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Indomitable Martial King RAW novel - chapter 33
이번에는, 산전수전 다 겪은 그조차도 도저히 겪어 보지 못한 상황이었다. 힘줄 잘린 지 몇 분이나 되었다고 벌써 일어난단 말인가? 기도를 올리지 않았으니 치유술을 쓸 수도 없었을 텐데?
“뭐야? 저거 무슨 좀비 같은 거였어?”
하도 기가 막혀 어이없는 생각마저 들었다. 그렇다면 저건 세상에서 가장 생기 넘치고 아름답고 허약한 좀비일 것이다.
“……절대 내 몸에는 손 못 대!”
단검을 든 채 실란이 눈을 부라렸다. 핏발이 선 금색 눈동자가 붉게 물들어 있었다. 그 독한 모습에 사내들이 무심코 뒷걸음질을 쳤다.
그때였다.
부우우웅!
광풍이 불었다. 동시에 뭔가가 바람을 가르며 날아들었다. 실란 앞에 섰던 남자 둘의 모습이 일순간 사라져 버렸다. 그리고 옆에서 폭음이 울렸다.
콰아아앙!
눈앞을 가로막던 사람들이 순간 이동이라도 한 것처럼 사라지는 진귀한 광경, 실란이 멍하니 옆으로 고개를 돌렸다.
“어라?”
공터를 둘러싼 건물, 그 외벽에 커다란 나무판자 하나가 박혀 있었다. 문고리가 달려 있고 금속으로 모서리를 마감한 걸 보니 원래는 어느 집 문짝이었던 것 같다. 그리고 그 문짝과 건물 벽 사이에 시뻘건 뭔가가 뭉쳐 있는 것이 보였다.
잠시 멍해 있던 실란은 순간 욕지기를 느꼈다.
“우욱!”
저건 핏물과 살점 덩어리였다! 방금 전까지 살아 숨 쉬던 사내들의 현재 모습인 것이다!
로마드 일행은 모두 딱딱하게 굳어 있었다. 난생 처음 보는 끔찍한 살해 방식이었다. 로마드가 문짝이 날아온 쪽을 돌아보았다.
흑갈색 머리에 건장한 체구를 지닌 청년이 오른손을 앞으로 뻗은 채 공터를 노려보고 있었다. 마치 지옥에서 들려오는 듯한 섬뜩한 살기를 담아, 청년이 입을 열었다.
“찾았다, 이 개자식들…….”
욕지기를 하다 말고 실란이 반색을 하며 외쳤다.
“레펜 씨!”
☆ ☆ ☆
‘뭐냐, 저놈…….’
란타스는 어안이 벙벙해져 레펜하르트를 바라보았다. 겉보기에야 그냥 덩치 큰 청년일 뿐이지만 오러 능력자인 그는 상대의 전신에 맴도는 산악 같은 기세를 똑똑히 느낄 수 있었다.
‘뭐야, 이 엄청난 기운은?’
레펜하르트가 살기 흐르는 표정으로 뚜벅뚜벅 걸어왔다. 어느 누구도 감히 그의 앞을 가로막지 못했다. 그렇게 실란에게 다가가 쓰러진 시리스를 내려다 본 레펜하르트의 두 눈에 불꽃이 튀었다. 그가 애써 흥분을 억누르며 실란에게 감사를 표했다.
“시리스를 지켜 주어 고맙다.”
문득 실란이 얼굴을 붉혔다. 사실은 시리스가 실란을 지킨 것이었지만 막판만 본 레펜하르트 입장에선 착각할 법도 하다. 게다가 마지막에 자기도 모르게 일어난 것은 심각한 정조의 위기를 느껴서이지, 딱히 시리스를 생각해서가 아닌 것이다.
“아, 네. 뭐…….”
말을 더듬다가 실란은 그냥 쓰러진 시리스에게로 다가갔다. 그리고 치유술을 펼쳤다.
“필라넨스시여, 당신의 어린 양을 다시 일으키시어 상처를 거두소서.”
그동안 레펜하르트는 굳은 눈으로 로마드 일행을 노려보고 있었다.
여관으로 돌아올 때까지 레펜하르트는 전혀 상황을 짐작하지 못했다. 텅 빈 방, 없어진 실란과 시리스의 옷가지, 그리고 열린 창문을 보고도 그냥 ‘애들이 방에만 있기 싫어 놀러 나갔나?’라고 속 편하게 생각했다.
이변을 깨달은 것은 여관 주인이 자신을 대하는 태도 때문이었다. 왠지 꺼려하는 그 모습에 뭔가 이상하다고 생각한 그는 바로 여관 주인을 다그쳤다. 한 방에 여관 기둥을 뭉개는 그 주먹 앞에 주인은 순순히 모든 일을 털어놓았다.
한 무리의 일행이 와서 그를 매수하고 여관을 비우게 한 것, 그리고 그 틈에 시리스와 실란을 노렸다는 것까지 모두 들은 레펜하르트는 당장 여관 밖으로 뛰쳐나갔다.
분노와 함께 그는 거리를 누비며 시리스를 찾아다녔다. 자신의 어리석음에 어이가 없었다. 그는 경험 없는 20대 애송이가 아니었다. 그런데 노리는 자가 있음을 알면서도 그녀를 곁에서 떼 놓다니? 스스로가 믿기지 않았다. 왜 이 상황을 파악하지 못했을까?
후회하고 또 후회하며 제플린 시내를 이 잡듯 뒤졌다. 문득 거리 안쪽 골목에서 강렬한 오러의 파동을 느꼈다. 혹시나 싶어 달려가니 시리스가 쓰러져 있고 사내 둘이 실란을 향해 다가가고 있는 것이다. 너무 급해 아무거나 손에 잡히는 대로 집어 던졌다. 그게 잘 달려 있던 남의 집 문짝이란 건 던지고 나서야 알았다.
“네놈들이 감히 시리스를 노렸단 말이지…….”
살의 가득한 레펜하르트의 말에 로마드 일행은 모두 굳어 있었다. 저것은 이미 사람의 목소리가 아니었다. 차라리 자식을 잃은 맹수의 으르렁거림이었다. 뱀 앞에 선 개구리처럼 그 기세만으로 전신이 마비되어 움직일 엄두가 나질 않는다.
하지만 흥분할 대로 흥분한 와중에도 레펜하르트는 함부로 움직이지 않았다. 로마드 일행 곁에 있는 저 검 쥔 중늙은이의 존재 때문이었다.
‘강하다, 저자.’
보기만 해도 알 수 있었다. 이것이 무인 특유의 감각이란 걸까? 이유는 모르겠지만 강하다는 확신이 드는 것이다. 그래서 열이 머리끝까지 뻗쳤음에도 함부로 움직일 수가 없었다.
로마드가 레펜하르트를 보더니 호들갑을 떨었다.
“란타스 님, 저놈입니다! 저놈이 저 슬레이어를 산 놈이에요.”
시선을 돌리지도 않은 채, 란타스가 입맛이 쓰다는 표정으로 대꾸했다.
“애송이라더니…….”
저게 무슨 애송이냐! 그냥 척 보기만 해도 전신의 감각이 경종을 울리고 있는데! 오러 능력자인 그가 상대의 실력을 파악하지 못할 정도면, 상대도 최소 오러 능력자란 소리다.
‘하지만 저렇게 어린 나이에 어떻게?’
레펜하르트는 아무리 봐도 20대 이상으로는 보이지 않았다. 덩치가 워낙 좋아 20대 후반인가 싶었지만, 얼굴이 상당히 앳된 것이 사실은 초반이 아닌가 싶기도 하다. 어느 쪽이건 간에 이런 엄청난 기운을 가질 나이는 절대 아니었다.
‘혹시 엄청난 동안인가?’
얼굴만 팽팽하고 사실은 중년 나이가 아닐까라는 생각마저 들었다. 물론 말도 안 되는 소리였다. 그 이름 높은 필라넨스 에스틱 살롱에서 매일 스킨케어를 받아도 저렇게는 안 된다. 하지만 20대에 오러를 각성한 자가 있다는 사실보단 차라리 필라넨스의 미용 실력이 기적적이더라는 쪽을 택하는 게 좀 더 란타스의 상식과 맞았다.
‘겉보기엔 저래도 최소 30대 후반은 되겠지.’
그가 오러를 각성한 것이 딱 그때쯤이었다. 란타스가 진지한 얼굴로 검을 들었다.
“오랜만에 진정한 강자를 만났군.”
레펜하르트가 싸늘한 표정으로 비아냥거렸다.
“애들만 덮치는 변태 늙은이가 꼴에 기사 흉내 내기는.”
란타스란 이름을 들었을 때 바로 알 수 있었다. 왜 오러 유저씩이나 되는 존재가 여기서 저러고 있는지. 란타스의 악명은 하도 유명해 레펜하르트 역시 익히 들었던 것이다.
상대의 비웃음에 란타스의 얼굴이 굴욕으로 일그러졌다.
“크윽!”
실란이 비꼬았을 때야 무시할 수 있었지만 같은 무인, 그것도 강자에게 비아냥을 당하는 것은 전혀 느낌이 다르다. 그가 빠드득 이를 갈며 검을 세웠다.
“이 자식이…….”
붉은 오러가 란타스의 칼날을 타고 섬뜩하게 흘러내렸다.
“왜? 욕을 먹으니 꼴에 열은 받나 보지? 아니면 취향입니다, 존중해 주시죠~ 라고 우겨 보게?”
레펜하르트도 두 주먹을 들어 자세를 잡았다. 황금빛 오러가 흘러나와 양손 가득 불꽃처럼 타오르기 시작했다.
더 이상 대화는 없었다. 두 사람 다 말없이 상대를 살피고 또 살폈다.
“헙!”
순간 레펜하르트가 땅을 박차며 몸을 날렸다. 란타스도 검을 들고 마주 돌진해 갔다. 눈부신 황금빛이 붉은 빛과 격돌하며 요란한 폭음을 뿜어냈다.
파아앙!
적색과 금빛의 파문이 사방으로 퍼지며 제플린의 밤하늘을 환하게 밝히기 시작했다.
☆ ☆ ☆
붉은 검무가 사방을 휘젓는다. 눈부신 검광이 허공을 가르고, 그 자리에 실크 커튼처럼 붉은 장막이 드리워진다.
그 장막을 황금의 빛이 찢어발긴다. 웅혼하게 날아오는 펀치 하나하나마다 가공할 기세가 담겨 있다. 오러의 장막을 가볍게 뚫고 대포처럼 연신 쏘아져 온다.
“이잇!”
“타아앗!”
연거푸 기합을 터트리며 레펜하르트와 란타스는 수십 차례나 공방을 주고받았다. 양쪽 다 인간의 상식을 벗어난 몸놀림이었다. 붉은 칼날이 쉴 새 없이 허공을 수놓고 펀치와 킥이 수십 차례나 허공을 뒤흔들었지만 둘 다 상대의 육체에 적중시키지는 못했다. 대신 일렁이는 오러가 서로 마찰하며 그 여파로 주위를 부수고 있었다.
공격을 퍼붓고 또 피할 때마다 오러와 오러가 부딪쳐 빛의 파문이 사방으로 퍼진다. 파문이 닿는 곳마다 석재 바닥이 뒤엎어지고 벽이 무너지고 나무 물통이 박살나 물방울이 여기저기 흩어진다.
“으아아…….”
“도, 도망가야 하는 거 아닙니까?”
“도망가다 휘말리면 그냥 죽는 거야, 임마!”
끔찍한 파괴의 참상 속에서 로마드 일행은 그저 벌벌 떨고만 있었다. 충돌해 터져 나오는 빛의 파문, 상쇄되는 오러의 잔여 파괴력만으로도 공터는 이미 전쟁터처럼 폐허가 되어 있었다. 오러 능력자의 힘은 실로 가공한 것이다.
그래서 로마드 일행은 반파된 우물 뒤에 숨어 감히 머리도 못 든 채 부들부들 떨고만 있었다. 저 오러의 파동에 재수 없게 휘말리기라도 하면 그대로 즉사다. 감히 도망갈 엄두조차 나지 않았다.
반면 실란과 시리스는 상대적으로 편안한 상태에서 전투를 보고 있었다.
“……레펜하르트 님이 오러 유저였나요?”
“응? 내가 말 안 했던가?”
레펜하르트는 란타스와 싸우는 와중에서도 절대 그들에게는 여파가 미치지 않도록 조절하고 있었다. 파문이 날아갈 것 같으면 몸으로 막거나 기격탄을 날려 공격을 상쇄시킨다. 대등한 전투를 벌이는 와중에 저런 묘기까지 부리다니? 란타스가 기가 막혀 중얼거렸다.
“뭐야, 이 자식? 갓 오러를 각성한 솜씨가 아니잖아!”
란타스가 오러를 각성한 지 어언 10년이 넘었다. 비록 주색잡기에 빠져 많이 게을러진 그였지만, 그래도 보내 온 경험과 세월이 있었다. 오러로 육체를 강화하고 무기에 덧씌우는 가장 기본적인 경지는 이미 지나 란타스는 오러 그 자체를 운용하는 레벨에까지 발을 디디고 있었다. 그렇기에 지금처럼 오러를 길게 늘려 채찍처럼 휘두르는 용법도 구사할 수 있는 것이다.
차르륵!
붉은 오러가 3미터 가까이 늘어나 뱀처럼 꿈틀거리며 상대의 등 뒤를 노린다. 하지만 레펜하르트는 바로 몸을 돌려 기격탄을 쏘아 내 채찍을 파괴했다. 기가 막혔다. 란타스가 오러 자체를 운용하는 경지에 다다르기까지는 7년이란 세월이 필요했다. 그런데 이 새파랗게 어린 놈이 비등한 경지의 기술을 구사하는 것이다. 자신이 많이 논 걸 감안해도, 저 경지는 최소 2, 3년간 죽어라 수련에 매진해야 가능한 수준이다.
즉, 저놈은 10대에 이미 오러를 각성했든가, 아니면 저 얼굴에 마흔이 넘겼다는 소리가 된다!
“젠장! 어느 쪽이건 말이 안 되잖아!”
이를 갈며 란타스가 연신 공격을 퍼부었다. 차분히 피하며 레펜하르트가 혀를 찼다.
‘빌어먹을! 애만 덮치는 변태 자식이 뭐 이리 강해?’
추악한 악명과 달리 란타스의 검은 놀라울 정도로 빠르고 강력했다. 게다가 레펜하르트는 제대로 된 검사와 싸워 본 적은 이번이 처음인 것이다. 제라드와 그토록 대련을 해 오긴 했지만, 검술과 권술은 용법이 상당히 다르다. 그래서 아직 돌파구를 찾지 못하고 있었다.
‘아으, 열받아.’
감히 시리스를 납치하려 한 놈이다. 마음 같아선 단매에 패 죽이고 싶은데, 소아 성애자 변태 주제에 이토록 검이 예리하다니? 뭔가 억울한 감마저 들 정도였다. 허리를 접어 횡으로 날아오는 검격을 피하며 레펜하르트는 이를 갈았다.
‘앞으로 무술이 인격 수양에 도움 된다고 떠드는 놈 만나면 반드시 패 준다.’
생각해 보면 애초에 인격자는, 다툼이 생기면 말로 해결하지 주먹을 쓰지 않는다. 역시 무인들이 잘난 척하려고 만든 말이 분명한 것 같았다. 편견 가득한 상념 속에서 레펜하르트는 연신 기격탄을 쏘아 댔다.
“가라!”
하지만 란타스는 소드 패링을 펼쳐 기격탄을 모조리 터트려 버렸다. 레펜하르트의 표정이 구겨졌다.
“쳇!”
역시 아직 그는 오러 자체를 다루는 경지가 얕아 제라드처럼 강렬한 기격탄을 쏠 수가 없었다. 물론 지금도 강철을 우그러트리고 바위를 부수기에 충분한 위력이지만, 역시 오러 능력자 상대로는 손색이 있다.
란타스가 곧바로 반격했다. 붉은 칼날이 정교하게 허점을 노리며 방어를 비집고 들어온다. 예리한 오러가 강렬한 기운을 담고 레펜하르트의 신장을 노렸다. 잠깐 몸으로 버텨 볼까 했지만 차마 엄두가 나질 않았다. 예상이 빗나가면 옆구리로 오줌 싸는 처지가 될 지도 모른다.
‘그렇다고 피할 틈은 없고…….’
결국 레펜하르트는 스파이럴 가드를 펼쳐 칼날을 튕겨 냈다. 양 팔뚝에 황금빛 오러를 감싸 회전시키는 방어법에 란타스의 표정이 굳었다.
‘방어구도 안한 맨 팔뚝으로 검을 튕겨 내?’
물론 양쪽 다 오러가 실려 있긴 하지만, 그렇다 해도 무식하게 단단한 팔뚝이었다. 칼날을 막았는데 상처는 고사하고 긁힌 흔적조차 없다니? 저렇게 말도 안 되게 몸뚱이 단단하게 만드는 무문이라면 란타스도 익히 들은 바가 있었다. 워낙 유명한 양반이라 모를 수가 없었다.
그가 순간 경악으로 멈칫거렸다.
“……설마!”
그때 레펜하르트가 갑자기 몸을 날렸다. 그 거구로 허공에서 몸을 빙글 돌리며 오러가 실린 발 뒷굽차기를 날린다. 리버스 섬머 솔트 킥이 란타스를 노리고 내리찍혔다. 타이밍이 절묘해 채 피할 틈이 없었다. 란타스가 전신의 오러를 끌어 올리며 검신을 손으로 받쳤다.
오러와 오러가 격돌하며 폭음이 울렸다.
3
바람이 불었다. 파괴의 힘이 맞붙어 대기를 끓어 올리니 그것만으로 공터 곳곳에 작은 회오리가 일어나고 있었다. 그 속에서 두 오러 능력자는 상대의 반응을 살피며 숨을 고르고 있었다. 실란이 그걸 보며 혀를 찼다.
‘끄응, 보통 무사들의 싸움이라면 내가 할 일이 있을 텐데.’
실란의 가공할 신성력이라면 전사의 모든 능력을 한계 이상으로 증폭시켜 줄 수 있다. 그러므로 저들이 평범한 무인들이었다면 벌써 가호를 내려 승패를 결정지었을 것이다.
하지만 신성력은 오러 능력자에겐 통용되지 않는다. 정확히는 통하긴 하는데 효과가 없다는 쪽이 옳다. 이미 오러 능력자는 오러로 자신의 능력을 극한까지 증폭시킨 후다. 그 증폭도는 신관의 신성 가호를 훨씬 뛰어넘는다. 그러니 오러 능력자들에겐 가호를 내리나 마나 별 차이가 없는 것이다.
그래도 부상을 입게 된다면 바로 치유시킬 수는 있으니 아까부터 치유술을 쓸 틈만 노리고 있었다. 그런데 원체 몸뚱이 하나는 단단한 양반이다 보니 아직 긁힌 흔적 하나 없다.
그렇게 서로를 노려보고 있을 때였다. 문득 란타스가 입을 열었다.
“권왕 제라드의 제자였소?”
말투부터가 달라졌다. 레펜하르트가 마법사다 보니 업계가 달라 미처 몰랐을 뿐, 사실 제라드의 명성은 무인들 사이엔 엄청났던 것이다. 어지간한 무인치고 권왕 제라드를 모르는 이는 없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