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Indomitable Martial King RAW novel - chapter 265
푸른 블레이드 오러가 번쩍이며 이내 사라진다. 동시에 레펜하르트의 왼쪽 허벅지 위에서 섬광이 뿜어 나왔다.
파앗!
레펜하르트의 바지가 찢어졌다. 하지만 피가 튀지는 않았다.
러스가 혀를 찼다.
“역시, 맞힐 순 있는데 형님의 육체를 벨 수는 없군요.”
타시드도 옆에서 보며 떨떠름한 표정을 지었다.
“으음, 대단한 기술이긴 한데 위력이 너무…….”
러스의 허공검은 확실히 팬텀 블레이드 이상의 위력을 지니고 있었다. 참격을 연속으로 날리고 그 도중 오러의 위치를 바꾸는 수준을 벗어나 아예 허공을 뛰어넘어 그 자리에만 오러를 적중시키는 공격이다. 오러 유저의 상식을 초월하는, 기적이라 칭해도 좋은 엄청난 기술이었다.
하지만 여전히 문제는 있었다.
공간을 뛰어넘는 데 너무 많은 힘을 소모해 참격의 위력 자체는 기본적인 블레이드 오러 수준을 넘지 못했던 것이다. 일반인이나 평범한 오러 유저 정도라면 충분히 통하겠지만 레펜하르트 정도의 강자에게는 먹히지 않는다.
레펜하르트가 허벅지를 내려다보며 말했다.
“그래도 대단한 기술이 아닌가? 이젠 오러양만 높이면 되는 문제잖아?”
“기량이란 게 그렇게 쉽게 오르는 게 아니니까 문제지요.”
러스가 한숨을 쉬었다.
레펜하르트 말고도 러스는 이니야며 아틸카, 칼켄 등 백국의 최강자들을 상대로 허공검 수행을 위한 대련을 요청했다.
아틸카 상대로는 꽤 잘 먹혔다. 실란의 치유 능력을 믿고 독하게 손을 쓴 공격이어서, 시작하자마자 그의 왼팔에 꽤나 깊은 상처를 낼 수 있었다.
그래, 분명 먹히긴 먹혔다.
-오, 놀라운 기술이군!
감탄과 동시에 아틸카가 바로 상처를 재생해 버린 것이다.
아틸카쯤 되면 목이 잘려도 주워서 도로 붙이면 아무는 수준이다. 그러니 상처에 잔존 오러를 남겨 재생력을 방해해야 하는데, 허공검의 위력으로는 도저히 치명상을 줄 수가 없었다. 결국 흠씬 두들겨 맞았다.
이니야와 칼켄에게는 그래도 처음에는 먹혔다. 아무리 강력한 오러 가드를 펼쳐도 러스의 허공검은 공간을 넘고 근육 안쪽의 장기만을 공격할 수 있었다. 일격에 두 사람의 폐를 압박해 숨을 캑캑대게 할 수 있었다.
이니야도 칼켄도 아낌없는 칭찬을 퍼부었다.
-대단해요! 달인의 기술이에요!
-훌륭하다! 카루가 러스! 상상도 못 해 본 공격이었다!
그런데 두 번은 안 통했다.
-다 좋은데, 자세가 너무 노골적이지 않나요?
-그 허공검이란 거, 시작 전에 나 뭔가 날린다라는 티를 너무 내는데? 알고 있는 사람이면 얌전히 맞아 줄 리가 없겠어.
한번 견식하고 나니 두 사람 다 허공검을 쓸 틈 자체를 주지 않았다. 결국 또 작신작신 두들겨 맞았다.
레펜하르트가 고개를 저었다.
“기습이면 모를까, 실전에서 쓰기엔 아직 좀 일러 보인다. 두 사람 말이 맞아. 이니야의 앱솔루트 스피어나 칼켄의 날벼락 떨구기처럼, 뭔지는 몰라도 위험한 기술이라는 경각심은 확실히 느껴지거든? 생사를 건 싸움에서 오러 유저라면 누구나 그 기술을 발동하기 전에 가로막으려 들 거다.”
러스도 납득하는 표정이었다. 유서스는 오러 유저가 아니라서 잘도 먹혀 줬지만 아직 실전에서 쓰기엔 미숙한 점이 많은 것이다. 결국 다른 사람의 ‘궁극기’처럼 그걸 발동하기 위한 기량 자체를 갖추고 있지 않으면 의미가 없다.
“그래도 이게 아니면…….”
검을 쥐며 러스가 미간을 찌푸렸다. 그는 아직도 검성 바나텔의 힘을 기억하고 있었다. 도저히 상대가 되지 않던 그 절대적인 패배감을 어찌 잊을 수 있을까?
그 검성 바나텔에게 유일하게 통용되었던 것이 이 허공검이었다. 이게 아니면, 그 악몽 같은 괴물을 이길 방법이 없다!
고민하는 러스를 보며 레펜하르트가 은근한 목소리로 물었다.
“그런데…… 그 허공검으로 왜 블레이드 오러만 공간 점프를 시키는 거야? 실검으로 공간을 뛰어넘으면 안 되나?”
러스가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오러가 아니라 실검을요? 맙소사, 그건 진짜 신의 영역 아닙니까?”
에너지체인 오러를 이용해 공간을 뛰어넘는 것만 해도 현재의 상식을 초월한 기적이다. 이니야의 물질 변환도 오러를 물질화시켜 안개나 영수로 만드는 것이지, 물질을 다른 물질로 변환시키지는 못한다.
만약 그게 가능하다면 이니야는 진짜 신이 될 수도 있겠지. 돌을 빵으로 만들고 납을 황금으로 만드는, 진정한 신의 영역.
“에너지체인 오러를 공간 이동시키는 거랑, 물질인 실검을 공간 이동시키는 것은 완전 차원이 다른 문제입니다. 아무리 그래도 그런 게 가능할 리가…….”
황당하다는 표정을 짓는 러스를 보며 레펜하르트가 어깨를 으쓱였다.
“애당초 오러를 공간 이동 시키는 것도 말도 안 되는 짓 아닌가? 그런데 왜 그건 가능하고 이건 불가능하다는 거지?”
“아……?”
뭔가 깨달았다는 표정으로 러스가 멍한 얼굴을 했다. 그걸 보며 레펜하르트가 속으로 웃었다.
‘황당해할 것 없다, 러스. 네 녀석은 분명 미래에 그 경지에 다다를 테니까.’
전생의 검성, 사이러스의 허공검은 공간을 다룰 수 있었다.
단순히 에너지체인 오러를 공간 이동시키는 수준을 벗어나, 분명 물질인 실검으로 공간을 벨 수 있었다!
검성 사이러스의 가장 무서운 점은 저것이었다. 실존하는 질료가 공간을 넘는다는 것은 에너지체인 오러의 공간 이동과는 차원이 다른 문제였다. 실검이 공간을 넘는 순간, 그는 공간 자체를 절단할 수 있는 것이다.
그 어떤 마법도, 궁극의 물질도 공간 그 자체를 갈라 버리는 사이러스의 허공검을 감당할 수는 없었다. 가장 단단하다는 진금 엘드릴, 짐 언브레이커블의 육체, 심지어 마왕 레펜하르트의 다중 마법 장벽마저도 저 검은 막을 수 없었다.
위력 따위는 의미가 없었다. 일단 스치면 무조건 베이는 무적의 참격이었다.
전생을 떠올리며 레펜하르트가 고개를 부르르 떨었다.
‘떠올려 보니 새삼 그 악랄함에 치가 떨리는군. 그나마 사방 몇 미터의 협소한 영역에서만 가능해서 상대할 수 있었지…….’
그래서 레펜하르트도 절대 사이러스의 반경 10미터 이내로 들어가지 않으려 노력하며 그를 상대했다. 일단 영역 안에 들어서면 무조건 존재 자체가 잘려 버리니까.
과거를 떠올리며 레펜하르트는 러스를 훔쳐보았다. 그는 여전히 뭔가를 궁리하며 멍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뭐, 이걸 가르쳐 줬다고 당장 러스가 과거의 경지에 들어서지는 못하겠지. 하지만 화두가 던져졌으니 언젠가 그의 속에서 화려하게 개화하리라.
‘그것도 전생 때보다 좀 더 빨리.’
자리를 떠나며 레펜하르트가 러스를 격려했다.
“그럼, 고민 좀 해 보라고.”
한참 후에야, 러스가 한숨을 푹 쉬었다.
“아, 모르겠다. 뭔가 감이 온 것도 같고 아닌 것도 같고…….”
말 몇 마디 들었다고 갑자기 눈앞에 깨달음이 펼쳐질 만큼 저 경지는 얕지 않은 것이다. 결국 포기하고 러스는 타시드에게 눈짓을 했다.
“야, 한판 더 붙자.”
타시드가 흥분한 얼굴로 참마도를 든 채 다가왔다.
“러스! 그거 진짜 신기하다! 나도 한번 맛보자!”
“오냐…….”
순진무구한 친우의 눈망울을 보며 러스가 사악하게 웃었다.
안 그래도 기껏 터득한 기술 너무 안 먹혀서 이래저래 자신감이 없어진 터였다. 타시드나 패면서 자신감 좀 되찾아야겠다!
“허공검, 호라이즌!”
역시, 타시드는 아무런 반항도 못하고 이내 두들겨 맞았다.
“캑!”
절삭력을 빼고 휘두르는 거라 그냥 몽둥이나 다름없는 블레이드 오러였다. 하지만 몽둥이도 맞으면 아픈 건 똑같다.
퍽! 퍽! 퍼버버벅!
신 나게 달려든 타시드의 표정이 구겨지는 데는 채 1분도 걸리지 않았다.
“캑! 크억! 뭐 이런 게 다 있나? 막을 수도 피할 수도 없잖아!”
‘미안하네, 친구. 나도 새 기술 익힌 보람 좀 느껴 보세.’
그저 만만한 것이 타시드라, 러스는 계속 허공검을 날리며 타시드를 두들겨 댔다. 그래도 타시드를 패고 있으니 좀 위안이 되었다.
그러던 중인데…….
“으랏차!”
“어?”
타시드가 러스의 허공검을 도중에 막아 냈다. 참격을 날려 그 부분을 노린 바로 그 순간, 몸을 틀며 도로 튕겨 낸 것이다.
황당해하며 러스가 계속 허공검을 날렸다. 그런데, 어째 점점 타시드가 공격을 막아내는 횟수가 많아진다?
“얍! 얍! 으랏차! 어, 이거 재밌네?”
전혀 기척이 없는 러스의 허공검이 점점 더 타시드의 참마도에 가로막혔다.
황당한 일이었다. 허공검 자체는 전혀 궤도를 예측할 수가 없다. 레펜하르트며 칼켄, 심지어는 기교파인 아틸카나 이니야조차도 허공검의 발동 자체를 가로막았을 뿐, 일단 날린 허공검을 막을 순 없었다.
‘그런데 저놈은 이걸 왜 막는 거야?’
당황한 러스가 검을 거두고 물었다.
“야…… 너 어떻게 막았냐? 혹시 나한테 무슨 버릇 같은 거라도 있어?”
타시드가 맹한 얼굴로 고개를 갸웃거렸다.
“아니, 그런 건 아닌데 그냥…….”
“그냥 뭐?”
타시드가 옆구리를 가리켰다. 방금 러스가 허공검을 날린, 그리고 타시드가 공격을 가로막았던 위치다.
“그냥 여기를 때릴 것 같더라고.”
“그걸 어떻게 눈치챈 건데?”
타시드가 맹한 얼굴로 어깨를 으쓱거렸다.
“에…… 감으로?”
☆ ☆ ☆
퍼틴 고원의 깊은 산속, 아스티노플 공작 별장의 뒷산.
“빛나라, 파천破天의 성광, 아케인 블래스터!”
낭랑한 외침과 함께 찬란한 빛이 하늘로 솟구쳤다. 솟구친 섬광이 구름층을 뚫고 넓게 파문을 생성했다. 구름이 둥글게 밀려가며 사이로 햇살이 비쳤다.
“후후후…….”
허공에 뻗은 손을 거두며 흑발의 사내, 테스론이 웃었다. 아름다운 얼굴 위로 차가운 미소가 떠올랐다.
옆에서 그 광경을 보고 있던 적금발의 여인, 필레나가 기뻐하며 손뼉을 쳤다.
“굉장해! 테스론! 결국 8서클의 벽을 넘었구나!”
얼마나 감격했는지 필레나는 눈가에 눈물마저 맺혀 있었다.
현재 테스론의 나이는 20대 중반, 인류 역사를 통틀어 저 나이에 8서클에 들어선 마법사는 한 명도 없다. 그녀의 소꿉친구는 드디어 당당한 대마법사가 된 것이다!
“역시 테스론이야…… 오러 유저이면서 대마법사의 경지에까지 오르다니…….”
몽롱한 얼굴로 필레나는 테스론에게 경외의 시선을 보냈다. 테스론이 어깨를 들썩이며 태연하게 대꾸했다.
“뭐, 별거 아니지. 이 정도는.”
이는 테스론 자신의 재능이 아니라 어디까지나 마왕의 육체 덕분에 이룩한 경지다. 딱히 자랑스러울 일도 없는 것이다.
필레나의 얼굴이 더더욱 발그레해졌다. 세상에, 대마법사가 되고도 저토록 겸손하다니? 역시 자신이 사랑하는 남자답다.
“나, 나도 더 열심히 노력해야지!”
주먹을 꼭 쥐며 필레나는 다짐했다. 새로운 경지를 개척하고도 흥분하지 않고 차분하게 주위를 둘러보는 모습은 같은 마법사로서 본받을 가치가 있었다.
테스론이 하늘을 살피며 방금 날린 아케인 블래스터의 각도와 위력을 점검한 뒤, 손을 털고 그녀에게 다가갔다.
“너도 많이 늘었어, 필레나. 벌써 7서클 중반에는 다다른 것 같은데?”
필레나가 부끄러운 듯 몸을 꼬았다.
“다 테스론 덕이지, 뭐. 아직 멀었어.”
“흐음.”
심드렁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테스론은 필레나를 훑어보았다.
그녀는 얼굴을 붉히며 동경과 애정이 가득한 눈빛으로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다. 비록 헐렁한 로브로 감춰져 있지만 그럼에도 부드러운 몸매가 제법 드러났다.
문득 욕구가 느껴졌다.
‘으음, 그러고 보니 이 시간대로 돌아온 이후 여자를 안아 보지 못했군.’
필레나의 나이는 현재 20대 후반, 10대 소녀다운 풋풋함은 없지만 한창 여인으로서 무르익을 나이다. 아니, 솔직히 말하면 애가 워낙 순진하다 보니 나이에 안 맞게 풋풋한 느낌도 꽤 든다. 얼굴도 절세 미녀라 할 정도는 아니지만 분명 애교 있는 인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