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Indomitable Martial King RAW novel - chapter 306
“크윽, 이것도 먹히지 않는가?”
“마치 내 기술을 미리 알고 있는 것 같잖아, 이건!”
밀린 프레드릭과 모스가 이를 갈았다.
아까부터 이런 상황이었다. 어떤 공격을 해도 저 건장한 오크는 마치 미리 예상하기라도 했듯 도중에 반격을 해 대고 있었다. 오러양이 제국 오러 유저 측이 더 높기에 카운터를 먹고도 별 피해는 없었지만, 기술적 측면에서 노골적으로 읽혔다는 것은 역시 정신적 타격이 크다.
게다가 더더욱 굴욕적인 부분은…….
“야, 천재다. 진짜 둘 다 천재네.”
타시드는 그 와중에도 계속 성벽 위를 힐끔거리며 이쪽에 집중을 하지 않고 있었다는 점이었다. 그나마 타시드가 오크어로 중얼거리고 있어 망정이지, 만약 알아들었다면 울화통 터져 뒷목 잡고 쓰러졌을지도 모르겠다.
계속 곁눈질을 하는 타시드의 태도에 보다 못한 제국의 오러 유저, 모스 경이 버럭 호통을 쳤다.
“기사도도 모르는 비천한 오크 놈 같으니! 네놈도 검을 쥐었다면 눈앞의 상대를 존중해라!”
그러자 타시드가 아차 하는 표정을 지었다.
인간의 기사도를 굳이 그가 지킬 이유는 없지만 오크 전사의 전통 또한 눈앞의 대적자에게 집중하지 않음은 큰 무례다. 원래 타시드도 이런 성격은 아니었는데 근묵자흑, 먹을 가까이 하면 검어진다고 하도 러스와 오래 어울리다 보니 절로 신기한 기술 보면 그쪽에 신경 쓰는 습관이 붙어 버렸다.
‘으윽, 나의 실수로다.’
바로 성벽에서 시선을 떼고 타시드가 정중히 사과를 건넸다. 이번엔 혼잣말이 아니라서, 오크어가 아닌 마법 목걸이로 인해 번역된 공용어였다.
“미안하오, 나의 과오를 용서해 주시오.”
모스 경이 숨을 씩씩거리며 중얼거렸다.
“이 자식, 어떻게 기술을 모조리 읽는 거지?”
“안력과 반사 신경이 그리 좋은가?”
“검세야 그럴 수도 있겠지만 어떻게 오러 스킬마저 미리 막는단 말이오? 그것은 기감으로도 안 되는 것이거늘?”
모스 경의 분통에 프레드릭 경이 쓴웃음을 지었다.
“키린트 경은 막았잖나?”
“그럼 저 따위 오크가 키린트 경과 동급의 천재란 말이오? 말도 안 되는!”
“확실히…… 키린트 경과는 좀 다른 느낌이지만…….”
동료의 투덜거림에 프레드릭은 고민했다. 타시드의 저 기이한 짓거리는 천재, 키린트를 상대할 때와는 좀 달랐다.
키린트는 기술을 한 번 보자마자 바로 이해, 두 번을 허용하지 않는 타입이었다.
하지만 타시드는 달랐다. 저 오크는 아예 처음 한 번조차 허용하지 않는다.
‘그렇다고 이쪽의 기술을 모두 파악해 버리는 것도 아닌 듯하다. 그렇다면 맥을 끊을 때 바로 결정타를 날렸을 터, 하지만 맥을 끊는 것 이상의 공격은 하지 않는단 말이지?’
비교적 침착한 성품인 프레드릭은 이 상황에서도 그럭저럭 심기를 유지하고 있었다. 하지만 다혈질인 모스는 달랐다. 오크 따위에게 밀리는 자신이 도저히 용납이 안 되었는지 얼굴을 시뻘겋게 달구며 대뜸 반격에 들어갔다.
“이 비천한 노예 새끼가!”
모스의 오러 스킬이 막 뻗어 나가려는 순간이었다. 너무 마음이 급했던 나머지 블레이드 오러의 제어가 일순 흩어지며 제어된 힘이 엉뚱한 데로 흩어져 버렸다.
모스 경의 안색이 굳었다.
‘아차! 실수다!’
그런데, 하필 뒤틀어진 블레이드 오러가 허공에서 휘어 타시드의 등 뒤로 날아들었다. 노리질 않았는데 엉뚱하게 회검류 기술이 된 셈이었다. 그야말로 천운이다.
‘이거 운이 따르는군!’
모스 경은 당황했지만 프레드릭 경은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애초에 노리지도 않은 기술이니 예측이 될 리가 없다. 바로 공격에 합세하려 무릎을 굽히는 찰나였다.
“흥! 어금니 막기!”
콧방귀를 켜며 타시드가 대뜸 허리를 비틀어 대지로 대검을 크게 그어 넣었다.
콰콰쾅!
청록색 오러가 간헐천처럼 분출하며 타시드의 등 뒤를 가로막았다. 대족장 칼켄의 비기를 적절한 순간에 구사한 것이다.
순간 프레드릭이 두 눈이 휘둥그레 커졌다.
‘마, 말도 안 돼!’
애당초 실수한 기술을 예측한다는 것은 말도 안 된다. 사전 동작도, 오러의 흐름도 모두 측면 공격을 위한 것이었다. 그저 제어가 벗어나 배후 공격이 되었을 뿐.
그런데 타시드는 그걸 간단히 알아챘다.
‘단순히 상대 공격에 반응한 것이 아니야. 분명 모스 경이 실수하기 전에 먼저 움직였어!’
상대가 어떤 식으로 나오건 이후 이어질 공격을 알아채는 능력.
프레드릭 경은 저 능력에 대해 문헌에서 본 적이 있었다.
“전투 예지!”
☆ ☆ ☆
300년 전의 검성, 아인츠발트의 비기.
전투 예지.
그것은 인간에게는 결코 허락되지 않는다는 시간과 공간, 물질 중 시간 그 자체에 개입하는 초월적인 오러 스킬이었다.
“말도 안 돼…… 오크 따위가 그런 기술을 터득했을 리가…….”
검성 아인츠발트는 전투에 인해 3초 전의 모든 공격을 ‘미리’ 볼 수 있었다. 예측 따위가 아니었다. 말 그대로 절대적인 예지, 반드시 일어나고야 마는 사실을 시간을 뛰어넘어 미리 알아차리는 능력이다.
이것이 전생의 오크 대전사, 타시드가 검성 사이러스와 동등하게 싸울 수 있던 진정한 이유였다.
공간을 다루는 검성 사이러스를 상대로 오크 대전사 타시드는 시간을 초월하는 안목으로 맞섰다. 무술에 대해 잘 모르던 당시의 레펜하르트는 그냥 감 좋아서 막은 줄 알았지만, 사실 허공검이 감 좀 좋다고 막을 수 있는 레벨의 기술은 결코 아니다. 오크 대전사 타시드는 확실히 검성 사이러스와 같은 위치, 비슷한 깨달음을 지닌 진정한 강자였던 것이다.
비록 현재 타시드의 전투 예지는 전생과 비교하면 미약할 뿐이지만 그렇다 해도 두 오러 유저를 상대하기엔 충분하다.
프레드릭이 전율하며 중얼거렸다.
“전투 예지라니…… 그것은 인간에게 허락된 힘이 아니거늘…….”
전투 예지의 힘은 검성 아인츠발트 이후 세상에 나온 적이 없었다. 기술의 난이도도 난이도지만, 그 부작용이 너무 심각해 설사 단초를 잡았던 오러 유저라도 제대로 익히질 못한 기술이었다.
예지 능력, 이는 분명 반칙적으로 강한 능력이지만 그만큼 감각을 크게 훼손한다. 온갖 공격이 난무하는 복잡한 검투 속에서 현재와 미래의 환영이 공존하는데, 그것을 구별하기에 인간의 뇌는 너무나 섬세한 것이다.
능력을 계속 사용할수록 뇌는 환영을 인식하고 그에 적응하며 점점 더 고도로 예민해진다. 종국엔 전투가 아닌 일상에서조차 환영과 실체를 구별하지 못하게 되니 극도의 정체성 혼란과 우울증이 생기지 않을 수 없다. 검성으로 이름 높았던 아인츠발트도 저 능력을 개화한 이후 3년이 채 못 되어 미쳐서 자살해버렸다.
미래를 보는 것은 그만큼의 대가를 필요로 하는 것이다.
“어리석구나, 전투 예지는 검사라면 손대어선 안 될 광기의 검이거늘!”
프레드릭 경이 고함을 터트렸다.
타시드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응? 전투 예지? 뭐야, 그건 또?”
“네놈이 보고 있는 미래의 환영 말이다! 그걸 보고도 맨정신을 유지할 수 있을 것 같으냐?”
타시드가 눈을 껌뻑였다. 그제야 프레드릭이 뭔 소리 하는지 알아들은 것이다.
“아, 뭔 짓 할지 대충 보이긴 하는데 그게 뭐?”
이걸로 확신할 수 있었다. 저 오크는 정말로 시간을 초월하는 능력이 있다.
대단하고 또 감탄스러운 능력이지만, 프레드릭의 표정은 오히려 밝아졌다.
‘정말 전투 예지라면 방법이 있지!’
검성 아인츠발트의 문헌을 통해, 그는 전투 예지를 상대하는 법을 알고 있었다.
일격의 파괴력이 아니라, 공세의 숫자를 크게 늘려 버리면 된다. 그렇다면 미래의 환영도 그 수가 월등히 많아질 것이고, 그만큼 그 힘을 다루는 타시드에겐 극도의 심적 부담이 될 테니까.
프레드릭의 검세가 더욱 그 수를 늘렸다. 상황을 알아챈 모스 경도 재빨리 합류했다.
자신만만하게 프레드릭이 고함쳤다.
“어리석구나, 오크야! 언제까지 그 힘을 다룰 수 있을 것 같으냐?”
무수히 쏟아지는 미래의 환영, 인간이라면 그 끝없이 이어지는 시간의 파편 속에서 허우적대지 않을 수 없으리라!
그런데…… 어째 상황이 기대했던 대로 흘러가지 않았다.
“다루긴 뭘 다뤄? 그냥 보이니까 막는 건데.”
공세가 늘건 줄건, 타시드는 전혀 부담 없이 감당하고 있었다.
분명 현재와 미래의 환영이 공존하고 있을 텐데 표정에 한 치의 혼란도 없어 보인다. 뭐, 살짝 우울한 감은 있었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저 위에서 놀고 있는 두 천재에 대한 자격지심 때문일 뿐이다.
그렇게 몇 번이나 다량의 검격을 퍼부었지만, 타시드는 전혀 당황하지 않았다. 무난히 막아 내며 적절하게 반격을 할 뿐이다.
오히려 프레드릭이 당황해 버렸다.
“이 오크 놈은 미래의 환영을 보면서도 자아를 유지할 수 있단 말인가?”
전투 예지는 분명 인간에게 허락된 기술이 아니었다. 창조적이고 창의적이며, 상상력이 뛰어나 보이지 않는 존재를 볼 수 있는 인간에게는.
하지만 오크는 그 정도로 머리가 좋지 않은 것이다.
애초에 보이지도 않는 신을 믿지 않고, 분명 존재했던 조상들을 믿는 오크다. 미래의 환영이 보인다고 진짜인지 가짜인지 고민할 만큼 우울한 성격도 아니다. 그리고 타시드는 분명 오크치곤 머리가 좋았지만, 그래 봤자 오크였다.
보이면 보이는가 보다, 안 보이면 그런가 보다, 대충대충 넘어가는 오크에게 자아 정체성의 흔들림 따위는 존재하지 않는다.
쉽게 말해, 이것이 예지인지 그냥 감인지 구별 못 할 만큼 멍청한 것이다!
“정체성 의문? 씨발, 내가 내 팔로 내 검 들고 잘 싸우는데 뭔 의문이 있어?”
타시드는 전혀 고민도 고뇌도 없이 전투 예지를 막 쓰면서도 뇌에 조금도 부담을 느끼질 않았다. 애초에 부담을 느낄 만큼 섬세한 뇌도 아니고.
그 덕에 전투 예지가 100퍼센트 들어맞지도 않았지만…….
“윽!”
모스 경의 블레이드 오러가 타시드의 어깨를 살짝 스치고 지나갔다. 워낙 환영이 많다 보니 보면서도 구별을 못 한 탓이었다.
모스 경이 의기양양하게 외쳤다.
“어떠냐! 오크! 네 전투 예지가 무적이 아님을 알겠느냐?”
타시드는 개의치 않았다. 어깨의 상처는 가볍게 스친 것으로, 전투에 지장이 없는 수준이었다. 오크 전사는 이 정도는 상처로 치지 않는다.
“아, 감 잘못 잡았네?”
이러고 신경 끈다. 그리고 다시 전투에 매진한다.
“싸우다 보면 당연히 칼침 맞게 마련이지, 살짝 긁어 놓고 뭘 그리 저리 잘난 척을 한대?”
환청이나 환각도 머리가 받쳐 줘야 생기는 것이다. 환청도 기분 탓, 환각도 기분 탓이라며 대충대충 넘겨 버리는 타시드에게 스트레스란 존재하지 않았다. 마음껏 미래의 환영을 보며 두 오러 유저를 상대했다.
“이 방법은 안 되겠군.”
결국 프레드릭과 모스는 검세를 바꾸었다. 무수히 공세를 퍼붓는 것은 시행하는 입장에서도 체력 소모가 너무 커 오래 할 짓이 아니었다.
‘난격이 통하지 않는다면 역시 남은 방법은 하나뿐인가?’
전투 예지를 쓰는 자에게 기교는 통하지 않는다. 알면서도 막거나 피할 수 없는 외통수의 일격, 즉 순수한 힘으로 밀어붙일 수밖에 없다!
그 사실을 깨달은 프레드릭과 모스가 암담한 표정을 지었다.
‘……힘으로?’
‘오크를 상대로?’
자신의 허벅지보다도 두꺼워 보이는 팔뚝에, 어디서 대들보를 뽑아온 것 같은 참마도를 몇십 분째 휘두르면서도 지친 기색 하나 없는 저 우락부락한 오크를 힘으로 밀어붙여야 한다고?
“…….”
두 오러 유저는 승부를 포기했다. 대신 방어에 치중하며 타시드의 발을 묶는 데 최선을 다하는 방식으로 싸움을 바꿨다.
일단 상대가 저렇게 나오니 타시드도 필살의 일격을 먹이기가 어려웠다. 일대일이라면 벌써 승부가 났겠지만, 전투 예지를 통해 카운터 일격을 넣어도 다른 한쪽이 커버해 주니 알면서도 놓칠 수밖에 없다.
“타아앗!”
“허업!”
기합을 연신 터트리며 세 오러 유저는 계속 공방을 주고받았다.
3
성벽 위와 아래에서 양측의 오러 유저가 사투를 벌이는 와중에도, 전쟁은 계속 이어지고 있었다.
끝없이 이어지는 제국의 공세 속에서 조금씩 타한 요새군의 피해가 늘어나기 시작했다. 화살 비에는 거의 무적이던 드워프의 ‘강철의 지붕’도 날아드는 마법에 대해선 그리 유효하지 못했다. 성벽 곳곳에 시체가 늘어났다.
그러나, 그러면서도 타한 요새는 굳건하게 자리를 지키며 결코 적의 발길을 허용하지 않았다. 상황을 지켜보던 제국군 지맨 사령관은 인상을 썼다.
‘이거 안 되겠군.’
제국이 자랑하는 중장보병, 기사와 동급의 갑주를 갖춘 채 돌진하는 이 보병들은 특히나 공성에 탁월한 힘을 발한다. 화살도 떨어지는 돌덩이도 몸으로 버티는 방어력을 갖춘 존재들이니까.
그 중장보병이 전혀 밀어붙이지 못하고 있다. 연신 돌을 맞고 창에 찔리며 사다리에서 떨어져 바닥을 뒹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