 계속 여기저기 공격을 허용한다. 마갑 엘드라드가 워낙 강력한 갑옷이라 치명상은 없었지만 조금씩 체력이며 집중력이 떨어지는 것이 확연히 보였다.
그리고 크리스틴과 시리스의 전투 역시 그리 유리해 보이지 않았다.
“내 친구, 사라나! 우정의 이름으로 당신을 불러요!”
바람의 정령 사라나를 불러 연신 허공을 누비며 시리스는 세이어의 성기사, 크리스틴을 압도하고 있었다. 크리스틴도 성기사답게 신성검을 휘두르며 열심히 맞상대하고 있었지만 공격 회수가 점점 시리스에 비해 떨어진다.
“이, 노예 주제에 감히 이런 괴이한 짓을!”
한쪽은 두 발 땅에 붙이고 싸우는데 한쪽은 허공을 3차원적으로 유용하며 전투를 벌이니 움직이는 범위가 너무 차이가 났다. 게다가 정령술을 익힌 시리스는 더 이상 단순한 검사 수준이 아니었다.
물의 정령 님피아를 전신 혈맥에 깃들여 민첩성을 높이고 바람의 하위 정령 실프를 검에 깃들여 파괴력을 높인다. 대지의 정령력으로 근력을 보조하며 싸우는 그녀는 이제 어지간한 오러 유저와 비교해도 그리 떨어지지 않는 수준이었다.
위급한 순간마다 축복의 호흡법―사실은 저주받은 호흡법이지만―을 이용하지 않았다면 진작 쓰러졌을 크리스틴이었다.
연거푸 밀리며 크리스틴이 치를 떨었다.
“노예 주제에 이렇게 사납다니! 네년도 혹시 실란을 노리는 거냐?”
이 상황에서 저런 엉뚱한 소리를 내뱉다니, 시리스가 기가 차 말을 더듬었다.
“아니, 뭐…….”
안 그래도 여기저기 레펜하르트에게 원한 품은 이들이 많은 판이다. 그냥 노린다고 하는 게 좀 더 편해지려나? 레펜하르트를 걱정하며 시리스가 갈등 어린 표정을 지을 때였다. 크리스틴이 갑자기 얼굴을 붉혔다.
“아잉, 역시 우리 실란이 참 인기가 많다니까?”
정신없이 싸우다 말고 갑자기 부끄러워하다니, 정말 정신세계가 궁금한 아가씨다. 고개를 저으며 시리스는 결심했다. 뭔 소리를 하건 말리지 말고, 그냥 열심히 싸우기나 하자.
“나의 맹우, 이그나시스! 나를 위해 싸워 줘요!”
거대한 불의 거인이 허공에서 나타나 크리스틴에게 돌격한다. 크리스틴이 절망에 차 소리쳤다.
“세이어여! 그대의 종을 가호하소서!”
화염에 대한 방어 주문을 몸에 감싸고 크리스틴이 애써 검을 휘둘러 댔다. 그 모습에 필레나는 초조해하며 손가락을 꼼지락거렸다. 당장이라도 마법으로 원호를 하고 싶었지만…….
“그렇게는 안 될 걸요, 마법사 아가씨?”
그때마다 저 예쁘장하게 생긴 소년 신관이 그녀를 견제한다. 저렇게 어린 주제에 대체 얼마나 전투 경험이 많은 것인지, 필레나가 뭘 좀 하려고만 하면 칼같이 타이밍 맞춰 훼방을 놓는데 신경질이 날 지경이다. 이를 득득 갈며 필레나가 테스론 쪽을 돌아보았다.
‘누구건 빨리 상대를 해치워야 이 대치 상황이 끝날 텐데…….’
그렇게 막 테스론과 레펜하르트 쪽으로 시선을 옮겼을 때였다. 필레나가 눈을 동그랗게 뜨며 얼굴을 붉혔다.
‘어머나? 저, 저 두 사람 지금 뭘 하고 있는 거야?’
☆ ☆ ☆
테스론이 두 손을 내밀며 낮은 자세로 돌진해 온다. 의아해하면서도 레펜하르트는 무릎치기를 날렸다. 상대의 자세가 워낙 낮다 보니 무릎을 살짝만 들어도 정통으로 테스론의 머리를 갈길 수 있는 것이다.
그때였다.
“흡!”
짧은 기합과 함께 테스론이 무릎 공격을 피하며 레펜하르트의 다리 밑으로 몸을 던졌다. 뱀이 땅 위를 기는 것처럼 빠른 스피드, 그렇게 바로 레펜하르트의 발목을 잡아 넘어트리며 무릎 관절을 꺾는다. 일련의 동작이 너무 빨라, 정말 뱀이 삽시간에 먹이를 휘감는 것처럼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