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Indomitable Martial King RAW novel - chapter 429
비껴 맞는 것은 몰라도 정타만큼은 결코 허용하지 않는다. 위협적인 공격만큼은 반드시 스파이럴 가드로 방어하는데, 저 방어법은 그야말로 전신을 차곡차곡 휘감는 것이라 허점 자체가 없다. 아무리 파고들려 해도 파고들 틈 자체가 없는 것이다.
‘그렇다고 장기전으로 가면 저 무한한 지구력을 가진 짐 언브레이커블을 이길 수 있을 리가 없고…….’
결국 공작도 역대 짐 언브레이커블과 붙었던 대다수 오러 유저처럼 어리석은 선택을 했다.
‘아무리 잘게 두들겨 봐야 상대는 상처 하나 입지 않는다. 그렇다면 저 방어 자체를 뚫을 일격을 넣는 수밖에!’
이라나드 공작이 최강의 일격을 준비했다. 사방을 감도는 제왕검의 기운이 모두 거두어지고, 검 끝에 맺혀 성을 부술 일격이 되었다.
“제왕의 참수!”
다음 공격을 염두에 두지 않고 자세가 흐트러지는 걸 감수하며 날린 가공할 일격이 레펜하르트의 명치를 정확히 찔러 왔다.
레펜하르트는 웃었다.
‘아이고, 고마우셔라.’
굳건하던 산악이 대지를 흐르는 강이 되었다. 물 흐르듯 유려한 움직임으로 레펜하르트가 검격을 피한다. 몸을 틀며 피한 자세 그대로 땅을 박차며 강렬한 일격을 뻗는다.
“데스 카운터!”
포탄 같은 주먹이 공작의 심장을 정확히 강타했다. 오러 방어가 종잇장처럼 깨지고 로브에 걸려 있던 방어 마법마저 산산조각 나며 공작의 갈비뼈가 으깨져 일격에 심장이 파열했다.
“크어어어…….”
공작은 뒤로 날려 가지도 않았다. 모든 충격이 완벽하게 집중된 것이다. 일격에 절명하고 이내 눈동자에 생의 빛이 사라졌다.
주먹을 거두며 레펜하르트가 숨을 골랐다.
‘후우, 다행이군. 빨리 끝나서.’
공작의 예상과 달리, 만약 장기전으로 갔다면 아마 레펜하르트가 패배했을 것이다. 지금 그는 상당히 탈진 상태인 것이다. 뛰어난 정신력으로 멀쩡한 척 위장하고 있었을 뿐이지.
‘슬슬 스파이럴 가드 쓸 오러도 안 남아 있었는데. 천만다행이구먼.’
레펜하르트는 죽은 이라나드 공작을 힐끔거렸다. 정확히는 공작이 입은 새하얀 로브와, 가슴에 달린 은빛 엠블렘을.
‘카를 말대로인 것 같군.’
쓰러진 공작에게서 막 레페하르트가 발을 돌리려던 참이었다.
“이거……였군. 짐 언브레이커블의 숨은 한 수라는 것이…….”
“응?”
어느새 죽은 공작이 다시 일어나고 있었다. 레펜하르트의 안색이 살짝 굳었다.
움푹 파인 가슴도 도로 원상태로 돌아가고 안색 또한 다시 혈색이 좋아진다. 심지어 상당히 소모되었던 오러조차도 팔팔하게 되살아난다?
“미리 알고 있었는데, 그런데도 순간 당해 버렸군. 정말 짐 언브레이커블의 전투 유도는 악랄하구나.”
긴장하며 레펜하르트는 재차 전투 자세를 갖췄다. 동시에 예리하게 공작의 위아래를 훑어보았다.
‘저들 중 불사신이 된 자가 있다더니…….’
공작이 다시 검을 겨누며 의기양양하게 외쳤다.
“그러나 이제 그대는 날 해할 수 없다! 이 몸은 세이어의 가호를 입고 있나니!”
광소를 터트리며 공작이 공세를 취했다.
“세이어의 이름으로, 이단자를 벌하겠다!”
☆ ☆ ☆
이라나드 공작의 제왕검이 연신 레펜하르트의 급소를 노려 온다. 슬슬 스파이럴 가드를 펼칠 여력도 남지 않아 레펜하르트는 연신 피하기만 했다.
물론 레펜하르트의 컨디션이 정상이 아닌 만큼 모든 공격을 전부 피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러나 현재 레펜하르트의 방어법엔 스파이럴 가드만 있는 것이 아니다.
“핀 포인트 포스 필드.”
거대한 마법 방어장을 펼치는 대신, 작은 마력의 방패를 만든 뒤 미처 놓친 공세를 교묘히 메운다. 오러 유저의 감각으로 펼치는 마법사의 방어법이다. 과연 공작의 공격이 죄다 차단되어 버린다.
그렇게 공방을 이어 가며 레펜하르트는 유심히 상대를 살폈다.
‘저 부활 방식, 낯이 익단 말이지.’
멀리 갈 것도 없었다. 바로 열흘 전―그러니까 레펜하르트 입장에서― 세이어가 구사한 신성의 일부가 아닌가?
하지만 이라나드 공작이 신성을 다룰 리는 없다. 뭔가 다른 것이 있다.
“타앗!”
레펜하르트의 주먹이 공작의 어깨를 스쳤다. 그야말로 옷깃 스친 정도의 가벼운 타격이지만 마력이 깃들어 있어 파괴력이 심상치 않았다. 공작의 어깨가 탈골되었다.
“크윽!”
공작의 탈골된 어깨는 이내 원상태로 돌아갔다. 그 순간 레펜하르트는 눈을 반짝였다. 뭔가가 느껴졌다.
‘저놈, 가슴에 뭘 박아 놓은 거지?’
심장의 반대쪽, 그 체내에 기이한 마력의 흐름이 있었다. 실로 미세한, 레펜하르트의 마력 감지 능력으로도 간신히 느낄 은밀한 흐름이.
‘저 불사 능력과 관계 있는 건가? 하지만 그렇다고 보기엔 너무 기운이 약한데.’
공작의 블레이드 오러가 춤을 추며 레펜하르트의 시야를 희롱했다. 잠시 레펜하르트가 공세를 놓쳤다. 역시 스파이럴 가드와 달리 마법만으로는 오러 유저를 막기가 쉽지 않다.
“윽!”
급한 김에 레펜하르트가 왼발로 땅을 찍었다.
쿵!
“아케인 배리어!”
체술 수인법을 이용해 전신에 마법 방어장을 건다. 결국 이라나드 공작의 오러가 마력장에 가로막히고 반대로 레펜하르트가 기회를 얻었다.
“질풍기격탄!”
예리한 바람의 칼날을 동반해 레펜하르트가 기격탄을 쏘아 댔다. 대다수는 막았지만 몇몇을 놓쳐 공작의 옆구리가 길게 베였다.
“흥! 이 정도로 신의 가호를 입은 날 어찌할 수 있을 성 싶으냐!”
바로 상처가 사라지며 공작이 더욱 의기양양하게 덤벼들었다. 뒤로 물러서는 레펜하르트의 눈빛이 더욱 가라앉았다.
‘저거, 분명 관계가 있긴 있어.’
상처가 낫는 순간 분명히 보았다. 저 가슴속에 이식된 ‘뭔가’로부터 이질적인 기운이 생겨나 이라나드 공작의 전신에 감도는 것을.
‘아무래도 순수하게 저 아티팩트만의 힘은 아닌 것 같고.’
저런 이적을 낳기엔 감지되는 마력이 너무 미약했다. 어디선가 불사의 힘을 퍼다 쓰는 매개체일 가능성이 높았다.
‘말하자면 일종의 수신기?’
문득 수수께끼 하나가 풀렸다.
‘아? 그래서 브렉티스는 그냥 한 방에 죽은 건가?’
카를의 말에 따르면 저들 중 강자에 속하는 이들은 불사의 힘을 지녔다 했다. 현자 브렉티스 역시 그중 하나이기에 아틸카가 그리 고전했다 했다.
‘그런데 어째 한 방에 훅 가서 이상하다 싶었는데…….’
심장 반대편이란 위치는 상당히 애매한 곳이다. 급소라고 하기에도, 아니라고 하기에도 미묘한 부위.
무릇 무인이라면 상대의 목이나 심장을 노리는 것이 본능이고 그것을 위해 상대의 외곽에서부터 차근차근 공세를 쌓는다. 그렇기에 급소가 아니더라도 어깨나 옆구리, 팔뚝, 허벅지 등은 꽤나 자주 부상을 입는다.
그런데 심장 반대편이 찔리는 경우는 의외로 없다.
상대의 몸통이 비면 그냥 심장을 찌르고 말지 왜 굳이 반대편을 노릴까? 공격하기 쉽지 않은 몸통이면서도 간이나 심장에 비해 상대적으로 우선순위가 떨어지는 부위가 바로 심장 반대편이다.
이것이 안타레스의 강자들이 몇 번이고 필살기를 먹였음에도 상대를 쓰러뜨리지 못한 이유였다. 확실히 죽이기 위해 심장을 터트리고 목을 베고 심지어 머리를 통째로 박살 내기까지 했지만 정작 심장 반대편을 정확히 노린 이는 없었던 것이다.
현자 브렉티스가 한 방에 죽은 건, 워낙 레펜하르트가 장거리에서 공격을 했다 보니 우연히 심장 반대편까지 싹 도려내진 덕분일 뿐이다.
‘알고 한 건 아닌데, 운이 좋았구나.’
레펜하르트는 속으로 혀를 내둘렀다.
‘심장 반대편이라니, 의외의 한 수인데?’
차라리 하수끼리의 대결이라면 막칼질을 하다가 우연히 노리기라도 하는데 워낙 다들 달인급이다 보니 그런 막칼질 따윈 하질 않는다. 그야말로 고수의 심리적 허점을 노렸달까?
그러는 와중에도 둘의 사투는 이어지고 있었다. 공작의 공격을 계속 마법으로 막고 틈틈이 공세를 취한다. 레펜하르트의 마법 운용은 실로 경지에 다다라 오러 유저인 이라나드 공작조차도 마땅히 파고들 틈이 없었다.
분노한 와중에도 공작이 숨길 수 없는 감탄을 보였다.
“정말 대단하군, 짐 언브레이커블의 무인이면서 동시에 대마법사라니…….”
레펜하르트는 조금 놀랐다.
“……날 마법사로 보는 건가? 특이하군.”
여태 수많은 사람들 앞에서 마법을 써 댔지만 마법사 취급은 처음 받은 것 같다. 9서클의 마스터, 드레자조차도 꿋꿋이 ‘저거 아티팩트 쓰는 거야!’라며 자신을 세뇌했거늘.
‘아, 처음은 아닌가?’
그러고 보니 이 시대의 제이드도 믿긴 믿었던 것 같다. 상당히 긴가민가하긴 했지만.
이라나드 공작이 안색을 굳혔다.
“세이어의 눈은 모든 것을 굽어살핀다. 그분 앞에서 숨길 수 있을 것 같았느냐!”
“아니, 뭐 굳이 숨기려고 한 것은 아닌데.”
갑자기 공작의 기세가 강해졌다. 공격이 더더욱 맹렬해졌다.
“그런데 무예 쪽은 듣던 것만 못하군, 권왕 레펜하르트!”
제왕검의 기운으로 사방을 뒤덮으며 이라나드 공작이 검격을 퍼부었다.
“이 정도면 차라리 눈의 여왕이 훨씬 강력했다.”
도저히 피할 길이 없어 재차 마법 방어장으로 방어하며 레페하르트가 쓴웃음을 지었다.
‘딴 데서 워낙 혹사당하다 온 처지라…….’
확실히 현재 그는 지닌 기량의 반의반도 채 발휘하기 힘든 신세다.
‘그런데 난 사실 마법사로서 오러 유저랑 싸우는 쪽이 더 전공이거든?’
이왕 들킨 것, 레펜하르트는 전법을 바꿨다.
무술을 기반으로 틈틈이 마법을 쓰는 것에서 아예 작정하고 아낌없이 마법을 구사하는 쪽으로.
섬세한 마력 운용으로 블레이드 오러를 막아 내고 마법 방어장으로 몸을 감싼 채 각종 속성 마법으로 예리하게 반격한다.
도로 공작이 밀리기 시작했다.
“크윽, 그래 봤자 넌 인간일 뿐이다! 그 육체는 몰라도 그 마력은 한계가 있을 터!”
공작의 전신에 성광이 흐르며 다시 체력이 원래대로 돌아왔다. 난무하는 폭염과 광풍을 베어 가며 이라나드 공작이 외쳤다.
“나는 신의 가호를 받고 있다!”
레펜하르트가 공작의 등 너머를 힐끔거렸다.
난전 속에서 여전히 제국과 안타레스가 전투를 벌이고 있었다. 안타레스의 강자들은 불사신을 상대로 여전히 고전 중이다. 병사들 쪽은 상황이 나았지만, 역시 백색 로브를 걸친 이들의 사용하는 가공할 아티팩트의 힘 앞에 크게 전황을 뒤엎지 못하고 있다.
그래, 저게 이 모든 사태의 문제다.
백색 로브 차림의 은의 현자.
그리고 그들이 사용하는, 현 시대에 있을 수 없는 고대 기물들.
“그럼 일단 그 신의 가호란 걸 걷어 내 볼까.”
차갑게 뇌까리며 레펜하르트가 뒤로 펄쩍 뛰었다. 마법사 상대로 거리를 주는 것은 자살행위, 공작이 바로 뒤쫓았다.
순간 레펜하르트가 발차기를 크게 날렸다.
“타이푼 킥!”
계속 마법사로서만 행세하다 갑자기 무인의 공격을 잇는다. 당황해 공작이 전신을 방어하며 거리를 벌렸다.
기회를 잡은 레펜하르트가 양손을 가슴에 모으며 수인을 맺었다.
“이는 드리워지는 베일, 흐름을 막은 둑이자 기세를 꺾는 방패며 은은히 날려 고요히 잠드는 소요小搖의 이적이라…….”
“어림없다!”
마법 발동을 방해하기 위해 공작이 바로 오러를 떨쳤다. 강력한 블레이드 오러가 뻗어 나가 레펜하르트의 정면에서 박살 났다.
“윽!”
공작은 당황했다.
지금 레펜하르트는 짐 언브레이커블의 무인으로서 자신의 공격을 막은 것이 아니었다. 오러 방어도 스파이럴 가드도 쓰지 않았다.
그렇다고 마법 방어장을 펼친 것도 아니었다. 그저 빠르게 주문을 외우고 있을 뿐인데 그 여파만으로 오러도 막을 강대한 기운이 솟구친다. 현존하는 마법으론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뭐지?’
레펜하르트가 오른손가락을 들었다.
그리고 딱 소리를 내며 튀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