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Indomitable Martial King RAW novel - chapter 208
“타아앗!”
기합을 터트리며 러스는 연거푸 찌르기를 날렸다. 눈부신 푸른 오러가 매의 발톱처럼 정밀하게 유서스의 전신을 찔러 갔다.
“세븐 스타즈!”
검 끝의 푸른 오러가 유서스의 갑옷 여기저기를 정확히 강타했다. 황금의 갑옷 곳곳에 푸른 오러가 맺혀 반짝인다. 잠시 후, 오러가 서로 연동되며 갑옷 전체에 폭발이 일어났다.
스탈라에게서 배웠던, 예전 유서스를 만났을 때 마갑 엘드라드를 한 방에 박살 냈던 바로 그 기술이었다.
콰아아앙!
우렁찬 폭음이 유서스와 러스 사이를 가로막는다. 폭발의 여파로 바닥이 파헤쳐지며 자욱한 흙먼지가 뭉게뭉게 피어오른다.
러스는 굳은 얼굴로 연기 사이를 노려보았다. 예전에는 이걸로 쉽게 유서스를 처치할 수 있었다. 하지만…….
“역시 안 먹히나…….”
연기가 걷히며 멀쩡하게 서 있는 유서스의 모습이 다시 나타났다. 황금빛으로 반짝이는 갑옷 역시 재차 모습을 드러냈다. 그곳에 세븐 스타즈의 흔적 따윈 전혀 보이지 않았다.
아주 미세하게 금이 갔을 뿐, 저 황금빛 갑옷은 여전히 굳건하게 유서스의 전신을 감싸고 있었다.
러스는 별로 실망하지 않았다. 어차피 그가 세븐 스타즈를 날린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었으니까.
그는 이미 아까부터 몇 번이나 유서스를 향해 기간틱 블레이드와 세븐 스타즈를 날린 후였다. 그리고 현재 유서스를 감싸고 있는 저 마갑을 모든 공격을 막아 낼 뿐 아니라 모든 충격을 해소시키고 있었다. 마갑 엘드라드가 아무리 초특급 아티팩트라지만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이유는 간단했다.
현재 유서스가 걸치고 있는 것은 평소의 엘드라드가 아니라, 그보다 두 배는 더 두꺼운 새로운 형태의 황금 갑옷이었으니까.
“소용없다, 러스! 네놈 따위는 절대 이 위대한 고대의 갑옷을 뚫을 수 없어!”
안면 가득 차가운 미소를 짓고 있는 유서스를 보며 러스는 혀를 찼다.
‘대체 어디서 저런 아티팩트를 얻은 거지?’
처음에 검을 꺼낼 때만 해도 러스는 유서스를 자신의 상대로 여기지도 않았다.
예전에 붙었을 때도 이미 유서스는 러스보다 훨씬 아래의 기량을 지니고 있었다. 그리고 유서스는 마검사로서 완성된 상태, 더 이상 성장할 여지가 남지 않은 자였다.
반면 러스는, 스스로가 생각해도 그때보다 훨씬 실력이 늘어난 상태였다. 마갑 엘드라드의 위력이 갑자기 급등할 리도 없으니 아무리 이리저리 재어 봐도 그가 패할 일이 없는 것이다.
유서스에게 다가가며 러스가 비웃음을 던졌다.
“나에 대한 증오로 눈이 멀어 상황조차 보이지 않게 되었나, 유서스? 당신의 기량으로는 내 상대가 되지 못한다는 걸 저번에 이미 느꼈을 텐데?”
그런데, 의외로 유서스도 태연하게 그 사실을 인정했다.
“그건 맞는 말이지.”
“……음?”
러스는 의아해했다. 아니, 그럼 상대가 되지 못한다는 걸 알면서 자신과 싸우려는 건가?
‘자살이라도 하고 싶다는 건가?’
하지만 그렇게 보기엔 너무 자신만만하다. 혹시 뭔가 바뀐 게 있나 싶어 러스는 유서스의 마갑, 엘드라드를 유심히 살펴보았다.
없었다. 예전부터 지겹게 보아 온 바로 그 엘드라드, 그대로였다.
유서스가 나직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그때의 패배는 인정한다. 네놈이 분수에 맞지 않은 힘을 지녔다는 것만은 틀림없는 사실이니까.”
갑자기 그가 바닥에 마검 엘드란을 푹 꽂았다.
“하지만 나도 더 이상 그때의 내가 아니다!”
유서스가 고함을 질렀다.
“오라! 위대한 고대의 힘이여! 흔들림 없는 그 빛으로 나를 감싸라!”
엘드란에서 눈부신 섬광이 솟구쳤다. 섬광이 순식간에 유서스의 전신을 뒤덮으며 밤하늘을 찬란히 밝힌다.
‘무슨 수작이지?’
경계심을 높이며 러스가 전투태세를 취했다. 무슨 상황인지 알 수가 없으니 함부로 뛰어드는 경거망동을 범할 수가 없었다.
잠시 후, 러스는 어이없어하며 눈앞의 배다른 형을 바라보았다. 러스가 멍한 목소리를 흘렸다.
“……뭐야, 그거?”
유서스는 여전히 그 자리에 서 있었다. 그가 걸친 마갑 역시 여전히 찬란한 황금빛으로 번쩍이고 있었다.
단지, 그 부피가 두 배로 커져 있었다.
투구는 비교적 거대해지지 않았지만 건틀릿이나 어깨 보호구, 경갑이나 가슴 갑옷 부위가 어마어마하게 두껍다. 유서스의 체구 자체가 거의 두 배로 부풀어 오른 듯한 모습이었다.
쉽게 말해서, 인간이 무진장 두꺼워졌다!
기가 막혀 러스가 더듬거리며 물었다.
“……뭐냐, 유서스, 그 몰골은…….”
원래 유서스는 8등신의 훤칠한 미남이었다. 마갑 엘드라드를 걸치면 그야말로 천상의 군신을 연상케 하는 화려한 모습의 기사였다.
그런데 지금의 유서스는 달랐다.
갑옷은 지나치게 두꺼운데 신장은 그대로, 그렇다 보니 몰골이 대단히 우스꽝스럽다. 팔다리도 작달막하고 몸통도 육중한 것이 지나치게 비만해진 시골 귀족을 보는 것 같은 것이다.
그 상태로 유서스가 의기양양하게 소리쳤다.
“이것이 내가 얻은 새로운 힘! 네놈을 쓰러뜨리기 위해 위대한 고대의 현자가 전해준 무구, 엘드릴 기간투스다!”
러스는 눈을 껌뻑였다.
“엘드릴 기간투스?”
다른 건 몰라도 기운을 읽는 것만큼은 이미 달인을 능가하는 러스다. 그 어마어마한 기감 덕분에 온갖 남의 오러 기술 빼먹는 일이 가능한 것이니까.
그리고 그 기감을 통해 본 저 새로운 갑옷은…….
“하나도 달라진 게 없는데?”
마력 출력이야 마법사가 아니니 알 수가 없다. 하지만 그 마력을 바탕으로 한 유서스 본연의 신체 능력은 감지할 수 있는 것이다. 그리고 지금 유서스의 상태는, 예전 마갑 엘드라드를 입었을 때와 조금도 변한 것이 없었다.
“과연 그럴까?”
조소를 흘리며 유서스가 땅을 박찼다. 뒤뚱거릴 것 같은 육중한 형태의 갑옷이지만 날렵하게 허공을 날아오른다.
순간 러스는 놀랐다. 저 짜리몽땅한 몰골로 의외로 스피드가 빠르다?
‘허어?’
그대로 유서스가 러스를 향해 엘드란을 내리쳤다. 황당해하면서도 블레이드 오러를 휘두르며 러스는 차분히 공격을 받아 냈다. 그리고 눈살을 찌푸렸다. 분명 저 두꺼운 갑옷 입고 저 움직임을 보이는 것은 굉장하다 못해 기적 같은 일이지만…….
‘그래 봤자 그냥 엘드라드랑 하나도 달라지지 않은 것 같은데?’
움직임도, 스피드도, 검에 실린 위력도 예전 엘드라드와 완벽하게 동일하다. 그럼 대체 뭐가 새로운 힘이라는 거야?
러스는 검을 등 뒤로 당겼다. 잘은 모르겠지만, 어쨌거나 지금은 시간을 끌 상황이 아니었다. 후딱 해치우고 제 갈 길 가야 한다.
그리고 속전속결이라면 역시 검증된 일격이 제일인 법!
“세븐 스타즈!”
일곱 섬광이 유서스의 전신을 두들겼다. 역시 딱히 회피 능력이 올라간 것도 아니었는지 공격이 죄다 정확히 적중한다. 그렇게 대수롭잖게 러스가 손가락을 튀기고.
콰아앙!
폭발이 일어났다.
그때부터였다. 러스의 안색이 변한 것은.
“크하하하!”
폭음 속에서 유서스가 통쾌한 듯 웃었다. 껄껄대며 그가 소리쳤다.
“내가 네놈에게 패한 것은 어디까지나 엘드라드의 방어력이 너무 낮았기 때문! 이제 새로운 갑옷이 나를 비호한다! 네놈의 오러 따위론 이 무적의 성채를 부술 수 없어!”
☆ ☆ ☆
은의 수호자, 세렐라인은 버서커 아머를 개조해 스테반에게 오러의 힘을 주었다. 하지만 유서스에게는 그런 방식이 불가능했다.
유서스는 이미 몇십 년이나 엘드라드를 사용해 그것에 익숙해진 상태였다. 그런데 이제 와서 아티팩트를 바꾼다 해도 바로 능력이 올라가지는 않는 것이다. 그리고 마갑 엘드라드는 그 자체로 완성품이기에 딱히 더 개조를 할 것도 없었다.
그래서 은의 현자는 엘드라드를 개조하는 대신, 거기에 강화 파츠를 붙이는 방식을 택했다.
물론 마법으로 인간이 강해지는 한계는 명확하다. 그리고 유서스는 이미 그 한계에 다다랐다. 그러니 강화 파츠를 붙인다고 유서스의 전체적인 능력, 스피드나 파워, 반사 신경이나 동체시력이 더 올라가진 않는다. 이미 유서스는 엘드라드에 적응해 최고의 효율을 보이고 있었으니까.
하지만 딱 하나, 지금 상태에서도 더 올릴 수 있는 능력치가 남아 있었던 것이다.
“방어력만큼은 더더욱 강화할 수 있거든!”
희희낙락하며 유서스가 엘드란을 휘둘렀다. 그때마다 엘드릴의 빛이 러스를 노리고 날아들었다.
공격을 피하며 러스도 바로 반격에 나섰다. 푸른 오러가 몇 번씩이나 유서스를 때리고 또 때렸다.
하지만 유서스는 여전히 조금의 충격도 받지 않았다. 그저 몸으로 모든 공격을 때우며 쉴 새 없이 엘드릴의 빛을 난사할 뿐.
콰콰콰쾅!
금빛 섬광이 광장을 신나게 갈아엎는다. 공세를 피하며 러스가 속으로 이를 갈았다.
‘젠장…….’
유서스의 저 새로운 마갑, 엘드릴 기간투스는 단순히 그냥 두꺼워진 것이 아니었다.
그냥 두꺼운 갑옷일 뿐이라면 아무리 뚫리지 않는다 해도, 두들긴 충격이 유서스에게 전달되어 어느 정도 타격은 입힐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무슨 강력한 마법이 걸려 있는 것인지, 갑옷 자체가 중간에서 모든 충격을 흡수하고 있었다.
‘심지어는 관절 부분 이음새조차도 뭔가로 싸 놓았군.’
러스도 바보는 아니다. 당연히 다음 방법으로 관절과 관절 사이의 틈새를 노려 보았다. 아무리 갑옷이 두껍고 강력해도 이음새만큼은 약할 테니까.
그런데 저 갑옷은 이음새조차도 처음 보는 소재로 감싸져 있었다. 블레이드 오러를 틈새에 찔러 넣을 때마다 기묘한 탄력이 느껴지며 위력이 도중에 죽어 버린다.
“울부짖어라! 엘드란!”
난처한 얼굴로 연신 도망 다니는 러스를 보며 유서스가 더더욱 엘드릴의 빛을 난사했다. 그 모습에 러스는 저 마갑의 능력이 방어 말고 다른 것도 있음을 깨달았다.
‘파괴력은 그대로지만 어째 마력이 떨어지질 않잖아? 벌써 몇 방째야, 이거?’
원래 엘드릴의 빛은 마검 엘드란이 가진 궁극의 필살기, 마검의 모든 마력을 일순간 모아 날리는 기술이다. 필살기로써 한두 번 쓸 기술이지 저렇게 난사할 수 있는 물건이 아니다.
그런데 벌써 수십 차례나 엘드릴의 빛을 쏘면서도 전혀 위력이 떨어지지 않았다. 술식 자체를 건드릴 수는 없으니 출력을 높이지는 못하지만 기존의 마력 저장량을 대폭 늘린 것이다.
“하하하하!”
유서스의 광소가 허공 가득 울렸다. 엘드릴의 빛이 비처럼 러스를 향해 쏘아졌다. 원래 엘드라드에는 엘드릴의 빛 말고도 각종 다양한 마법 술식이 저장되어 있지만 유서스는 다른 마법은 아예 시도하지도 않았다. 그저 부서지지 않는 갑옷을 믿고 최강의 일격을 난사할 뿐.
때려도 소용없고.
맞으면 끝장인데.
그 최강의 일격이 쉴 새 없이 날아온다.
러스는 치를 떨었다. 이거 어째 익숙한 느낌이 아닌가?
“이거 완전 레펜하르트 형님을 상대하는 기분이잖아? 유서스 성격에 저런 무식한 방법을 택할 거라곤 생각도 못 했는데.”
뭐, 사실은 유서스 생각이 아니라 정통 짐 언브레이커블의 후계자, 테스론의 아이디였지만.
유서스의 공격을 계속 피하며 러스는 힐끔 옆을 바라보았다.
다섯 명의 제플린 나이츠를 상대로 말로이드가 고군분투하고 있었다. 그가 이끄는 드워프 전사들 역시 탈주 노예 무리를 감싼 채 차탄의 기사들과 싸우는 중이다. 다들 잘 싸우고는 있었지만 눈치를 보니 그리 쉽게 상황이 정리될 것 같진 않았다.
곤란하다.
시간이 없다.
어쩌서인지는 몰라도, 지원군이 오지 않아 좀 시간을 벌긴 했지만 그렇다고 그 지원군이 영영 안 올 리는 없었다. 어서 저들을 이끌고 제플린을 탈출해야 하는데…….
초조해하며 러스는 침을 삼켰다.
‘젠장, 어쩌지?’
제32장 권왕대전拳王對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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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주 노예 무리를 이끌고 카다마이트는 계속 제플린 서부로 향했다.
그는 운이 좋게도 다른 이들처럼 중간에 제플린 나이츠의 습격을 받지 않았다. 원래 그쪽을 담당해야 할 제플린 나이츠가 자기 뇌물 주던 상단으로 쪼르르 달려간 덕이었다. 카를의 사전 작업은 공국 최정예라는 제플린 나이츠에게도 통용이 되었던 것이다.
하다툼이나 러스, 말로이드를 가로막은 이들은 그래도 제플린 나이츠 중 비교적 청렴한 이들이라 뇌물 무시하고 주어진 임무에 임했다. 뭐, 정확히는 뇌물은 받았는데 상황이 예사롭지 않아 그냥 무시했다는 쪽이 옳지만.
그러나 모든 제플린 나이츠들이 전부 제때 움직인 것은 아니었다. 시간 맞춘 것은 한 절반 정도? 그나마 명색이 최정예인지라 반이라도 건졌다고 해야 할 것이다. 차탄 공국 내에서 이 정도면 상당히 깨끗한 부대에 속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