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Indomitable Martial King RAW novel - chapter 468
“윽?”
“누구냐!”
강렬한 기공의 힘이 전격을 튕겨 낸다. 동시에 경비들이 비호처럼 바닥을 박차고 반격에 나선다. 세이어는 당황하지 않았다. 이 정도로 먹히지 않을 거란 건 이미 각오했다.
“술식 연환! 화火! 천天! 뢰雷! 트리플 부스트!”
엘드라스와 알하트란의 술식을 섞어 만든 세이어 특유의 조합 마법이 뒤를 이었다.
아슬아슬하게, 두 경비의 기공보다 세이어의 마법이 한발 앞섰다. 강력한 기운이 정확히 두 사람에게만 집중되어 폭발을 일으킨다. 어찌나 정밀한 제어인지 폭음이 복도 밖으로 새어 나가지도 않았다.
“컥!”
짧은 단말마와 함께 두 경비는 그대로 혼절했다. 세이어가 숨을 고르며 뛰는 가슴을 진정시켰다. 순식간에 전투가 끝난 것이다. 첫 실전이란 걸 감안하면, 압승이라고 해도 무방할 정도다.
‘내가 강해지긴 강해졌구나. 하긴 유명한 기공술사라도 8서클 마법사 수준이랬지.’
애초에 10서클 마법사를 감당할 정도로 강력한 기공술사면 여기서 경비나 서고 있겠냐? 자기 도장 차리고 제자 수만 명 키우며 호의호식하지.
‘하지만 이걸로 시간이 촉박해졌어. 저들의 정기 연락이 없다면 중앙 시스템도 의문을 품겠지.’
더욱 빨리 움직여야 한다. 세이어는 서둘러 안으로 뛰어들었다. 사방을 경계하며 미리 파악한 대로 아카식 드라이브의 중추로 조금씩, 조금씩 이동한다. 그 와중에 계속 경비와 마주쳤지만 이미 자신감이 붙은 세이어는 그들 역시 깔끔히 처리할 수 있었다.
그렇게 20여 분 정도 더 지났을 때였다.
세이어가 한 커다란 공간 안으로 들어섰다. 그리고 그 내부를 보며 감탄사를 흘렸다.
“아…….”
그것은 거대한 원통처럼 생긴 공간이었다. 높이는 거의 600미터에 달하고 지름도 200미터가 넘어 보였다.
곡면을 이루는 재질은 전부 현 문명에서도 희귀한 마법 금속뿐이다.
현존하는 가장 강력한 내구성과 물성을 지닌 진철眞鐵 아다만티움이 벽 전체의 토대를 지탱한다. 마력 전도율이 제로에 달하는 최고의 마력 회로 소재, 진동眞銅 오리하르콘이 벽면 전체에 빼곡하게 문양을 그리고 있다. 그 원형의 벽면에서 진은眞銀 미스릴이 석순처럼 뻗어 중앙으로 향한다. 그 끝에는 진금眞金 엘드릴로 만들어진 다섯 개의 거대한 타원형 링이 천구의처럼 3차원적으로 얽혀 천천히 돌아간다.
그 천구天球의 중심에 그것이 있었다.
허공에 떠 푸르게 빛나는 수십 미터 크기의 거대한 빛의 문양, 마치 눈의 결정처럼 아름다운 기하학적 모양을 지닌 그것은 그 끝에 수많은 작은 결정을 연결해 외벽과 연결되어 있었다. 실로 아름다운 광경이었지만 세이어는 오히려 두려움에 떨었다.
10서클의 마법사인 그는 느낄 수 있었다. 저 아름답게만 보이는 빛의 결정에 얼마나 엄청난 초월의 힘이 집약되어 있는지를.
저 빛나는 거대한 결정은 물질이면서, 동시에 물질이 아니다.
물질화될 때까지 압축된 빛이 고도의 에너지체가 되어 결정의 토대를 형성하고, 물질화될 때까지 압축한 영자가 결정의 면을 뒤덮는다. 그 속에 깃든 것은 그야말로 세상 자체를 존재케 하는 무상 유상의 정보 에너지.
경이와 희열, 공포를 동시에 느끼며 세이어가 중얼거렸다.
“저것이…….”
저것이 바로 아카식 드라이브.
신이 창조한 인류, 그 인류가 창조한 신이었다.
☆ ☆ ☆
‘조, 좋아. 이제부터 시작이야.
각오를 다지며 세이어는 빠르게 빛의 결정 하부의 제어 데스크로 다가갔다.
아카식 드라이브에 가까이 가는 것만으로도 영혼이 휩쓸릴 것만 같은 끔찍한 공포가 느껴진다. 아니, 그냥 기분상이 아니라 진짜로 영혼과 육체의 결합이 약해지고 있다. 철저히 제어되는 아카식, 그 아주 사소한 여파만으로도 한낱 사람 수천쯤은 가볍게 소멸시킬 수 있다.
“크윽!”
이를 악물며 세이어는 전신에 마력을 둘렀다. 이것이 10서클 마법사가 아니곤 아카식 드라이브에 접근조차 하지 못하는 이유였다. 적어도 10서클은 되어야 저 무시무시한 아카식 파동으로부터 자신을 지킬 수 있는 것이다.
그렇게 제어 데스크로 다가간 뒤 중추 회로를 찾는다. 이 아카식 드라이브와 직통으로 연결되는, 모든 마력과 에너지가 오가는 핵심 부품.
‘여기 있구나, 사신수四神獸 시스템.’
원래는 알하트란의 전설에서 비롯된 네 방향을 지킨다는 사신수, 그러나 문화는 교류되는 것이고 사방의 수호자는 이제 엘디아에서도 전통적으로 믿는 설화가 되었다. 그 사신수의 이름이 붙은 네모난 패널을 향해 세이어는 손을 뻗었다.
이제 이 패널에 정해진 마력 술식을 입력한 뒤 그 마력을 시공의 눈물을 통해 변환해 아카식 드라이브와 연결하기만 하면…….
‘이 빌어먹을 시대와도 안녕이다!’
광기에 물든 눈으로 세이어가 막 패널을 떼어 낼 때였다.
“이게 무슨 짓이냐, 세이어!”
요란한 호통이 세이어의 뒤통수를 강타했다. 순간 세이어의 전신이 딱딱하게 굳었다.
“……!”
☆ ☆ ☆
세이어는 침을 꿀꺽 삼켰다. 그리고 두려움 속에서 뒤를 돌아보았다.
“메테우스 박사님…….”
중년의 은발인이 분노와 의문, 혼란이 가득한 얼굴로 그를 바라보고 있다. 1500년이나 살아온 그조차도 눈앞의 사태엔 어떤 해답도 내놓을 수 없는 모양이다.
“세이어! 도대체 이게 무슨 짓이냐?”
끝났다.
모든 게 끝나 버렸다.
아무것 하나 제대로 시도해 보지도 못하고, 결국 이걸로 끝이다.
자포자기한 채 세이어는 웃었다. 모든 희망이 사라졌다고 생각하니 왠지 웃음이 나왔다.
“하하, 어째서 박사님이 이곳에 계시죠? 어떻게 절 찾으신 건가요?”
“네 녀석의 영자 코드를 찾는 전용 술식이 있으니까. 굳이 마도구가 없어도 마법만으로 난 네가 어디 있든 알아낼 수 있어.”
박사의 답변에 세이어가 한숨을 내쉬었다.
“하아…….”
생각해 보니 10서클에는 그런 마법도 있었다. 그리고 그 추적을 차단하는 마법도.
물론 세이어 역시 추적 차단 마법을 익히지 않은 것은 아니다. 애초에 첫 번째 목표, 연구소 탈출을 위해 제일 열심히 익히지 않았던가?
그러나 지금 그는 그 차단 마법을 걸어 놓지 않은 상태였다. 메테우스 박사가 자신을 의심할 이유가 전혀 없었으니까.
“왜? 왜 그 마법을 쓰신 거죠? 제가 제 방에서 그냥 자고 있지 않을 거라 생각하신 이유가 있나요?”
“내가 네놈을 한두 해 보았느냐?”
박사가 단호하게 대답했다.
“생각해 보니까 이상하더라고. 네 녀석이 나 몇 년 못 봤다고 그리움에 찾아올 놈이더냐? 아니잖아?”
뜻밖의 답변에 세이어는 헛웃음을 흘렸다. 생각해 보니 당연한 이야기였다. 그와 박사가 지낸 시간이 무려 100년이다. 서로를 알기에 지나치게 긴 시간이기도 하다. 그 덕에 세이어도 박사의 비밀을 알아챈 것 아닌가?
세이어가 박사의 모든 걸 아는 것처럼, 박사도 세이어의 모든 걸 알고 있다.
아, 물론 정말 모든 걸 아는 건 아니겠지만.
“모르겠구나, 대체 여기서 뭘 하려는 거냐? 게다가 무슨 수로 여기 들어온 게야?”
세이어와 아카식 드라이브를 번갈아 보며 박사가 물었다. 그는 그중에도 두려움에 감히 세이어 근처로 다가가지 못하고 있었다. 아카식의 힘은 10서클의 마스터인 메테우스 박사에게도 결코 만만한 것이 아니다.
한 손에 사신수의 패널을 든 채 세이어가 대답했다.
“이제 와서 그 이유가 무슨 소용이 있을까요? 어서 경비 시켜 저 잡아가라고 하세요.”
모든 것이 끝난 마당이다. 절망이 양어깨를 짓누르고 있어 입 놀릴 기력조차 없다.
그렇게 축 처져 있던 중이다. 문득 세이어가 눈을 빛냈다.
뭔가 상황이 이상했다. 아직도 박사 뒤로 아무런 인기척이 느껴지지 않는다.
“……박사님, 혹시 혼자 오신 건가요?”
“당연하지 않느냐? 이 사실을 남이 알면 넌 그대로 폐기처분될 거다! 죽는단 말이다!”
안타까워하며 박사가 손짓했다.
“어서 이 자리를 떠나자. 아직은 늦지 않았다. 내 힘이라면 다른 사람들이 알기 전에 여기 있었던 일을 시스템 기록에서 다 지울 수 있어. 혹시나 해서 감춰 두길 잘했구나.”
물론 박사가 그럴 능력이 있다는 건 세이어도 잘 알고 있었다. 그 힘 덕분에 자신도 여기까지 무사히 침투할 수 있었던 것 아닌가?
“쓰러진 경비들에겐 설명할 수 없는 상황이겠지만, 아카식 드라이브 근처엔 원래 상식 밖의 일이 종종 일어나니까 어떻게든 무마할 수 있을 거다.”
세이어는 말없이 박사를 바라보았다. 박사의 얼굴엔 분노와 당혹, 흥분과 걱정이 뒤섞여 있었다. 그리고 그 모든 격정은 틀림없이 단 하나의 순수한 감정에서 비롯되었다.
“아아, 나의 아버지여…….”
세이어가 슬픈 듯 중얼거렸다.
“당신은 아직도 절 사랑하시는군요.”
“당연하지 않느냐? 널 자식처럼 여기며 여기까지 키운 게 나다!”
그렇다. 박사는 이 상황이 되어서까지 세이어를 버리지 않는다. 어떤 경우에도 자식을 지키는 부모처럼, 사회도 법도 도덕도, 자신의 지위도 미래도 모두 신경 쓰지 않는다.
오직, 어떻게 해야 이 무시무시한 상황을 무사히 넘겨 세이어를 지킬 수 있을지만 고민하고 있다.
슬프고, 또 기쁜 일이었다.
“다행이네요.”
슬픔을 딛고 세이어가 미소를 지었다. 박사가 의아해했다.
“응?”
그 미소는 기이할 정도로 뒤틀려 있었다. 기쁨이라기보다는 오히려 비열에 가까운 미소.
“덕분에 아직…… 당신의 사랑을 배신할 기회가 남아 있어서.”
갑자기 세이어가 손을 앞으로 뻗었다. 박사 몰래 준비해 두었던 술식이 그의 마력을 기반으로 현실에 구현되었다.
“임페리얼 템페스트!”
눈앞 가득 몰려오는 폭염을 보며 박사가 경악했다. 이 엄청난 마법의 힘이 낯이 익었다.
“9서클? 저 애가 어떻게?”
☆ ☆ ☆
지름 200미터의 거대한 공간 속을 무자비한 마법이 오간다. 온갖 속성의 마법이 아카식 드라이브 주위를 스쳐 지나가며 폭발하고 뒤섞여 또다시 폭발한다. 그 엄청난 위력에 아카식을 지탱하는 이 원통의 공간조차도 흔들릴 정도다.
그러나 휘말리기만 해도 폭사할 듯한 이 끔찍한 광경 속에서도, 레펜하르트는 느긋하게 관전하고 있었다.
‘굉장하다…….’
아무리 무시무시한 마법이라도 결국 꿈속의 일이다. 아무리 장대한 폭발이라도 결국 환영일 뿐이다. 한 다리 건너 관조하는 레펜하르트에겐 저 두 대마법사의 사투도 기록 영상 이상의 의미는 되지 못한다.
그래서 그는 둘의 전투를 보며 솔직하게 감탄할 수 있었다.
“고대의 마법사는 저 정도였단 말인가…….”
세이어가 선수를 쳤음에도 메테우스 박사는 가뿐히 그 마법을 막아 냈다. 이후 계속 세이어가 발악해도 그리 어렵지 않게 받아친다. 철저히 방어 위주로 나가며 조금씩, 천천히 세이어의 마력 자체를 옭아맨다. 그 광경을 보며 레펜하르트가 혀를 내둘렀다.
“진짜 공부가 되네.”
메테우스 박사, 은의 시대 10서클 마스터의 기량은 실로 놀라웠다. 타고난 천재인 레펜하르트조차도 보며 감탄할 정도로 독특한 수법이 끊이질 않는다. 역시 마스터가 괜히 마스터는 아니다. 메테우스 박사는 분명 레펜하르트보다 윗줄에 있는 마법사였다.
전투를 보며 레펜하르트가 눈살을 찌푸렸다.
‘저거, 세이어가 절대 못 이기겠는데?’
☆ ☆ ☆
같은 10서클이라지만 세이어와 박사의 기량 차는 현저했다. 이제까지 세이어가 버틸 수 있었던 것도 어디까지나 박사가 한참 봐주었기 때문일 뿐이다.
“크윽! 제기랄!”
마법이 계속 먹히지 않자 세이어가 욕설을 흘렸다.
“네가 이 마법을 어디서 배웠는지 알겠구나, 세이어. 제3네트워크에 접속했더냐?”
박사가 고개를 저었다.
“그곳의 정보는 100년 전에 마지막으로 갱신한 거란다. 그 이후에도 난 계속 발전했고. 그런데 네가 내 상대가 될 것 같으냐?”
점점 박사의 공세가 거세진다. 세이어가 정신없이 뒤로 밀린다. 마력 소모가 눈에 띠게 커진다. 박사가 혀를 찼다.
“그만 포기하거라.”
세이어가 숨을 헐떡이며 마법 공세를 멈췄다. 반격하지 않고 박사도 일단 손을 내렸다.
“대체 왜 이러느냐? 반항기냐? 아니, 그렇다기엔 나이가 너무 많잖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