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Indomitable Martial King RAW novel - chapter 281
테스론이 주먹을 허리 뒤로 가져갔다. 다섯 개의 오러 파문이 떠올라 드라칸의 금속 팔뚝을 휘감았다. 순간 기겁해 레펜하르트가 소리쳤다.
“잠깐! 지금 뭐 하려고?”
테스론이 기세등등하게 외쳤다.
“왜? 사방신의 유물 때문에 네놈을 공격 못 할 줄 알았나?”
어차피 그가 사방신의 유물을 찾으려 한 것은 마왕의 손에 들어가지 못하게 하기 위함이었다. 그냥 여기서 마왕을 죽여 버리면 굳이 유물을 탐낼 필요가 없는 것이다.
“바보짓 했구나, 레펜하르트! 그 통로에서 그냥 캘러미티 혼을 날렸다면 날 쓰러뜨릴 수도 있었을 것을!”
통로에서 기습한 일을 지적하며 테스론이 비웃었다. 레펜하르트가 눈을 부릅떴다.
“그, 그게 아니라!”
그 와중에도 테스론의 캘러미티 혼은 완성되고 있었다. 어이없게도 레펜하르트는 맞서서 캘러미티 혼을 준비하지 않았다. 그저 연신 당황하는 표정만 보일 뿐이다. 잠깐 의아했지만 테스론은 이내 잡념을 머리에서 지웠다.
그리고, 눈앞의 ‘인류의 적’을 향해 5중첩 캘러미티 혼을 장대하게 쏘아 냈다.
“캘러미티 혼!”
“이 미친놈!”
레펜하르트의 비명과 함께 싯누런 오러가 파괴의 섬광이 되어 쏘아진다. 사색이 된 러스가 한 발 앞으로 내밀며 허공을 크게 베었다.
“허공검, 호라이즌!”
드라칸의 목에 푸른 섬광이 튀었다. 러스의 블레이드 오러가 공간을 뛰어넘어 드라칸의 목을 친 것이다.
만약 드래고닉 발러 아머가 평범한 마갑이었다면 이걸로 일격에 목이 잘렸으리라. 하지만 장착형 고렘 시리즈는 단순한 갑옷이 아니라 아티팩트의 에너지를 시전자와 동화해 자신의 육체처럼 만들어 주는 기물 중의 기물이다. 짐 언브레이커블의 육체처럼 내외가 모두 충실한 에너지로 가득 차 있는 것이다. 그래서 테스론도 목이 베이지 않고 대신 몽둥이로 맞은 것처럼 육중한 통증만을 느꼈다.
“윽!”
하지만, 그 덕분에 캘러미티 혼이 살짝 뒤틀렸다.
콰콰콰쾅!
레펜하르트 일행을 뒤덮으려던 싯누런 섬광이 궤도를 뒤틀며 공동 아래쪽으로 향했다. 파괴의 힘이 용암의 강에 파묻히며 웅장한 폭발을 일으켰다. 공동 전체가 진동하며 굉음이 메아리쳤다.
주먹을 거두며 테스론이 인상을 썼다.
“크윽, 사이러스가 벌써 허공검을 익혔어?”
알렉스가 블레이드 오러를 날려 러스를 도로 뒤로 밀어냈다. 테스론이 다시 캘러미티 혼을 준비하려 했다.
콰아앙!
갑자기 공동 여기저기가 터지며 용암이 분출했다. 가공할 열기가 공기를 후끈 달구었다. 점점 발밑의 진동이 거세지며 지진이 일어나 세상이 흔들린다. 그 자리의 모두가 당황하며 주위를 둘러보았다. 당장이라도 공동이 무너질 듯한 광경이었다.
레펜하르트가 욕을 퍼부었다.
“이 멍청한 놈아! 여기서 캘러미티 혼을 쓰면 어떡해! 여긴 화산 속이라고!”
레펜하르트가 바보라서 스트레이트 캐논으로 테스론을 저지하기만 한 것이 아니다. 캘러미티 혼의 위력은 너무 가공한 데다가 조절이 되지도 않는다. 그런 엄청난 에너지가 만약 용맥을 자극하기라도 하면 안 그래도 불안한 화산이 분화해 버리는 것이다.
‘그래서 저쪽에서도 캘러미티 혼 안 쓴 건데! 쓰는 척 페인트만 건 건데! 그걸 저 정신 나간 놈이 대뜸 갈겨 버리다니!’
발밑을 흐르는 용암의 강이 폭풍을 만난 것처럼 요동쳤다. 시뻘건 열기의 파도가 쉴 새 없이 몰아친다. 주위를 둘러보며 테스론도 잠시 당황했다. 하지만 그는 이내 침착함을 되찾았다.
“그럼 더욱 빨리 네놈을 해치우고 빠져나가야겠구나, 마왕!”
테스론이 다시 허리 뒤로 주먹을 가져갔다. 이니야가 허겁지겁 은색 오러를 흩뿌렸다. 러스와 타시드도 반격에 나섰다. 삼색의 블레이드 오러가 드라칸을 노리고 날아들었다.
테스론이 외쳤다.
“막아! 알렉스!”
“알았다.”
앞을 가로막고 알렉스가 전신에서 빛을 발했다. 마력과 신성력, 오러가 융합되어 삼위일체의 강력한 오러 실드가 펼쳐졌다. 양측의 오러가 충돌해 파문을 일으켰다. 그 여파로 공동이 더더욱 흔들리며 용암의 강 여기저기서 불기둥이 치솟았다.
콰콰쾅!
“젠장!”
레펜하르트도 몸을 날렸다. 냉기와 질풍을 양손에 머금은 채 연달아 기격탄을 쏘아 냈다. 수십 개의 기격탄이 테스론의 주위를 감쌌다. 캘러미티 혼을 포기하고 테스론이 허공으로 날아올랐다. 순간 레펜하르트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저지했나?’
그때였다. 허공의 테스론이 빙글 몸을 돌렸다. 드라칸의 발밑에 빛의 마법진이 생기며 두 다리를 굳건히 박쳤다.
레펜하르트는 경악했다. 대지를 디딘 것처럼 안정적인 자세가 된 것이다.
테스론이 히죽 웃었다.
“끝이다, 레펜하르트.”
다섯 개의 오러 파문이 한 점으로 수렴되며 허공을 가격했다.
“캘러미티 혼!”
아무런 방해도 받지 않은 짐 언브레이커블 최강의 비기가, 조금의 흔들림도 없이 레펜하르트를 노리고 쇄도했다!
☆ ☆ ☆
눈앞이 진황색으로 물든다.
5중첩 캘러미티 혼, 그 절대적인 파괴의 힘이 빛이 되어 날아온다.
상쇄시키기엔 이미 늦었다. 권마합신은 물론, 그냥 캘러미티 혼을 준비할 여유조차 없다.
마법 장벽으로도 소용없다. 4중첩 캘러미티 혼으로 상쇄시키고 온갖 다중 역장결계를 펼치고도 채 막지 못했던 일격이었다. 이제 와서 마법만으로 막는 것은 어림없는 소리다. 어떤 마법을 펼쳐도 저 죽음의 일격은 막을 수 없다!
“크윽!”
절대적 죽음의 빛을 눈앞에 둔 레펜하르트가 이를 갈았다. 아직 빠져나갈 방법이 딱 하나 남아 있었다. 그리고 그 방법은, 정상적인 마법사라면 결코 선택하지 않을 것이었다.
하지만 살다 보면 안 되는 줄 알면서도 해야 할 때가 있는 법…….
‘밑져야 본전이다!’
이래 죽건 저래 죽건 마찬가지라면 시도나 해 보고 죽겠다!
레펜하르트가 사방신의 유물을 든 왼손에 정신을 집중하며 소리쳤다.
“동조동기화!”
사방신의 유물, 그곳에 새겨진 온갖 금속 회로가 빛을 발했다. 돌기가 진동하며 강렬한 에너지가 흘러나와 레펜하르트의 의지에 깃들었다.
세상을 뒤흔들 강대한 마력이 그의 것이 된다.
죽음을 앞에 두고 주마등이 펼쳐지며 영혼이 지닌 모든 지식과 지혜가 일순 폭주한다.
두뇌에 과부하가 걸리며 성능 이상의 연산이 연거푸 일어나 뇌신경을 바짝바짝 태운다.
머리 가득 섬광과 전격이 튀며 극심한 고통이 일어난다.
주위를 감싸는 모든 마나가 그의 통제하에 들어온다.
이 모든 것이 찰나의 순간에 이루어진 일이었다. 날아드는 5중첩 캘러미티 혼, 그것을 향해 오른손가락을 내밀며 레펜하르트가 힘겹게 중얼거렸다.
“대이적 마법, 인피니티 게이트.”
공간이 갈라지며 모든 마법의 경지를 뛰어넘은 위대한 10서클의 권능이 발동했다.
4
어둠의 장막이 펼쳐졌다. 모든 빛을 빨아들일 듯 순결한 어둠이었다.
어둠이 빛의 섬광을 받아 냈다. 섬광이 어둠의 장막 위를 미끄러지며 한 점으로 맹렬히 흡수되었다. 캘러미티 혼의 모든 파괴력이 어둠에 휩싸여 소멸을 시작했다. 그 장대한 파괴력이 모조리 어둠으로 스며들며 한 톨의 힘조차 현세에 남기지 않는다.
광풍이 휘몰아쳐 전당을 가득 메웠다. 흩날리는 머리칼 사이로 눈앞의 광경을 보며 필레나가 입을 쩍 벌렸다.
“……이공간을 열었어?”
그토록 가공하던 캘러미티 혼의 모든 파괴력이 자연스럽게 어둠 속 아공간 너머로 사라지고 있었다. 믿을 수 없는 일이었다. 시간과 공간, 물질의 근원을 흔드는 것은 인간에게 허락된 힘이 아니다.
그야말로 신의 힘이 아닌가!
“맙소사…….”
테스론의 안색도 사색이 되었다. 저 초월역장, 인피니티 게이트는 그 역시 잘 알고 있었다.
잊을 수가 없었다. 전생의 자신이 날렸던 7중첩 캘러미티 혼을 허무하게 집어삼키던 저 어둠을 어찌 잊을 수 있을까?
‘말도 안 돼! 마왕이 힘을 되찾았어?’
순간 레펜하르트가 칠공에서 피를 흘렸다. 굳건하던 강철의 육체 여기저기가 갈라지며 분수처럼 선혈이 튀었다. 앙다문 입에서 극심한 신음이 흘러나왔다.
“으으으…….”
원래 사방신의 유물은 온갖 동기화, 동조화를 걸쳐 시전자의 마력을 각인시켜야 비로소 사용할 수 있는 기물이었다. 그래서 전생의 레펜하르트도 사방신의 유물을 자기 것으로 만들기 위해 사흘 동안 의식을 거행했었다.
그런 의식 없이 대뜸 마력을 끌어낸 현재, 레펜하르트의 상태는 심각하기 그지없었다. 안 그래도 전생과는 비교도 되지 않는 미약한 마력 허용량만을 지닌 육체다. 동조화 되지 않은 마력이 연신 체내의 마력과 충돌해 날뛰며 육체를 갈가리 찢어발긴다.
‘제, 제기랄! 역시 부작용이 장난이 아니야…….’
전생의 육체라면 당장이라도 붉은 가루가 되어 산산이 흩어졌으리라. 하지만 과연 짐 언브레이커블의 육체였다. 이 무식할 정도로 강력한 육체가 모든 오러를 불처럼 피워 올리며 사방신의 유물에 저항해 형태를 보존하고 있었다.
“타아아앗!”
기합을 토하며 레펜하르트가 간신히 정신을 차렸다. 굉장히 오래 기절한 것 같은 기분이지만 사실은 한순간에 불과했다.
‘사, 살았나?’
레펜하르트는 테스론을 노려보았다. 그는 캘러미티 혼을 날린 자세 그대로 굳어 있었다. 애써 붕괴 직전의 육체를 움직이며 레펜하르트가 주먹을 허리 뒤로 가져갔다.
빈사 상태의 육체가 경고를 발하며 극심한 통증의 신호로 뇌를 태운다. 레펜하르트는 이를 악물었다. 심기체가 완벽해야 겨우 구사 가능한 짐 언브레이커블의 최종 비의, 그것을 오로지 강력한 정신력과 집중력만으로 성공시킨다.
우우웅!
다섯 개의 오러 고리가 피투성이 팔뚝을 휘감았다.
“권마합신…….”
마력이 일어 올라 오러와 융합했다.
이미 테스론 때문에 용맥은 폭주한 상태였다. 여기서 또 캘러미티 혼을 날리면 당장이라도 화산이 분화할지도 모르지. 하지만 지금은 그걸 두려워해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
“여기서 끝낸다!”
“비, 빌어먹을!”
경악한 테스론의 전신으로 온갖 마력 장벽이 펼쳐졌다. 동시에 레펜하르트가 주먹을 길게 뻗었다.
“캘러미티 혼!”
우르릉!
뇌성과 함께 여섯 개의 고리가 한 점으로 수렴되며 날아갔다. 모든 마력 장벽이 허무하게 깨지며 녹아내렸다. 조금도 상쇄되지 않은, 모든 파괴력을 온전히 담은 황금빛 오러가 굉음을 토하며 테스론의 시야를 뒤덮었다.
“아…….”
눈앞이 하얗게 퇴색된다. 온통 새하얀 그 세상 속에서 한 사내가 주먹을 내밀고 있었다.
갈색 머리에 우락부락한 근육을 지닌 거구의 사내.
마왕이면서 동시에 과거의 자신이다.
마왕을 향해 주먹을 날리던 바로 그때의 자신이 지금 눈앞에서 죽음의 빛을 날리고 있었다.
무심코 허탈한 웃음이 흘러나왔다.
“하하하…….”
재앙의 뿔이 테스론을 꿰뚫었다.
콰콰콰쾅!
굉음과 함께 3미터에 달하는 드라칸의 육체가 일거에 박살 났다. 산산조각 난 파편 사이로 인간의 살점이 흩어져 피 안개를 뿌렸다. 황금의 섬광이 공동을 뚫고 날아가며 연신 사방을 뒤흔들었다. 용암이 더더욱 날뛰고 암벽이 무너져 거대한 암괴 덩어리가 쉴 새 없이 떨어져 내렸다.
이윽고 황금빛이 사라졌다. 공동 벽에 끝이 보이지 않는 동굴이 뻥 뚫렸다. 실로 가공할 위력, 이 압도적인 파괴 앞에 모두가 침묵할 때였다.
파편이 떨어졌다. 박살 난 드래고닉 발러 아머의 부품이었다. 그 사이로 피와 살이 비처럼 내린다. 뭔가가 필레나의 발치에 떨어져 굴렀다.
그녀가 벌벌 떨며 시선을 아래로 향했다.
“아…….”
한 남자의 머리가 발치에 있었다. 목 아래쪽을 모두 잃은, 쇄골 일부만 간신히 남은 흑발 청년의 머리가 눈을 부릅뜬 채 죽은 눈으로 허공을 응시하고 있었다.
“……테스론?”
필레나가 털썩 무릎을 꿇었다. 그녀가 잘린 머리를 향해 떨리는 손을 뻗었다.
믿을 수 없었다. 도저히 눈앞의 광경을 믿을 수 없었다.
“안 돼…….”
그토록 사랑하는 이, 그토록 경외하는 사내의 얼굴이 손아귀에 잡혔다. 이 모든 것이 현실이었다.
한 여인의 모든 것이 무너져 내린다. 영혼이 찢어지는 듯한 처절한 절규가 용암 사이로 메아리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