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Indomitable Martial King RAW novel - chapter 324
콰콰콰쾅!
연달아 레펜하르트와 드레자 사이의 허공이 폭발하며 간섭하던 보랏빛 마력장이 헝클어진다. 그 틈에 비행 주문의 제어를 되찾은 드레자가 다시 곡예비행을 시작했다. 기껏 근접했던 레펜하르트가 다시 목표를 놓치고 거리를 벌렸다.
드레자가 비웃음을 흘렸다.
“후후, 기물의 힘으로 어떻게든 해 보려는 모양인데, 난 그렇게 만만한 상대가 아니니라!”
지금 그는 레펜하르트에게 계속 마력장을 침범당하자 해제에 맞서는 대신 아예 강렬한 마력으로 서로의 마력장 자체를 날려 버린 것이다. 도박하다 자꾸 패를 읽히니 아예 판을 엎어 버린 셈이랄까?
레펜하르트가 입맛을 다셨다.
‘쳇, 워낙 안 쓰던 주문이라 저런 식으로 쓸 줄은 미처 생각을 못 했네.’
저건 마력은 압도적인데 상대보다 마법적 센스가 떨어질 때나 사용하는 주문이다. 레펜하르트는 어린 시절부터 남보다 마법적 센스가 떨어진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실력만으로도 판돈을 휩쓸어 가는 최강의 도박사였는데 구차하게 판 엎을 일이 없는 것이다.
또한 마왕이 된 후의 그는 고금 제일의 마력을 지닌 자, 당연히 그를 상대로 순수 마력 날려 봐야 바다에 잉크 한 병 붓기일 뿐이다. 저런 식으로 나오는 자도 아무도 없었다.
쓴 적도 없고 당한 적도 없으니 자연히 뇌리에서 잊힐밖에.
“예행연습 정도로 생각했는데 과연 호랑이 새끼는 호랑이, 만만치 않구나!”
호통을 치며 드레자가 손짓을 했다.
“내 기필코 네놈을 해치운 뒤 그 목을 들고 제라드를 찾겠다!”
4
무수한 폭음을 일구며 레펜하르트와 드레자는 계속 허공을 누볐다. 비록 마력장 간섭이 막혔다 해도 레펜하르트는 드레자보다 더 높은 경지의 마법사였다. 그 외에도 상대를 노릴 마법은 얼마든지 있었다.
“아케인 블래스터!”
빈틈을 노려 레펜하르트가 전생에도 애용하던 필살 주문을 날렸다.
“프로텍트 플레임, 리플렉트 미러!”
드레자가 바로 반사 계열 마법으로 튕겨 냈다. 아케인 블래스터는 섬광계 주문이라 동반되는 가공할 열기를 화염 차단 주문으로 술식 해제하고 나면 이어진 광압은 미러 계열 주문으로 반사하는 것이 가능했다.
그리고 이내 반격.
“플레임 스트라이크!”
불꽃의 기둥이 레펜하르트를 직격했다. 보통 플레임 스트라이크보다 몇십 배나 되는 가공할 열기가 대기를 뜨겁게 달구었다.
화아아악!
상대의 아케인 블래스터에서 걷어 낸 열기를 드레자는 그냥 허공에 버리지 않고 바로 역술식을 구사, 자신의 화염계 주문에 섞어 위력을 높인 것이다. 대마법사라면 이 정도 교묘한 마법 운용은 상식이라 할 수 있었다.
“흥! 이 정도쯤이야!”
플레임 스트라이크에 직격당한 레펜하르트가 양손에 마력을 머금은 채 두 팔로 기둥을 갈랐다. 이글거리는 화염이 회오리치며 레펜하르트의 양손으로 도로 흡수된다.
레펜하르트 역시 대마법사, 흡수한 화력을 도로 방출하며 똑같이 반격했다.
“프로미넌스!”
아무리 드레자라도 몇 번이나 뒤섞어 혼탁해진 화기를 다시 자기 술식으로 되돌릴 수는 없었다. 역술식 대신 날아오는 화염 폭풍을 빙설의 결계로 걷어 내며 드레자가 감탄사를 토했다.
“정말 굉장하군, 아무래도 나중에 차분히 연구해 봐야겠어.”
여전히 레펜하르트의 실력을 아티팩트의 힘이라 믿는 드레자가 탐욕으로 눈을 빛냈다.
그런데, 그 탐욕으로 잠시 드레자의 집중이 깨졌다.
‘응?’
팽팽하던 전투 중 한눈을 팔다 보니 드레자의 비행이 살짝 느려진 것이다. 레펜하르트는 그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타아아앗!”
아무래도 스피드는 마법보다는 체술 쪽이 월등한 것, 이제껏 마법사처럼 굴던 레펜하르트가 다시 권왕으로 돌아가 허공을 박차며 쏘아졌다. 동시에 마법도 날려 드레자의 사방을 가로막았다.
“에어로 월! 거스트 오브 윈드!”
이중 영창을 통해 두 풍계 주문을 발동하며 드레자의 사방을 바람의 장막으로 막는다. 드레자의 비행이 확연히 느려진다. 순간 노마법사의 표정에 당혹의 빛이 떠올랐다.
“윽!”
어느새 레펜하르트의 모습이 코앞까지 닥치고 있었다.
이미 피하기엔 늦었다. 황급히 드레자가 모든 마력을 동원해 마력 방어장을 겹겹이 몸에 둘렀다.
“프리스매틱 실드!”
동시에 레펜하르트의 킥이 드레자를 강타했다.
“가스트리젠!”
꽈앙!
오러와 마법이 상호 반응해 폭음이 일어났다. 그러나 레펜하르트가 뻗은 오른발은 여전히 중간에 가로막혀 있었다.
“어라?”
레펜하르트가 당황해하며 발을 거두었다. 드레자가 그럴 줄 알았다는 표정을 지었다.
“흐음, 역시 이 정도인가?”
실은 드레자는, 마력 방어막만으로도 짐 언브레이커블의 돌진을 막을 기량이 있었던 것이다.
“어차피 제라드 놈을 상대하기 전에 연습하려던 것뿐이었다. 설마 이 몸이 아직 미숙한 짐 언브레이커블도 못 당해 낼 줄 알았더냐?”
오만하게 뇌까리며 드레자가 두 손을 모았다.
가공할 마력이 폭풍처럼 휘몰아쳐 레펜하르트를 튕겨 냈다. 압력에 밀려나며 레펜하르트가 신음을 흘렸다.
“크윽! 진짜 마력 하나는 엄청나네.”
저 정도면 전생의 자신과 비교해도 크게 떨어지지 않아 보인다.
‘한 80퍼센트 정도? 적어도 제이드보다는 확실히 위군.’
사실 인간이 지닐 수 있는 마력은 한계가 있는지라 10서클 궁극 마법사인 레펜하르트도 순수한 본신의 마력은 빛의 마법사 제이드의 두 배 정도일 뿐이다. 사방신의 유물로 출력을 높이고 또 10서클 주문, 마나 리플레인으로 재활용을 해 무한의 마력을 다루는 것처럼 보였을 뿐.
9서클의 마스터, 드레자 또한 레펜하르트처럼 인간의 한계 가까이 마력을 쌓아 온 것이다.
“슬슬 끝내 주마, 제라드의 제자야! 임페리얼 버스터!”
9서클 최강의 순수 폭발 주문, 임페리얼 버스터가 튕겨 난 레펜하르트를 향해 쏘아졌다.
과연 궁극의 마법사답게 스피드도 타이밍도 한 치의 틈이 없었다. 전혀 피할 수 없는 완벽한 일격이었다.
“크, 크윽!”
황급히 레펜하르트가 전신을 황금빛 회오리로 감았다. 하지만 드레자는 오히려 웃었다.
‘제라드라면 모를까, 네놈 정도 수준으로 임펠리얼 버스터를 막을 수 있을 것 같으냐?’
콰아아아앙!
어마어마한 폭발이 일어났다.
☆ ☆ ☆
9서클 궁극 폭열 주문, 임페리얼 버스터.
이는 드레자가 자랑하는 최강의 주문이었다.
같은 서클의 주문이라도 마법사의 숙련도에 따라 그 위력 차이가 꽤 크다. 화염계 마법에 적성이 맞는 이라면 9서클 초반 화염계가 오히려 9서클 후반 섬광계 주문보다 더 큰 위력을 보인다.
드레자는 원래 폭열 주문에 가장 적성이 맞는 타입.
그런 그가 구사한 임페리얼 버스터라면 정말 성 한 채를 통째로 날릴 정도의 가공할 위력을 지니고 있다. 그냥 성이 아니라 대마법용 방어진이 설치된 제대로 된 요새를 날릴 수 있다는 소리다.
그래서 드레자는 상대의 죽음을 확신했다.
“제라드라면 모를까, 아직 여물지도 않은 어린 권왕이 내 마법을 당할 수 있을 리가 없지.”
드레자는 미련 없이 허공에서 몸을 돌렸다. 잠깐 안타레스군을 쫓아가 마저 섬멸시켜 버릴까 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그리 의욕이 생기지 않았다.
“음, 굳이 그럴 것까지는 없겠지?”
짐 언브레이커블에 대한 무한한 원한으로 참전하긴 했지만 사실 드레자는 안타레스 공국에 아무런 감정도 없다. 저들끼리 노예 종족을 사람 대접하겠다고 설치는 꼴도 별로 거슬리지 않았다.
‘어차피 다 똑같이 머리 나쁜 것들이구먼, 뭘.’
드레자 입장에선 인간이나 이종족이나 그놈이 그놈, 같은 돌머리일 뿐인 것이다. 어찌 보면 제라드와 동류랄까? 둘 다 극에 다다른 강자라 그런지 하는 생각도 비슷한 점이 있었다.
드레자가 무슨 피에 미친 살인마도 아닌데 굳이 애꿎은 레펜하르트의 부하들에게까지 대량 학살을 저지를 이유는 없다. 나머지는 전쟁 치르는 놈들이 알아서 할 일이다.
‘왕이 쓰러졌으니 이 전쟁도 곧 끝나겠군.’
이미 원하는 목적을 완수했다. 안타레스 공왕이 죽었으니 전쟁에서 승리했다는 부분은 부수적일 뿐이고…….
‘아끼는 제자를 박살 냈으니 이제 제라드가 제 발로 날 찾아오겠지, 후후후.’
짐 언브레이커블에게 있어 무맥을 잇는 후계자의 존재가 얼마나 소중한지 모르는 드레자가 아니었다. 아마도 제라드가 이 소식 들으면 눈이 뒤집히지 않을까?
“크크, 그것 참 볼 만하겠군.”
길길이 날뛰는 제라드의 모습을 떠올리니 절로 속이 시원했다.
“크하하하!”
그렇게 드레자가 통쾌하게 웃고 있을 때였다.
“하하하…… 하아?”
순간 노마법사의 표정이 그대로 굳었다.
자욱한 폭연이 허공으로 흩어지며, 그 속에서 흐릿한 그림자가 비치고 있었다. 우락부락한 근육에 거악 같은 육체를 지닌 사내의 그림자가!
걷힌 연기 속에서 드러난 상대의 얼굴을 보며 드레자가 경악했다.
“마, 말도 안 돼…….”
사내가 손을 휘저어 연기를 걷어 내며 차갑게 웃었다.
“과연 9서클 주문, 굉장한 위력이었다. 자칫했으면 당할 뻔했네.”
분명 뼈도 못 추리고 박살 났어야 할 레펜하르트가 사지 멀쩡한 모습으로 허공에 떠 있었다.
드레자가 패닉에 빠져 중얼거렸다.
“어, 어떻게?”
그는 제라드만큼이나 당대 권왕 레펜하르트에 대한 정보도 착실히 수집했다. 상대의 캘러미티 혼이 아직 5중첩의 경지라는 것도 이미 알고 있었다. 무인은 어느 순간 갑자기 발전한다는 걸 감안해 혹여 6중첩의 경지에 들었을 가능성도 염두에 두고 있었다.
설사 6중첩이라 해도, 계산상 현재의 레펜하르트의 기량으로는 결코 드레자의 임페리얼 버스터를 막아 낼 수가 없다!
“내 계산이 틀렸다고? 그럴 리가 없는데?”
당황하며 드레자가 재차 주문을 준비했다.
“초월적 멸세의 홍염, 내 손에 머물지어다!”
다급하다보니 임페리얼 버스터를 준비할 여유가 없다. 대신 익숙한 폭열 주문 중에서도 가장 빨리 발동시킬 수 있는 9서클 주문이 드레자의 손을 통해 현세에 구현된다.
삽시간에 이글거리는 홍염을 만들어 낸 드레자가 그대로 손을 뻗었다.
“헬 플레어!”
홍염이 레펜하르트를 향해 쏘아지며 점점 거대해졌다. 종국에는 마치 또 하나의 태양이 하늘에 떠오른 것처럼 가공할 열기로 화했다. 임페리얼 버스터만은 못해도, 충분히 9서클다운 파괴력이었다.
하지만 레펜하르트는 피하지 않았다. 굳이 드레자의 영창을 방해하려 하지도 않았다.
그저 오만한 눈으로 다가오는 헬 플레어를 바라보며 뇌까리고 있을 뿐.
“걱정 마시지, 드레자. 그대의 계산이 틀린 것은 아니니까.”
홍염의 불길이 그를 직격하기 직전이었다.
갑자기 레펜하르트가 씩 웃으며 늠름하게 양팔을 벌려 가슴을 펼쳤다. 동시에 우렁찬 외침을 터트렸다.
“아케인 스파이럴 가드!”
찬란한 빛의 회오리가 전신을 감싼다. 모든 것을 튕겨 내는 짐 언브레이커블 궁극 방어기, 스파이럴 가드다. 그런데 평소와 빛이 좀 달랐다. 찬란한 황금빛 사이로, 눈부신 백색의 빛이 섞여 함께 소용돌이를 이룬다.
대마법사인 드레자는 그 빛의 정체를 바로 알아챌 수 있었다.
“순수한 마력?”
헬 플레어의 가공할 열기가 스파이럴 가드와 충돌하며 산산이 갈리기 시작했다.
콰콰콰쾅!
그저 오러의 힘이라면 충분히 폭압으로 밀어붙일 수 있었겠지. 하지만 지금 스파이럴 가드에 혼합된 마력의 기류가 헬 플레어의 마력과 충돌하며 확실하게 흐름에 간섭해 힘의 연동을 가르고 있었다.
서로 연계되어 제곱의 힘을 내지 못하는 헬 플레어는 그저 평범한 폭발 주문 이상이 아니다. 이내 이글거리던 홍염이 소용돌이에 휩쓸려 모조리 허공으로 비산해 버렸다.
“…….”
자랑하던 마법이 힘없이 사라지는 걸 보던 드레자가 경악에 말문을 잃었다. 빙그레 웃으며 레펜하르트가 빛의 소용돌이를 거두었다.
“분명 지금 내 체술 수준으로 9서클까지 버틸 순 없다. 마력량 차이가 심하니 마법으로 막기도 무리지. 그래, 그건 확실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