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Indomitable Martial King RAW novel - chapter 141
“켁!”
철면피라는 관용구를 물리적으로 실천하는 짐 언브레이커블답게, 얼굴로 바닥 좀 부쉈다고 딱히 충격이 있지는 않다. 하지만 역시 굴욕감은 굉장했다. 이를 갈며 레펜하르트가 눈동자를 이글거렸다.
“으아아아!”
괴성을 지르며 레펜하르트가 바닥에 박치기를 날렸다.
콰앙!
반동력으로 레펜하르트와 테스론이 허공에 붕 떠올랐다. 엉덩이로도 떠오르는 괴랄한 육체니 박치기로 못 뜰 것도 없는 것이다. 그렇게 허공으로 날아올라 어떻게든 돌파구를 찾아보려 했지만…….
“껙!”
테스론은 심지어 허공에서조차 밧줄처럼 레펜하르트를 옭아매고 있었다. 상대의 육체를 발판 삼아 힘을 쓰는 카르지안 유술은 장소가 공중이건 물속이건 가리질 않는다. 계속해 레펜하르트가 엉덩이, 복근, 어깨 등 말도 안 되는 부위의 근력으로 몸을 띄워 봤지만 그때마다 착실히 자세를 바꾸며 전신 관절을 집요하게 노려 댄다.
실란이 입을 쩍 벌리며 중얼거렸다.
“……저건 스카이 레슬링이라고 해야 하나?”
레펜하르트가 공처럼 공동 여기저기를 튀면서 돌아다니기 시작했다. 그리고 테스론은 그때마다 관절을 노리며 계속 레펜하르트를 압박한다.
둘 다 서로를 붙잡은 채 붕 하고 허공으로 날아가 탁 하고 벽에 부딪치는 짓거리를 계속하고 있었다.
붕~ 탁! 붕~ 탁! 붕~ 탁!
오러 유저씩이나 되는 이가 관절기를 쓰니 참으로 굉장한(?) 광경이 펼쳐져 버린다. 그렇게 두 사람은 서로 얽힌 채 공동 여기저기를 붕붕 날아 다녔다.
테스론이 압도적으로 레펜하르트를 누르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 해도 워낙 레펜하르트의 몸이 튼튼하다 보니 관절을 완전히 꺾어 전투 불능으로 만들 수가 없다. 물론 그렇다 해도 이대로 계속 상황이 흘러가면 언젠가는 당할 터, 레펜하르트가 이를 갈았다.
‘젠장! 처음부터 거리를 두고 마법을 섞어서 싸웠으면 이렇게 안 되었을 텐데!’
상대를 너무 몰랐다는 것이 문제다. 이미 이런 상황이 되어 버리니 어떻게 빠져나갈 방법이 떠오르질 않는다.
레펜하르트가 다른 동료들에게 눈길을 주었다. 누구건 하나라도 상대를 쓰러트리고 이쪽을 한 번만 견제해 주면, 이 상황을 빠져나갈 수 있을 것 같은데…….
‘당장은 기대하기 힘들 것 같고.’
유서스를 맹렬히 몰아붙이면서도 러스는 최후의 일격을 좀처럼 날리지 못하고 있었다. 크리스틴을 상대하는 시리스 역시 마찬가지다. 시간이 지나면 결국 이기긴 하겠지만, 당장 몸을 뺄 수는 없어 보인다.
게다가 이제는 레펜하르트도 기억해 낸 저 검은 갑주의 기사, 스테반과 싸우는 타시드 쪽은…….
‘타시드가 밀리고 있어? 고작 스테반 따위에게?’
3
“죽어라! 오크 놈!”
광기에 찬 채 스테반이 흑색의 대검을 내리쳤다. 타시드가 참마도를 들어 막으며 신음을 흘렸다.
“크윽!”
공격을 막아도 실린 힘이 너무 강해 전신으로 충격이 온다. 일격을 막을 때마다 몸이 주루룩 뒤로 밀릴 정도니 반격할 엄두도 나지 않는다. 스테반이 기합을 흘리며 계속 참격을 날렸다.
“타아앗!”
검은 칼날이 연달아 참마도, 다카르의 검면을 두들겨 댔다. 그때마다 당장이라도 부러질 듯 검신이 삐걱거린다. 그나마 아직 다카르가 부러지지 않은 것은 스피리츠 웨폰의 힘도 있었고, 또 타시드가 칼날이 아닌 검면으로 공격을 받아넘기고 있는 덕이었다.
드워프들의 기술이 온 대륙에 퍼진 이래 대부분의 명검들은 이제 칼날과 칼날을 마음껏 부딪쳐도 쉽사리 날이 상하지 않는다. 하지만 상대적으로 무기 제조술이 조악한 오크들은 여전히 검면을 눕혀 방어하는 형식 또한 익혀 두고 있었다. 스피리츠 웨폰을 구사하기 전의 허술한 오크들의 무기가 인간들과 칼날로 정면으로 부딪친다면 이내 이가 빠져 버릴 테니까.
간신히 공격을 막아 내며 타시드가 이를 빠드득 갈았다.
‘젠장! 뭔 인간이 이렇게 힘이 강하단 말인가!’
기술적인 면에선 결코 뒤떨어지지 않았다. 상대의 공격은 물론 세련되었지만, 그렇다고 타시드가 감당 못할 정도도 아니었다.
문제는 육체의 기본 성능 차이였다.
그리 거구도 아니고, 근육이 두껍지도 않은 스테반이다. 그냥 평범한 인간 기사 수준의 단련된 육체를 지닌 자다.
그런데 그런 스테반의 힘이 근육 덩어리인 타시드를 간단히 압도하고 있었다. 한번 휘두를 때마다 검풍이 일어 오르며 타시드가 사정없이 뒤로 밀려난다. 도저히 납득이 가지 않는 괴력이었다.
거기에 스피드도 엄청나게 빠르다. 저런 괴력으로 대검을 휘두르고 다시 자세를 잡아 후속타를 날리는데, 그 스피드가 너무 빨라 반격은 고사하고 연달아 가드하기도 힘들 정도였다.
‘이건 마치 러스 그 친구나 칼켄 족장님을 상대하는 것 같은 기분이군…….’
그렇다고 투혼의 축복을 받은 것도 아니다. 카루가, 투사의 힘을 쓰는 오러 능력자가 어떤 분위기를 지니고 있는지는 타시드도 누누이 보아 왔다. 초월적인 기운이 자연스럽게 흘러나오는 그들은 마주하는 것만으로도 위압감과 경외심이 느껴진다.
하지만 눈앞의 저 흑기사는 그런 류가 아니었다. 분명 오러 유저처럼 강하고 빨랐지만, 흘러나오는 기운은 불쾌하고 음습한 어둠의 그것이었다.
단언할 수 있었다.
저건 전사가 아니다! 저건 절대 올바른 전사라고 칭할 수 없다!
불쾌감 속에서 타시드가 악을 썼다.
“제기랄! 다카르, 나의 맹우여!”
스피리츠 웨폰을 발동시키며 타시드가 참마도를 던졌다. 복잡한 궤적을 그리며 다카르가 스테반의 등 뒤를 노린다. 스테반이 코웃음을 쳤다.
“또 그 괴상한 사술을 쓰는구나!”
왼손으로 망토를 크게 휘두르며 스테반이 날아드는 다카르를 휘감았다.
“어림없다!”
망토에 휘감긴 다카르를 스테반이 강하게 떨쳐 낸다. 그리고 대검을 뻗어 허공에 휘둘렀다. 검은 기운이 스멀스멀 흘러나오며 한 줄기 채찍이 되어 타시드를 노리고 쇄도해 갔다.
쌔애액!
강렬한 파공음이 공동을 울린다. 허겁지겁 피한 타시드의 발치에 땅이 깊숙하게 파였다. 숨을 헐떡이며 연신 바닥을 구른 타시드가 손을 뻗었다. 저만치 날아간 참마도가 움찔하더니 다시 날아와 그의 손에 잡혔다.
“헉헉…….”
숨을 고르면서 타시드가 다시 투지를 끌어 올려 전투태세를 갖췄다. 흑색 기운의 채찍을 거두며 스테반이 한심하다는 눈빛을 보냈다.
“역시 못 배워 먹은 종자답게 상황 파악도 못 하는구나. 너 따위가 내 상대가 될 것 같으냐? 어서 무기를 버리고 무릎을 꿇지 못할까!”
오만하기 그지없는 말에 타시드가 눈을 부라렸다.
“푸른 곰 부족의 전사들은 결코 포기하지 않는다!”
“별소릴 다 하는군. 자기가 무슨 기사라도 된 줄 아는가?”
타시드를 간단히 압도하면서도 스테반은 전혀 기쁘다거나 흥이 돋는다거나 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스테반이 입고 있는 마갑, 버서커 아머는 애초부터 오러 유저인 레펜하르트를 상대하기 위해 위대한 은의 현자가 내려 준 무구였다. 고작 오크 따위를 상대하며 무위를 떨쳐 봐야 전혀 자랑스러울 것이 없는 것이다.
“살려 달라고 빌어도 모자랄 판이거늘 주제 파악도 못 하고 계속 덤비다니. 역시 야생의 오크들은 짐승과 다를 것이 없구나.”
한심해하며 스테반이 검을 머리 위로 쳐들었다. 검은 기류가 칼날을 통해 휘감긴다. 그대로 검을 내리치며 스테반이 고함을 질렀다.
“꺼져라! 미천한 놈!”
검은 기운이 해일처럼 타시드의 눈앞을 뒤덮었다. 참마도를 들어 막아보았지만 항거할 수 없는 거력이 전신을 후려갈긴다. 기류에 휩쓸려 날려 가며 타시드가 비명을 터트렸다.
“커어억!”
콰아앙!
날려간 타시드가 공동 벽에 부딪치며 폭음이 터졌다. 등째 벽에 부딪친 타시드가 어금니를 드러내며 피를 토했다.
“쿨럭!”
부들부들 떨며 타시드가 애써 고개를 쳐들었다. 전신으로 고통이 밀려와 몸을 일으킬 수가 없었다. 쓰러진 타시드를 내려다보며 스테반이 비웃음을 던졌다.
“그래도 여기까지 발목을 잡은 것은 칭찬해 주마.”
경멸의 시선을 보낸 뒤 스테반은 레펜하르트 쪽을 돌아보았다. 그의 목표는 어디까지나 레펜하르트였을 뿐, 타시드에게는 관심도 없었던 것이다.
무시당한 타시드가 굴욕감에 치를 떨었다.
‘제기랄…….’
익숙한 눈빛이었다.
경멸과 무시가 가득한, 짐승이나 가축을 바라보는 저 무감정한 눈빛.
인간들이 오크를 보는 눈빛은 언제나 저랬다.
노예 검투사로서 키워지던 시절, 가축 취급 받으면서도 반항은 고사하고 그저 묵묵히 시키는 대로만 행하는 동족들을 보며 어린 마음에도 얼마나 분노하고 좌절했던가?
그래서 탈출했다. 대륙을 떠돌다 죽어갈지언정, 인간 밑에서 짐승처럼 살지는 않으리라 결심했다. 그 와중에 은인을 만났고, 푸른 곰 부족을 만났다. 그들 덕분에 그는 가축이 아닌, 긍지와 명예를 아는 진정한 오크가 될 수 있었다.
그 긍지가 짓밟혔다.
그 명예가 더럽혀졌다.
그는 전사다. 진정한 전사는 설령 목숨을 잃을지언정 결코 긍지와 명예를 잃어서는 안 된다!
“으으으…….”
고통 속에서 타시드가 몸을 일으켰다. 두 다리가 후들거리며 전신으로 땀이 비처럼 쏟아졌지만 타시드는 결코 무릎 꿇지 않았다.
흔들리는 두 손으로 다시 한 번 검을 쥐었다.
‘나는 푸른 곰 부족의 전사다…….’
강렬한 울부짖음이 영혼 가득 메아리쳤다.
‘나는 위대한 전사의 후예다!’
가슴 한구석에서 무엇인가가 당장이라도 터질 것처럼 휘몰아친다. 무너져 버린 육체를 초월하는 무엇인가가 전사의 영혼을 떠받들고 그를 일으켜 세운다.
“으아아아!”
괴성을 터트리며 타시드가 다시 참마도를 번쩍 들었다. 그 순간, 그의 가슴 한구석을 가로막고 있던 거대한 둑이 터져 버렸다.
부우우웅!
청록색의 빛이 참마도, 다카르의 검신을 통해 섬광처럼 솟구쳤다. 파괴를 구현화한 빛이 대기를 찢으며 파공음을 흘렸다.
막 레펜하르트에게 향하려던 스테반이 고개를 돌리며 눈을 부릅떴다.
“……저건 대체!”
☆ ☆ ☆
청록색 블레이드 오러가 공동 안을 찬란히 밝힌다. 타시드는 멍한 눈으로 다카르의 칼날을 바라보았다.
“이것이…… 투혼의 축복…….”
믿을 수 없는 감각이었다.
터진 물살이 거대한 흐름이 되어 그의 전신을 매만지고 있었다. 지친 육체가 놀라울 정도로 활성화되며 고통이 사라져 간다. 상상도 못 해 본 거력이 두 팔, 두 다리, 전신 근육을 타고 야생마처럼 내달린다.
세상 모든 것이 새로웠다. 장님이 처음으로 눈을 떠 세상을 바라보았을 때 기분이 이럴까? 분명 언제나 보고 느꼈던 것임에도 전혀 다른 느낌이었다. 압도적인 감각이 척추를 타고 뇌를 자극해 혼란스러울 지경이었다.
“하하…….”
절로 웃음이 터졌다.
“하하하!”
미친 듯이 웃고 있는 타시드의 모습에 스테반이 부들부들 떨며 고함을 질렀다.
“이, 이번에는 또 무슨 괴상한 사술을 쓰는 거냐?”
스테반이 얼굴을 흉악하게 일그러뜨리며 흑색의 대검을 뽑아 들었다. 핏발 선 두 눈이 타시드의 블레이드 오러를 뚫어져라 응시했다.
그럴 리가 없다.
저것이 오러일 리가 없다.
한낱 오크가 그 위대한 힘을 각성할 수 있을 리가 없다!
현실을 부인하며 스테반이 노성을 터트렸다. 버서커 아머에 의해 극도로 증폭된 육체가 화살처럼 허공을 가르며 타시드에게 쏘아졌다.
“어디서 건방진 흉내를!”
타시드가 검을 횡으로 눕혔다. 조금 전의 흥분이 거짓이기라도 한 듯, 어느새 차분해진 얼굴로 타시드가 눈을 빛냈다.
“가자! 다카르!”
타시드도 마주 몸을 날렸다. 흑색의 대검과 청록색 블레이드 오러가 허공에서 마주쳤다. 검과 검이 마주하며 불꽃을 피워 대기 시작했다.
흑색의 대검이 잔상을 남겨 가며 허공을 누빈다. 하지만 그때마다 청록색의 칼날이 모든 공격을 차단한다. 조금 전과는 전혀 다른 양상이었다. 광폭하게 날뛰는 스테반의 공격을 타시드는 모조리 받아넘기며 도리어 반격에 나서고 있었다.
“이, 이 오크 놈이 감히!”
스테반의 두 눈이 시뻘겋게 물들었다. 그토록 믿었던 버서커 아머, 그로 인해 월등히 강화된 그의 육체가 더 이상 통하지 않았다. 아무리 강하고 빠르게 검을 휘둘러도 모조리 저 청록색 섬광에 가로막혀 버린다.
머릿속이 혼돈으로 가득 찼다.
“그럴 리가 없어…….”
불신 가득한 목소리가 스테반의 목구멍을 통해 터져 나왔다.
“저게 정말 오러일 리가 없어!”
참마도를 길게 내리치며 타시드가 한심하다는 듯 외쳤다.
“두 눈으로 보고도 인정치 않는가? 전사의 수치로다!”
참마도에 맺힌 블레이드 오러가 스테반의 대검을 강하게 두들긴다. 압력을 못 이긴 스테반의 두 무릎이 푹 꺾인다. 부들부들 떨며 스테반이 기합인지 절규인지 모를 고함을 터트렸다.
“으아아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