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Indomitable Martial King RAW novel - chapter 496
“어리석은 이단자들! 감히 그 더러운 발로 성역을 더럽혔으니 그 죄는 죽음으로도 갚지 못할 터!”
호통을 터트리며 오러를 끌어낸다. 전신으로 회색빛 오러의 기운이 아지랑이처럼 피어오른다. 다른 은의 협력자들도 전투태세에 들어갔다.
“세이어의 이름으로 그대들을 처단하겠다!”
열 명의 오러 유저가 동시에 오러를 발하니 그것만으로도 발치가 흔들린다. 실로 강대한 기운이었다.
레펜하르트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군.”
그리고 한쪽 눈을 치켜뜨며 기묘한 표정을 지었다.
“그런데 무슨 수로?”
확실히 저들의 기세는 가공했다. 예전 바나텔을 따라 안타레스 백국을 침공했던 그 오러 유저들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었다.
즉, 반대로 말하면 고작해야 그 오러 유저들 정도 수준이란 소리다.
“진지하게 물어보는 건데, 대체 무슨 수를 쓰겠다는 거요?”
기다렸다는 듯 제라드가 황금빛 오러를 펼쳤다.
콰아앙!
광풍이 불며 가공할 기세가 공간을 가득 점유한다. 열 명의 은의 협력자가 피운 기운이 아침 이슬처럼 싹 날아가 버린다. 은의 협력자들이 기세에 밀려 뒷걸음질을 쳤다.
“으윽!”
“과연 권황 제라드!”
“정말이지 인간이 아니군, 저 괴물은…….”
태산 같은 거구를 내세우며 제라드가 살기 어린 미소를 띠운다.
“애송이들이 제법 기운을 펼칠 줄 아는구나. 허허허.”
비아냥을 섞어 레펜하르트가 말을 맺었다.
“농담 아니고, 그냥 사부 혼자 나서도 다 해결될 것 같은데?”
굳이 제라드까지 갈 필요도 없다. 당시에도 레펜하르트며 이니야, 아틸카는 홀로 다른 오러 유저 두셋을 상대할 수 있었다. 그리고 타시드나 러스도 그때에 비해 실력이 크게 올랐다. 아무리 봐도 저들만으로 지금의 레펜하르트 일행을 상대하라는 건 자살하란 소리나 같다.
그럼에도 오스만트는 당황하지 않았다.
“이곳이 성역이 아니라면 그렇겠지.”
갑자기 오스만트가 오른손을 머리 위로 치켜들었다.
“세이어께서 우리를 가호하신다!”
다른 은의 협력자들도 똑같은 자세를 취한다. 그리고 동시에 외침을 터트린다.
“오라! 아다만드릴 슈트!”
“소환, 드래고닉 아머!”
열 명의 오러 유저들 머리 위로 열 개의 공간 포털이 열렸다. 검은 공허의 구멍이 저마다 거대한 마갑을 토해 낸다. 테스론이 사용했던 고대의 기물, 단 하나만으로 대륙의 정세를 뒤흔들 수 있는 초월적인 기물이 동시다발적으로 저들의 몸을 감싼다.
레펜하르트가 놀라 중얼거렸다.
“뭐야? 저거 저렇게 많이 있는 거였어?”
순식간에 10인의 강철 거인이 그 자리를 대신했다. 저들의 전신에서 오러 폭풍이 엄청난 기세로 뿜어져 나왔다.
파아아아아!
어찌나 강렬한 기운인지 제라드가 뒷걸음질을 칠 정도였다. 긴장하며 제라드가 안색을 굳혔다.
“큭! 이건 좀 센데…….”
반면 다른 일행들은 그리 긴장한 얼굴이 아니었다. 그저 뭔가 기대하는 눈빛으로 레펜하르트를 바라볼 뿐.
과연, 레펜하르트가 빙그레 웃으며 앞으로 나섰다. 아다만드릴 슈트며 드래고닉 아머가 저렇게 많이 있었다는 건 좀 놀라운 일이었지만…….
“얘들은 어째 발전이 없냐?”
그리고 느닷없이 몸을 날린다.
“허업!”
순식간에 레펜하르트가 적들의 중앙으로 날아들었다. 놀라며 은의 협력자들이 방어 자세를 갖췄다. 그러나 레펜하르트는 굳이 그들을 공격하지 않았다.
그저, 저들이 공간 포털을 열 때부터 미리 준비해 둔 마법의 시동어를 외칠 뿐.
바닥을 주먹으로 내리치며 우렁찬 고함을 터트린다.
“대이적 마법, A.M.P 쇼크웨이브!”
푸른 파문이 10여 미터 정도 퍼지다 사라졌다. 정확히 범위를 조절해 은의 협력자들만 영향권 안에 넣은 것이다. 과연 예상대로, 모두의 슈트가 일시 정지되어 버렸다.
주먹을 거두며 레펜하르트가 조소했다.
“바보냐? 한번 당하고도 똑같은 수법을 쓰게?”
은의 현자도 바보는 아니었던 것 같다.
“큭! 역시!”
“이렇게 나오는군!”
기다렸다는 듯이 다들 슈트를 벗어 던진다. 원래 저게 마법 없이는 벗겨지는 게 아닌데, 아마도 뭔가 수동 조작이 가능하도록 만든 모양이었다.
도로 맨몸이 된 오스만트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한다.
“듣던 대로군. 그대가 모든 아티팩트를 무용지물로 만든다는 것이.”
그리고 다시 허공에 손을 든다. 다시 외침을 터트린다.
“오라! 아다만드릴 슈트!”
“소환, 드래고닉 아머!”
철컹철컹!
도로 10인의 강철 거인이 나타났다. 방금 무효화된 슈트를 다시 걸친 것이 아니다. 그 슈트들은 고철덩어리가 되어 바닥을 뒹굴고 있고, 새 슈트 열 개가 다시 나타난 것이다.
황당해 레펜하르트가 뇌까렸다.
“뭐야? 비축분이 또 있었어?”
하지만 그도 대책이 없는 건 아니었다.
“열심히 살아서 다행이네.”
재차 주문을 외우기 시작한다.
“이는 드리워지는 베일, 흐름을 막은 둑이자 기세를 꺾는 방패며 은은히 날려 고요히 잠드는 소요小搖의 이적이라…….”
예전엔 A.M.P 쇼크웨이브 한 번 쓰면 마력이 대폭 날아가던 시절도 있었다. 하지만 그동안 레펜하르트도 놀진 않았다. 전생과 달리 사방신의 유물과 동기동조화에 심혈을 기울였으며 A.M.P 쇼크웨이브도 개조에 개조를 거듭했다. 마법의 반발력으로부터 몸을 지키기 위한 술식을 싹 다 빼서 마력 소모를 줄이고 연타가 가능한 방식으로.
“이제 국지형 A.M.P 쇼크웨이브라면 몇 번은 더 쓸 수 있거든?”
웃으며 레펜하르트가 다시 몸을 날렸다. 다시 한 번 강철 거인들 가운데로 뛰어들어 대지를 내리찍는다.
“A.M.P 쇼크웨이브!”
퍼엉!
은의 협력자들이 또다시 허겁지겁 고철덩어리가 된 슈트를 벗어 던진다. 낄낄 웃으며 레펜하르트가 비아냥을 던졌다.
“자, 이제는 어쩌실 텐가?”
참으로 획기적이면서, 동시에 진부한 대꾸가 돌아왔다.
“오라, 아다만드릴 슈트!”
“소환, 드래고닉 아머!”
“자, 잠깐?”
레펜하르트의 안색이 창백해졌다.
“……저거 대체 몇 대나 비축하고 있는 거야?”
☆ ☆ ☆
단말 제어실에서 영상을 살펴보며 세렐라인이 싸늘하게 웃었다.
“호호호, 마왕 레펜하르트여, 분명 그대의 능력은 놀랍기 그지없어.”
그러나 이곳은 세이어 템플, 인류의 신이 직접 머무는 신성한 장소.
이곳에 비치된 고대 기물의 숫자는 은의 현자가 보유한 것과는 비교도 할 수 없다. 애당초 은의 현자도 이곳에서 허락된 극히 일부만을 보관하고 있었을 뿐이다.
이곳이야말로 고대의 모든 힘이 집결된 중추 중의 중추다.
“어쩔 테지? 또 그 마법을 쓸 텐가?”
어떤 아티팩트를 투입한다 해도 저 마법 앞에서는 분명 무용지물일 것이다. 몇 번이고 반복해도 결과는 마찬가지겠지.
“하지만 그 마법이 마음껏 펑펑 날릴 만큼 만만한 마법은 아닐 텐데?”
아무리 개조를 하고 범위를 줄인다 해도 10서클 마법이었다. 저런 엄청난 권능을 수십, 수백 번이고 쓸 수 있을 리가 없다.
그런 걸 펑펑 날린다면 오히려 환영이다. 레펜하르트의 마력을 착실하게 깎아 먹을 수 있을 테니까!
“얼마든지 무효화시켜 봐라! 그때마다 새로운 걸 던져 주마!”
☆ ☆ ☆
당황해 레펜하르트는 뒤로 물러섰다. 오스만트는 굳이 그를 쫓지 않았다. 그저 자세를 취한 채 의아해할 뿐.
“음? 이게 끝인가? 그 마법을 더 쓰진 않는 건가?”
그 말투에 레펜하르트가 혀를 찼다.
‘어쩐지 주문 외우고 있을 때도 영 반응이 없더라니.’
주문 못 외우게 훼방 놓으려는 시도도 할 법하건만 멀뚱히 보고만 있어 좀 이상하게 여기긴 했다. 이건 애초에 레펜하르트의 A.M.P 쇼크웨이브를 소모시키려 했다는 소리다. 실제로 두 번의 A.M.P 쇼크웨이브 덕에 현재 사방신의 유물의 마력은 상당히 소모되었다. 아무리 개조했다지만 그래도 10서클 마법, 마력 소모율은 여전히 무시무시하다.
‘젠장, 상대를 너무 무시했나. 이쪽 수법 알면서도 빤하게 나온다면 응당 속셈이 있다는 소린데 그걸 미처 생각 못 하다니…….’
역시 레펜하르트도 세이어와 비슷한 데가 있다. 둘 다 ‘내 지식이 절대적이니 그 지식 밖의 상황은 절대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라는 사고방식의 소유자인 것이다. 실로 오만한 자의 숙명이라 하겠다.
‘아우, 나도 아직 멀었군. 반성하자.’
레펜하르트를 지켜보던 오스만트가 껄껄 웃었다.
“그렇군. 그 마법은 더는 없는 건가?”
그리고 힘차게 검을 뽑아 든다.
“그렇다면!”
다른 은의 협력자들도 저마다 검을 뽑아 들고 자세를 갖춘다. 살기가 사방을 뒤덮었다.
“이제 신벌을 내리겠다!”
레펜하르트가 쓴웃음을 지었다.
“……이거 시작부터 계획 어긋나네.”
“폐하의 계획은 그렇지요. 제가 그래서 그거, 현실성 없다고 말씀드리지 않았습니까?”
레펜하르트를 뒤로 하며 카를이 엘드라드의 칼집을 들어 올렸다.
“쓸모없어진 계획 후딱 내다 버리고 이제부턴 제 계획대로 하시죠?”
“그래야겠군.”
고개를 끄덕이며 레펜하르트가 외쳤다.
“카를, 아스레일, 아틸카, 실란. 내 주위에서 나를 경호하게!”
카를과 아스레일이 저마다 엘드릴 기간투스와 바포메트 슈트를 소환했다. 거대한 강철 기사가 레펜하르트의 좌우를 철저히 호위한다. 전방에서는 아틸카가 애용하는 병기, ‘어머니 은혜’를 든 채 눈을 부라리고 후위에서 실란이 신성력을 끌어 올리며 긴장 어린 표정을 짓는다.
레펜하르트가 제자리에 주저앉아 가부좌를 틀었다.
“그리고 남은 이들은 저들을 상대해!”
이니야와 시리스, 러스와 타시드가 무기를 뽑아 들고 앞으로 나섰다. 그 뒤에서 마켈린이 신성 가호를 준비했다.
다들 이미 카를로부터 따로 언질을 들었는지라 계획이 바뀌어도 전혀 당황하지 않았다. 아니, 타시드며 러스 같은 경우엔 오히려 안도하는 표정이기도 했다.
“결국 카를 재상님 예상대로 흘러가네. 은인의 예측도 잘 맞긴 하는데, 보통은 재상님 쪽이 적중 확률이 높더라고.”
“그치? 카를 재상이랑 형님이랑 의견 갈렸을 때 형님 말이 맞는 꼴을 못 봤다, 내가.”
“……어이, 거기 두 사람? 닥치고 위치나 잡으시지?”
투덜대며 한 소리 던진뒤 레펜하르트가 제라드를 돌아보았다.
“사부께선 어쩌시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