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Indomitable Martial King RAW novel - chapter 295
“천막의 형태를 했지만 이동이 가능한 것은 아니겠지. 아마도 뼈대는 바위나 목재로 세우고 그 위에 가죽을 덧댄 것 같다. 하지만 정말 웅장하군.”
거대한 몬스터 수십 마리를 잡아야 겨우 저것에 붙일 가죽이 나오리라.
가죽이라고 해서 무시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방패보다 더 큰 비늘이 촘촘히 붙어 있는 벽면이며, 바위보다 두꺼워 보이는 각질의 가죽으로 올린 지붕은 인간의 성과 비교해도 전혀 뒤떨어지지 않는 내구성을 자랑하고 있었다.
아스레일이 감탄을 흘렸다.
“저곳이 오크라트인가…….”
오크라트.
푸른 곰 부족이 주축이 되어 페틀랜드를 떠돌던 스물일곱 개 오크 부족이 모두 뭉치고, 드워프들을 초빙해 건축술을 조언 받아 만들어 낸 오크들만의 도시였다.
아스레일 일행은 더욱 말을 달려 성문으로 향했다. 성문 역시 보통 상식적인 나무 문이 아니었다. 아마도 무슨 거대한 괴수의 갈비뼈를 통째로 이용한 듯한 뼈 문, 그 사이에 가죽과 강철을 덧붙여 강인한 느낌이 물씬 난다.
입구에 서 있던 수문장 오크가 인상을 쓰며 앞으로 나섰다.
“서라! 인간!”
아스레일이 바로 깃발을 가리키며 대꾸했다.
“안타레스의 사절이오!”
수문장 오크들이 바로 반색을 했다.
“그 깃발! 형제 인간이다!”
“금주먹 깃발 든 인간, 우리 형제다! 환영한다!”
투박한 공용어와 함께 바로 성문이 열렸다. 안타레스 기사단도 속력을 줄이며 오크라트 안으로 들어섰다.
오크라트 내에는 수많은 오크들이 살아가고 있었다. 모두들 생업에 몰두하다 안타레스 기사들을 보고 흠칫 놀라더니, 이내 그 깃발을 보고 안심한 듯 다시 하던 일로 돌아갔다. 천천히 말을 몰며 아스레일은 주위를 둘러보았다.
오크들의 유목 문화와 달리 가옥들 대부분이 대지에 뿌리박혀 있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가죽을 다루는 그들의 문화를 버리고 드워프나 인간처럼 돌과 나무로 만든 집을 세운 것도 아니다. 기틀은 나무나 뼈를 쓰고 가죽을 덧대어, 대부분의 건물들이 고정된 거대 천막 같은 형태로 지어져 있었다.
비록 임무를 띠고 온 몸이지만 역시 이런 기이한 도시를 보니 관광하는 기분이 들지 않을 수 없었다.
아스레일이 중얼거렸다.
“확실히 이들이 문화가 다르다는 실감이 나는군.”
수하들 역시 비슷한 표정이었다. 정신없이 주위를 힐끔거리다 수하 중 한 명이 아스레일에게 물었다.
“그랜드 포지와 비교하면 어떻습니까, 단장님?”
안타레스 기사단의 단장으로서, 아스레일은 그랜드 포지에 들른 경험이 있었다. 드워프들의 그 웅장한 도시를 보며 기가 질린 기억은 지금도 생생하다.
“그랜드 포지는 정말 웅장했지. 나 자신이 너무도 작게 느껴지는 거대한 도시였어.”
오크라트를 돌아보며 아스레일이 말을 이었다.
“규모는 아무래도 그랜드 포지만 못하지만, 대신 오크라트는 정말 야성적인 느낌이군. 이곳에서 살기만 해도 절로 강해질 것 같은 기분이야.”
“엘프나 트롤들의 도시도 한번 보고 싶군요. 그쪽도 많이 건설되었다던데…….”
“엘븐하임와 트로리아드 말이지? 그쪽은 한 번도 못 봤군.”
오크들처럼 엘프와 트롤들 역시 각자 자신들의 도시를 건설하고 있었다.
엘븐 포레스트는 이미 세계수를 중심으로 수많은 가옥이 올려져, 하나의 거대 공중 도시 엘븐하임이 되었다. 트롤들 역시 구출한 수많은 트롤 구루들의 힘으로 막대한 양의 세멘테리움을 정제, 수많은 지구라트로 이루어진 광대한 도시 트로리아드를 건설 중이다.
어쨌거나 그들은 막중한 임무를 띠고 이곳에 온 바, 관광 기분이나 낼 때가 아니었다. 정신을 차리고 아스레일 일행은 다시 말을 몰았다.
오크라트 중앙 지역으로 가니 5층 높이의 거대한 천막 성이 나타났다. 그곳에서 전투 멧돼지, 배틀보어를 탄 녹색 오크가 환한 웃음으로 그들을 맞이했다.
“오! 아스레일 경! 오랜 만이오!”
“오랜만입니다, 카루가 킨지르.”
흙 멧돼지 일족의 족장이자 오러 유저이기도 한 킨지르는 레펜하르트가 만들어 준 통역 목걸이를 끼고 있기에 유창한 공용어를 할 수 있었다. 전원 하마하자 오크 몇 명이 나와 말 고삐를 쥐고 말들을 마구간으로 옮겼다.
킨지르가 반가워하며 성안으로 그들을 안내했다.
“이 험한 곳까지 어쩐 일이시오, 아스레일 경?”
“스탈라 대모께 중요한 서신을 전하러 왔습니다.”
스물일곱 개 오크 부족이 선출한 대족장 칼켄은 현재 아라난 그라드에서 타시드와 함께 오크 무리들을 다스리고 있었다. 그래서 현재 오크라트는 오크의 전통에 따라 아내인 스탈라가 대족장 대리로서 통치하는 중이었다.
“그럼 전령을 보낼 것이지 어찌 아스레일 경이 직접?”
“이곳까지 올 수 있는 전령이 어디 있습니까?”
의아해하는 킨지르를 보며 아스레일이 쓴웃음을 지었다.
아무리 상대적으로 평가가 낮다 해도 안타레스 기사단은 공식적으로 일국을 대표하는 기사단이다. 이런 서신 전달이나 할 정도로 지위가 낮지는 않은 것이다. 특히나 단장인 아스레일은 더더욱.
하지만 글로텐 산맥을 넘어 페틀랜드까지 오는 행보는 결코 만만치 않다. 일개 전령을 보냈다간 사흘도 안 되어 글로텐 산맥에 출몰하는 몬스터들의 밥이 되리라.
사실 이곳까지 전령으로 보내졌다는 것 자체가 안타레스 기사단이 상당히 뛰어난 무력을 지녔음을 증명하는 것이나 다름없었다.
“그래도 이제 전령 노릇을 할 수 있을 정도는 되었으니 다행이죠.”
함께 온 기사, 아스레일의 부관 고스탄 경이 너스레를 떨었다. 안타레스 초기만 해도 이 전령 역할은 푸른 곰 부족의 울프 라이더들만이 맡을 수 있었다. 그 당시의 안타레스 기사단은 너무 약해서 글로텐 산맥을 넘을 힘조차 없었으니까.
그 굴욕을 씻기 위해 필사적으로 수행한 이들이었다.
원래 목표가 높으면 그만큼 실력도 더욱 오르기 마련이다. 주위에 강력한 이종족 전사들이 즐비했던 안타레스 기사단이기에 비교 대상 역시 높고 높았다. 덕분에 현재 그들은 어지간한 타 왕국의 정예 기사단과 비교해도 꿀리지 않는 실력자로 탈바꿈해 있었다.
“아직 무대가 없어 실력을 보이진 못했지만…….”
아스레일이 기대 어린 눈빛을 지었다.
“조만간, 무대가 생길 테니까요.”
킨지르가 고개를 끄덕이며 입을 열었다.
“어쨌거나, 스탈라 대모를 찾아오셨다니 안내를 해야겠군.”
“어디 계십니까?”
킨지르가 뒷마당을 가리키며 이해하기 힘든 대답을 했다.
“대모님은 지금 아기들 수유授乳하며 수행修行 중이시라네.”
“……네?”
멍한 얼굴로 아스레일은 킨지르의 뒤를 따랐다.
‘수유하며 수행 중?’
참 이해하기 힘들었다. 수유라면 그, 애들 젖 준다는 소리가 아닌가?
아스레일은 스탈라가 오크 중에서도 미녀 중 미녀이며 그 풍만한 가슴으로 수많은 오크 아기들의 젖을 먹인 위대한 유모라는 사실을 이미 들어 알고 있었다.
인간 상식으로는 받아들이기 힘들지만, 원래 오크들 사이에선 강한 여자의 젖을 물고 자란 아기는 강한 전사가 된다는 믿음이 있기 때문에 체질 좋은 아기들을 골라 여전사가 젖을 물리는 풍습이 있었다. 오크 어미로서는 가장 큰 영예 중 하나며, 아기를 칭찬하는 극찬의 행동 중 하나다.
그러니 스탈라가 유모 역할을 한다는 것은 그러려니 하고 받아들일 만했다.
그런데 수행은 또 뭔가?
‘아니, 수유랑 수행이 동시 진행이 되는 행위였나? 그게 말이 돼?’
같이 ‘수’ 자로 시작한다지만 뉘앙스는 천양지차, 아스레일은 피식 웃었다. 아무래도 킨지르가 공용어에 익숙하지 않아 말을 실수했다고 여겼다.
☆ ☆ ☆
3분 뒤, 뒷마당.
“어…….”
아스레일은 입을 쩍 벌렸다.
세상은 역시 만만치 않다. 그의 상식을 초월하는 광경은 얼마든지 있다.
지금 뒷마당에서, 근육질의 오크 여인이 분명 ‘수유’와 ‘수행’을 동시에 하고 있었다!
“타아앗!”
날카로운 단검을 양손에 쥔 채 스탈라가 날렵하게 허공을 찔러 댔다. 허리를 비틀며 그 회전력을 실어 양손으로 찌르기를 날리는 그 모습은 같은 무인으로서 분명 감탄이 나올 모습이었다.
……문제는 그녀의 가슴이 그대로 노출되어 양쪽 유방이 노골적으로 드러나 있다는 점이었다.
아무리 종족이 다르지만 엄연히 여인의 유방, 똑바로 바라보기엔 남자로서 참 부끄러운 광경이리라. 하지만 아스레일은 눈을 떼지 못했다.
스탈라의 양쪽 유방에 갓 태어난 듯한 오크 아기 두 명이 필사적으로 매달린 채 젖을 빨고 있었으니까!
“에…… 저건 대체?”
여인이 아이 젖 주는 모습에는 보통 경건함이 느껴진다는데, 저걸 보면 경건은 전혀 없고 오히려 강건, 불굴, 극강 등의 이미지만 떠오른다. 멍한 아스레일의 목소리에 다 이해한다는 표정으로 킨지르가 허허롭게 대꾸했다.
“그래서 내가 말했잖소. 수유하며 수행 중이시라고…….”
스탈라의 기합이 이어졌다.
“허업!”
검광이 허공을 갈랐다. 그 격렬한 움직임에 왼쪽 유방에 매달려 있던 아기가 결국 손을 놓고 떨어져 버렸다.
땅에 처박힌 오크 아기가 우렁찬 울음을 터트렸다.
“으아앙!”
“저, 저런!”
흠칫하며 아스레일이 나서려던 찰나였다. 스탈라가 움직임을 멈추더니, 아기를 내려다보며 벽력같은 외침을 터트렸다.
“일어나라! 푸른 곰의 아이라면 스스로의 힘으로 먹을 것을 쟁취해라!”
열혈 넘치는 호통이 오크 아기의 머리 위로 쏟아진다.
뚝!
오크 아기가 울음을 그치더니 주먹을 불끈 쥔 채 결연한 표정을 지었다. 뭐, 아기 표정이 결연한지 아닌지 알게 뭐냐마는, 일단 분위기는 그래 보였다.
종종종!
아기가 그 고사리 손으로 스탈라의 종아리를 붙잡더니 록 클라이밍이라도 하는 것처럼 열심히 스탈라를 타고 올랐다.
이윽고 아기가 그녀의 가슴께에 도착해 젖을 물었다. 성취감과 포만감을 느끼며 오크 아기가 다시 젖을 빨기 시작했다.
스탈라가 기뻐하며 아기를 칭찬했다.
“장하구나! 푸른 곰의 아이라면 응당 그 정도 근성은 있어야지!”
아기도 기쁜 듯 환하게 웃었다.
아스레일만 기가 막혀 입을 못 다물 뿐이었다.
‘맙소사, 이게 오크들의 양육법인가?’
나름 오크의 문화에 익숙해질 대로 익숙해졌다 자부하는 아스레일이었지만, 저 모습은 통 적응이 되질 않았다.
그때 뒷마당에 모여 있던 다른 오크 여인들이 소리를 질렀다. 아마도 저 아기들의 어미인 모양이었다.
“아이고, 대모님!”
“그러다 애 잡겠어요!”
“무슨 소리야? 애들은 원래 강하게 키워야 돼!”
스탈라의 대꾸를 들으며 아스레일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다행이군. 내가 오크들을 잘못 이해한 건 아니었어.’
그냥 스탈라가 이상한 것이었다. 역시 오크도 사람이었다.
“놀랐소, 아스레일 경?”
“상당히요.”
“우리도 놀랐소. 왜 푸른 곰 부족이 최강의 오크들인지 알 것 같더구려.”
역시 저게 오크 전통 문화는 아닌 거구나.
“전, 오크들은 다들 저렇게 애를 키우는 줄 알았습니다.”
킨지르가 정색을 하며 고개를 저었다.
“우린 저렇게 무식하지 않소!”
오크들 사이에서 무식하단 소리를 들으려면 어지간한 경지로는 힘들다.
“……대모님께서 교육이 꽤 가혹하시군요.”
왜 타시드를 비롯한 그가 아는 오크들이 스탈라의 훈련 이야기만 나오면 사색이 되었는지 알 것 같은 기분이었다.
‘아기한테 저렇게 대할 정도면 성인에겐 오죽하겠나.’
그때, 스탈라가 아스레일을 돌아보았다.
“아스레일 경, 왔으면 용건을 말하시게. 아까부터 거기 서서 뭐 하시나?”
역시 오러 유저답게 그녀는 아스레일 일행이 나타나자마자 바로 알아챈 것이다.
아스레일이 아차하며 부관에게 손짓했다. 부관이 서신을 꺼내 앞으로 나섰다.
“공왕님의 전언을 전하고자 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