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Indomitable Martial King RAW novel - chapter 303
하지만 병사들은 달랐다. 열풍과 폭염에 휩싸이며 비명이 터져 나왔다.
“크어억!”
“으아아악!”
불길이 사방에서 치솟아 살타는 냄새를 뿌린다. 첨탑 위의 마법사들이 이를 갈며 공격 주문을 준비해 요새 밖으로 흩뿌렸다.
불길과 전격, 강력한 마법의 화살이 정신없이 오갔다. 대부분 서로의 마법 방어장에 막혀 허공에서 소멸되었지만 미처 막지 못한 마법들이 서로의 진지를 두들겨 댔다. 사방에 폭음과 비명, 함성과 절규가 메아리쳤다.
한층 혼란스러워진 전장을 보며 부관이 혀를 찼다.
“역시 저쪽에도 마법사가 있으면 마법에 의한 공성 능력은 큰 효과가 없군요.”
동감을 표하며 지맨 사령관이 뇌까렸다.
“조금 무리해서라도 공성 병기를 들고 올 걸 그랬나?”
물론 말은 저렇게 해도, 지맨은 현 상황에서 공성기가 별 의미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공성기가 효과를 발휘하는 전장은 어디까지나 강력한 마법사나 오러 유저가 없는 국지전에 한해서이다. 지금 같은 국가 간 전쟁, 각국의 대마법사와 오러 유저가 모두 나서는 상황이라면 제대로 움직이기 힘든 공성기는 꺼내자마자 바로 오러와 마법의 밥이 될 뿐이다.
그렇다 해도 마법전으로 인해 전장은 극히 혼란스러운 상태가 되었다. 그리고 그 혼란은 공격 쪽인 제국군보다 방어 쪽인 타한 요새군 쪽이 더 심했다. 제국군은 타한 요새라는 확고한 목표가 있는 반면, 요새군은 사방이 적이라 목표가 너무 많았으니까.
요새의 방어선이 흔들리는 걸 파악한 지맨 사령관이 씨익 웃었다.
“때가 되었군.”
☆ ☆ ☆
전장의 화염이 점점 거세진다. 수많은 병사의 목숨을 땔감 삼아 대지를 피로 적시며 이글이글 타오른다.
“제길, 아직인가?”
성벽 위에서 날아오는 화살을 튕겨 내며 러스와 타시드가 초조하게 제국군 진지 쪽을 바라보았다.
마음 같아서는 당장이라도 검을 뽑아 전장으로 돌격하고 싶었다. 하지만 그들은 지키는 입장, 제국군 오러 유저의 존재를 신경 쓰지 않을 수 없었다.
만일 요새를 비웠을 때 반대쪽에서 오러 유저가 나타나 성벽을 노린다며 맥없이 진지를 내줘 버리는 것이다.
오러 유저는 모든 상황에 대비할 수 있으며 대적할 자가 거의 없는, 카드 게임으로 치면 조커 카드와도 같은 존재다. 저쪽이 패를 보이지 않는 이상 이쪽도 꾹 참고 때를 기다릴 수밖에 없다.
그러던 중이었다.
우우우웅!
제국군 진지 한쪽에서 눈부신 빛이 솟구쳤다. 강렬한 예기를 담은 은청색의 빛이 전장을 밝히며 무서운 속도로 요새를 향해 달리기 시작했다.
“블레이드 오러!”
“오러 유저다!”
타한 요새군에서 당황 섞인 외침이 터져 나왔다.
은청색의 빛을 손에 쥔 채 30대 후반의 기사가 말을 몰고 전장으로 난입해 사방으로 오러를 흩뿌려 댔다. 순식간에 몰려있던 병력 대다수가 싹 쓸리며 혼잡한 전장 중심에 공터가 생겨났다.
제국군이 그 은청색의 빛을 알아보고 환호했다.
“중압의 기사, 키린트 경의 빛이다!”
드디어 제국군에서 오러 유저를 투입한 것이다.
곧바로 적색과 암회색의 블레이드 오러가 뒤이어 솟구치며 키린트의 뒤를 따랐다. 세 오러 유저 모두 성벽 한쪽을 노리며 무서운 기세로 돌진해 갔다.
성벽 점유를 노리는 것이었다.
오러 유저 모두가 레펜하르트나 안타레스의 오크 투사처럼 성문, 성벽을 통째로 날리는 파괴력을 보일 수는 없다. 상대적으로 약해서가 아니다. 이는 강약의 문제가 아니라 지닌 검술이나 성향의 문제, 거창을 휘두르는 타고난 괴력의 무사가 작은 단검을 예리하게 다루는 전사를 꼭 이긴다는 법은 없는 것이다.
타한 요새의 성문과 성벽은 그 자체로 강력한 석벽으로 이루어져 있는 데다가 강력한 대 물리 마법까지 걸려 있다. 아무리 오러 유저라도 오직 일격의 파괴에만 신경 쓰는 타입이 아닌 이상은 부수기가 쉽지 않으리라.
하지만, 성벽 위로 올라가 그 위를 지키는 병력을 싹 쓸어버리는 것은 어떤 타입의 오러 유저라도 할 수 있다!
바슈탈론 제국의 세 오러 유저가 달리는 기세 그대로 말 위에서 몸을 날렸다. 앞장선 오러 유저, 키린트 경이 용맹한 외침을 터트렸다.
“제국의 용사들아! 이 몸이 길을 트겠다!”
뒤 이은 두 오러 유저, 같은 제국 기사단인 프레드릭 경과 모스 경도 함께 소리쳤다.
“우리를 따르라!”
그대로 성벽으로 날아가며 블레이드 오러를 흩뿌리니 사방이 박살 나며 흙먼지가 피어오른다. 주위를 정리하며 오러 유저들이 성벽을 맨땅처럼 가볍게 박차고 뛰어오르기 시작했다.
동시에, 러스와 타시드도 화색을 띠며 성벽 아래로 몸을 던졌다.
“드디어 나왔군!”
“안 그래도 몸살 날 지경이었다!”
푸르디푸른 블레이드 오러와 선명한 청록색 검광을 무기에 머금은 채 둘은 곧장 상대를 향해 돌진했다. 성벽을 비스듬히 타고 달리며 러스와 타시드가 동시에 참격으로 허공을 갈랐다.
“반월참!”
러스의 블레이드 오러가 초승달 형태로 변해 키린트 경을 노리고 쏘아졌다.
“나도 반월참!”
질세라 타시드도 남은 두 오러 유저를 향해 오러 스킬을 발동했다.
날강도 러스가 날름 빼먹은 카메룬 경의 비기, 반월참은 타시드도 이제 완벽하게 구사할 수 있었다. 다 친구 잘 둔 덕이라 하겠다.
휘이이익!
반월참의 섬광이 호선을 그리며 날아든다. 제국의 두 오러 유저가 황급히 블레이드 오러를 뻗어 공세를 튕겨 냈다.
콰쾅!
그러나 그 대가로 균형이 흐트러지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도로 성벽 아래로 떨어지는 두 사람을 향해 타시드가 으르렁대며 쫓아갔다.
“안 놓친다!”
반면, 키린트 경은 아래로 떨어지지 않았다. 자세가 무너진 것은 마찬가지지만 그는 그 순간 두 발로 오러를 운용, 성벽에 찰싹 달라붙어 버렸던 것이다.
“어?”
신기해하며 러스도 같은 방식으로 성벽 위에 달라붙어 섰다.
기괴한 광경이었다. 분명 성벽은 대지와 수직으로 서 있거늘 두 오러 유저는 그 수직 성벽 위를 마치 지면인 양 자연스럽게 발 디디고 있었다.
“으윽! 저거…….”
“오러 유저는 저런 것도 할 수 있나?”
“유, 유령 같아…….”
근처의 병사들이 그 모습에 두려워하며 뒤로 물러서니, 자연스레 두 사람 주위에 공터가 생겼다.
대지와 수평으로 선 채, 러스가 키린트 경을 향해 검을 겨누었다.
키린트가 무심코 러스의 발치를 내려다보았다.
“대단하군, 이런 짓 할 줄 아는 것은 나뿐인 줄 알았는데.”
러스가 코웃음을 치며 한쪽 발을 들어보였다.
“흥, 이게 뭐가 어렵다고 잘난 척이오?”
중력과 수평이 된 채 한 발까지 들었음에도 자세가 전혀 무너지지 않는다. 키린트는 속으로 감탄했다. 저런 짓은 가르친다고 되는 것이 아니다.
‘저 녀석도 천재군.’
검을 겨눈 채 키린트는 자신의 이름을 밝혔다. 아무리 전장 한복판이라지만 기사의 대결에는 필요한 예의를 지킬 의무가 있으니까.
“바슈탈론의 키린트다.”
“테네스의 검을 이은 안타레스의 기사, 사이러스라 하오.”
‘과연, 저자가 그…….
러스의 이름을 들은 키린트가 차가운 미소를 입가에 떠올랐다.
“반갑군, 사이러스 경. 대륙 최연소 오러 유저의 명성은 제국에까지 들려오고 있지.”
“중압의 기사, 그 위명은 익히 들었소.”
러스도 기사답게 정중한 어조로 예의를 차렸다. 하지만 표정과 달리 그의 속내는 그리 편치 않았다.
‘쳇, 아직도 내 칭호는 대륙 최연소밖에 없는 건가?’
대륙 최연소 오러 각성이란 것이 분명 대단한 기록이긴 하지만, 이는 반대로 말하면 아직 애송이라는 의미도 가지는 것이다. 이미 오러 각성한 지 몇 년이나 지난 지금까지 들을 칭호는 아니다.
저쪽은 중압의 기사라는 그럴듯한 칭호가 있는데…….
‘난 왜 저런 식의 칭호가 안 붙는 거야?’
러스는 속으로 툴툴거렸다
원래 인간은 이름 붙이기를 좋아하는 종자인지라, 어느 정도 명성을 날리는 기사라면 당연히 이런저런 칭호가 붙기 마련이다. 심지어는 오러 유저가 아니었던 스테반조차 단호의 기사라는 칭호가 있지 않았던가?
검성이니 권왕이니 하는 어마어마한 것까지는 안 바라도, 그럴듯한 칭호 하나쯤은 기대하고 있던 러스다. 겉보기엔 싸늘한 인상이지만 은근 세간 시선을 신경 쓰는 성격이었달까? 뭐, 원래 어릴 적부터 무시당하고 살면 보통 공명심을 안 바랄 수가 없긴 하다.
‘그런데 영 칭호가 안 붙는다 말이지? 아직도 안 유명한가, 나?’
내심 실망하는 러스였지만, 사실 이는 그의 유명세 탓이 아니었다.
세인들은 물론 러스에게도 칭호를 붙여 주고 싶었다. 이미 그 실력이 증명된 강력한 오러 유저, 게다가 바나텔의 피를 보며 차세대 검성으로 새롭게 떠오르는 신성이기까지 하다. 유명하지 않다면 말도 안 되는 소리다.
문제는, 딱히 무슨 칭호를 붙여야 할지 세인들도 애매해한다는 점이었다.
칭호를 붙이려거든 뭔가 개성이 있어야 할 것 아닌가?
러스는 분명 대단한 강자이고 천재적인 검술가지만, 뭐랄까 기술에 개성이 없어 보이는 것이다. 쓰는 기술은 죄다 여기저기서 베껴 댄 남의 기술뿐인데, 그렇다고 따라쟁이 기사나 앵무새 기사 같은 호칭을 붙일 순 없는 노릇이다.
반면 러스만의 비기, 허공검은 개성이 너무 넘쳐서 문제였다.
당한 바나텔조차도 뭘 당했는지 모를 정도로 초월적인 비기, 그냥 뭐가 번쩍하고 목이 날아가는데 일반인은 물론이고 어지간한 오러 유저조차도 저게 뭔지 알아볼 재주가 없다.
이런 이유로 허공검을 창시하고 은근 ‘허공의 기사’나 ‘공허의 기사’ 같은 칭호를 기대하고 있던 러스는 계속 대륙 최연소란 소리만을 듣고 살아야 했다. 이래서 너무 잘나도 문제라는 말이 있는 것 같았다.
‘흥! 상관없다! 제국의 오러 유저마저 베어 버리면 그때는 싫어도 유명해질 수밖에 없을 테니!’
투지를 피어 올리며 러스가 먼저 공격에 나섰다.
“타아앗!”
제46장 세상은 넓고 천재는 많다!
1
쌔애액!
푸른 블레이드 오러가 파공음을 울리며 현란하게 흩뿌려졌다. 사방의 급소를 향해 파괴의 섬광이 날아든다. 키린트도 재빨리 검을 들어 공격을 막았다.
“타앗!”
퍼지는 오러 파문 속에서 러스가 계속 참격을 퍼부었다.
위인가 하면 옆이고, 아래인가 하면 휘어지며 등 뒤를 노리는 자유분방한 검격이 연신 키린트를 몰아붙였다. 러스 특유의 형태가 없는 자유로운 검술, 마음대로 검을 휘둘러도 그 이치가 어긋나지 않는 천재만의 검술이다.
반면 키린트는 철저히 제국 검술을 응용해 맞상대하고 있었다. 기본에 충실하게 자세를 유지하며 언제라도 다음 공격을 이을 수 있도록 모든 검격이 올올히 뿌려져 이어진다. 자유의 극과 격식의 극에 달한 두 달인의 검이 연달아 허공에 맞붙었다.
키린트가 감탄을 터트렸다.
“제법이구나!”
그러나 감탄과 달리, 키린트는 예측하기 힘든 자유분방한 러스의 검술을 무난히 막아 내고 있었다. 점점 러스의 안색이 굳어 갔다.
키린트가 문득 비웃음을 흘렸다.
“그렇지, 천재란 것들의 검은 대체로 이런 식이지!”
동시에 키린트의 검술이 바뀌었다. 기본에 충실하던 제국검에서 갑자기 온갖 변칙적인 궤도로 검이 날아온다.
“으윽!”
당황하며 러스는 뒤로 물러섰다.
낯선, 동시에 낯익은 검술이었다. 한 번도 상대해 본 적은 없지만 모를 수가 없는 타입의 검술, 바로 러스 자신의 것과 흡사하지 않은가?
맹렬히 러스를 몰아붙이며 키린트가 차갑게 소리쳤다.
“나 역시 그대가 나타나기 전에는 최연소 오러 유저라 불렸다!”
키린트가 오러 유저로 각성한 것은 서른한 살 때의 일, 러스 이전만 해도 저 최연소 타이틀은 바로 그가 가지고 있었다.
“어린놈이 재능만으로 오러를 각성하면 보통 검술은 이따위가 되기 마련이지!”
자신의 무기에 자신이 당하는 꼴이 된 러스가 당황하며 계속 뒷걸음질을 쳤다. 이대로 밀리다간 도저히 승기를 잡을 수 없다!
이를 악물며 러스가 자세를 고쳐 오러 스킬을 발동했다.
“질풍 찌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