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Indomitable Martial King RAW novel - chapter 452
아무리 천하의 레펜하르트라도, 전투에 임한 세이어가 어떤 마법을 쓸지 파악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가 파악한 것은 세이어의 마법이 아니라 절대자의 심리였다.
세이어와 러스나 타시드 등의 기량은 엄청나게 차이가 난다. 정말 인간과 파리와 비유해도 크게 차이 나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 그런 이들을 상대로 처음부터 신경을 써서 하나하나 노린다?
‘그럴 리가 있나?’
파리가 앵앵대며 귀찮게 굴면 인간은 먼저 대충 손으로 휘저어 쫓게 마련이다. 당연히 첫 시작은 광역 마법일 수밖에 없다.
아무리 강력한 마법이라도 이미 대비하고 있으면 러스 들의 기량으로 피하지 못할 정도는 아니었다. 혹시 몰라 그간 연습도 충분히 했다. 과연, 다들 무리 없이 피하고 있었다.
마법이 날아오면 전력 도주, 그리고 세이어가 한숨 돌리려 하면 다시 달라붙어서 파리처럼 앵앵대기!
“오러 크로스!”
“전갈의 습격!”
“동토의 칼날!”
“가라, 우다르 묠니르!”
각자 손에 맞는 오러 스킬을 열심히 날려 댄다. 물론 아무리 날려 봤자 세이어의 가공할 방어장 앞에선 그저 산들바람일 뿐이다. 쓸데없이 들판만 작살내며 폭발이 연달아 일어났다.
그리고 세이어가 마법을 쓰려 하면 잽싸게 도망, 도망, 도망!
“가소롭구나!”
비웃으며 세이어가 수법을 바꿨다. 직격타를 피할 수 있다고? 마법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
“아케인 스트라이크, 트레이서.”
이번에는 마법의 섬광이 직선으로 날아가는 것이 아니라, 크게 호선을 그리며 네 사람을 뒤쫓았다. 직선이 아닌 유도형으로 마법을 바꾼 것이다.
하지만 여전히 러스 들은 당황하지 않았다. 이것도 이미 예측 범위 내였다.
파리가 앵앵대는데 자꾸 손을 휘저어도 안 날아간다? 그럼 그다음엔 하나하나 노리고 파리채를 휘두르기 마련.
“뭉쳐!”
타시드의 신호에 기다렸다는 듯이 네 사람이 한자리로 모였다. 그들을 쫓던 아케인 스트라이크도 뒤를 따랐다. 순간 세이어가 당황했다.
‘어라?’
저마다 날아가던 마법이 한자리에 모였다. 그럼 저 마법들이 서로 합쳐져 더 강한 마법이 될까?
레펜하르트가 미소 지었다.
‘그럴 리가 없지.’
그렇게 된다면 굳이 마법 집약술이니 융합 술식 따위를 만들 필요가 왜 있을까? 그냥 같은 마법 같은 자리에 계속 쏘면 되는데.
쾅! 쾅! 콰콰쾅!
수십 발의 아케인 스트라이크가 허공에서 저들끼리 충돌했다. 대부분의 위력이 서로 충돌하며 산화한다. 그 속에서 네 사람이 서로 오러 방어를 끌어 올려 남은 여파를 막아 냈다. 그리고 다시 사방으로 흩어진다.
“굉천월광!”
“벼락 떨구기!”
또다시 별 먹히지도 않는 오러 스킬을 열심히 세이어에게 날린다.
몇 번이나 같은 상황이 반복되니 세이어의 표정에 황당함이 깃들었다. 그가 문득 손을 내렸다. 더 이상 마법으로 반격조차 하지 않는 것이다.
그 틈에 네 사람이 근접해서 열심히 검광을 내뻗었다. 물론 그래 봤자 세이어의 방어장은 흔들리지조차 않았다.
세이어가 혀를 찼다.
“용케 피하긴 한다만 이게 대체 무슨 의미가 있는 거냐?”
아무 짓하지 않고 서 있어도 저들은 세이어의 옷자락 하나 스칠 수가 없는 것이다. 도대체 왜 이런 바보짓을 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죽자고 두드리면 내 방어장에 금이라도 갈 것 같으냐?”
세이어는 비웃었다. 그러나 네 사람은 전혀 동요하지 않았다. 이니야가 속으로 혀를 내둘렀다.
‘진짜 레펜하르트 님 말씀대로네. 처음엔 광역. 이어서 유도형. 그리고는 무시라?’
속이라도 들여다본 것처럼 레펜하르트의 추측대로 움직이는 세이어였다. 애초에 이렇게 나올 줄 알고 있었으니 동요할 일도 없는 것이다.
어쨌거나, 네 사람이 죽어라 두들기는 와중에도 세이어는 태연히 서 있었다. 그가 방어장 너머를 보며 고개를 저었다.
잘도 피하고, 잘도 공격하고 있다. 솔직히 저들의 기량으로는 놀라운 성과다. 그것은 제법 인정할 만하다.
그럼에도 세이어는 어이가 없었다.
“혹시 이걸로 내 마력이라도 깎을 셈이냐?”
이 짓을 아무리 해 봤자 세이어에겐 조금의 타격도 없다. 마력은 물론이고 체력도 전혀 손상이 없는 것이다. 그야말로 허공에 칼질하는, 스스로의 체력만 소모하는 무의미한 짓거리에 불과하다.
더욱 어이없는 점은 그 사실을 레펜하르트가 모를 리 없다는 것이다.
“그대 정도 마법사라면 이미 알 텐데? 이런 짓 아무리 해 봤자 내 마력은 한 톨도 깎을 수 없다는 걸?”
레펜하르트가 비아냥댔다.
“아, 그럴지도 모르지. 하지만 마냥 손 놓고 있는 것보단 낫잖나?”
오히려 재차 명령을 내린다.
“계속 두들겨! 다들!”
“네! 형님!”
아주 신 났다는 듯 대답까지 해 가며 블레이드 오러를 날리는 러스였다. 세이어의 안색이 일그러졌다.
원래대로라면 압도적인, 전혀 공격이 들어가지 않는 상대에게 절망하고 있어야 할 놈들이다.
그런데 저런 표정이라니?
이래서야 세이어가 무슨 수련용 허수아비라도 된 것 같지 않은가?
“하하하…….”
기가 차 세이어가 웃었다. 아프지도, 간지럽지도 않지만 기분이 매우 더럽다.
그가 두 눈을 치켜떴다.
“꺼져라! 미천한 놈들!”
분노하며 그가 전신으로 가공할 마력을 터트렸다. 압도적인 폭발이 세이어를 중심으로 터져 나왔다. 네 사람이 허겁지겁 다시 뒤로 피하는 순간이었다.
“타앗!”
계속 상황을 보고만 있던 레펜하르트가 갑자기 몸을 날렸다. 전신에 황금빛 오러를 감싼 채 유성처럼 마력의 폭발을 뚫고 나간다.
“권마합신!”
순식간에 세이어의 코앞까지 들이닥친 레펜하르트가 이내 주먹을 내찔렀다.
“캘러미티 혼!”
콰앙!
일곱 파문의 빛이 한 점으로 뭉쳐 재앙의 뿔이 되었다. 세이어의 방어장이 깨지며 신음이 터져 나왔다.
“크윽!”
☆ ☆ ☆
레펜하르트도 알고 있었다. 세이어의 마력장을 아무리 두들겨 봐야 체력도 마력도 깎을 수 없다는 것을. 전생의 자신도 그랬다.
그럼에도 알렉스 일행은 열심히 자신의 방어장을 두들겼다. 그것에는 이유가 있었다.
‘마력이나 체력은 안 깎이겠지만, 정신력이나 집중력은 깎이거든?’
파리가 앵앵댄다 해서 사람 체력이 깎일 리는 없다. 하지만 뭔가에 열중하고 있을 때 파리가 앵앵댄다고 방해가 되지 않는가? 분명 집중력은 깨지게 되어 있는 것이다.
레펜하르트가 진짜 원한 것은, 세이어의 집중력이 깨지는 순간이었다.
콰아아앙!
가공할 캘러미티 혼의 일격이 세이어의 방어장을 뚫고 그 육체에까지 닿았다. 물론 세이어는 방어장뿐 아니라 육체 자체에도 마력 방어를 뒤집어쓰고 있었으니, 캘러미티 혼의 일격으로도 큰 부상을 입힐 순 없었다.
하지만, 적어도 육체 자체에 충격을 준 것은 분명했다.
“으음…….”
신음을 흘리며 세이어가 가슴을 어루만졌다. 바로 방어장을 재생성하며 그가 말했다.
“운이 좋았구나!”
‘이걸 운이라고 생각하는 한, 넌 계속 휘말릴 수밖에 없을 거다!’
속으로 웃으며 레펜하르트가 계속 공세를 이었다.
“으랏차차차차!”
우렁찬 기합과 함께 황금의 오러가 깃든 펀치와 킥을 계속 날린다. 한번 깨진 방어장, 긴급하게 덧씌우긴 했어도 아까만큼의 방어도는 없다. 세이어의 무심이 한번 흔들려 방어장 연계에도 조금씩 딜레이가 생기기 시작했다.
“이놈이…….”
세이어의 표정에 여유가 사라지고 분노가 떠올랐다. 그가 제대로 마법을 준비했다.
“임페리얼 버스터!”
9서클 궁극 주문 중 하나인 가공할 폭렬 마법이 레펜하르트를 정통으로 노리고 날아들었다. 파괴력만큼은 전생의 레펜하르트보다도 위다. 도저히 방어는 불가능하다.
그런데, 레펜하르트는 후퇴는커녕 오히려 맞서 마법을 준비했다.
“임페리얼 버스터!”
같은 폭렬 주문으로 응수한다. 세이어가 어처구니없어 외쳤다.
“가소롭구나! 감히 마법으로 상대할 수 있을 성 싶으냐!”
레펜하르트와 세이어의 마력 차이는 극심하다. 게다가 파괴력은 분명 세이어가 높다. 그런데 감히 같은 마법을 써?
레펜하르트가 대꾸했다.
“두고 보면 알 거다!”
두 폭렬 주문이 허공에서 충돌했다. 과연, 세이어의 마법이 순식간에 레펜하르트의 그것을 뒤덮었다. 그런데 그렇다고 바로 레펜하르트의 마법이 소멸하지도 않았다.
거대한 장벽에 밀리면서도 꿋꿋이 전진을 계속하며, 마치 거대한 천에 던진 공처럼 세이어의 마법을 밀어낸다. 결국 두 폭렬 주문이 동시에 허공에서 폭발했다.
“이건 어떻게?”
당황해 세이어는 눈을 껌뻑였다. 분명 마법의 위력은 자신이 위였는데?
레펜하르트가 차갑게 뇌까렸다.
“애초에 네놈과 나는 마법의 용도가 다르거든?”
☆ ☆ ☆
예전 세이어를 상대했을 때, 레펜하르트는 기묘한 점을 느꼈다. 세이어의 마법이 자신의 것에 비해 파괴 범위가 너무 넓었던 것이다.
그렇다고 세이어가 레펜하르트보다 훨씬 높은 기량의 마법사란 의미는 아니었다. 그보다는 마법 술식의 발전 방식이 달랐다.
‘저놈의 마법은, 아무리 봐도 대인對人용으로 발전한 것이 아냐.’
현 시대에 있어 공격 마법이란 고하위를 막론하고 누군가를 해하기 위한 것이다. 처음부터 마법 수련을 대인 공격용으로 출발한다는 의미다. 그 위력이 높아지면 종국엔 성이나 거대 구조물을 파괴하는 경지에까지 이르게 되고, 따로 대물對物용 마법도 생겨나고 하지만, 적어도 토대가 되는 마법 발동의 개념은 여전하다.
반면 세이어의 마법은 달랐다. 7서클 이하의 하위 마법은 현 시대와 크게 차이가 없어 보이지만 그 이상은 용도가 전혀 틀렸다.
‘아무리 봐도 무슨 거대한 배나 요새, 괴물 등을 상대하기 위한 용도로 발전한 것 같단 말이지?’
즉, 세이어의 고위 마법은 처음부터 사람을 상대하기 위해 개발된 마법이 아닌 것이다. 그 차이가 바로 폭격과 관통의 차이가 되었다.
넓은 범위에 가공할 파괴를 낳는 세이어의 마법은 분명 레펜하르트도 따라갈 수 없는 강력함을 지니고 있다.
그러나 관통력, 한 점에 집중되는 힘은 아무래도 레펜하르트만 못하다. 그러기에 제라드도 세이어의 마법을 뚫어 버릴 수 있었던 것이다.
물론, 세이어 역시 관통력이 강한 마법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아케인 퍼니시먼트 맥시멈.”
제라드에게도 구사했던 9서클 최강의 관통 마법이 날아든다. 레펜하르트도 빠르게 수인을 맺으며 반격했다.
“아케인 퍼니시먼트 맥시멈!”
똑같은 주문이 또다시 허공에서 충돌했다. 그리고 조금 전과 똑같은 상황이 벌어졌다.
콰콰쾅!
폭발과 함께 서로의 마법이 아슬아슬하게 힘겨루기를 하다, 결국 동시에 소멸한다.
세이어의 안색이 굳었다.
“저자가…….”
그제야 세이어도 자신과 레펜하르트의 마법 차이를 알아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