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Indomitable Martial King RAW novel - chapter 414
“타앗!”
기합을 터뜨리며 타시드가 두 발로 오러를 분출시켰다. 재차 허공을 밟으며 순식간에 론타리온이 떠 있는 공중에까지 도달한다.
그리고 그대로 참격의 일격.
“굉천월광!”
원래는 할라인 왕국의 오러 유저 카메룬 경의 고유 오러 스킬, 굉천월광.
그러나 요샌 러스가 하도 자신의 주력 기술로 써 대는 바람에 다들 그냥 배신의 기사가 원조인 줄 알게 되어 버린 서글픈 오러 스킬이 론타리온을 향해 쏘아졌다.
출처야 어찌 되었건 그 위력은 실로 발군!
론타리온이 허겁지겁 마법 방어장을 펼쳤다.
“포스 배리어!”
오러와 마법이 충돌해 굉음을 토한다. 공중제비를 넘으며 타시드가 다시 허공을 밟고 뛰었다. 순식간에 거리를 좁히는 타시드를 향해 론타리온이 이를 갈았다.
“오늘에야말로 모스 경과 파킨스의 영혼을 위로하겠노라!”
타시드에게 죽은 제국의 오러 유저 모스와 대마법사 파킨스를 떠올리며 론타리온이 전격을 피워 냈다.
“내가 할 소리다! 킨지르의 원수를 갚아 주마!”
론타리온에 의해 재가 된 오크 오러 유저, 소중한 친우 킨지르의 이름을 입에 담으며 타시드가 살기를 불태웠다.
전쟁이 심화된 지 반년째, 가혹한 전쟁의 겁화는 안타레스의 수뇌부라도 피할 수 없었다. 엘프의 수장 중 하나인 렐하드가 죽었고 강력한 투사였던 킨지르가 조상들을 향해 떠났다. 아틸카와 함께 대구루의 위계에 있던 트롤 구루들도 둘이나 자연으로 돌아갔다.
“죽어라, 론타리온!”
“죽여 주마, 타시드!”
서로가 서로에게 소중한 동료를 잃은 처지다. 증오와 분노로 무장한 채 블레이드 오러와 마법이 허공에 교차해 폭발했다.
난무하는 마법을 절묘하게 피하며 계속 타시드가 허공을 밟고 뛰어다닌다. 벌써 몇 번이나 겪어 본 상황, 론타리온이 미간을 찌푸렸다.
‘역시 저놈의 능력은…….’
오크 대전사 타시드의 능력이 전투 예지란 걸 들었을 때, 론타리온은 처음엔 믿지 않았다. 위대한 인간의 검성, 아인츠발트조차도 감당하지 못한 초월적인 능력을 멍청한 오크 따위가 터득할 수 있을 리가 없었다.
하지만 이쯤 되면 인정할 수밖에 없다.
“선더 트랩! 일렉트로닉 웨이브! 라이트닝 스피어!”
드레자의 특기가 폭열 주문이듯 론타리온도 각별히 자신 있는 분야가 있었다. 뇌격 주문이 바로 그것이었다.
온갖 종류의 전격이 절묘한 시간 차를 두고 타시드를 향해 날아갔다.
“타아앗!”
그러나 타시드는 간단한 동작 몇 번으로 그 모두를 막거나 피해 냈다. 공격이 모두 보이지 않고서야 설명할 수 없는 일인 것이다.
그리고 이내 반격.
“날벼락 떨구기!”
지금은 죽어 버린 소중한 그의 대부, 칼켄의 비기가 타시드의 손에서 완벽히 펼쳐졌다. 론타리온과 함께 9서클의 위계를 지닌 태양탑의 대마법사, 파킨스를 죽인 가공할 일격이 상대를 정확히 가격했다.
“크윽!”
신음을 흘리면서도 론타리온은 마력 방어장으로 날벼락 떨구기를 흘려 냈다. 그리고 의기양양하게 외쳤다.
“흥! 감히 내 앞에서 전격을 쓰느냐!”
타시드가 입맛을 다셨다.
“제길…….”
전격 마법이 전문인 론타리온이 날벼락 떨구기에 깃든 전격 속성의 오러, 그 대부분을 반발시켜 해소해 버렸다. 이미 몇 번이나 겪은 일이었다.
최강의 일격이 하필 상대와 상성이 좋질 않다. 여태 몇 번이나 두 사람이 붙으면서도 승부를 내지 못한 이유다.
“굉천월광!”
수법을 바꿔 타시드가 공격했지만 이번에도 론타리온의 마력장에 막혔다. 아무래도 굉천월광은 인간의 기술이라 아무리 익혀도 타시드는 러스만큼의 위력을 내지 못했다. 디스트로이나 다크 노아라면 충분히 위력이 있겠지만, 대신 딜레이가 있어 명중시키기가 힘들다.
“진정한 마법의 힘 앞에 무릎 꿇을지어다!”
론타리온이 마법의 숫자를 더욱 늘려 공세를 강화했다. 강력한 일격은 전투 예지를 지닌 타시드가 쉽게 피할 수 있으니 연격으로 승부하는 것이다.
“아버지 칼켄이여! 당신의 대자代子를 지켜봐 주소서!”
타시드도 칼켄의 이름을 울부짖으며 블레이드 오러를 퍼부었다.
둘 다 인간과 오크의 한계를 넘어선 초인들, 청록색으로 물든 하늘이 연신 뇌성을 토해 냈다. 한낱 사람의 손에 의해 신들의 사투가 이어졌다.
그 팽팽한 대결에 이변이 생겼다.
하늘이 아니라 지상 쪽이었다.
“윽?”
순간 론타리온이 당황하며 발밑을 곁눈질했다. 사정없이 밀리던 제국의 요새, 그 성문에서 굉음이 들렸다.
“성문이?”
대 마법적 처리를 해 어지간한 마법에도 버틸 수 있고 대물리적 처리를 해 블레이드 오러의 위력도 감소시키며, 예전과 달리 이제는 엘프의 정령술조차도 막을 수 있는 성문이었다. 엘프의 정령술이 세상에 알려진 지도 상당한 시간이 지났으니 제국의 태양탑도 이제 정령술에 대한 대책을 상당히 연구 결과를 내놓은 후였다.
그런 성문이 부서지고 있었다.
“크아아아!”
광폭화한 트롤 몇 명이 성문을 향해 연신 몸통 박치기를 날린다. 대물리적 처리가 되어 있어 한 번에 부서지진 않았지만 충격은 계속 쌓이는 법이다. 결국 굳건한 성문도 버티지 못했다.
성문이 무너지며 안타레스군이 물밀듯이 요새로 밀려들어 갔다. 방어선이 무너지며 제국군의 피해가 눈에 띠게 커졌다.
론타리온은 이 요새의 책임자이기도 하다. 요새가 점령당한다는 생각을 하자 강철 같던 대마법사의 집중력도 일순 흔들린다.
‘어, 어찌해야 하지?’
그리고 그 틈을 타시드는 놓치지 않았다.
“타아아앗!”
순식간에 접근해 청록색의 번개를 내려친다. 타시드가 지닌 최강의 일격, 날벼락 떨구기다. 정신이 든 론타리온이 다급하게 방어장을 펼쳐 막는 순간이었다.
“어림없다! 오크 놈!”
반 이상 파고든 타시드의 번개가 아슬아슬하게 마력장을 부수지 못하고 멈췄다. 론타리온이 안도의 한숨을 쉬려는 순간.
“막았…….”
타시드가 그대로 검을 올려 쳤다.
“쌍벼락 떨구기!”
늙은 마법사의 눈동자가 경악으로 크게 뜨였다.
‘야! 그건 떨구기가 아니라 올려 베기잖……!’
미처 상념을 잇지도 못한 채 론타리온의 가슴이 크게 찢어지며 핏물이 솟구쳤다.
“으아아악!”
☆ ☆ ☆
대마법사 론타리온의 죽음과 함께 제국의 요새도 무너졌다. 분노와 증오에 휩싸여 안타레스군은 잔혹하게 제국병들을 유린했다. 대부분의 제국군이 죽음을 당하거나 사방으로 도주해 뿔뿔이 흩어졌다.
그야말로 일패도지란 표현 자체였다.
그리고 그 상황은 비단 반티아 요새에서만 일어나는 것이 아니었다.
산맥 남서부의 제국 전진기지, 드라탕 요새.
드워프 오러 유저 말로이드가 수백의 군세 앞에서 호통을 치고 있었다.
“공격! 총공격이다!”
흥분한 안타레스군이 요새 곳곳에 침투해 사투를 벌인다. 그들의 앞에 선 것은 역시나 서른 명의 광전사 트롤들이었다.
산맥 북서부의 제국 전진기지, 갈락 요새.
오크 대모 스탈라의 날카로운 외침이 인간의 비명 위로 울려 퍼지고 있었다.
“저들의 뒤를 따라라! 제국의 이름이 붙은 모든 것에 복수의 피를 뿌려라!”
날뛰는 광전사 트롤들 뒤로 오크 전사들이 흉흉한 살기를 뿌리며 돌진한다. 지아비를 잃은 아내의 분노가 가공할 철퇴가 되어 제국군의 머리 위로 내리쳐진다. 위대한 대족장을 잃은 일족의 분노가 날카로운 창이 되어 적의 내장을 헤집는다.
산맥 중서부의 제국 전진기지, 글라피아 요새.
코끼리처럼 긴 어금니를 드러낸 장신의 트롤이 연신 양손을 휘저으며 노래를 부른다.
“호수는 울부짖고 뇌성은 고요하니 여울목이 돌고 돌아 핏빛 홍수 되어 내리리…….”
피처럼 붉은 안개가 해일처럼 사방에서 밀려와 요새를 두들겨 댄다. 그 진한 혈향에 제국군 병사들은 공포에 질렸다.
“혈신 아틸카다!”
가공할 주술의 힘으로 수많은 제국군의 피를 이 땅에 뿌린 아틸카는 이제 더 이상 상아어금니라는 초라한 별칭으로 불리지 않았다. 지금 그들의 눈에 아틸카의 신위는 그야말로 피 자체를 지배하는 악신을 연상케 한다.
“아아아아아!”
허스키한 아틸카의 허밍과 함께 핏빛 안개 속을 수십의 괴물이 돌진했다.
거대한 트롤들이 붉은 눈을 번득이며 붉은 안개를 헤치고 나와 붉은 손톱을 휘두른다. 피에 물든 거대한 손톱이 휘둘러질 때마다 붉은 핏물이 대지를 적신다.
“크라라라라!”
포효가 터지면 비명이 뒤를 잇고 이내 혼란의 소음 속에 묻혀 버린다.
모든 것이 동시 다발적으로 일어난 일이었다.
글로텐 산맥을 에워싸고 안타레스를 압박하던 열두 전진기지, 제국이 자랑하던 굳건한 방어선이 채 사흘도 되지 않아 순서대로 무너져 버렸다. 광폭화한 트롤의 힘은 그토록 엄청났다.
판세가 흔들린 지 사흘째.
노도와 같이 밀려오는 안타레스군의 공세는 결국 제국군 최대의 거점 중 하나인 아스탈 가드에까지 미치게 되었다.
2
때아닌 눈보라가 휘몰아치고 있었다. 섬뜩한 한기가 사방을 적시고 휘몰아치며 육신뿐 아니라 마음마저 얼어붙게 만든다.
아스탈 가드의 요새 사령관, 제국군 3연대 대대장 가스탄 경은 공포와 절망 속에서 눈보라 너머를 응시했다.
“으으, 저 괴물…….”
이 광대한 눈보라는 자연스러운 현상이 아니었다. 한 명의 여인에 의해 인위적으로 일어나는 것이었다.
보랏빛 머리를 휘날리며 요새의 정면에 우뚝 선 엘프 미녀.
“북해의 숨결…….”
미녀가 허공에 검무를 수놓을 때마다 새하얀 냉기의 안개가 사방으로 자욱하게 퍼져 간다. 그 안개에 닿는 모든 것이 얼어붙고 바스라진다.
그야말로 전설 속의 존재, 겨울의 마녀를 연상케 하는 무시무시한 신위다.
“눈의 여왕 이니야!”
안타레스의 현 여왕인 그녀를 보며 가스탄 경이 소리를 질렀다.
“마법사 제간트! 어찌 방도가 없습니까?”
가스탄 경 곁에 서 있던 중년 마법사가 식은땀을 흘렸다.
“계, 계속 저지하려고는 하고 있소만…….”
태양탑 소속이며 제3마법병단의 부단장이기도 한 그는 7서클의 위계를 지닌 고위 마법사다. 아까부터 평생 수련한 마법을 써 저 냉기의 안개를 막으려 노력하고 있는데 도저히 방법이 없다.
가스탄 경이 미간을 찌푸렸다.
“엘프의 정령술은 이미 태양탑에서 파악한 것 아니었습니까? 분명 저것도 정령술의 일종 아닙니까?”
“뭔가, 뭔가 다르오. 뭔가 우리가 파악한 것과는 달라…….”
냉기의 안개가 전장을 가득 메우자 이니야가 소리쳤다.
“트롤병! 출격하라!”
수십 명의 광폭화한 트롤들이 요새를 향해 질주하기 시작했다. 이니야의 외침이 이어졌다.
“안타레스의 용사들이여! 저들의 뒤를 따르라!”
천 명이 넘는 이종족 혼합 병사들이 용맹하게 전장으로 달려 나갔다. 전장 가득 깔린 냉기의 안개를 뚫고 예리한 창칼을 들이댄다.
제국병들도 어떻게든 맞서 싸웠지만…….
“으으으…….”
“젠장, 몸이 제대로 안 움직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