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Indomitable Martial King RAW novel - chapter 448
“아니면 깃털 대신 갑각형 날개를 달아서 방어용으로라도 쓰든가.”
천사의 날개 한 짝을 붙잡아 죽 찢으며 그가 피식거렸다.
“이건 뭐, 그냥 닭 날개네.”
세이어가 왜 천사를 이런 형태로 만들었는지는 이해가 간다. 아무래도 천사는 등에 멋지게 날개가 달려 있어야 폼도 나고 성스러워 보이는 것이다. 등이 아니라 옆구리에 날개 달려 있으면 그게 천사냐? 그냥 기형아지.
어쨌거나 덕분에 레펜하르트는 쉽게 천사들을 상대할 수 있었다. 이니야도 시리스도, 허점을 깨닫고 나니 바로 천사들을 베는 것이 가능해졌다.
“꺄아악!”
“아아악!”
떨어지는 천사들의 비명이 점점 늘어만 갔다.
“스트레이트 캐논!”
황금빛 오러가 십여 명의 천사를 일제히 쓸어버린다. 주먹을 거두며 레펜하르트가 호통을 쳤다.
“이런 장난감으로 뭘 하자는 거냐! 세이어!”
그런데, 의외로 세이어는 만족스러운 표정이었다.
“충분히 그들은 제 역할을 하고 있다.”
날개가 있어 원 성능을 제대로 내지 못한다 해도, 어쨌건 이 천사들의 성능 자체는 나쁘지 않다. 그리고 레펜하르트와 이니야, 시리스는 이들을 상대로 열심히 전투 중이다.
세이어가 보고 싶었던 것은 저들의 전투 그 자체, 애초에 천사들로 저들을 처리하리란 생각은 그도 하지 않았다.
“원하는 것은 확인일 뿐.”
레펜하르트도 그것을 알아챘다.
‘아무래도 뭔가 파악하고 싶은 눈친데?’
이대로 계속 세이어 앞에서 전투를 계속해 정보를 노출하는 것은 탐탁지 않다. 게다가 이 천사들과 싸우는 것도 의외로 제법 체력을 소모하는 일이었다. 아, 물론 레펜하르트는 전혀 체력 소모가 없지만 엘프인 두 사람에겐 그렇다는 소리다.
‘그걸 쓸까? 어차피 저 자식이 직접 나타날 때를 위해 준비한 거니까.’
원래는 세이어가 군세를 끌고 올 경우를 대비한 것이지만, 뭐 지금도 예상 상황과 크게 벗어나진 않았다.
레펜하르트가 땅을 크게 내리쳤다.
“아발란시 킥!”
대지가 흔들리며 땅거죽이 일렁여 파도처럼 사방으로 퍼진다. 흙의 파문이 주위의 천사들을 덮어 갔다. 천사들이 일제히 뒤로 날아 공세를 피했다.
주위를 그렇게 공터로 만든 뒤 레펜하르트가 양손을 크게 들었다.
“델 라시트 파세라 라만트 라이드…….”
강대한 영기가 폭발적으로 솟구친다. 주위 십여 킬로미터를 자신의 마력으로 뒤덮으며 레펜하르트가 영창을 이었다.
“나는 유부의 관장자, 죽음을 속이고 사망을 일깨우는 자이니…….”
제법 마법 영창이 길었다. 천사들이 마법을 방해하기 위해 재차 달려들었다. 이니야와 시리스도 허겁지겁 레펜하르트 주위로 모였다.
“어딜 감히!”
“어림없어!”
마법사가 마법을 준비할 때, 전사들이 그를 보호하는 것은 상식 중의 상식이다. 덤벼드는 천사들을 두 여인이 빠르게 처리했다. 둘의 보호 아래 레펜하르트가 마법을 완성했다.
그가 시동어를 외쳤다.
“일어나라, 망자여! 웨이크닝 오브 데스 에이지!”
☆ ☆ ☆
대지가 꿈틀거렸다.
“으우우우…….”
“으어어어…….”
어둠 속에서 그림자가 하나 둘 일어난다. 전신에 썩은 냄새를 풍기고, 떨어진 살점 사이로 허연 뼈를 드러내며 망자가 죽음 속에서 천천히 움직인다.
들판 가득 수백, 수천의 시체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한때 제국의, 그리고 인류의 병사였던 이들이었다. 그들이 가공할 흑마력에 힘입어 다시 일어섰다.
“으오오오!”
“아아아아!”
격렬한 굉음을 터트리며 수천의 언데드 군단이 포효했다. 찌그러진 창과 칼을 들고 그들이 대지를 질주하기 시작했다.
“가라! 망자의 군세여!”
레펜하르트의 명령에 따라 수천의 언데드들이 천사들을 향해 달려들었다. 창칼이 얽히고 금속음이 연달아 울렸다. 개개의 성능은 아무래도 천사들만 못한 것이 언데드, 그러나 이들은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으며 완전히 박살 내지 않는 한 끝없이 움직인다.
“아아아아!”
“우우…….”
성창과 망자의 울음이 뒤섞이며 두 무리가 뒤얽혀 전투를 벌였다. 덕분에 천사들의 공세에서 해방된 이니야가 주위를 둘러보았다.
“이건…….”
상황을 지켜보던 시리스도 인상을 썼다.
“윽, 이거 뭐예요?”
뭔가 큰 마법을 준비하기에 일단 호위는 하고 봤는데, 이런 마법일 줄은 몰랐다. 죽은 자를 움직이는 사악한 마법이라니? 아무리 레펜하르트에게 콩깍지가 쓰인 두 여인이라지만 이 광경을 보고도 좋아할 수는 없었다.
레펜하르트가 변명하며 중얼거렸다.
“쩝, 마력 적게 들이면서 최대한 성능 뽑으려면 어쩔 수가 없었어.”
고금 제일의 마법사, 모든 마법 학파의 극에 달한 레펜하르트였다. 흑마법 계열은 물론이고 모든 이들이 기피한다는 사령술, 네크로맨시 역시 정점에 올라 있다.
징그럽다는 눈으로 이니야가 레펜하르트를 노려보았다.
“전생 때도 이런 짓 하신 건가요?”
“……가끔? 자주는 안 했습니다만.”
눈치를 보며 레펜하르트가 작게 대꾸했다. 이니야와 시리스의 시선이 더더욱 매서워졌다.
“마왕.”
“악마.”
“저질.”
“변태.”
“……아니 잠깐, 마지막 두 개는 좀 아닌 것 같은데?”
그러는 와중에도 언데드 군단은 열심히 천사와 싸우고 있었다. 썩어서 덜렁대는 팔다리를 열심히 놀리며 신성해 보이는 천사의 몸통에 창칼을 꽂아 넣는다. 천사의 일격에 박살 나고 불타면서도 괴성을 지르며 마지막까지 움직이고 또 움직인다.
저 언데드들 모두가 한때는 인간이었던 이들이다. 아무리 저들이 적이고, 증오해 마지않는 제국군이었다지만 저 몰골은…….
시리스가 납득할 수 없다는 듯 중얼거렸다.
“아무리 봐도 우리가 악역이잖아요, 이거.”
“그래서 전쟁 시엔 이거 안 쓴 거야. 나도 세상 많이 배웠다고.”
레펜하르트가 손바닥을 비볐다.
“아무도 안 볼 때 후딱 처리하고 입 씻어야지.”
“그러다 누가 보기라도 하면 어쩌려고요?”
“그땐 우긴다!”
참으로 당당하게 레펜하르트가 대꾸했다.
“저 천사는 우리 편! 저 언데드는 저놈 거다!”
“아, 그거라면…….”
묘하게 설득이 되어 시리스가 고개를 끄덕였다.
하긴, 서로 죽어라 싸워 대는데 누가 누구 편인지 알게 뭔가? 나중에 ‘사실은 저 언데드, 세이어가 부른 거고 그때 필라넨스 여신이 천사를 내려 주셨음.’ 해 버리면 대충 넘어갈 일일지도?
“아니, 지금 그게 문제가 아니잖아요, 시리스.”
이니야가 한숨을 푹 쉬었다.
‘얘는 또 왜 저런 황당한 말에 넘어가는 거야?’
분명 레펜하르트가 세상에 대해 배운 건 맞는데, 스승이 카를이다 보니 좀 엉뚱하게 배운 것 같다.
‘하여튼 이이는…….“
마음 같아선 진지하게 한 소리 하고 싶다. 하지만 적을 앞에 두고 레펜하르트 혼이나 낼 여유는 없지. 이니야는 고개를 저으며 세이어를 노려보았다.
기껏 불러낸 천사들의 수가 줄어드는 걸 보면서도 세이어는 당황하지 않았다. 무감정한 얼굴로 천사 무리와 언데드 무리, 레펜하르트 일행을 번갈아 바라볼 뿐.
“음, 역시 너무 쉽게 생각했나?”
갑자기 세이어가 손가락을 튀겼다.
천사들이 날개를 펄럭이며 하늘로 날아오르기 시작했다. 아무리 언데드라지만 땅에 발붙이고 있는 이상 천사들을 쫓을 방법은 없다. 공중에서 폭격이라도 할 셈인가 싶어 레펜하르트가 대비할 때였다.
세이어가 중얼거렸다.
“돌아가라.”
빛의 구멍이 열리며 살아남은 천사들이 하나 둘 구멍 속으로 모습을 감췄다. 어느새 전장에 언데드 군세만이 남게 되었다.
세이어가 레펜하르트를 빤히 바라보았다.
“그대가 치울 텐가? 아니면 내 손을 빌릴 텐가?”
수천의 언데드를 무슨 쓰레기처럼 취급하고 있다. 레펜하르트는 인상을 썼지만 굳이 언데드 군세를 움직여 세이어를 마저 공격하려 하진 않았다.
‘어차피 통하지도 않을 것, 괜히 마력만 낭비하겠지?’
세이어쯤 되면 수천의 언데드는 광역 마법 몇 방만으로 싹 쓸어버릴 수 있을 터였다. 그리고 그 경우 언데드에 부여한 레펜하르트의 마력도 싹 쓸린다.
이니야와 시리스의 체력 때문에 언데드를 일으키긴 했지만, 사실 레펜하르트는 체력보단 마력이 더욱 아쉬운 처지다.
레펜하르트도 손을 휘저었다.
“잠들어라, 망자여.”
언데드 군단이 다시 시체가 되며 부여되었던 마력도 도로 레펜하르트에게 돌아왔다. 그때까지도 세이어는 딱히 공격 따윈 하지 않은 채 상황을 지켜보고 있었다. 레펜하르트가 속으로 혀를 찼다.
‘저 자식, 대체 뭐 하자는 거야?’
싸우자고 온 놈이라기엔 너무 반응이 미적지근하다. 방어만큼은 빈틈없이 하지만 공격 쪽은 영 부실한 것이다.
‘그러고 보면 아까부터 뭔가 확인하겠다느니 어쩌느니 했었지?’
그렇다면 잘되었다. 레펜하르트는 씨익 웃었다. 뭘 확인하고 싶은지는 모르겠지만…….
‘어차피 죽여야 할 놈, 상대가 대충 싸우겠다는데 마다할 이유는 없지?’
레펜하르트가 양옆의 여인에게 눈짓을 했다. 눈짓만으로도 알아듣고 이니야와 시리스가 이내 몸을 날려 세이어 좌우로 돌아갔다.
세 방향에서 포위한 형태를 취한 채 레펜하르트가 오러를 끌어 올렸다.
“타아아앗!”
☆ ☆ ☆
세이어의 정면으로 돌진한 레펜하르트가 육중한 킥을 날렸다.
“허업!”
오러가 깃든 하이킥이 세이어의 방어장을 정면으로 두들겼다. 순식간에 포스 실드, 프리스매틱 가드, 아케인 배리어가 깨져 갔다. 삼중의 마력 방어장을 부술 정도로 강렬한 일격이었다.
세이어도 조금 놀란 표정을 지었다.
“호오?”
회심의 미소를 띠우며 레펜하르트가 공세를 이었다.
“순환 마력 방어라고 약점이 없는 것은 아니지!”
수십 개의 마력장을 연달아 펼치고 거두는 저 순환 마력 방어법은 다양한 속성의 공격 모두를 감당할 수 있는 강력한 수법이었다. 그러나 레펜하르트는 그 약점도 잘 알고 있었다. 전생 때 자신도 즐겨 썼던 방식이니 모를 리가 없다.
‘이것저것 펼쳤다 거두었다 하니까 그만큼 방어장 개개의 위력은 약해질 수밖에 없거든?’
양 주먹을 연타하며 레펜하르트가 폭풍처럼 세이어의 역장을 두들겨 댔다.
“타아아앗!”
황금빛으로 물든 펀치가 날아들 때마다 방어장이 계속 깨져 간다. 그 기세에 세이어도 살짝 긴장했다. 단순한 연타라면 방어장끼리 서로 연계해 충분히 감당하겠지만 레펜하르트는 절묘한 타이밍으로 연계되기 직전과 직후만을 노리고 있었다.
뒤로 물러서며 세이어가 감탄을 흘렸다.
“실로 마법에 대해 완벽한 이해를 지니고 있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