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Indomitable Martial King RAW novel - chapter 257
“다크 노아!”
이중 원반의 형태로 오러의 광륜을 구현, 상부와 하부가 반대로 회전시켜 절삭력과 파괴력을 몇 배로 높이는 크로아틀의 궁극기가 그 뒤를 따랐다.
하지만 두 사람의 비기는 이내 앱솔루트 스피어의 궤적에 휩싸이며 아침 이슬처럼 소멸되어 버렸다. 가차 없이 두 개의 오러를 깔아뭉개며 백색 섬광이 순식간에 왈그란을 덮치고 크로아틀까지 관통해 지나갔다.
쿠쿠쿠쿵!
폭음과 함께 왈그란의 전신이 박살이 나 흩어졌다. 피 보라가 시뻘겋게 피어올랐다. 몇십 년 동안이나 바실리 왕국에서 위명을 떨치던 강력한 오러 유저가 단 일격에 즉사해 버렸다!
“맙소사!”
다른 오러 유저들이 기겁해 그쪽을 돌아보았다. 크로아틀은 그나마 좀 나아 간신히 숨은 붙어 있었지만 전신이 뒤틀린 채 바닥에 널브러져 있었다. 심각한 빈사 상태였다.
레펜하르트도 놀라 눈을 껌뻑였다.
지금 선보인 이니야의 앱솔루트 스피어는 그 위력이 실로 엄청났다. 적어도 관통력만큼은 그의 캘러미티 혼과 비교해도 별로 뒤떨어지지 않아 보인다.
‘어, 이니야가 저렇게 강했던가?’
레펜하르트에게 있어 전생의 이니야는 그저 보기 드문 엘프 오러 유저이자 강력한 동맹이었을 뿐이다. 오러 유저니 당연히 강할 거라 짐작은 했지만, 마법사였던 그로서는 그녀가 어느 정도 수준인지 측량하기가 힘들었던 것이다. 워낙 성격이 까칠하다 보니 별로 친하지도 않아 자주 얼굴 보지도 못했었고.
그래서 대충 전생 때의 시리스보다 조금 약한 정도라 생각했다. 실제로 당시에는 계속 힘을 키운 시리스가 결국 이니야를 능가하며 엘프 최강으로 군림하고 있었다.
하지만 막상 오러 유저가 되고 나니 이니야의 힘이 확실히 느껴진다. 저 정도면 족히 오크 대전사 시절의 타시드와도 맞먹을 실력이다!
‘아니, 대체 왜 당시에 시리스에게 밀린 거야?’
여기에 레펜하르트가 모르는 부분이 있었다. 그가 이니야를 처음 만난 것은 북해에서 정령술의 자료를 얻을 때였다. 그 후 다시 조우한 건 이미 10년도 넘게 지난 후, 안타레스 제국을 세우고 한창 대륙을 상대로 싸울 때다.
그때의 이니야는 이미 전성기의 그녀가 아니었다.
암흑제국 안타레스의 준동으로 인해 대륙 전체가 이종족에 대한 증오를 불태우던 시기였다. 예전처럼 야생의 엘프를 그저 돈이나 벌려고 포획하는 것이 아니라, 아예 씨를 말리기 위해 군대를 동원하던 시대였다.
당시의 이니야는 수천의 인간을 상대로 오지의 엘프들을 지키며 홀로 고군분투하고 있었다. 그 와중에 수많은 인간 오러 유저와 사투를 벌이기도 했다. 그녀의 손에 죽어 간 오러 유저는 무려 일곱, 하나같이 대륙을 떨쳐 울리던 강자들이었다.
사투를 마칠 때마다 그녀의 육체는 상처 입고 병들어 갔다. 부상은 두고두고 이니야를 괴롭혔다. 제국에 합류했을 즈음엔 이미 지닌 기량이 전성기의 절반 정도밖에 남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눈의 여왕이라는 별명답게 이니야는 절대 자신의 쇠약함을 드러내지 않았다. 비록 약해지고 병들었을지언정 언제나 당당하고 강인한 모습만을 보였다. 그리고 제국 말기 전쟁 도중 수십 명의 오러 유저와 마법사, 신관들에게 둘러싸인 채 고고하게 죽어 갔다.
한 번도 속사정을 드러낸 적이 없었으니 레펜하르트가 저런 내막을 알 수 있을 리 없는 것이다. 뭐, 현재는 속사정은 고사하고 속살을 못 드러내 안달인 여자가 되었지만 당시의 이니야는 분명 레펜하르트와 거리를 두고 있었다.
어쨌거나, 저 일격으로 이니야는 한 방에 두 명의 오러 유저를 쓰러뜨려 버렸다. 그 위력에 레펜하르트를 상대하던 이들이 잠시 한눈을 팔았다.
아까부터 기회를 노리고 있던 것은 이니야뿐만이 아니다.
“좋아!”
쾌재를 부르며 레펜하르트가 바로 무릎을 굽혀 주먹을 허리로 가져갔다. 다섯 개의 오러 파문이 팔뚝을 따라 약동하며 떠오른다.
이미 하이브리드 캘러미티 혼을 통해 저 오러의 고리가 어떤 파괴력을 낳는지 보았다. 집중력이 흩어졌던 오러 유저들이 아차 싶어 대응했다.
“샛별의 고리!”
르카완이 모닝 스타를 휘두르며 광륜을 쏘았고.
“가이아 브레이커!”
게블릭이 전력을 다해 강검의 블레이드 오러를 준비했다.
“반월참, 잔월殘月!”
연달아 카메룬이 반월참을 쏘아 냈다. 십여 개의 반월참이 허공에 머물러 서로 응집된다.
“굉천월광轟天月光!”
응집된 월광의 오러가 광선 형태로 길게 날아갔다.
그러나 레펜하르트가 좀 더 빨랐다. 황금빛 펀치가 하늘을 때리며 뇌성의 비명을 터트렸다.
“캘러미티 혼!”
한 점으로 수렴된 다섯 개의 오러 고리가 재앙의 뿔이 되어 저들을 휩쓸었다. 권마합신까지 할 여유는 없었지만, 5중첩 캘러미티 혼만으로도 위력은 이미 경천동지!
“으아아악!”
비교적 실력이 낮은 편인 르카완은 채 피하지도 못했다. 정면으로 황금빛 섬광에 휩싸이더니 그대로 붉은 가루가 되어 흩어졌다.
비껴 맞은 남은 두 사람도 비참한 처지가 되었다. 최대한 몸을 보호하며 최강의 기술로 맞서 위력을 상쇄시켰지만 그럼에도 게블릭의 한쪽 다리가 날아갔고 카메룬의 오른팔이 증발해 버렸다.
“으으, 강하구나, 권왕!”
피를 토하며 소리치더니 게블릭이 그대로 혼절했다.
팔을 지혈하며 카메룬이 휘청거렸다. 정말 엄청난 위력이었다. 최대한 몸을 빼 비껴 맞았는데도 방어한 오른팔이 통째로 날아가다니? 간신히 기절은 면했지만 점점 눈앞이 흐려진다.
“이런…….”
이 변고에 아틸카를 상대하던 세 오러 유저가 몸을 빼 쓰러진 이들에게 다가갔다. 아틸카가 안도의 한숨을 쉬며 명정광폭화를 풀었다. 안 그래도 슬슬 한계인 차였다. 아무리 정신을 보호한다 하더라도 광폭화는 육체에 심각한 무리를 주는 능력이었다.
원래의 체구로 돌아간 아틸카가 휘청거리며 레펜하르트 곁으로 자리를 옮겼다.
“아고고, 한 일주일은 꼼짝없이 요양해야겠구먼, 이거.”
흙먼지가 걷히며 대지가 다시 모습을 드러냈다. 캘러미티 혼이 스치고 간 자리에 길게 운하가 파였다. 그 끝에는 반쯤 붕괴된 언덕이 움푹 꺼진 파괴의 흔적을 드러내고 있었다.
‘으으…….’
저 가공할 파괴의 흔적을 보니 절로 사기가 뚝 떨어진다. 데크릴이 고민했다.
‘이거, 피해가 너무 크군…….’
벌써 셋이 죽고 셋이 혼절했다.
남은 이는 고작 넷, 그것도 카메룬은 한 팔을 잃어 간신히 의식만 놓지 않고 있을 뿐 도저히 싸울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남은 오러 유저들이 서로의 눈치를 보며 눈빛을 교환했다.
‘이대로 계속 싸워야 하나?’
사실, 눈치를 보는 것은 레펜하르트 쪽도 마찬가지였다.
안 그래도 몇 시간을 쉬지 않고 달려와 꽤 힘을 소모한 상태에서 시작한 전투였다. 허세 부리기 위해 늠름하게 서 있긴 했지만, 레펜하르트의 두 다리는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다. 짐 언브레이커블의 육체가 다리를 후들거릴 정도라면 정말 탈진 직전이란 소리다.
‘크으, 체력 바닥났다는 거 들통 나면 안 되는데.’
아틸카도 광폭화의 대가로 지쳐 있었고, 특히 없는 체력 다 쓴 상태에서 앱솔루트 스피어까지 날린 이니야는 반쯤 혼절해 있었다. 그저 특유의 오기로 쓰러지지 않고 버틸 뿐이었다.
그렇게 잠시 대치 상태가 이어질 때였다.
문득 그 자리의 모든 이들이 일제히 고개를 돌렸다. 그들의 시선이 모두 한 방향으로 향했다.
“앗?”
“이거…….”
저 멀리 떨어진 곳, 아까부터 광폭한 기운이 날뛰던 괴수 대결전 장소에서 지금까지와는 비교도 되지 않는 어마어마한 기운이 폭등하기 시작했다!
레펜하르트가 기겁해 중얼거렸다.
“윽! 사부? 대체 뭔 짓을 하시려고?”
5
선홍빛 블레이드 오러가 공간을 찢는다.
“죽어라, 제라드!”
황금의 정권이 하늘을 구멍 낸다.
“너나 죽어라, 바나텔!”
폭음과 함께 두 사람이 허공에서 격돌했다. 격돌 순간 대기가 진동하며 이내 양측의 등 뒤로 충격파가 뻗어 나갔다. 오러의 폭풍이 부챗살 형태로 수십 미터 밖에까지 터졌다.
아까부터 몇 번이나 되풀이하던 짓이었다. 격돌의 충격으로 인해 두 사람이 다시 뒤로 튕겨 나갔다. 자세를 고쳐 착지하며 제라드가 외쳤다.
“젠장! 아직도 힘이 남았냐, 바나텔?”
반대편에서 재차 검을 들어 겨누며 바나텔도 소리쳤다.
“네놈이야말로 지치지도 않냐? 독한 새끼!”
말은 저렇게 했지만, 두 사람도 결국은 인간이었는지 전신이 어느새 땀범벅이다.
“후우…….”
제라드가 어깨를 들썩이며 숨을 골랐다. 체력은 건재했지만 오러양이 상당히 떨어져 있었다.
“헉헉…….”
바나텔도 가슴을 헐떡였다. 오러양은 건재했지만 체력이 상당히 떨어져 있었다.
검을 든 채 바나텔은 고민했다. 역시 그와 제라드의 실력은 완전히 필적한다. 보아하니 또 사흘 밤낮을 싸우게 생겼다.
사실 이쪽도 바나텔 입장에선 그리 싫은 것만은 아니었다. 그의 경지에서 이토록 전력을 다할 일은 이미 없다고 봐야 한다. 아무리 짜증 나는 상대라지만 오직 제라드만이 그의 모든 것을 받아 줄 수 있다. 제라드와의 전투는 극도로 불쾌하면서도 극도로 황홀한, 이중적인 느낌을 주는 것이었다.
그러나 바나텔은 이곳에 놀러 온 것이 아니다. 엄연히 바슈탈론 제국의 명에 따라 오러 유저들을 이끌고 왔다.
그는 힐끔 저 멀리 떨어져 싸우는 이들을 바라보았다. 보아하니 벌써 리카본도 죽었고 몇 놈 더 쓰러졌다. 언제까지고 자신의 유희만 즐기고 있을 때가 아니었다.
하지만 제라드와 결판을 내지 않고 이 자리를 뜰 마음은 절대 없다!
바나텔이 검을 들어 세우며 자세를 취했다. 눈을 부라리며 소리쳤다.
“제라드 이놈! 더 이상 시간 낭비하지 말고 화끈하게 끝을 보자!”
제라드가 히죽 웃었다. 바나텔이 왜 저런 식으로 나오는지는 충분히 눈치채고 있었다. 아무리 관심을 안 두었다지만, 제자가 나타났다는 것 정도는 제라드도 알고 있었으니까.
‘아까부터 제자에게 두들겨 맞고 있는 저 아이들이 걱정되었겠지.’
하지만 이 대결은 그의 입맛에도 맞는 것이었다.
힘 다 떨어질 때까지 깨작깨작 공방을 주고받느니 서로 최강의 일격을 준비해 화끈하게 맞붙는다! 이 얼마나 호쾌하고 호방한 결전이란 말인가!
뒤로 풀쩍 뛰어 몇 십 미터 이상 거리를 벌리며 제라드가 외쳤다.
“그래, 얼마나 늘었는지 볼까?”
바나텔이 포효를 터트리며 검을 하늘로 쳐들었다.
“오오오오!”
선홍색 블레이드 오러가 점점 커져 갔다. 끝없이 허공을 찌르고 좌우로 늘어나며 하늘을 꿰뚫는 거대한 기둥으로 화했다. 어찌나 거대했는지, 그 기둥의 빛만으로도 세상이 온통 선홍색으로 물들었다.
직경 수십에 길이가 수백 미터에 달하는 어마어마한 크기의 블레이드 오러. 한 인간의 오러양이라고는 도저히 믿기지 않는 터무니없는 힘이다. 고금을 통틀어 오직 바나텔만이 보일 수 있는 무위였다.
아무리 앙숙이라지만, 제라드 역시 저 모습을 보니 절로 감탄이 나오지 않을 수 없었다.
‘진짜 대단하긴 대단하단 말이야.’
만약 바나텔이 다른 오러 유저처럼 응용력까지 갖추었다면, 아마도 그는 고금을 통틀어 그 누구도 대적할 수 없는 무신武神이 되었을 것이다.
그러나 제라드는 이내 고개를 저었다.
‘아니, 그랬으면 애초에 저렇게까지 오러양을 늘리지도 못했겠지.’
저것은 오로지 하나에만 특화된 이가 다른 모든 것을 포기했기에 간신히 다다를 수 있는 신의 경지다. 그의 무문 역시 비슷하지 않은가? 다른 모든 것을 포기했기에 비로소 이런 육체를 얻을 수 있었다.
“하아압!”
바나텔이 더더욱 외침을 높이며 계속 전신의 오러를 모조리 끌어냈다. 끝없이 방대한 그의 오러가 모조리 한 자루 검의 형상에 스며든다. 거대한 선홍색 블레이드 오러가 하늘과 땅을 잇는 거대한 기둥이 되었다.
세상을 가호하는 주신 세이어와 열두 신.
그중 창공의 에어리아스와 대지의 레단티 사이에서 하늘을 떠받쳐 세상을 지탱한다고 믿어지는 거신巨神이 있다. 산악과 의지, 중용의 아틀라스다.
바나텔이 보이는 신위는 그 전설을 떠올리게 했다. 그래서 세인들은 저 오러 스킬에 신의 이름을 붙여 주었다. 아틀라스 교단에서 신성모독이라며 불쾌해했지만, 교세가 그리 세지는 않다 보니 감히 검성씩이나 되는 이에게 뭐라 할 수는 없었다.
왕년 단 일격에 그라임 왕국 남부의 거성, 아스타드를 붕괴시켜 그 명성을 높인 검성 바나텔의 내려치기.
참성검斬城劍, 아틀라스의 기둥이었다.
“좋구나!”
제라드도 흥분한 얼굴로 무릎을 살짝 굽혔다. 거악을 연상케 하는 육중한 자세로 오른 주먹을 허리 뒤로 가져간다. 이내 그의 전신에서 찬란한 황금빛 오러 파문이 떠올랐다.
하나, 둘, 셋, 넷…….
파동이 순차적으로 연동되기 시작했다.
아름드리나무를 꺾고 바위를 부수는 힘이 몇 배로 증폭되며 다리를 붕괴시키고 절벽조차 뚫는 괴력으로 변한다. 종국엔 대 물리 처리가 된 성벽조차 일거에 붕괴시키는, 파성권破城拳이라 해도 모자라지 않을 가공할 위력이 되어 황금빛을 발하며 꿈틀거린다.
우우우웅!
일어 오른 오러 파동이 제라드의 오른팔로 차례로 이동하며 약동의 소리를 흘렸다.
‘아틀라스의 기둥’을 쥔 바나텔이 웃음을 흘리며 중얼거렸다.
“크큭, 저거랑 맞붙는 것도 오랜만이군.”
그의 오러 스킬, 아틀라스의 기둥은 과연 그 이름에 걸맞은 엄청난 위력을 지니고 있었다. 하지만 그 위력은 한 점에 집중된 것이 아니었다. 일국의 성도 벨 수 있는 검이지만, 단 한 사람을 상대하기에는 여전히 미약하다.
그래서 바나텔은 각고의 고생 끝에 새로운 기술을 창안했다.
오직 제라드를, 그의 캘러미티 혼을 상대하기 위해 만든 기술이었다.
“초극압축!”
아틀라스의 기둥이 순간 진동했다. 그리고 급속도로 줄어들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