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Indomitable Martial King RAW novel - chapter 283
하지만 유벨과 레펜하르트의 관계는 그 상식조차 깨고 있었다.
애당초 유벨은 감히 레펜하르트를 자신의 경쟁자로 여기지도 않았다. 처음부터 그는 저 거구의 사내가 얼마나 강력하고 영리하며 엄청난 세력을 지녔는지 뼈저리게 느끼고 있었다.
형식상 자치령이라며 국토 일부를 던져 주고 신하로 삼긴 했지만, 본인 감각으로는 전혀 자기 밑이라는 인식이 없었달까? 유벨이 본 레펜하르트는 너무나 거인이라―물질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감히 그를 상대로 권력 욕심을 낼 수가 없었다.
어리석은 권력욕에서 벗어난 유벨에게 레펜하르트는, 같은 꿈을 꾸는 가장 신뢰할 수 있는 동지였다.
레펜하르트가 슬그머니 고개를 들었다. 유벨과 시선이 마주쳤다.
‘결국 성공했군, 유벨.’
‘모두 그대의 덕이지요.’
유벨이 추진하는 이종족 해방 정책을 레펜하르트는 전력으로 도왔다. 반대파를 숙청하고 여론을 조작하고 중도 귀족들을 설득하는 대부분의 일을 한 것이 레펜하르트였다. (뭐, 정확히는 카를이 했지만.)
왕국 최고의 권력자 둘이 사심 없이 사이좋게 손을 잡았으니 반대파가 힘을 쓸 수 있을 리가 없다. 제법 반발이 있었지만 결국 모두 눌러 버렸다.
또한 레펜하르트가 누른 것은 귀족의 반발뿐만이 아니었다. 카를의 조언을 따라 그는 속세의 세력 말고 종교 문제에 있어서도 충실히 밑작업을 해 두었다.
크로방스에서 가장 세력이 큰 것은 물론 레단티 교단이지만 세이어 교단의 위세도 만만치 않다. 정책이 알려지자 당연히 세이어 교단에서는 신을 모독하는 짓이라며 길길이 날뛰었다.
그 반발을 억누른 것이 바로 안타레스 백국의 로비를 받은 레단티와 필라넨스, 두 교단이었다.
안 그래도 세이어 교단을 누를 기회만 호시탐탐 노리던 레단티 교단이었다. 그런데 양국의 국왕이 절호의 기회를 주었으니 이 찬스를 놓칠 이유가 없다. 대놓고 세이어 교단의 교리에 반대하는 선언을 선포했다.
-레단티의 가르침에 의하면, 여신께선 사람을 축복하시어 대지를 경작하고 그 소산을 먹으라 하셨음이로다. 짐승은 결코 대지를 경작치 않으며 그저 여신의 은총을 훔칠 뿐이니 대지의 소산을 거두는 자는 곧 사람임을 의미하는 바, 저들이 사람이라는 명확한 증명이 될 것이다!
엘프나 드워프는 물론, 유목 생활 중심인 오크나 자연 동화적 삶을 사는 트롤들도 텃밭 정도는 가꾼다. 이제껏 적용된 적은 없었지만, 레단티의 교리에 따르면 이들도 틀림없는 사람이었다.
필라넨스 교단 쪽은 안타레스 대주교 실란의 주도하에 일이 진행되었다. 교단의 현자들에게 조언을 구하고 교단 본산의 허락을 받아 실란도 세상에 선포했다.
-필라넨스의 가르침에 의하면, 짐승은 오직 육욕만으로 교미할 뿐이나 사람은 사랑으로 그 후손을 낳는다. 저들은 정신적인 교감을 통해 배우자를 얻고 그 사랑으로 아이를 낳아 기르니 이는 저들이 사람이라는 분명한 증명이다!
인식의 변화와 제도적 뒷받침, 그리고 종교적 근거가 확립된 이종족 해방 정책은 결국 세상에 그 모습을 드러냈다. 이 순간부터 더 이상 크로방스 왕국의 이종족들은 노예가 아니었다. 당당한 자유인으로서, 일국의 국민의 권리를 얻게 되었다.
신성한 홀, 브라스티나.
그곳에서 선 유벨이 위엄 있는 태도로 레펜하르트에게 손짓했다.
“일어서시오, 안타레스 백작.”
거구의 사내가 허리를 곧게 펴고 몸을 일으켰다. 그저 서 있을 뿐인데도 위풍당당함이 홀을 가득 메우는 듯하다.
유벨 2세가 왕가의 인장을 내밀며 선언했다.
“그의 공을 치하하며 크로방스의 이름으로 안타레스 백작에게 공작위를 내린다. 이제 그는 안타레스 공작이니 그의 영지 또한 안타레스 공국이라 칭하노라!”
☆ ☆ ☆
푸른 가을 하늘이 맑게 빛나는 안타레스 공국의 새로운 왕도.
아라난 그라드는 축제 분위기로 한창이었다. 그들의 왕, 레펜하르트가 정식으로 공작위를 받았음을 축하하는 것이다.
거리마다 맥주와 포도주가 오가고 춤과 음악이 넘쳐흐른다. 각지에서 몰려온 유랑 극단이 거리에서 공연을 펼치고 각 술집이며 식당에서는 간이 테이블까지 내놓으며 몇 배나 불어난 손님들을 맞이해 호황에 즐거워한다.
지붕 위로 꽃가루가 날리며 웅장한 퍼레이드도 이어졌다. 천을 짜서 만든 큰 모형이 대로를 지나갔다. 원숭이를 닮은 검사 노인을 후련하게 두들겨 패는 근육질 거구 노인의 모습을 담은 모형이었다.
그 웅장한 퍼레이드는 왕궁 가이라크, 레펜하르트의 개인실에서도 똑똑히 보였다. 퍼레이드 모형을 보며 레펜하르트가 혀를 찼다.
“저거…… 검성 바나텔이 보면 난리 나는 거 아닌가 몰라? 뭐, 사부는 좋아하시는 것 같았으니 상관없으려나.”
어쨌거나 레펜하르트는 흐뭇한 눈으로 축제의 거리를 내려다보았다. 인간도 엘프도 드워프도 오크도 트롤도, 다섯 종족이 모두 어우러져 흥겹게 축제를 즐기고 있었다. 예전 안타레스 제국 시절에는 없던 광경이었다.
“역시 축제를 열길 잘한 것 같군.”
마법사였던 전생의 레펜하르트는 축제 따위에 전혀 의미를 두지 못했던 것이다. 일하다 지치면 휴식을 취해야지, 왜 노는데 또 힘을 빼느냐는 것이 그의 지론이었다.
사실 이번에도 쓸데없는 짓이라며 축제 열자는 카를을 만류하려고 했었다.
-내가 공왕이 된 걸 일부러 국민들에게 축하시키다니, 좀 웃기는 일 아니오?
축제 하나 진행하려면 돈도 상당히 많이 든다. 안 그래도 제라드에게 나가는 월급 때문에 재정도 좋지 않은데 쓸데없이 돈 쓸 필요 있나? 물론 그동안 이종족의 특산물이 전 대륙으로 팔려 안타레스의 재정이 상당히 풍요로워지긴 했다만…….
하지만 카를이 단호히 반대했다.
-뭔가 착각하시는 모양인데, 딱히 공왕님 축하하는 거 아니거든요? 그냥 놀 기회가 생기는 걸 좋아하는 겁니다만?
이런 국가적 행사가 국민들을 얼마나 단결시키는지 잘 아는 카를이다. 무릇 지배자라면 국민들에게 적당히 핑계를 대고 숨통 틔울 기회를 주어야 하는 것이다.
-빵과 놀이, 이것이 국민을 다스리는 가장 어리석은 지배자의 행태라고는 하지요. 그렇다고 현명한 지배자가 빵과 놀이를 제공하지 않는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당연히 저것도 제공하고, 또 다른 것 역시 베풀어야 한다는 의미지요.
그래서 카를은 꽉 짜인 재정 계획 속에서도 용케 따로 축제 예산을 마련했다. 어떻게 저 예산을 다 만드는 건지 레펜하르트도 신기해할 정도였다. 행정부에서는 저 카를의 절묘한 솜씨를 두고 ‘우리 재상님은 연금술사!’라는 말도 한다고 했다.
그렇게 카를은 계획을 짜고 축제를 열었다. 이름 하여 ‘안타레스 건국제’였다. 생긴 지 몇 년이나 된 나라인데 이제 와서 건국이라고 하는 것도 좀 웃기지 않나 싶지만, 카를은 끝까지 고집을 꺾지 않았다.
-다시 한 번 말씀드리지만, 핑계는 상관없습니다. 중요한 건 놀 기회가 생기는 것이라니까요? 세상 모든 사람들이 공왕님처럼 오직 목표만을 향해 달려가는 삶을 살지는 않습니다. 보통 사람은 놀 때 놀고, 쉴 때 쉬어야 다시 일을 할 수 있습니다.
레펜하르트 본인도 자신이 세상의 보편적인 인식에서 좀 벗어나 있다는 건 인정하고 있었다. 그리고 여태 카를은 틀린 말 한 적이 없었다. 그래서 이번에도 그를 믿고 일을 추진했다.
“과연, 카를은 빈말 하지 않는군.”
모두가 어우러지는 저 모습은, 그가 기대했던 것 이상으로 즐거운 광경이었다. 고개를 끄덕이다 레펜하르트가 창문에서 시선을 뗐다.
‘놀 사람은 놀게 놔두고, 난 내 할 일 해야지, 음.’
지금 레펜하르트는 평소처럼 웃통을 벗고 바지만 입은 채였다. 언제부터 이게 평소 차림이 됐는지 모르겠다. 한숨을 쉬며 자신의 금속 허리띠를 내려다보았다.
드워프의 솜씨로 가공한 이 미스릴제 허리띠는 그가 온갖 마법을 걸어 특정한 기능을 갖춘 마도구다. 바로 허리띠 옆에 붙은 작은 무한의 주머니, 그 안에 들어 있는 사방신의 유물을 활용하는 기능이었다. 주머니 입구에는 작은 사슬이 빠져나와 허리띠와 연결되어 있었다.
사방신의 유물은 가로세로 30센티미터 정도의 커다란 금속판 형태다. 그냥 들고 다니기에는 너무 휴대가 불편하다. 그래서 전생 때도 이렇게 무한의 주머니 안에 넣어 부피를 줄인 뒤 마력선으로 연결해 들고 다니는 방식을 애용했다.
단지 그때는 목에 걸고 다녔지만…….
“지금은 아무래도 웃통 벗고 싸우는 경우가 많으니 목에 거는 건 좀 위험하지. 공격받을 수도 있고.”
그래서 허리띠 형태로 가공한 것이다. 뭐, 현 실력으로는 그때처럼 목걸이 크기로까지 사이즈를 줄이기가 힘들다는 이유도 있긴 했다.
레펜하르트가 허공에 손을 들었다. 수인을 맺으며 차분하게 스펠 영창을 시작했다.
잠시 후, 마법이 발동됐다.
“아케인 블래스터!”
창문 너머로 무지갯빛 섬광이 뻗어 나가 아라난 그라드의 상공을 스쳐 지나갔다. 굉음이 우르릉 울렸다. 축제 중이던 시민들이 잠시 놀라 허공을 바라보았지만, 이내 다시 환호를 터트렸다.
“오오!”
“와아, 예쁘다!”
아무래도 축하용 마법이라도 터트린 줄 아는 눈치였다. 하긴, 아케인 블래스터가 알록달록 예쁘긴 하다. 레펜하르트도 이걸 아니까 대놓고 마법을 구사한 것이다.
손을 쥐었다 폈다 하며 레펜하르트가 고개를 끄덕였다.
“음, 8서클도 문제없고.”
그가 다시 마법을 준비했다. 이번에는 9서클 광역 폭렬 주문, 프로미넌스 템페스트였다. 수백 개의 불꽃이 허공으로 날아올라 화려하게 폭발했다. 또다시 시민들이 좋아라 날뛰었다.
“이왕 마법 연습 할 거 시민들에게 서비스도 하고, 좋잖아?”
저 정도 상공에서 폭발하면 아무리 9서클 마법이라도 아무 피해도 줄 수 없다. 그저 예쁘게 불꽃만 사방으로 튈 뿐.
레펜하르트가 손을 거두었다. 9서클 마법도 이제 큰 문제없이 구사가 가능했다. 절로 가슴이 뿌듯했다.
“7서클에서 빌빌댄 게 엊그제 같은데 바로 9서클까지 되찾아 버렸네.”
어차피 몰라서 못 쓰던 마법이 아니었다. 그놈의 마력이 모자라 여태껏 고생한 게 아니던가?
비록 예전보다 연산 속도가 조금 느리긴 하지만, 이 테스론 헤드도 충분히 발달될 대로 발달되었다. 마력만 받쳐 주면 단숨에 9서클 마스터의 경지에 드는 것도 전혀 이상한 일이 아니다.
‘뭐, 여기까지야 당연한 거고. 문제는 이다음이지.’
침착하게 레펜하르트가 정신을 집중했다. 양손을 들어 올리며 천천히 주문을 외운다. 그의 허리띠를 통해 사방신의 유물이 마력을 공급한다.
현재 그의 마력 허용량을 압도적으로 뛰어넘는 어마어마한 마력이 가상의 구상 공간을 마련하고 마치 레펜하르트의 마력인 것처럼 자연스럽게 연동된다.
이것이 사방신의 유물이 지닌 최고의 강점이다. 그릇이 작은 현재의 레펜하르트에게 억지로 마력을 부어 넣어 봤자 넘치기만 할 뿐이다. 하지만 사방신의 유물은 마력을 부어 넣는 대신 또 다른 가상의 그릇을 만들기 때문에 허용된 마력 이상의 마법도 구사 가능하게 만들어 준다.
외부의 마력을 자신의 것처럼 느끼며, 레펜하르트가 10서클의 권능을 발동했다.
“대이적 마법, 인피니티 게이트.”
어둠의 공간이 눈앞에 활짝 열렸다. 그렇게 잠시 아공간을 유지하다 레펜하르트가 마법을 거두었다. 그리고 다시 10서클 마법을 발동했다.
“대이적 마법, 인피니티 게이트.”
그렇게 초월역장을 세 번 연달아 펼치고 나니 더 이상 사방신의 유물이 마력을 허락하지 않았다. 레펜하르트가 입맛을 다셨다.
“쩝, 벌써 석 달째 동조동기화 중인데 참 말 안 듣네, 이거.”
사방신의 유물이 담은 마력은 그야말로 무한대에 가까웠다. 아무리 퍼내 써도 그 끝이 보이지 않는다. 레펜하르트도 대체, 고대에 무슨 이유로 이런 무지막지한 아티팩트를 만들었는지는 짐작할 수 없었다.
하지만 그 무한의 마력을 레펜하르트가 전부 꺼내 쓸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어디까지나 동조화, 동기화가 끝난 영역까지만 마력을 허락하는 것이다.
전생에서 레펜하르트가 사방신의 유물을 소화한 영역은 고작 5퍼센트 정도, 그것만으로도 그는 본신 마력의 두 배 가까운 힘을 얻을 수 있었다.
전생의 그는 고유 마력만으로도 대륙 2위의 마법사, 9서클 마스터였던 빛의 마도사 제이드의 두 배에 달했었다. 게다가 10서클 대이적 마법, 마나 리플레인으로 90퍼센트의 사용 마나를 되돌려 받았으니 효율로 따지면 거의 제이드의 마흔 배에 달하는 마력을 지녔다 하겠다.
괜히 레펜하르트가 고금 최악의 마왕으로 공포의 대상이 된 것이 아니다. 대륙 2위부터 100위까지의 모든 마법사의 마력을 합친 것보다 오히려 더 많은 마법을 구사할 수 있었으니, 과연 마왕이라는 칭호가 아깝지 않은 권능이다.
당시에도 사천왕이며 이종족들 탈출시키느라 10서클 마법 펑펑 쓴 후가 아니었다면, 아무리 상대가 대륙 최강의 5인이더라도 패배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땐 참 좋았는데.”
반면 현재의 레펜하르트가 동기화시킨 영역은 고작 0.5퍼센트에 불과했다. 물론 이 정도로도 현재 고유 마력의 백 배에 해당하는 어마어마한 힘이었다. 깨달음과 경지를 통해 억지로 서클을 올리긴 했지만, 지금 그는 누가 뭐래도 7서클 수준의 마법사다. 고유 마력도 딱 그 수준일 수밖에 없다.
허리띠를 내려다보며 레펜하르트가 툴툴거렸다.
“이 마력 수준으로는…… 인피니티 게이트 세 번 쓰면 고갈이구먼. 사방신의 유물 동조동기화 영역에 마력 도로 찰 때까지 일주일은 걸리고.”
그나마 인피니티 게이트가 10서클치고는 마력 소모량이 적은 편이라 세 번이나 쓸 수 있는 것이다. 어지간한 10서클 마법은 한 번 쓰면 그냥 끝일 것 같다.
“마나 리플레인은 고유 마력만으로 발동하는 거라 아예 시전이 불가능하고…… 이걸로 뉴클리어 버스트나 헬 오브 더 월드는 턱도 없고…… 고유 마력까지 총동원해서 바닥까지 긁으면 그럭저럭 미티어 폴까지는 가능하려나?”
사방신의 유물을 얻고 금방 과거의 힘을 되찾을 줄 알았는데, 역시 세상살이 만만치가 않다.
그는 예전 자신을 당당하게 소개할 수 있었다.
-나는 10서클의 종사자, 레펜하르트다!
그런데 지금은 소개문을 이렇게 바꿔야 할 판이었다.
-나는 주 1회 10서클 대마법사, 레펜하르트다! 아, 경우에 따라서 주 3회까진 될 수도 있다!
상당히 구차한 소개문이 되어 버린다. 레펜하르트는 입맛을 다셨다.
‘뭔가 좀 더 연구하면 방법이 있을 것도 같은데…… 아, 그때 연구 좀 더 할걸!’
전생 때는 딱히 마력에 아쉬운 적이 없어 사방신의 유물을 연구하다 말았다. 한 5퍼센트쯤 동기화시키고 이쯤이면 됐다 싶어 손을 놔 버렸다. 당시엔 제국 경영이며 인류의 침략 등 워낙 바쁜 일이 많아 차분히 연구에만 몰두할 상황도 아니었다.
하지만 이렇게 되고 나니 새삼 아쉬움이 몰려온다.
‘뭐, 대신 육체가 엄청나게 좋아졌으니 억울할 건 없지.’
애써 자신을 위로하며 레펜하르트는 자리에 주저앉았다.
그래, 그대로 테스론의 육체를 얻었으니 큰 손해는 아니다…….
“윽!”
순간 레펜하르트가 이마를 짚었다. 테스론을 떠올린 순간 또다시 두통이 밀려왔다.
‘또냐…….’
테스론을 죽인 후부터다. 그때부터 수시로 이런 통증이 엄습한다. 주로 그를 떠올릴 경우 생기는 일이다.
‘왜 이러지? 역시 내 육체를 박살 낸 것 때문에 무의식에 뭔가 문제가 생긴 건가?’
생각해 보면 그는 자신의 육체를 자기 손으로 부숴 버렸다. 일종의 자살을 한 셈이니 역시 정신적으로 충격을 받은 걸지도 모르겠다.
‘아니면 뭔가 다른 이유가 있는 건가?’
잠시 후 두통이 사라졌다.
“으음…….”
근심 어린 표정으로 레펜하르트는 이마를 매만졌다. 역시 두통이 신경 쓰이긴 했지만, 당장 어찌할 방도가 없다. 이미 실란이나 마켈린을 찾아가 신성치료도 받아 봤지만 전혀 효과가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