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Indomitable Martial King RAW novel - chapter 328
비록 3회 한정이긴 하지만, 그 정도면 충분히 반격의 기회를 잡을 수 있었으리라.
그러나 지금 레펜하르트는 모종의 이유로 10서클을 쓸 수가 없었다.
10서클을 구사하려면 사방신의 유물과 동기동조화한 영역 전부를 총동원해야 하는데…….
“젠장, 보름 뒤 준비하느라 죄다 술식을 묶어 놨으니…….”
현재 그는 9서클 주문을 쓸 정도의 마력만 빼고 모든 동기동조화 영역의 마력을 다른 술식에 투자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럴 줄 알았으면 그냥 전쟁 좀 오래 끌더라도 자유롭게 풀어 놓는 건데…….’
애초에 레펜하르트가 가늠한 드레자의 실력은 빛의 마도사 제이드와 비슷한 수준, 그 정도라면 지금 수준으로도 충분히 감당할 자신이 있었다. 그래서 자신만만하게 나섰다.
그런데 드레자가 저 정도일 줄이야?
‘크, 주제 파악도 못 하고 마법의 극을 초월한 자랍시고 큰소리나 뻥뻥 쳤으니…….’
새삼 얼굴이 화끈거릴 지경이었다.
뭐, 후회해 봐야 이미 때는 늦은 것.
어떻게든 지금 있는 것으로 대처할 수밖에 없다.
“타아앗!”
애써 전의를 끌어 올리며 다시 레펜하르트가 몸을 날렸다.
3
분명 레펜하르트는 사정없이 밀리고 있었다. 누가 봐도 드레자가 우위임을 의심치 않는 모습이었다.
그렇지만 쉽게 쓰러지지도 않았다.
‘이것 참, 아무래도 예측했던 것과 상황이 다르게 흘러가는데?’
드레자는 불만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이 정도 힘 차이가 있으니 아직 완성되지 않은 짐 언브레이커블이 그를 상대할 수 있을 리가 없다.
하지만 지금 레펜하르트는 역대 짐 언브레이커블처럼 멧돼지 전법으로 드레자를 상대하고 있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기교파 오러 유저처럼 정교한 공방으로 치고 빠지는 전법을 쓴다.
‘권왕이라기보다는, 오히려 역대 검성의 전법에 가깝군.’
물론 레펜하르트가 역대 검성처럼 교묘한 기술을 쓰는 것은 아니었다. 체술 자체는 여전히 짐 언브레이커블의 그것이다.
문제는 저 가공할 마법 실력이었다.
교묘한 마법 술식으로 화력을 억제해 피하거나 또는 비껴 흘리며 오히려 반격을 해 온다. 그 수법이 마법사와 비교해도 손색이 없을 만큼 정교하고 세밀하다.
9서클 마스터인 자신이 봐도, 레펜하르트의 마법은 결코 그에게 뒤떨어지지 않았다. 오히려 운용이나 술식 제어 등은 그보다 훨씬 뛰어났다. 만약 상대가 마법사였다면 자괴감에 빠졌을 정도였다.
‘정말 무시무시한 기물이로다…….’
아티팩트의 힘이라 착각하는 드레자조차도 공포가 느껴질 지경이었다. 그나마 아직 그가 우위에 차지한 것은 모두 마력량 덕.
‘성능은 엄청나지만 부여된 마력량은 그냥 상식적인 수준이군.’
현재 레펜하르트의 마력 수준은 딱 흔한(?) 대마법사 수준이었다. 일개 마법사가 보기엔 어마어마하겠지만 현재의 드레자에 비하면 상당히 낮다.
‘마력이 비슷했으면, 체술은 고사하고 그냥 마법만으로도 밀렸겠어.’
드레자의 눈빛이 바뀌었다.
저런 아티팩트는 세상에 있어서는 안 된다. 아무것도 모르는 일반인을, 단숨에 9서클의 마스터인 그와 비슷한 수준까지 끌어 올려 주는 아티팩트라니?
“더 이상 욕심 부릴 때가 아니군…….”
당한 레펜하르트 입장에서는 기가 차겠지만, 이제까지 드레자는 상당히 조심스레 마법을 구사하고 있었다.
아티팩트가 부서질까 두려웠던 것이다. 그래서 오직 레펜하르트의 상체, 홀랑 벗고 있어 아티팩트가 없음이 분명한 부위에만 위력을 집중해 마법을 썼다.
하지만 정작 저 성능을 계속 보고 있자니 아예 없애 버리는 게 더 낫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한다.
어차피 드레자는 마법의 극에 달한 자, 저런 것 없이도 마법사 중 가장 높은 위치에 선 자다. 굳이 저런 기물을 남겨 후환을 만들 이유가 어디 있을까?
“연구가 문제가 아니야, 저런 끔찍한 물건이 세상에 나오면 곤란하지.”
호기심에 죽고 사는 마법사답지 않은 태도지만, 옛이야기를 보면 마법사가 호기심에 아무데나 끼어들어 사고치고 이기적으로 제 한 몸만 쏙 빼내 달아나는 일이 허다하다. 마법사는 호기심만큼이나 보신保身 감각 역시 강한 것이다.
아슬아슬하게 균형을 이루던 저울추가 결국 보신 쪽으로 기울었다.
“확실하게 박살 내 버려야겠다!”
☆ ☆ ☆
드레자의 마법이 점점 더 위력이 커져 갔다.
아까까지는 그래도 협소하게 위력을 좁혀 마법을 날렸기에 그럭저럭 피할 수 있었는데, 이젠 아예 광범위하게 펑펑 난사해 버린다. 아예 이 일대를 통째로 날려 버리겠다는 것처럼 보였다.
공세를 피하며 레페하르트가 혀를 찼다.
‘저 양반. 아직도 마력이 안 떨어졌나?’
이러다간 오히려 자신이 먼저 마력이 고갈될 판이었다. 사실 마력 마구 퍼 쓰고 있는 건 레펜하르트도 마찬가지다. 그 역시 출력 증폭 술식을 통해 순간 마력량을 끌어 올리고 있는 것이다. 드레자 타박할 자격이 없었달까?
뭐, 드레자도 느긋한 입장이 아닌 것은 마찬가지다. 위력을 조절하지 않는다는 것은 그만큼 낭비도 심해진다는 뜻.
‘이거, 아무래도 마력이 슬슬 바닥나는 게 느껴지는데.’
기가 막혀 드레자가 한숨을 쉬었다.
‘……그런데도 저놈의 짐 언브레이커블은 아직 힘이 남았냐?’
제라드의 제자는 아직도 용케 두 발로 서 있었다.
분명 사정없이 당하는 중인데도 황금빛 오러의 빛이 점점 더 선명해진다. 움직임도 어째 점점 더 노련해진다. 지친 것은 틀림없지만, 기량 자체는 오히려 더 오르고 있는 듯한 모습이다.
더 이상 시간을 끌면 제라드의 제자에게 비장의 수를 쓰는 걸로 모자라, 박빙의 승부를 하기까지 해야 하는 상황이 되어 버릴 것 같았다.
‘그럴 수야 없지!’
드레자가 손을 휘두르며 전투 방식을 바꿨다.
“아홉 머리, 하늘을 찔러 천권의 위세를 얻는다! 히드라즈 나인 헤드!”
거대한 용의 형상을 한 아홉 줄기 마력의 빛이 솟구쳤다.
동시에 아홉 속성의 마법을 연동하는 이 주문은 9서클 연계 마법의 극의라 할 수 있었다. 전혀 다른 속성의 아홉 마법이 생물처럼 날뛰며 사방에서 덮쳐 가니, 기교가 뛰어난 오러 유저라도 휘말려 혼란스러워하다 결국 날카로운 히드라의 이빨에 당할 뿐이다.
‘제라드 놈이라면 먹히지 않겠지만…….’
히드라의 이빨이 아무리 날카로워 봤자 어차피 제라드는 못 씹는다. 이빨 빠진 대가리가 하나든 아홉이든 무슨 상관인가?
‘저놈에겐 먹히겠지!’
과연, 사방의 공세에 레펜하르트의 안색이 극단적으로 창백해졌다.
“크으윽!”
아홉 개의 용 머리가 불규칙적인 궤도를 그리며 허공을 가득 감싼다. 레펜하르트도 허겁지겁 회피했지만 이내 불꽃과 뇌격의 머리가 뱀처럼 구불거리며 뒤를 쫓는다.
“냉기, 불을 사르고 대지, 번개를 그 속에 삼키노라!”
허겁지겁 레펜하르트가 반전 속성 마법으로 공격의 기세를 꺾었다. 그 틈에 냉기와 대지의 기운을 담은 머리 두 개가 다리 쪽을 노렸다.
“타이푼 킥!”
다급히 허공을 걷어차 레펜하르트가 오러의 소용돌이를 만들며 후속타마저 막았다.
하지만 머리는 아직도 다섯 개나 남아 있다.
크아아아아!
정말 살아 있는 생물처럼 히드라의 머리가 포효하며 레펜하르트를 덮쳤다. 레펜하르트는 이를 악물며 두 팔뚝을 가슴에 겹쳤다. 이렇게 된 이상 그저 방어하는 것 외에는 방법이 없었다.
“아케인 스파이럴 가드!”
빛의 회오리가 히드라의 머리들과 충돌해 다중 폭발을 일으켰다.
콰콰콰콰쾅!
폭발 속에서도 용케 버티고 선 레펜하르트를 보며 드레자가 감탄을 흘렸다.
“굉장하군. 지금 저 녀석이라면 제 사부와 비교해도 방어력은 별 차이 없겠는데?”
하지만 이 수법이 레펜하르트에겐 통하고 제라드에겐 무용인 이유는 단순한 방어력 문제가 아니다.
“그래 봤자 힘이 제 사부에 못 미치지만.”
폭발로 인해 꼼짝도 못한 채 레펜하르트는 연신 신음을 흘렸다.
“큭, 크윽!”
분명 몸을 방어했는데도 충격이 고스란히 전해지고 있었다. 아까의 임페리얼 버스터를 몸으로 때웠던 것과는 상황이 달랐다. 그때는 여유 부리느라 반격을 안 한 것이지만, 지금은 아예 반격은 고사하고 움직일 여력도 없다.
같은 방어력이라도 제라드는 저 공세를 뚫고 오히려 돌진할 정도의 패도적인 힘이 있다. 하지만 레펜하르트는 그렇지 않은 것이다.
“초월적 멸세의 홍염, 내 손에 머물지어다…….”
발이 묶인 레펜하르트를 향해 드레자가 느긋하게 주문을 외웠다.
“끝내 주마, 헬 플레어.”
가공할 홍염의 불길이 쏘아졌다. 이미 한 번은 레펜하르트가 튕겨 냈던 9서클 폭렬 주문, 그러나 지금 드레자의 마력이라면 그 위력도 천양지차다. 몇 배나 증폭된 화력이 레펜하르트의 전신을 노렸다.
“크으으!”
당황한 레펜하르트가 다급히 상대할 방법을 궁리했다.
마력차가 너무 심해 간섭도 파해도 약화도 불가능하다. 아케인 스파이럴 가드로도 저 마법을 당해 낼 수 없다. 일단 직격당하면 아무리 단련된 이 육체라도 무사하지 못할 것이 뻔했다.
그렇다면 남은 방법은 하나뿐.
‘받아쳐 상쇄시키는 수밖에!’
주먹을 허리로 가져가며 정신없이 전신의 오러를 운용한다. 여섯 개의 오러의 고리가 차례로 떠올라 주먹 끝으로 모인다.
아슬아슬하게, 헬 플레어가 직격하기 직전 레펜하르트가 먼저 준비를 끝냈다.
“캘러미티 혼!”
황금빛 오러가 홍염의 불길과 정면으로 마주치며 장대한 폭발을 일궜다.
콰아아아앙!
4
홍염에 휩싸이며 레펜하르트는 몇 번이나 허공으로 날리고 땅 위를 굴렀다. 전신 여기저기가 붓고 찢어져 피투성이였다. 역시 6중첩 캘러미티 혼 정도로는 증폭된 9서클 마법을 막기엔 역부족이었던 것이다.
하지만, 결국 살아남는 데는 성공했다.
“정말 질기기도 하구나, 짐 언브레이커블.”
심각한 부상 속에서도 비틀거리며 일어나는 레펜하르트의 모습에 드레자가 혀를 찼다. 정말이지 상상 이상으로 엄청난 육체다.
한편, 레펜하르트는 고통 속에서도 오히려 의아해하고 있었다.
‘어라, 이건 대체…….’
분명 다급하게 캘러미티 혼을 날렸다.
‘……그래, 너무 급해서 일단 지르고 봤는데…….’
권마합신이 아니었다. 마력 여유도 없고 시간도 없어 채 술식을 쓰지도 못했다. 그래서 그저 순수한 캘러미티 혼에만 집중했다. 여섯 개의 오러 고리를 이끌어 한 점에 파괴력을 수렴하는 짐 언브레이커블의 궁극기를.
그렇다. 분명히 여섯 개의 오러 고리가 한 점으로 수렴되어 재앙의 뿔이 되었다.
지금 그는 순수한 6중첩 캘러미티 혼을 완벽하게 날린 것이다!
“뭐야, 나 언제 6중첩 됐지?”
그러고 보니 어느새 전신의 오러가 상당히 빛이 짙어졌다. 생각해 보니 조금 전부터 움직임도 점점 더 좋아지던 것 같다.
‘5중첩을 터득할 때처럼 또 각성을 한 건가?’
의아해하며 레펜하르트가 몸을 일으켰다. 순간 다리가 후들거리며 무릎이 픽 꺾였다.
“윽?”
당황하며 그는 몸 상태를 살폈다.
분명 당시에는 새 경지를 열면서 막 오러도 솟구치고 몸에 힘도 나고 상처도 아물고 그랬었는데…….
‘어라…… 그때랑 달리 별로 몸이 나아지질 않네…….’
각성 시엔 세상 모든 것이 새롭게 보이던 놀라운 감각이 전신을 뒤덮었다. 그런데 이번엔 어째 구렁이 담 넘어가듯 스리슬쩍 넘어간 느낌이었다.
확실히 이건 각성은 아니다.
원래 무인들이 새로운 경지를 열 때는, 그 순간을 확연히 깨닫게 되는 각성보다는 오히려 이렇듯 자기도 모르는 새 어느새 그 경지에 올라 있는 경우가 더 흔하다.
당시의 레펜하르트는 이미 충분히 수행을 한 상태에서 4중첩 이후의 캘러미티 혼의 이치를 몰라 정체되어 있던 상황이었다. 그래서 각성을 통해 급격한 변화를 겪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