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Indomitable Martial King RAW novel - chapter 372
“하, 하하…….”
너무 기가 막혀 웃음마저 나왔다.
“크크, 어떠냐? 건방진 놈!”
이죽거리며 칼켄이 대검을 고쳐 쥐었다. 이 쌍벼락 떨구기는 허구한 날 제라드에게 처맞으며 만든 기술이었다. 날벼락 떨구기로도 제라드의 더블 스파이럴 가드를 뚫지 못하자 칼켄은 심히 고민하고 고민했다. 아무리 궁리해도 날벼락 떨구기보다 더 강한 기술을 만들 자신은 없었다.
이 고민을 제라드는 쉽게도 풀어 줬다.
-나도 스파이럴 가드 두 개 쓰잖아? 네놈도 두 개 써. 그 생 번개 베기인가 뭔가.
제라드의 조언은 효과적이었다. 무식한 오크의 입맛에 딱 맞기도 했다. 그래서 만든 것이 스피리츠 웨폰과 본인이 연계해 상하로 날벼락 떨구기를 날리는 신기술, 쌍벼락 떨구기였다.
눈을 깜박거리다 세이어가 무심코 물었다.
“……떨구기가 아니잖아? 올려치기인데?”
“그게 이 기술의 묘미지.”
이빨을 드러내며 칼켄이 씩 웃었다. 세이어도 함께 미소를 띠었다.
“오크의 교활함인가?”
세이어가 손으로 뺨에 묻은 핏물을 슥 닦았다.
“이 시대의 오크는 강인함과 교활함을 겸비했구나. 좋은 정보가 되었다.”
피가 닦였다.
상처도 닦였다.
그저 한번 슥 문질렀을 뿐인데, 그의 뺨에 난 긴 자상이 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렸다.
칼켄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젠장, 전혀 흔들리지 않는다 이건가?’
치명상은 아니더라도 정신적으로 타격을 주었다 여겼다. 그런데 상대는 여전히 조금도 타격을 받지 않은 모습이다. 저래서야 반격의 기회를 노릴 수도 없다!
“크윽…….”
이를 가는 칼켄을 향해 세이어가 뇌까렸다.
“네 힘에 경의를 표한다, 오크 전사여.”
세이어의 전신에서 가공할 마력의 기운이 뿜어져 나왔다. 그의 어깨 너머로 보랏빛 영기가 폭풍처럼 피어올랐다.
“그러니 이젠 죽여 주겠다.”
세이어의 손가락이 칼켄을 가리켰다. 그 어떤 주문 언령도 없이, 오직 시동어만으로 9서클 폭발 주문이 세상에 구현되었다.
“임페리얼 버스터.”
가공할 폭염이 눈앞을 뒤덮는 순간, 칼켄은 깨달아 버렸다.
“아아…….”
처음부터 반격의 기회 따윈 없었다. 저자는 언제라도 자신을 죽일 수 있었다. 지금까지의 사투는 저자에겐 그저 놀이였을 뿐이다.
절망이 노회한 투사의 가슴을 움켜쥐었다. 폭염의 기둥이 순식간에 칼켄을 뒤덮었다. 채 피할 틈도 없었다. 가공할 열기가 순식간에 칼켄의 전신을 훑고 지나갔다.
대검, 마그눔이 순식간에 녹아 증발해 버렸다.
오러 가드가 종잇장처럼 찢겨 날아가며 강철 같던 칼켄의 육체가 파편이 되어 폭풍과 함께 날려 갔다.
스탈라가 절규를 터트렸다.
“남편!”
콰콰콰쾅!
오크라트 서부 지구가 통째로 날아가며 거대한 궤적이 생겨났다. 수많은 비명과 아우성 속에 수많은 생명이 불꽃에 사그라진다.
그 지독한 파괴의 궤적 위로, 둥근 무엇인가가 툭 떨어졌다.
칼켄의 머리였다.
“으아아악!”
남편을 잃은 아내의 절규가 오크라트의 허공을 가득 메웠다.
☆ ☆ ☆
칼켄의 머리가 제멋대로 흙바닥을 뒹굴고 있었다. 더러운 먼지와 핏물에 엉켜 쓰레기처럼 뒹굴고 있었다.
하지만 스탈라는 남편의 머리를 안고 오열할 수 없었다. 그녀의 사지는 이미 저 흑발의 청년에 의해 부러지고 상처 입어 꼼짝도 하지 않았다.
세이어를 노려보며 스탈라가 차갑게 외쳤다.
“죽여라, 인간!”
“여인이여. 그대는 죽이지 않는다.”
세이어가 허공에 손짓을 했다. 쓰러진 스탈라의 몸이 저절로 떠올랐다. 세렐라인과 렐시아, 필레나 또한 세이어와 함께 허공으로 부유하기 시작했다.
“인류는 충분히 발전하였다. 인류에게 있어 더 이상 오크는 존재할 필요가 없다. 너희들이 존속하고 싶다면 그 가치를 증명해야 할 터다. 지금의 너희들은 그 가치가 없다.”
“네가 뭔데 우리 가치를 정하고 말고 하느냐!”
으르렁대는 스탈라의 의문에 세이어는 조용히 답했다.
“나는 세이어, 인류의 신이다.”
“지랄하지 마! 너 같은 신이 세상에 어디 있어?”
스탈라의 비난에도 세이어는 눈도 깜짝하지 않았다. 그저 계속 부유 마법으로 고도를 높일 뿐이었다.
“오크 여인아, 보아라.”
점점 고도를 높이니 오크라트의 정경이 한눈에 들어왔다. 세이어가 무심하게 뇌까렸다.
“여인이여, 그대는 살아서 노예의 어머니가 되어라. 그리고 아이들에게 가르쳐라.”
참으로 당연하다는 듯 말을 이어 간다.
“존엄을 버리고, 긍지를 버리고, 자유로운 꿈을 버리고, 인간의 사랑을 받을 자격을 갖추어 노예의 행복을 찾게 하여라. 그것이 네 의무다.”
기가 막혀도 너무 막힌다. 하도 어이가 없어 반박할 기분조차 들지 않았다. 스탈라가 코웃음을 쳤다.
“웃기지 마! 누가 그런 개소리를 따를 것 같으냐!”
“그대는 따를 것이다.”
세이어가 오크라트의 전경을 내려다보았다. 느닷없는 환란으로 당혹해하는 시민들이 보였다. 뒤늦게 움직이는 각 부족의 전사들도 보였다. 모두가 혼란의 도가니였다.
세이어는 허공에 오른손을 들었다. 보랏빛 영기가 솟구쳐 구름을 꿰뚫고 거대한 빛의 기둥이 되었다. 세상 전부를 뒤덮는 그 끔찍한 기운은 정녕 신을 자처하기에 부끄러움 없는 것이었다.
“따르지 않는다면, 모든 오크들은 이렇게 될 것이니.”
오크라트를 향해 세이어가 정해진 시동어를 영창했다.
“대이적 마법, 미티어 폴.”
하늘이 울부짖었다.
구름이 찢겨 나갔다.
멸망의 날이라도 온 것처럼 하늘 너머로 끔찍한 굉음이 울리고 또 울렸다.
이윽고 ‘그것’이 구름 사이로 모습을 드러냈다.
‘그것’을 본 순간 스탈라는 경악과 공포로 신음을 흘렸다.
“아아아…….”
하늘의 별이 떨어지고 있었다.
16권
제58장 나이트메어 오브 더 월드
1
광활한 황야 위를 네 사람이 달리고 있었다. 선두에 선 거구의 사내, 레펜하르트와 뒤를 따르는 갈색 피부의 엘프, 시리스. 좌우로는 러스와 타시드가 한껏 굳은 얼굴로 두 다리를 바삐 놀리는 중이었다.
네 사람 모두 말 따위는 타지 않았다. 그럼에도 무시무시한 속도로 광야를 질주한다. 예전 바나텔 일행의 습격 때도 그랬지만, 경지에 오른 강자인 이들이라면 어지간한 준마보다는 오히려 본인의 육체 쪽이 스피드며 지구력 모두 월등한 것이다. 평소에는 체력 낭비를 막기 위해 말을 타고 움직이곤 하지만 사태가 급할 경우에는 이렇게 두 발로 뛰는 쪽이 더 나았다.
그리고, 지금은 그 어느 때보다도 시급한 상황이었다.
“도대체 무슨 일이…….”
한달음에 수 미터 씩 나아가며 러스가 신음을 흘렸다. 조금도 뒤떨어지지 않는 속도로 함께 달리며 타시드도 안색을 굳힌 채 말했다.
“거의 필라넨스 여신의 기적 때와 비슷한 느낌이었어, 그거.”
바로 어제의 일이었다.
여느 때처럼 평화롭던 아라난 그라드의 왕궁 가이라크, 러스와 타시드는 여전히 평소처럼 수행을 쌓고 있었다. 그러던 중 갑자기 세계를 찢어발기는 듯한 어마어마한 힘의 발현을 느낀 것이다.
일반인은 모르겠지만 그것은 기감을 가진 오러 유저에겐 그야말로 천둥벼락이나 다름없을 정도로 명확히 느껴지는 가공할 힘이었다.
순간 기겁을 하고 둘 다 힘의 방향과 거리를 점쳤다. 그리고 더더욱 기겁하게 되었다.
그 힘이 발현된 것은 안타레스 공국 동부 쪽. 산맥을 넘어 위치한 오크들의 도시, 오크라트였다.
경악을 한 러스와 타시드는 바로 수련을 관두고 레펜하르트에게 달려갔다. 집무실로 향하니 이미 레펜하르트와 카를도 그들과 비슷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레펜하르트 역시 그 힘의 발현에 대해 알아챈 것이었다. 아니, 오히려 레펜하르트 쪽이 보다 명확하게 느끼고 있었다.
“이건 도대체…….”
창밖을 내다보며 레펜하르트는 망연자실해하고 있었다. 그 옆에서 카를 역시 이마를 짚은 채 심호흡을 하는 중이었다. 오러 유저가 아니니 기감이 있을 리도 없는 카를이지만, 그럼에도 저 기운에 대해 명확히 감지한 모양이었다.
그 이유를 레펜하르트가 신음과 함께 말했다.
“마법, 그것도 어마어마한 마법의 힘이다.”
너무도 엄청난 마법의 힘이 세상을 뒤흔들어 놓으니, 이제 갓 마법에 입문한 카를조차도 그 뒤틀림을 느낄 수 있을 지경이었던 것이다. 실제로 곧이어 시리스가 기겁을 하며 집무실로 달려왔고.
“레펜하르트 님!”
궁정 마법사와 안타레스 마법사단 역시 공포에 질려 레펜하르트를 찾았다. 오러 유저가 아니더라도 마법에 종사하는 이라면, 저 기운에 대해 느끼지 않을 수가 없었다.
“폐하!”
“대체 이게 무슨 일입니까, 폐하!”
당황 속에서도 레펜하르트는 애써 수하들을 진정시켰다.
“일단 다들 진정해! 바로 알아볼 테니까.”
무슨 사태가 벌어진 건지 글로텐 산맥 인근의 마력 기류가 흐트러져 마법 전언이 통하지 않았다. 아무래도 직접 가 봐야겠다고 판단을 내린 뒤, 레펜하르트는 카를에게 뒷일을 부탁하고 시리스와 타시드, 러스만을 대동한 채 아라난 그라드를 빠져나왔다. 그리고 바로 오크라트로 향했다.
말을 타고 달려도 족히 보름은 걸릴 거리, 특히나 험준한 산맥을 넘어야 하는 만큼 그 행로의 험함은 필설로 형용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그러나 레펜하르트 일행은 잠도 자지 않고 거의 하루를 꼬박 내달렸다. 도대체 무슨 사태가 벌어졌는지 상상만으로도 소름이 끼칠 정도니 도저히 쉴 여유가 없었다.
“이제 곧 오크라트입니다, 형님.”
“알고 있어.”
러스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레펜하르트는 인상을 썼다.
“도대체 뭐지, 그 엄청난 힘은?”
사실 모르는 것은 아니었다. 아니, 너무 잘 알아서 문제였다.
압도적이고 절대적인 마법의 경지, 바로 10서클의 마법이 발동될 때 느껴지는 힘이다.
‘하지만 나 말고 다른 10서클의 종사자가 세상에 있을 리가…….’
그렇게 막 레펜하르트 일행이 오크라트가 내려다보이는 구릉 위까지 오른 순간이었다.
“……!”
경악하며 레펜하르트가 제자리에 멈춰 섰다. 뒤따르던 시리스가 당황하며 그를 올려다보았다.
“레펜하르트 님?”
하지만 고개를 돌린 순간, 그녀 역시 발걸음을 멈출 수밖에 없었다. 타시드와 러스 역시 마찬가지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