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Indomitable Martial King RAW novel - chapter 255
이미 팔을 들어 올릴 힘도 남지 않은 두 사람이었다. 피도 너무 흘려 녹색 피부인 타시드가 연두색으로 변색될 지경이었다. 눈앞도 흐릿한 것이 잠깐만 집중력이 흐트러져도 바로 혼절해 다시는 못 깨어날 것 같았다.
암담해하며 러스와 타시드가 최후의 오러를 끌어냈다.
“타아앗!”
“으랏차!”
기합 소리만 요란할 뿐, 블레이드 오러의 빛은 조금도 나아지지 않았다. 이제 더 이상 긁어낼 오러도 남지 않았던 것이다.
러스가 허탈하게 웃었다.
“……하하, 빈털터리군.”
☆ ☆ ☆
한편, 레펜하르트나 이니야와 달리 아틸카는 꽤나 여유 있게 전투에 임하고 있었다.
“붉은 하늘이 너를 내리쳐 모래와 먼지가 되어…….”
기이한 춤을 추며 아틸카가 머리를 흔들었다. 땋은 머리에 매달린 작은 방울들이 딸랑거리며 기이한 소리를 냈다.
“파破의 망치가 되는도다!”
아틸카가 박수를 침과 동시에 그의 어깨 너머로 네 개의 바람이 뭉쳐 망치의 형상을 일궜다. 네 개의 망치가 할라인의 오러 유저, 카메룬 경과 테이칸의 오러 유저, 웨를을 동시에 덮쳐 갔다.
콰콰콰쾅!
폭풍의 망치 주술로 두 사람을 밀어내며 아틸카가 몸을 던졌다.
물구나무를 서며 화려한 발차기를 날린다. 카메룬의 시미터 위로 강렬한 연타가 쉴 새 없이 쏟아진다.
“과연 상아어금니! 그 전설이 거짓이 아니었구나!”
혀를 내두르며 카메룬이 공세를 피해 뒤로 물러났다. 아틸카의 사정권에서 빠져나오자마자 등이 보일 정도로 허리를 크게 뒤튼다. 그리고 강렬한 참격을 뿌렸다.
“반월참!”
카메룬의 시미터가 긴 호선을 그리며 아틸카를 노렸다. 절묘하게 타이밍을 맞춘 일격이라 미처 피할 틈도 없었다. 반달의 형상을 한 블레이드 오러가 물구나무 선 아틸카의 허리를 베어 갔다.
분명 명중했다고 카메룬이 확신한 순간이었다.
“이는 나의 피요, 살이노라!”
주술을 발동한 아틸카가 물구나무선 채 갈대처럼 낭창대며 몸을 옆으로 뉘었다. 직격은 피했지만, 그래도 반월참이 그의 허리를 반 가까이 시원하게 베고 지나갔다.
하지만 아틸카는 피를 흘리지 않았다. 피가 솟구치기도 전, 시간을 되돌리는 듯 붉은 선혈이 도로 상처로 돌아가며 삽시간에 상처가 아물어 버렸다!
기겁하며 카메룬이 입을 벌렸다.
“어떻게 저런?”
아무리 트롤이라지만 말도 안 되는 재생력이었다. 다시 몸을 바로 하며 아틸카가 히죽 웃었다. 그가 발동한 것은 혈액 구속의 술術, 원래는 심장 뽑기 의식을 할 때 생명을 보호하기 위한 주술이지만 이렇듯 전투에 응용할 수도 있는 것이다.
당황한 카메룬 대신 웨를 경이 롱 소드를 찔러 갔다.
“질풍 찌르기!”
바람을 가르며 블레이드 오러가 날카로운 송곳 형태로 가공되어 찔러 왔다. 아틸카가 허리를 기묘하게 비틀며 찌르기를 피했다. 그리고 대뜸 웨를을 향해 얼굴을 내밀었다.
“헙!”
박치기를 하려나 싶어 대비하던 웨를의 눈동자가 일순 흔들렸다.
‘으윽?’
원래 인간은 팔다리를 이용한 것 외의 공격에 익숙하지 않다. 무기는 팔의 연장이고, 팔꿈치나 무릎 역시 사지의 일부다. 여기서 더 공격 방식을 더해 봤자 몸통 박치기나 어깨치기, 박치기 정도가 전부다. 뭐, 대륙 어딘가에는 엉덩이로 사람 패는 기괴한 무술도 있다는데 그건 진짜 흔치 않은 경우다.
하지만 아틸카의 공격은 저 어떤 범주에도 들지 않았다. 그는 지금 이마로 들이받은 게 아니라, 주걱턱을 들어 올리며 그 긴 어금니를 휘둘러 웨를의 목덜미를 노린 것이다!
휘이익!
주술력이 깃든 긴 어금니가 두 자루 칼날이 되어 웨를의 목을 베어 갔다. 전혀 상상치도 못한 곳에서 날아온 공격이라 도저히 방어가 불가능하다. 그 순간 잽싸게 머리를 뒤로 틀었지만 완전히 피하지 못했다.
선혈이 튀며 목덜미가 붉게 물들었다.
“크으…….”
신음을 흘리며 웨를은 잽싸게 오러로 목을 지혈했다. 그 틈에 아틸카가 자세를 바로 하고 두 자루 단봉을 든 채 맹수처럼 몸을 굽혔다.
웨를이 중얼거렸다.
“해괴한 공격이로다…….”
카메룬이 경각심을 담아 말했다.
“상대는 몬스터요. 인간을 상대하는 감각은 통하지 않소!”
기세를 가다듬고 또다시 카메룬과 웨를이 좌우에서 아틸카를 덮쳐 갔다. 단봉에 깃든 주술력이 발동되며 무형의 기운이 뻗어 나와 블레이드 오러와 충돌했다. 연거푸 폭음이 울렸다.
카메룬과 웨를의 이마에 점점 땀방울이 맺혔다. 둘이서 전력을 다해 공격하고 있는데도 저 괴물 트롤은 조금도 밀리는 기색을 보이지 않고 있었다. 심지어 아직 땀도 흘리지 않는 것이, 전혀 지치지도 않은 기색이다!
카메룬 경이 눈살을 찌푸렸다.
‘카피르 말에 의하면 셋이서 상대할 만했다던데…… 이건 그 정도가 아니지 않은가?’
이 자식! 혹시 혼날까 봐 거짓말한 거냐? 카메룬은 카피르 경의 먼 친척으로 형님뻘 정도의 나이였다. 게다가 같은 왕국의 선배 오러 유저이기도 하다. 돌아가면 카피르 놈 경을 치겠다고 다짐하며 카메룬이 이를 빠드득 갈았다.
하나, 사실 이것은 카메룬의 오해였다.
예전 아틸카는 레펜하르트와 처음 조우 시, 오러 유저 카피르 경을 비롯해 7서클의 고위 마법사와 강력한 세이어의 신관을 상대로 맞서 싸운 적이 있다. 그때 아틸카는 분명 저 세 사람의 합공을 감당치 못하고 뒤로 물러났다.
하지만 두 오러 유저와의 전투에서는 오히려 승기를 붙잡고 있다.
이는 카메룬과 웨를의 합공이 저 세 사람보다 약해서가 아니었다. 아마도 이들과 카피르 일행이 싸운다면 카메룬 쪽의 압승일 터다.
상성의 문제였다.
신관의 강력한 신성 주문은 트롤 주술의 발동을 도중에 막을 수 있고, 마법사의 고위 마법은 속성을 변화시켜 다양한 트롤 주술의 억제력이 된다. 반면 주술을 간접적으로 억제할 방법이 없는 오러 유저가 상대라면 모든 트롤 주술을 부담 없이 구사할 수 있다.
트롤 주술을 바탕으로 싸우는 아틸카에겐 오히려 오러 유저‘만’ 있는 쪽이 상대하기 편한 것이다.
게다가 아틸카의 움직임은 현 대륙의 무술과 전혀 궤를 달리한다. 어차피 멀리서 지원하는 마법사나 신관이야 상대하는 데 별 차이가 없겠지만, 오러 유저 입장은 달랐다. 이제껏 해 오던 전투와는 너무도 다른 싸움 방식에 카메룬도 웨를도 허둥댈 수밖에 없었다.
그렇다 해도 이들 역시 평생을 전장에서 살아온 무인 중의 무인, 밀리는 기색은 있지만 그렇다고 쉽게 승기를 내어 주지는 않는다.
카메룬이 다시금 시미터를 휘두르며 온몸을 크게 회전시켰다.
“반월참!”
반월의 블레이드 오러가 떠올라 아틸카의 정면에 쇄도했다. 아틸카가 단봉을 휘두르며 공격을 피한 뒤 반격하려는 바로 그때였다.
카메룬이 내려치기를 날리며 오러 스킬을 연계했다.
“낙월落月!”
오러 웨이브가 일어나 날아간 반월참과 결합하며 공격 궤도를 바꿨다. 빗나간 반월참이 조각조각 깨지더니 아틸카의 전신으로 쏟아졌다.
놀란 아틸카가 주술의 돌풍을 일으켜 대부분의 공세를 튕겨 냈지만, 그래도 모두 피하진 못해 팔다리 여기저기가 깊숙이 베였다.
웨를도 가만있지 않았다. 낙월의 기세 속으로 파고들며 또다시 질풍 찌르기를 날린다. 아틸카가 단봉을 교차해 막는 순간 웨를의 검세가 변화했다.
“타아앗!”
찔러 가는 블레이드 오러 위로 시뻘건 발톱이 솟구쳐 아틸카의 목을 베려 달려들었다. 찌르기와 베기가 연계되며 수십 개의 검광이 폭풍처럼 휘몰아친다.
질풍의 찌르기에 이은 혈풍의 베기, 그리고 폭풍의 연검!
웨를이 자랑하는 3단 연격이었다.
참격의 폭풍 속에서 아틸카의 쌍수 단봉이 현란하게 움직였다. 오른쪽은 빙빙 돌리고 왼쪽은 손목의 스냅을 이용, 회초리처럼 빠르게 탄력적으로 휘두른다.
“호로로로로로…….”
허밍을 흘리며 아틸카는 공세 속으로 몸을 던졌다. 타격 완화의 주술로 몸을 보호하며 두 자루 단봉으로 중요한 공격만 걷어 내고 스치는 부분은 그냥 몸으로 때운다. 반격에 나선 아틸카가 기술을 날린 카메룬의 어깨를 후려갈기며 동시에 반대발로 킥을 날려 웨를의 명치를 걷어찼다.
“컥!”
“으윽!”
어깨를 늘어트리며 카메룬이 뒤로 물러섰다. 웨를도 울컥 피를 토하며 살짝 무릎을 굽혔다. 두 사람 다 질린 얼굴로 아틸카를 노려보았다.
벌써 몇 번이나 참격과 타격을 주고받았다.
그리고 그때마다 서로의 상처가 늘어 갔다.
하지만 지금 고통과 피로를 느끼고 있는 것은 카메룬과 웨를뿐이었다. 저 저주받을 괴물 트롤은 강력한 재생력으로 어지간한 상처는 모조리 지워 버리는 것이다. 더구나 얼마나 체력이 좋은지 여전히 움직임이 팔팔하다. 전혀 지친 기색이 없다!
“크으…… 괴물 놈.”
“대체 어떻게 해야 저놈을 해치울 수 있단 말인가…….”
레펜하르트는 기술에 섬세함이 없어 고전하고 있다.
이니야는 지구력과 체력이 떨어져 고전하고 있다.
하지만 아틸카에겐 저런 약점이 없는 것이다. 그는 레펜하르트 같은 강인한 체력에 이니야 같은 섬세한 주술과 체술 실력을 지니고 있으며 트롤다운 재생력도 가지고 있었다. 단지 두 사람보다 일격의 파괴력이 떨어져 아직까지 카메룬과 웨를을 쓰러뜨리지 못했을 뿐이다.
두 인간 오러 유저를 보며 아틸카가 눈을 빛냈다.
‘둘 다 지쳤군. 슬슬 끝장을 보고 저쪽을 도우러 가야겠어.’
그렇게 필살의 일격을 준비하며 눈치를 보고 있을 때였다. 문득 그의 얼굴이 흉악하게 일그러졌다.
‘이 기운은 대체?’
아틸카가 어금니를 길게 휘두르며 고개를 돌렸다. 러스와 타시드가 상대하던 두 오러 유저, 방금까지만 해도 별것 없던 그들의 기세가 갑자기 월등히 강해진 것이다.
폭발하는 듯한 오러가 여기까지 피부로 와 닿는다. 도저히 지금의 러스나 타시드가 감당할 수 있을 만한 기운이 아니다!
“구해야 한다!”
다급해진 아틸카의 두 눈이 시뻘겋게 빛나기 시작했다.
4
아틸카는 손톱으로 가슴팍을 길게 그었다. 동시에 야수 같은 포효를 터트렸다.
“크허어어엉!”
그의 전신이 무서운 속도로 부풀어 올랐다. 뼈가 길어지고 근육이 터질듯 팽창하며 두 눈이 핏빛으로 시뻘겋게 물들어 붉은 안광을 흩뿌렸다. 검은 그림자가 카메룬과 웨를의 전신을 뒤덮었다. 두 사람의 눈동자에 경악의 빛이 떠올랐다.
신장 2미터 정도였던 아틸카, 그가 순식간에 4미터에 달하는 어마어마한 거인이 되어 눈앞에 서 있었다.
“뭐, 뭐지?”
웨를의 비명에 카메룬이 다급하게 소리쳤다.
“젠장! 트롤의 광폭화다!”
생명이 경각에 달한 트롤이 자신의 모든 재생력을 폭주시켜 모든 능력을 몇 배로 증폭시키는 종족 특기, 광폭화를 아틸카가 시도한 것이다.
광폭화된 트롤은 자신의 안위조차 돌보지 않고 적아조차 구별 못 하며 죽을 때까지 날뛰는 광전사가 된다. 카메룬은 공포를 느꼈다. 지금도 밀리고 있는데 저기서 몇 배나 강해진다면 대체 어떻게 상대하란 말인가?
죽음을 각오하며 카메룬과 웨를이 모든 정신을 아틸카에게 집중할 때였다.
“크아아!”
괴성을 지르며 갑자기 아틸카가 그들에게서 등을 돌리고 반대편으로 뛰어갔다. 카메룬이 순간 황당해했다. 광폭화된 트롤이 눈앞의 적에게서 등을 돌린다는 소리는 들어 본 적이 없었다.
“……어?”
일반적인 상식과 달리, 아틸카는 이성을 잃지 않았다. 광폭화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명철한 정신을 유지하고 있었다.
원래 트롤의 광폭화는 스스로 제어할 수 없는 것, 한번 발동하면 죽을 때까지 돌이킬 수 없는 양날의 검이다. 평소의 몇 배나 되는 능력을 얻는 대신 지성도 생명도 태우는 괴물이 된다. 절대 스스로의 힘으로는 원래대로 돌아올 수가 없다. 타인에 의해 제압되지 않는 이상, 생명력을 모두 소진해 죽을 때까지 날뛰게 되어 버린다.
인간들은 광폭화된 트롤들을 보며 공포에 떨지만 사실 트롤들에게 있어서도 광폭화란 두려움의 대상이었다. 아무리 강해지면 무엇하는가? 힘 다 떨어지면 죽는데. 트롤에게 광폭화란 ‘자살’의 동의어나 다름없는 것이다.
그러나 아틸카는 강력한 주술의 힘으로 광폭화 상태에서도 자신의 정신을 보호하고 있었다. 수많은 구루 중에서도 오직 그만이 터득한 트롤 주술의 비전 중 비전, 명정광폭화明淨狂暴化였다.
“크아아아!”
명정광폭화를 건 채 아틸카는 포효를 터트리며 내달렸다. 목표는 저기 있는 두 인간 오러 유저, 러스와 타시드의 목을 베려는 데크릴과 마라드였다.
그 사실을 깨달은 웨를이 뒤늦게 몸을 날렸다.
“아차!”
잽싸게 거리를 좁히며 웨를이 블레이드 오러를 뿜었다. 등을 돌린 아틸카의 전신이 허점투성이였다. 안 그래도 덩치도 4미터 가까이 커졌으니 맞추기도 쉽다. 질풍의 찌르기가 아틸카의 등 근육을 후벼 팠다.
푸욱!
선혈이 튀었지만 아틸카는 요동도 하지 않았다. 두꺼운 근육이 육체를 보호해 급소까지 블레이드 오러가 닿지를 않았다. 괜히 아틸카가 위험한 광폭화를 시도한 것이 아니다. 적 앞에서 등을 돌리려면 이 정도 내구력은 필요한 것이다.
카메룬도 얼른 뒤를 따르려 했다. 그때 멀리서 레펜하르트가 그를 견제했다. 아무리 광폭화했다지만 아틸카에게 네 명의 오러 유저를 상대하게 할 순 없었다. 이쪽이 한 명쯤은 더 맡아 줘야 했다.
“연환 기격탄!”
르카완과 게블릭을 상대하면서도 용케 레펜하르트가 수십 개의 오러탄을 날렸다. 기격탄을 일일이 튕겨 낸 뒤 카메룬은 잠시 갈등했다.
어느새 아틸카는 데크릴과 마라드를 가로막고 그들과 사투를 벌이고 있었다. 웨를도 이미 합세했다.
‘광폭화되어 몇 배나 강해진 상아어금니라지만 오러 유저 셋을 상대하는 것은 쉽지 않을 터.’
고심한 뒤 카메룬은 레펜하르트에게 칼끝을 돌렸다. 이 상황에선 차라리 빨리 권왕을 처리하고 저쪽을 돕는 것이 더 합리적이란 판단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