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Indomitable Martial King RAW novel - chapter 276
제41장 사방신의 유물
1
두 일행은 멍하니 서로를 바라보았다.
평소처럼 긴장하고 있었다면 양쪽 모두 오러 유저가 있으니 기감으로 상대의 존재를 눈치챘으리라. 하지만 테스론 일행은 밥하느라 정신없었고, 레펜하르트 일행도 드디어 아는 곳이 나왔다는 기쁨 때문에 완전히 긴장을 푼 상태였다.
덕분에 전혀 예측 못 한 상황에서 두 일행이 조우하게 되었다. 너무 뜬금없다보니 순간 경계심조차도 들지 않았다.
쪼그려 앉아 스튜에 국자를 넣은 채 필레나가 눈을 깜빡였다.
“……에?”
맹한 얼굴로 실란이 중얼거렸다.
“어, 저 사람들…….”
두 일행 모두 서로를 바라보며 눈만 껌뻑껌뻑…….
뒤늦게 테스론이 기겁하며 몸을 일으켰다.
“레펜하르트!”
제이드며 크리스틴 등, 다른 이들도 허겁지겁 일어나 경계심을 높였다. 국자를 든 채 필레나가 당황해 테스론을 불렀다.
“테, 테스론?”
테스론이 포크를 던지고 검을 꺼냈다.
“레펜하르트! 네놈이 어떻게 여기에?”
“……다시 만날 줄은 알았지만 이렇게 빠를 줄은 몰랐군, 테스론. 용케도 멀쩡하구나.”
“안타레스 백국에 처박혀 있을 줄 알았는데 이상한 곳에서 만나게 되었군, 레펜하르트? 이곳에는 대체 무슨 용무지?”
“내가 할 소리다, 테스론. 왜 네놈이 여기 있나?”
둘의 시선이 허공에서 교차했다. 싸늘한 기운이 두 일행 사이로 피어났다. 잠시 주저하다 테스론이 대답했다.
“던전 탐사하는데 무슨 이유가 있겠나? 당연히 쓸 만한 아티팩트를 찾을 수 있을까 싶어 왔지. 네놈을 죽이기 위해서!”
사실은 사방신의 유물을 노리고 온 것이지만 굳이 자신의 정보를 적에게 알릴 필요는 없는 것이다.
“그러는 네놈은 왜 여기 있지, 레펜하르트?”
“나 역시 던전 탐사가로서 탐사를 왔을 뿐이지.”
레펜하르트는 심드렁하게 대꾸했다. 테스론이 왜 이곳에 있는지 뻔히 짐작이 갔다. 전생에 그는, 사방신의 유물을 찾고 나서 굳이 몰튼 모라스 던전의 위치를 기밀로 하지 않았다. 대놓고 마탑에 공표하거나 하지는 않았지만 수하들에겐 제법 정보를 흘렸다. 전생의 권왕 테스론이라면 그 정도 정보쯤은 입수했겠지.
눈을 찌푸리며 레펜하르트가 테스론을 노려보았다.
‘의뭉스러운 놈, 보나 마나 사방신의 유물 찾으러 왔으면서!’
테스론도 긴장하며 레펜하르트를 바라보았다.
‘역시 마왕도 사방신의 유물을 찾으러 온 거로군.’
두 사람의 살기가 점점 짙어지자 다른 일행들도 긴장하며 전투태세를 취했다. 이니야와 러스, 타시드가 검을 뽑고 티티마도 양손에 단검을 쥔다. 실란도 기도를 올릴 준비를 했다. 마켈린이 나직하게 중얼거렸다.
“저 청년이 테스론이군…… 원래 레펜하르트 님의…….”
다른 이들과 달리 티티마와 마켈린은 저들을 처음 본다. 티티마가 의아해했다.
“응? 레펜하르트 님의 뭐요?”
“아니, 아무것도 아닐세.”
전신의 기운을 서서히 끌어 올리며 레펜하르트가 테스론 일행의 면면을 훑어보았다. 제일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역시 소꿉친구 필레나였다.
‘그때는 어이없게 놓쳤었지. 쯧, 늙으면 어릴 적의 소꿉친구가 그리도 반갑다더니…….’
경계를 굳히며 레펜하르트는 다른 일행도 살펴보았다. 보고 있자니 참 구면들뿐이었다. 필레나에 크리스틴, 제이드에 알렉스까지…….
‘엥? 알렉스?’
기겁하며 레펜하르트는 알렉스를 바라보았다.
말도 안 된다. 어떻게 용사 알렉스가 이곳에? 그냥 얼굴만 닮은 자인가 싶었는데, 그렇게 보기엔 너무 똑같이 생겼다. 풍기는 분위기도 거의 흡사하다!
“저놈이 어떻게…….”
당황하는 레펜하르트를 보며 테스론은 속으로 웃었다. 자신도 놀랐으니 그가 안 놀랄 리가 없지. 레펜하르트의 집중력이 일순 흔들린 걸 보며 테스론이 일행 전원에게 메시지 마법을 발동했다.
‘저자가 노리는 것은 우리와 같소! 먼저 손에 넣어야 합니다!’
바로 알아듣고 필레나가 메시지를 돌려보냈다.
‘먼저 가, 테스론! 여기는 우리가 막을 테니까!’
의사가 통일되자 바로 테스론이 마법을 발동했다.
“스톰 라이트!”
눈부신 빛이 광풍을 동반하며 홀 안에 몰아쳤다. 레펜하르트 일행이 당황해 뒤로 물러서는 찰나, 테스론이 대뜸 몸을 날렸다. 홀 반대편의 위치한, 석벽으로 향하는 출구를 향해서였다.
“윽!”
그제야 상황을 눈치챈 레펜하르트가 다급하게 뒤쫓으려 참이었다. 알렉스가 블레이드 오러를 휘두르며 그 앞을 막았다.
“못 간다!”
청람색 블레이드 오러가 길게 장막을 드리우며 파괴의 힘을 떨쳤다. 바닥이 파헤쳐지며 돌가루가 튀었다. 레펜하르트의 움직임이 일순 멎었다. 그때 러스와 타시드가 각자 푸른색과 청록색 오러를 휘두르며 알렉스에게 쇄도했다.
“어림없다!”
“은인이여! 저자를 쫓으시오!”
눈치 빠르기는 레펜하르트 일행 쪽도 만만치 않다. 러스와 타시드가 알렉스의 앞을 가로막았다. 이니야가 바로 북해의 숨결을 발동했다.
사아아아!
냉기의 안개가 홀 바닥을 타고 흘렀다. 안개가 저 멀리 뛰어가는 테스론을 덮치려는 찰나, 제이드가 바로 마법을 발동시켜 냉기를 억제했다. 레이피어를 뽑아 들고 이니야가 대뜸 제이드에게 달려가 블레이드 오러를 날렸다. 은색의 검광이 제이드를 직격하는 순간이었다.
“블링크!”
외침과 함께 제이드의 모습이 사라지며 20미터 저편에 나타났다. 이니야가 눈을 크게 떴다.
‘이건 시리스 양의?’
그동안 스펠 영창을 끝낸 필레나가 일행 전체에게 광역 마법을 쏘아 댔다.
“매스 포톤 드라이버!”
수십 줄기 빛의 섬광이 머리위로 쏟아진다. 마켈린이 알 포트의 신명神名을 외치며 일행 전원에게 강력한 항마의 장벽을 씌워 주었다. 섬광이 광막에 부딪쳐 폭발했다. 메사이어를 휘두르며 크리스틴이 마켈린에게 덤벼들었다.
“죽어라! 늙은 난쟁이 놈!”
트롤 주술로 신체를 강화한 티티마가 단검을 들고 크리스틴을 가로막았다. 실란이 티티마를 향해 성호를 그으며 온갖 신성 주문을 걸어 주었다.
순식간에 난전이 벌어졌다. 블레이드 오러가 연신 파문을 뿜고 마법이 난무하며 성광이 회오리쳐 홀 안을 가득 메웠다.
그 틈새로 레펜하르트는 몸을 던졌다. 어서 선수 친 테스론을 쫓아가야 했다.
석벽 쪽 출구로 몸을 던지며 그가 소리쳤다.
“뒤를 부탁한다!”
☆ ☆ ☆
석벽 안쪽은 사방 4미터 정도의 통로로 이루어져 있었다. 연신 바닥을 박차며 레펜하르트는 무시무시한 속도로 복도를 주파했다. 잠시 후, 저 멀리서 달리고 있는 테스론의 뒷모습이 보였다.
“이놈! 테스론!”
고함을 터트리며 레펜하르트가 바로 마법을 던졌다. 십여 개의 끈끈한 마력의 거미줄을 생성되어 테스론의 발치로 날아갔다.
“벌써 쫓아왔나?”
달리면서 테스론이 스펠 영창을 시작했다. 정신 고양을 이루고 나니 마법 집중력도 한층 높아져 이젠 무빙 캐스팅도 가능한 수준이었다. 영창을 끝마친 테스론이 등 뒤로 손을 뻗었다.
“매스 디스펠!”
마력의 거미줄이 이내 해제 주문에 의해 녹아내렸다. 역시 저급한 수준의 마법이라 바로 해제가 되어 버린다. 답답해진 레펜하르트가 좀 더 고위 주문을 준비했다.
“델 라드 피레아, 솟구치는 마력의 넝쿨이여, 내 적을 감싸라! 제로 시드 인탱글!”
테스론처럼 무빙 캐스팅이 아니라 이동하는 발걸음 자체를 수인, 소매틱 삼아 캐스팅을 하는 것이었다. 굳이 따지면 족인이랄까?
달리는 테스론의 앞으로 빛이 발하며 수십 줄기의 촉수가 뻗어 나왔다. 저거면 먹히겠지 싶어 레펜하르트가 히죽 웃을 때였다.
“코어 로드 디스펠!”
타이밍 좋게 테스론이 고위 해제 주문을 날려 촉수들을 싹 날렸다. 보나마나 다음 마법이 날아올 걸 짐작하고 미리 영창 중이었던 것이다.
“엉? 8서클?”
저자식이 어느새 8서클에 다다랐단 말인가? 이쪽은 아직 7서클의 벽도 못 넘었는데!
‘아니, 생각해 보니 당연하군. 저놈이 8서클을 돌파했으니 이곳에 올 수 있었겠지.’
역시 마력 펑펑 쌓이는 자신의 몸다웠다. 이를 갈며 레펜하르트가 더더욱 속도를 높였다.
“내 머리 가져가서 신 나게 쓰는 모양인데, 나도 네 녀석 몸 신 나게 쓰고 있거든!”
본격적으로 힘을 쓰니 점점 거리가 줄어든다. 테스론이 혀를 찼다.
“쳇, 역시 신체 능력 차이가 너무 나.”
달리는 그대로 몸을 뒤로 날리며 테스론이 블레이드 오러를 뻗었다. 싯누런 오러가 회오리의 창이 되어 날아든다. 스파이럴 가드를 응용한 테스론만의 오러 스킬, 스파이럴 블레이드였다.
“흥!”
레펜하르트는 코웃음을 쳤다. 굳이 스피드를 줄일 것도 없었다. 그냥 스파이럴 가드로 튕겨 내면 된다!
폭주하는 황소처럼 오러를 튕겨 내며 레펜하르트가 계속 접근해 왔다. 테스론이 다급하게 마법을 이었다.
“플레임 캐논 & 프리즌 빔 & 소닉 버스터!”
세 종류 마법이 동시에 발동되어 레펜하르트에게 날아들었다. 하나하나가 6서클에 해당하는 강력한 주문이었다. 레펜하르트가 조금 놀랐다.
“트리플 캐스팅인가?”
그동안 마법의 경지를 한층 높인 모양이다. 새삼 현재의 자신과 테스론의 두뇌 차이가 실감이 났다.
콰콰콰콰!
좁은 복도를 가득 메우며, 화염의 광탄과 냉기의 섬광, 사물을 박살 내는 강렬한 초음파의 일격이 일제히 쏟아진다. 스파이럴 가드로 튕길 수야 있겠지만, 저 정도라면 아무래도 속도가 늦춰질 수밖에 없다.
스파이럴 가드를 펼친 채 레펜하르트가 빠르게 대응 마법을 준비했다.
“디스펠 & 인챈트 플레임!”
해제 마법과 폭염권과 동시에 준비하며 레펜하르트가 양 주먹을 뻗었다. 해제 마법으로 화염의 광탄을 해소하며 동시에 폭염권으로 냉기의 섬광을 녹여 버린다. 소닉 버스터는 스파이럴 가드로 그냥 때워 버렸다.
위력을 분산시켜 방어하며 레펜하르트는 조금도 속력이 떨어지지 않은 채 테스론의 뒤를 바짝 쫓았다. 테스론이 기가 차 중얼거렸다.
“맙소사, 더블 캐스팅?”
비록 적이지만 새삼 감탄이 나왔다.
‘내 머리로 저게 돼? 역시 인간의 잠재력은 무궁무진한가?’
뭐, 사실 잠재력이 무궁무진하다기보다는 그만큼 레펜하르트가 억지로 개조했다는 쪽이 옳겠다.
엘류시온의 목소리로 열심히 수행한 덕에 분명 레펜하르트의 두뇌는 엄청나게 발달했다. 심지어 더블 캐스팅이 될 정도로.
하도 레펜하르트가 자기 원래 머리와 비교해서 쓸모없다고 타박하는데, 사실 현재 ‘테스론 헤드’면 충분히 천재 축에 드는 것이다. 원 테스론의 두뇌에 비하면 원숭이가 인간이 된 수준이라고 해도 무방할 터였다.
‘슬픈 점은, 그렇게 어마어마하게 단련이 되어서 그나마 이 정도라는 것이지만.’
원래 테스론의 머리도 그럭저럭 일반인 수준은 되었지만 마법사가 되려면 일반인이 보기엔 천재 수준이어야 가능하다. 하물며 그 마법사들조차도 기겁한 원 레펜하르트의 두뇌는 오죽할까?
여전히 그의 영혼이 담은 지식을 소화하기엔 한참 모자란 수준인 것이다. 앞으로 몇십 년을 계속 이렇게 단련하면 결국은 어느 정도 예전의 능력을 되찾겠지만…….
‘고작 몇 년으론 역시 무리지.’
속으로 구시렁대며 레펜하르트는 열심히 테스론을 추적했다. 쉴 새 없이 이동하며 연신 오러와 마법을 서로에게 퍼부어 댄다. 두 사람이 지나갈 때마다 복도 여기저기서 악마며 악령들이 출몰했다.
“크아아! 이곳은…….”
“산 자여…… 죽여 주…….”
그럴듯하게 나타나서 뭔가 그럴듯한 말을 하려 하긴 했는데, 두 사람의 스피드가 너무 빨랐다. 막 출몰해 뭘 해 보기도 전에 레펜하르트와 테스론이 휙휙 지나가버린다. 닭 쫒던 개꼴이 된 악마와 악령들이 뒤늦게 포효하며 두 사람을 쫓아갔다.
물론 쫓아가 봤자 좋은 꼴 볼 일은 없었다.
“에잉! 귀찮게! 기격포!”
뒤쫓아 오는 놈들은 레펜하르트의 기격포 맞고 펑펑 날아갔고.
“하찮은 놈들이 감히! 스파이럴 블레이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