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Indomitable Martial King RAW novel - chapter 49
고집 센 눈동자를 보며 레펜하르트는 결국 실소를 터트렸다. 시리스가 레펜하르트의 목을 껴안았다. 레펜하르트도 시리스의 허리를 감싸 안았다.
불타는 황도를 뒤로한 채 두 연인은 말없이 키스를 나누었다.
☆ ☆ ☆
“으음…….”
신음을 흘리며 레펜하르트는 눈을 떴다.
‘오랜만에 전생의 꿈을 꾸었군.’
우울한 기억, 서글픈 추억의 단편이었다. 결국 자신의 미끼 역할에도 불구, 사천왕들은 모두 인간들에 의해 죽음을 당했다. 딱히 작전이 틀렸다고 볼 수는 없다. 그렇게 하지 않았다면 아예 탈출 자체도 불가능했을 테니까. 병력 차가 나도 너무 심각하게 났으니 그 당시엔 저것 외에 대책이 없었다.
‘후우…….’
죽어 간 사천왕들을 생각하니 가슴 한쪽이 시려 온다. 하지만 레펜하르트는 애써 머리를 저으며 상념을 떨쳐 내려 애썼다.
‘괜찮아. 아직 일어나지 않은 일이다. 막을 수 있는 일이야.’
애써 기분을 환기하며 레펜하르트는 몸을 일으켰다. 그리고 순간 인상을 썼다. 몸을 움직이는 순간 지독한 통증이 전신을 엄습해 왔다.
‘으윽, 단단히 망가졌네.’
레펜하르트는 혀를 내둘렀다. 오러를 운용해 몸 상태를 점검해 보니 절로 기가 찼다. 갈비뼈도 대여섯 개 나간 데다 내장도 상했고 근육 곳곳이 파열되어 붕대를 붉게 물들이고 있다.
‘역시 최강의 마도기 엘드라드.’
그토록 단련을 거듭한 육체이거늘 단 일격에 이 꼴이 되어 버렸다. 엘드라드의 명성은 결코 헛소문이 아니었던 것이다.
‘바보짓을 했다.’
레펜하르트는 고개를 저었다. 마갑주 엘드라드를 다루는 유서스의 실력은 확실히 오러 능력자와 필적할 만했다. 과연 명성 높은 황금기사, 주색잡기에 찌든 란타스보다는 확실히 우위에 선 무력을 지니고 있었다.
그렇지만 레펜하르트가 감당치 못할 정도는 아니었다. 처음부터 제대로 전력을 다해 맞붙었다면, 오러를 제한하고 싸우지 않았다면 능히 이길 수 있는 상대였다.
결국은 자신의 사고방식의 문제였다. 생사가 걸린 와중에서도 ‘나는 도둑질 중이다.’, ‘나는 정체를 들켜서는 안 된다.’라며 스스로 족쇄를 걸고 싸우다니, 게다가 위기가 코앞까지 닥치도록 그 마음의 족쇄를 풀지를 못하다니 이 무슨 머저리 같은 짓이란 말인가?
‘정말 한심하군.’
레펜하르트는 헛웃음을 흘렸다. 무엇이 문제인지 이번 일로 확실히 느낄 수 있었다.
“너무 소심하게 굴고 있다. 지금의 난…….”
물론 차탄 공국에서 그토록 무식하게 날뛴 레펜하르트가 소심하다고 하면 그의 주먹에 맞아 죽은 이들이 울분을 터트리겠지. 하지만 그가 말한 것은 그런 의미가 아니었다.
이미 그는 전생에 한 번 실패했다. 고금 최강의 마법사였음에도 결국 대륙 전체의 미움을 받아 죽음을 당했다.
그렇다 보니 다시 태어난 후로도 너무 상황에 대해 눈치만 보고 있었다. 마왕으로서 세인들 앞에 나서면 안 된다는 생각만 가득해 어떻게든 자신의 존재를 숨길 생각만 하고 있었다.
그렇지만 잘 생각해 보면, 아직은 굳이 저런 생각을 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도둑질하니까 오러를 숨겨야 한다고? 정체가 들통 나면 안 된다고?
어이없는 생각이었다. 정체가 들통 나면 대체 무슨 일이 생긴다는 건가? 그래 봤자 그냥 오러를 다루는 강력한 권사 하나가 어울리지 않게 도둑질을 했다는 사실만 알려질 뿐이다. 뭐, 제라드의 귀에 그의 행각이 들어갈지도 모르지만 (사실은 무의식중에 저걸 워낙 두려워해서 정체 숨기려고 한 부분도 컸지만) 생각해 보면 제라드 성격상 호쾌하게 날뛰었다고 칭찬하면 했지 뭐라 할 것 같지는 않다.
전생의 실패를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점은 좋다. 하지만 그렇다고 실패를 두려워해 몸을 사리고 있어 봤자 이루어지는 일은 아무것도 없다. 지금은 뒤를 돌아보지 않고 나아가야 할 때였다. 실패를 두려워하는 건 실패할 만큼의 뭔가를 이루어 놓은 뒤의 일이다.
“진짜 바보짓 했다니까…….”
레펜하르트는 피식 웃었다. 확실하게 문제점을 인식하고 나니 가슴속이 후련해졌다.
‘뭐, 어쨌거나 결과는 나쁘지 않구먼. 좋은 교훈도 얻었고, 엘류시온의 목소리도 제대로 챙겼고.’
한층 편해진 얼굴로 레펜하르트는 호주머니를 뒤졌다. 그리고 네모난 블랙박스를 꺼냈다. 겉보기에는 도저히 마도구 같지 않은 그냥 평범한 상자. 하지만 이것은 은의 시대에서도 최상을 달리는 특급 아티팩트다.
‘이걸로 마법을 되찾는 길도 한걸음 나아갔다.’
레펜하르트는 흐뭇하게 웃었다. 호된 대가를 치르긴 했지만 그래도 원하는 것을 손에 넣었으니 일단은 만족스러운 결과였다.
“아윽! 웃었더니 또 쑤신다.”
물론 그 대가가 상당히 아프다는 점은 변함이 없지만.
옆구리를 매만지며 레펜하르트는 일단 상념을 접고 다시 몸 상태를 점검했다. 여기저기 상처가 심했고, 특히나 오러로 방어를 채 못 한 두 다리는 말이 아니었다. 아예 다리뼈가 으스러져 산산조각이 난 상태였다.
‘그래도 오러 방어도 늦어서 사실 반쯤은 맨몸으로 맞은 것이나 다름없는데…… 그걸 감안하면 사지 멀쩡한 게 더 신기하지.’
강철 같은 육체를 이 꼴로 만든 엘드라드의 마법에 경탄을 보내야 할지, 아니면 그 강력한 마법을 맞고도 이 정도로 끝난 육체에 경탄을 보내야 할지 영 아리송하다. 보통 이 정도 부상이면 아예 불구가 될 심각한 중상이겠지만…….
‘이렇게 다쳐 보는 것도 오랜만이네.’
레펜하르트는 마비된 두 다리를 내려다보면서도 담담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이 정도면 짐 언브레이커블 기준에선 심각한 부상이 아니라 ‘적당히 사부와 구타 훈련을 한 후’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한두 번 당해 본 것도 아니고 오러를 각성하기 전엔 매일 이 정도 부상은 달고 살았으니 당황할 리가 없었다.
‘이 정도면…… 오러로 박살 난 뼈와 살을 다시 맞추고 자체 치유력을 높인다면 사흘 정도로 자리를 털고 일어날 수 있겠군.’
오러를 운용하며 레펜하르트는 주위를 둘러보았다.
‘그런데 여기는 어디지?’
작은 방이었다. 화강암으로 된 벽은 매끈하게 다듬어져 있고 문 쪽엔 얇은 휘장만이 쳐 있다. 특이한 것은 천장이 상당히 낮아, 레펜하르트가 만약 자리에서 일어난다면 허리를 상당히 굽혀야 할 것 같다는 점이었다.
‘이거 혹시…….’
뭔가 떠오른 레펜하르트는 자신이 누워 있던 침상을 살펴보았다. 지금 그가 깔고 앉은 침상은 작은 침대 네 개를 겹쳐 놓은 물건이었다. 아이 침대라고 하기엔 지나치게 넓고, 어른 침대라고 하기엔 지나치게 짧다. 그리고 레펜하르트는 누가 이런 사이즈의 침대를 쓰는지 확실하게 알고 있었다.
“역시나…….”
그때였다. 인기척이 느껴지더니 이내 누군가가 휘장을 걷고 안으로 들어왔다.
“호오? 깨어났구려.”
목소리의 주인을 바라보며 레펜하르트는 무심코 고개를 끄덕였다.
예상대로였다. 이런 사이즈의 침대를 쓰는 이는 대륙에 단 하나뿐이다.
드워프였다.
평균 신장 140 정도에 어깨 넓이는 1미터가 넘는, 작지만 단단한 체구를 지닌 대지의 아들들, 드워프.
휘장을 걷으며 나타난 것은 새하얀 머리에 갈색 눈을 지닌 드워프였다. 드워프다운 풍성한 수염으로 가슴을 덮은 그가 레펜하르트를 살펴보며 안부를 건넸다.
“몸은 괜찮소?”
“아, 예. 그럭저럭…….”
엉겁결에 고개를 숙이며 레펜하르트는 눈앞의 상대를 바라보았다.
수염의 길이와 풍성함으로 짐작컨대 적어도 삼백 살은 넘은 늙은 드워프인 것 같았다. 인간들 눈에야 모든 드워프가 죄다 수염은 북실북실, 눈알은 부리부리, 몸통은 둥글 넙적한 것으로만 보이겠지만 포인트만 파악하면 나이를 구별하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어쨌거나 저들이 그를 구해 준 것은 틀림없었다. 레펜하르트가 정중히 사의를 표했다.
“구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본의 아니게 폐를 끼쳤군요.”
늙은 드워프가 푸근한 미소를 지으며 손사래를 쳤다.
“허허허, 당연한 것을 가지고. 난 헤토스라 한다오.”
“……레펜하르트입니다.”
통성명을 하면서도 레펜하르트는 내심 당황했다. 상대가 인간이라면 이런 상황에서 서로 통성명을 하는 것이 별로 어색한 일이 아니겠지만…….
‘뭐, 뭐야? 왜 이렇게 분위기가 좋아?’
현 대륙의 실정을 생각해 볼 때, 드워프가 인간에게 좋은 감정 갖기란 거의 불가능하다. 애초에 죽어 가는 인간을 드워프가 구해 주는 경우도 거의 없다고 봐야 했다. 뭐, 그거야 이 드워프들이 워낙 성격이 좋아서 그랬다 치자. 그래도 이렇게까지 호감어린 눈빛을 할 리는 없는 것이다.
게다가 호의는 눈빛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었다.
“아직 일어나기는 힘들 것이고…… 음식은 드실 수 있겠소?”
“예? 예…….”
“다행이군. 틸라 양, 준비한 것 좀 들고 오게나.”
헤토스가 휘장 밖으로 소리를 질렀다. 뒤이어 귀엽게 생긴 인상의 드워프 여인이 커다란 쟁반을 들고 방으로 들어왔다. 겉보기엔 마치 10대 초반의 어린 인간 소녀인 것도 같았지만, 결정적인 차이점이 있어 바로 드워프 여인임을 알 수 있었다.
‘가슴을 보니 혼기 꽉 찬 처녀로군.’
원래 드워프 여성들은 중년의 나이가 되어도 작달막한 소녀 체형에 인간 기준으로는 동안을 유지한다. 그 상태로 나이를 먹을수록 가슴만 풍만해지는 것이다. 그래서 인간들 중 특이한 취향을 지닌 놈들은 가끔 젊은 드워프 여성을 데려다 성노로 쓰는 경우도 있었다. 뭐, 수요는 그리 많지 않지만.
하여튼 남자는 수염, 여자는 가슴! 이것이 드워프들의 나이를 구별하는 제일 쉬운 방법이었다. 딱히 레펜하르트가 무슨 음흉한 속셈이 있어 대뜸 처음 보는 처자 가슴부터 훔쳐본 것이 아니란 소리다.
“아, 깨어났네요. 잘됐다. 드세요.”
틸라라 불린 드워프 여인이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쟁반을 침상 한구석에 놓았다. 쟁반 위에는 보리죽이 가득 담긴 커다란 대접이 놓여 있었다.
“가, 감사합니다.”
다시 한 번 고개를 숙이며 레펜하르트는 계속 당황했다.
‘드워프들이 인간을 좋아할 리가 없는데 이게 대체 어찌 된 일이지?’
그렇다고 잘 대해 주는 이들에게 ‘왜 이리 잘해 줘요?’라고 묻는 것도 웃기는 이야기다. 레펜하르트는 머쓱해하며 수저를 들었다. 죽을 퍼먹는 레펜하르트를 흐뭇하게 바라보더니, 헤토스가 다시 휘장을 열고 방을 나섰다.
“그럼 난 장로님을 모셔오겠소이다.”
의문은 장로라 불린 늙은 드워프가 나타난 순간 바로 풀렸다.
“오! 깨어나셨소이까? 일족의 구원자여!”
“……구원자요?”
백발이 성성한 이 늙은 드워프의 이름은 겔파이드 델파이스톤. 이곳에 머무는 드워프 일족의 장로이자 알 포트를 섬기는 신관이었다. 그리고 이어지는 그의 설명을 듣자, 왜 이들이 레펜하르트에게 그리도 호의적이었는지도 바로 이해할 수 있었다.
지금으로부터 6년여 전, 드워프들의 대신관에게 알 포트의 신탁이 내려졌다고 한다.
강철의 육체에 지고의 지식을 담은 자, 흑암의 길을 통해 북풍의 눈물을 타고 나타날지니 그를 따르라. 그가 곧 운명을 뒤틀어 구원을 줄 자이다.
쉽게 말해서 덩치 크고 머리 좋은 놈이 지하 동굴을 통해 얼음물에 동동 떠내려올 테니까 건져다 구원자 삼으란 소리였다.
대신관은 저 신탁을 전 대륙의 드워프들에게 은밀히 알렸고, 모든 드워프들은 자신의 거처에 동굴이 있고 그곳이 강과 연결되어 있다면 눈을 떼지 않았다고 한다. 이곳 역시 강과 연결된 지하 동굴이 있었고, 그래서 겔파이드는 6년 동안 겨울만 되면 그 동굴에 보초 세워 놓고 누군가 나타나기만을 기다렸다. 그러다 결국 어젯밤, 커다란 인간 하나가 두둥실 떠내려 오기에 얼씨구나 하고 건져 냈다는 이야기.
“하하…….”
설명을 들은 레펜하르트는 이마를 짚으며 헛웃음을 흘렸다.
상황이 바로 파악이 되었다.
‘와, 알 포트 이 양반, 그새 말 바꿨구나.’
신탁이 내린 것이 6년 전이면 딱 레펜하르트가 이 시공으로 전생했을 그 시점이다. 레펜하르트가 이 시간대에 나타나자마자 바로 움직였다는 소리다.
‘참 반응 한번 빠르시네. 한 번 말아먹었는데 그래도 아직 보증 서 주시겠다는 건가. 호인, 아니 호신好神이시구만.’
인과율을 뛰어넘는 이 사태에 레펜하르트는 피식 웃었다. 이걸로 이 드워프들이 처음 보는 자신을 이토록 환대하는 것도 확실히 납득할 수 있었다. 전생에서도 이랬었으니까.
그래도 혹시나 싶어, 그때 했던 질문을 되풀이해 보았다.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그것만으로 처음 보는 인간을 이렇게 믿고 치료해 주었단 말입니까?”
역시나, 전생에서 들었던 대답이 돌아왔다.
“설마 알 포트께서 빈말하셨겠소?”
한 치의 의심도 없는 눈빛으로 대꾸하는 드워프 장로, 겔파이드였다. 레펜하르트는 더 이상 따지지 않고 속으로 알 포트에게 감사 인사를 올렸다. 아무리 레펜하르트라지만 이 정도의 부상을 입은 채 계속 얼음물에 잠겨 있었다면 생사를 장담하기 힘들었을 테니까.
‘한 번 더 믿어 줘서 고맙습니다. 이번엔 잘해 볼게요.’
겔파이드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방을 나서며 그가 인자한 목소리로 말을 건넸다.
“환자를 앞에 두고 긴 이야기 하긴 그렇군. 일단은 푹 쉬면서 상처를 돌보시오. 자세한 이야기는 나중에 합시다. 틸라를 곁에 둘 테니 필요한 것이 있다면 이 아이에게 말하시고.”
탈라가 생글생글 웃으며 침상 옆 의자에 앉았다. 레펜하르트는 감사를 표한 뒤 다시 죽을 퍼먹기 시작했다. 어서 몸 상태부터 호전시켜야 했다.
‘적어도 두 다리로 움직일 정도까지는 어서 나아야지. 용변은 혼자 볼 수 있어야 할 거 아냐?’
아무리 성인 여성이란 걸 머리로는 알아도, 틸라의 겉모습은 어린 소녀로밖에 안 보인다(특정 부위를 제외하곤). 그런 이에게 용변 처리를 부탁할 만큼 그는 뻔뻔하지 못한 것이다.
순식간에 보리죽 한 그릇을 뚝딱 해치운 레펜하르트가 빈 그릇을 내밀며 아쉬운 목소리를 흘렸다.
“저기, 죽 좀 더 줄 수 있습니까?”
“잘 드시네요. 조금만 기다리세요.”
어린 소녀의 얼굴로 성숙한 여인의 미소를 지으며, 틸라가 빈 그릇을 받아 들고 방으로 나섰다. 다시 자리에 누워 레펜하르트는 오러를 운용하기 시작했다. 육체를 치유하며 그가 상념에 빠졌다.
‘그나저나 이렇게 된 이상 실란과 시리스가 걱정이군. 아무 일 없었으면 좋겠는데.’
2
이른 아침, 아침 햇살이 가득한 켈베른 자작령의 한 거리.
평소와 전혀 다를 바 없는 햇빛 아래, 평소와 전혀 다른 광경이 펼쳐지고 있었다.
“쫓아라!”
“도적을 잡아라!”
한 무리의 기사들이 수많은 병사들을 이끌고 거리를 질주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위쪽, 다닥다닥 붙은 이층집 지붕 위를 정신없이 뛰고 있는 두 사람의 모습이 보였다. 백금발의 단발머리 사이로 뾰족한 귀를 드러낸 아름다운 엘프 소녀와, 그녀의 손에 이끌려 정신없이 뒤를 따르는 붉은 장발의 소년이었다.
앞서 달리던 엘프 소녀, 시리스가 지붕 끝에 다다르자마자 손을 뻗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