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Indomitable Martial King RAW novel - chapter 501
자기 직장 출근하는데 매일같이 솟구치는 칼날 피하고 내려앉는 천장 돌파해 용암이 흐르는 강을 넘어가는 사람이 세상에 어디 있을까?
필요한 것은 침입자를 파악할 감시 시스템과 그 침입자를 격퇴할 수단이면 족하다.
“황궁도 마법 결계는 감시용으로만 쓰고 방어는 근위대와 경비병이 전담하지, 무슨 괴상한 함정 같은 걸 설치하진 않지요. 은의 시대라고 큰 차이는 없군요.”
데스크를 조작하며 레어폴은 쓴웃음을 지었다. 그가 쓰게 웃은 이유는 바슈탈론 제국의 옛 역사 때문이었다.
전전대 황제 중 방어를 강화하겠답시고 태양탑의 마법사를 동원해 온갖 강력한 마법 결계를 황궁 곳곳에 설치한 적이 있었다. 평소에는 조용하지만 인가되지 않은 침입자가 들어올 경우 자동으로 발동하는 강력한 마법 함정들, 이는 혹시 모를 암살자며 반역자에 대한 강력한 대처가 되어 주리라 여겼다.
그러나 현실은 달랐다.
엄청난 예산을 들여 만든 마법 결계는 만든다고 끝이 아니었다. 유지, 운영하는 데도 엄청난 예산이 들어가는 것이 차라리 근위대며 경비병 월급 주는 것이 몇 배나 싸게 먹혔다.
그렇다고 저 결계 함정이 효과를 보았냐 하면 그것도 아니었다. 암살자는 너무도 쉽게 저 결계를 파훼했다.
그냥 매일 아침 황궁에 출퇴근하는 대신 하나를 골라 인가증을 훔치기만 하면 되는 것이다. 황궁에 드나드는 이가 매일 수백 명인데 그들 모두가 황궁처럼 철저한 경비 태세를 갖추고 있지는 않으니까.
결국 저 결계의 피해자는 한 명으로 끝났다. 당시 제3황자였던 세트렌이 몰래 밤놀이 가겠답시고 정원 나섰다가 홀랑 타 죽은 뒤 황제는 울면서 모든 결계를 철수시키라 명했다.
“그런 결계를 쓸 만한 곳은 연금술사 길드나 마탑, 아니면 돈도 많고 원한 산 곳도 많은 차탄의 부자들 개인 저택 정도지.”
함정 형태의 방어 시스템은 폐쇄적이고 유동 인구가 적은 곳이 아니면 의미가 없다.
‘그런데 저 경우면 세이어 템플도 해당 요건이 되는데? 음, 그렇군. 둘의 혼합형인가?’
저 골렘들은 말하자면 움직이는 함정이다. 벽에서 갑자기 칼이 나와 침입자를 노린다? 그럼 그냥 그 칼이 계속 침입자를 쫓아가는 쪽이 더 효과적이지 않겠는가? 은의 시대 기술은 이런 것도 가능하다.
‘과연. 그래서 이곳의 방어 시스템이 이런 식인 거군.’
데스크를 조작하는 와중에도 레어폴은 계속 다른 쪽 영상으로 정보를 읽고 있었다.
예순이 넘은 나이임에도 마치 젊은이처럼 빠르게 생각하며 사고를 전개해 명령을 내린다. 그 명령에 따라 골렘들이 충실히 침입자를 격퇴하기 위해 움직인다.
레어폴 뒤에 서서 그 모습을 지켜보던 세렐라인이 초조한 얼굴로 물었다.
“어때, 레어폴? 저들을 처리할 수 있겠어?”
레어폴이 허허 웃었다.
“그럴 리가요? 전투용 골렘 9기 정도로 저 자들을 상대하긴 무리지요.”
☆ ☆ ☆
일루미네이터가 허공을 갈랐다.
“허공검, 인피니티!”
빛의 칼날이 허공에 녹아내린다. 동시에 골렘의 등 뒤로 뻗어 나온다. 고대의 마법 합금으로 만들어진, 내구도만 따지면 아다만드릴 슈트나 드래고닉 아머와 완전히 똑같은 재질의 골렘이 일격에 두 조각이 난다.
콰쾅!
폭발 속에서 타시드도 참마도를 휘둘렀다.
“제라드 소드!”
육중한 일격이 골렘의 머리통을 그대로 으깨 버렸다. 파편이 튀고 끊어진 마력선이 붉은 영기를 뿜으며 흩어졌다. 다른 골렘 2기가 양팔로 불을 뿜었다.
-가스트 파라 켈 하트!
‘침입자는 항복하라’라는 의미의 고대어가 재생되며 콩 볶는 듯한 소음이 공간을 가득 메웠다.
드르르륵!
홍염의 마탄, 고위 마법사나 사용하는 고도의 마법이 타시드를 노렸다. 어지간한 마법사도 홍염의 마탄은 두세 방 쏘는 것이 전부인데 이 골렘들은 그 강력한 마법을 한 번에 수십 발씩 연사한다.
타타타타타!
타시드는 가뿐히 공격을 피했다. 가공할 전투 예지의 권능이 수십 발이나 되는 모든 홍염의 마탄의 공격 궤도를 모조리 알려 준 것이다.
물론 그 엄청난 정보를 전부 받아들인다면 인간은 미쳐 버릴 뿐이다. 전대의 검성 아인츠발트처럼.
하지만 타시드는 무시했다.
“음, 뭐가 막 보이기는 하는데 잘 모르겠다?”
모르는 것은 반드시 알고야 말겠다는 탐구심은 오크와 그리 인연이 없다. 그냥 대충 보이는 건 피하고 아니다 싶은 건 다카르의 검면으로 막아 버리는 타시드였다.
타타탕!
그리고 다시 일격!
“날벼락 떨구기!”
시간 동결의 힘으로 불굴의 검이 된 다카르가 뇌전의 일격을 골렘에게 내리친다. 또다시 단방에 골렘이 으깨져 버린다.
비기를 아낌없이 구사하며 타시드와 러스는 고대 전투용 골렘을 쉽사리 처리하고 있었다. 이 전투 역시 세이어 측에 모니터링되고 있을 가능성이 있으니 정보 유출을 경계해야겠지만, 두 사람 다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
미리 들은 카를의 언질 때문이었다.
-지상의 전투 시엔 저들의 눈을 가릴 때까지 비기 사용을 자제하세요. 하지만 지하부에선 그럴 필요 없습니다. 보건 말건 신경 쓰시지 않아도 됩니다.
지하로 내려왔다고 보는 눈이 달라지는 것도 아닌데 대체 왜 신경 쓰지 않아도 되는지는 모르겠다. 카를도 그 이유까진 설명해 주지 않았다.
-기밀이라 말씀드릴 순 없습니다. 저를 믿고 움직여 달라고밖에는.
하여튼,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니 마음껏 난리 치는 두 사람이었다.
‘두 사람 다 잘하는구먼.’
러스와 타시드의 활약을 보며 아틸카도 몸을 날렸다. 3미터에 달하는 거구가 골렘들의 머리 위를 장악한다.
“이놈들!”
광폭화한 아틸카는 골렘들과 비교해도 그리 크기 차이가 없다. 거대한 두 팔로 골렘 2기의 머리통을 붙잡은 뒤 풍차처럼 휘두른다.
“날아가라!”
호쾌한 내던지기에 의해 골렘 2기가 나가떨어진다. 광폭화에 의해 강화된 아틸카의 괴력에는 육중한 골렘조차도 수수깡과 다를 바가 없었다.
원래 아틸카의 명정광폭화는 최후의 수단, 전신전력을 다하는 필살기이자 최종기였다. 하지만 그동안 워낙 여러 강자와 뒤섞이며 경험을 쌓은 덕에 아틸카도 이젠 명정광폭화를 상당히 제어할 수 있게 되었다.
반쯤 재생력을 남기고 반만 광폭화한 뒤 두 상태의 장점을 모두 취하는 이 방식이라면 몇 번이고 명정광폭화를 구사할 수 있다. 새롭게 얻은 주술적인 힘, 혈정광폭화였다.
단지 문제는…….
-침입자는 항복하라.
위이이잉!
나가떨어진 골렘들이 비틀거리더니 도로 일어나 버렸다. 워낙 탄탄한 재질로 만들어져 내던지는 정도로는 흠집 하나 가지 않는 것이다. 그렇다고 아틸카가 직접 부수자니 현재의 혈정광폭화 상태로는 아무래도 파괴력이 모자라다.
드르르륵!
일어난 골렘이 홍염의 마탄을 마구 쏘아 댔다. 아틸카의 전신으로 불꽃이 튀었다. 그러나 두 팔로 얼굴을 가리는 것만으로 아틸카는 모든 공격을 감당해 냈다. 현재 구사한 혈정광폭화는 반쪽짜리라 분명 파괴력은 부족하다. 하지만 재생력이 남아 있는 만큼 방어력은 명정광폭화보다 월등히 높은 것이다.
마탄을 버티며 아틸카가 소리쳤다.
“그럼 이놈들도 부탁하오! 아무래도 내 힘으로는 부수기 힘들구먼.”
어느새 골렘 뒤쪽에 자리 잡은 시리스가 빙긋 웃었다.
“맡겨 주세요!”
시미터를 뒤로 뺀 뒤 찌르기 자세를 취한다. 찌르기에 극히 취약한, 오직 베기 용도인 시미터지만 어차피 엘리멘트 스킬을 쓸 땐 검의 형태는 크게 문제가 되지 않는다.
“정령합신!”
전신의 정령력을 한데 모아 마력과 합일시켜 일격에 내뿜는다!
“엘리멘틱 스피어!”
강렬한 관통의 빛이 일격에 골렘의 마법 합금 장갑을 꿰뚫고 내부 시스템을 헝클어 놓았다. 관절 구동부에서 마력의 영기를 피워 내며 골렘이 그대로 무너진다.
반대쪽으로 날아간 골렘은 러스가 처리 중이었다.
“허공검, 인피니티!”
아틸카 일행은 전원이 각자 골렘 무리를 상대하지 않았다. 거대화한 아틸카가 주술의 힘으로 적들의 공격을 받아 내며 후방의 러스와 타시드, 시리스에게 밀어낸다. 그럼 세 사람이 각자 무력화된 골렘에 최후의 일격을 꽂아 넣는다.
셋의 필살기는 아직 몸에 익지 않은 기술이라 발동 당시 딜레이를 감수해야 하지만, 이런 식이면 큰 위험부담 없이 전력을 다할 수 있다.
원래는 대세이어전에 대비해 익힌 전술 포메이션, 그러나 각자의 장점으로 서로의 단점을 보완하는 이 방식은 굳이 세이어가 아니더라도 광범위하게 통용되는 것이다.
점점 전투 불능이 되는 골렘의 수가 늘어났다.
이윽고, 마지막 골렘의 몸통을 참마도 다카르가 박살 내며 전투가 끝났다.
박살난 아홉 기의 골렘 파편을 내려다보며 시리스가 이마를 훔쳤다.
“후우, 생각보다 만만치 않네요.”
“하지만 생각보다 만만했지.”
아틸카의 이어진 말은 모순적이었지만 다들 이해할 수 있었다.
이 골렘들은 분명 강했다. 그야말로 스스로 움직이는 드래고닉 아머나 다름없었다. 하지만 드래고닉 아머를 걸친 오러 유저와 비교하면 심각하게 약했다.
공격도 뻔하고 움직임도 둔하다. 방어력을 제외하곤 차라리 맨몸으로 싸우는 오러 유저와 상대하는 것이 더 편할 정도다.
세이어 템플, 일만 이천 년간 인류를 지배해 온 자의 거처를 방어하는 전력이 고작 이 정도일 리는 없다.
러스가 일루미네이터를 도로 찬 뒤 눈짓을 했다.
“빨리 움직입시다. 앞으로 뭐가 더 나올지 모르니.”
☆ ☆ ☆
박살 난 골렘들을 보면서도 레어폴은 태연했다.
“음, 역시 상대가 안 되는군.”
반면 세렐라인은 발을 동동 구르고 있었다.
“뭐야? 그랜트 시리즈가 저리 쉽게 부서지다니?”
아틸카 일행의 예상과 달리 전투용 골렘, 그랜트 시리즈는 우주의 알에 비치된 최강의 방어 시스템이었다.
강력한 화력과 어마어마한 내구도를 지닌 그랜트 시리즈는 은의 시대에서도 최고의 성능을 지닌 것으로, 어지간한 마법사나 기공술사들도 상대하기 힘든 물건이었다. 우주의 알 자체가 아카식 드라이브가 위치한 최고 중요 지점인데 흔해 빠진 싸구려를 비치했을 리가 없지 않은가?
아틸카 일행도 골렘의 장갑을 벨 수 있을 정도로 파괴력 높은 기술이 있으니 망정이지 그렇지 않으면 저리 쉽게 상대했을 리가 없다. 죽어라 두들겨 가며 힘 빼다가 도망가거나 했겠지.
“저자들이 그랜트 시리즈를 저리 쉽게 처리할 수 있을 줄은 몰랐어.”
세렐라인이 손톱을 깨물며 중얼거렸다.
레어폴이 헛웃음을 흘렸다.
“그걸 왜 모릅니까? 이미 증거가 나왔구먼.”
이들은 지상부에서 고대 전투용 슈트를 걸친 은의 협력자들을 가볍게 처리했다. 저들에겐 아다만드릴 합금을 부술 능력이 확실히 있는 것이다. 심지어 어떤 식으로 해치웠는지도 이제 골렘과의 전투를 보며 알게 되었다.
‘이상하군. 이제 와서 비기를 노출시킬 것이면 왜 지상에선 굳이 눈을 가린 거지?’
찜찜한 기분이 들어 레어폴이 눈살을 찌푸렸다. 세렐라인이 다시 따졌다.
“그렇게 태연하게 말할 때야, 레어폴? 그랜트 시리즈는 숫자가 한정되어 있다고.”
현재 세이어 템플에 비치된 전투용 골렘의 수는 120기. 사실 그랜트 시리즈의 위력을 생각하면 절대 적은 수는 아니었다. 저 숫자면 1년 안에 대륙의 모든 왕국을 멸망시킬 수도 있는 가공할 전력이다.
하지만 고대 전투용 슈트의 수를 생각하면 아쉬운 것도 사실이었다.
“쩝, 아다만드릴 슈트 같은 건 200기도 넘게 있는데…… 드래고닉 아머도 40~50기는 남았고.”
분명 아다만드릴 슈트나 드래고닉 아머는 귀하디귀한 물건이었다. 은의 시대에서도 저 정도 기물은 극히 소량만 제작되었을 정도다. 그러니까 엘디아와 알하트란을 합쳐서 한, 4,500대 정도?
4,500대가 뭐가 소량이냐 하겠지만 은의 시대 물량과 현 시대의 물량은 개념이 다르다. 저 시대의 전투용 슈트라면 현 시대 기사들의 전마와 비슷한 위치, 전마는 분명 비싸고 귀한 존재지만 그래도 대륙 전체를 합치면 만 단위 숫자가 나온다.
4,500대나 존재했으니, 대부분 유실되었다 해도 세이어 템플에 보관 중인 고대 전투용 슈트의 수는 300기 가까이 되었다. 고대의 대파괴를 생각하면 상당히 많이 남은 셈인데, 이는 우주의 알의 특성 탓이었다.
은의 시대에서도 우주의 알은 최고 기밀 지역, 그런 만큼 이곳이 보호하고 있는 기밀은 아카식 드라이브뿐만이 아니었다. 온갖 마법적, 군사적 아티팩트 역시 우주의 알에 보관 중이었고 개중엔 당시 최고의 군사 기밀이었던 고대 전투용 슈트도 있었다.
반면 그랜트 시리즈는 그 기밀을 지키기 위한 방어 시스템, 방어에 필요한 물량 이상으로 배치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현 시대에서도 천 자루의 창을 보관한 무기고를 지키는 것은 고작해야 열댓 명의 보초뿐이지 않은가?
“아다만드릴 슈트는 많은데 쓸 사람이 없으니, 칫.”
투덜대는 세렐라인을 귀여운 듯 보며 레어폴이 입을 열었다.
“세이어 템플의 방어 시스템은 그랜트 시리즈뿐이 아니지요. 엔젤 시리즈도 있지 않습니까?”
“……밥 짓고 빨래하는 애들? 걔네들이 무슨 전력이야?”
“그래도 어지간한 마검사 이상이던데요?”
“그래 봤자 저 이단자들 앞에선 한주먹일걸?”
실제로 한주먹에 날아가는 걸 기록 영상으로 본 적도 있다. 세이어가 레펜하르트를 파악하기 위해 자신의 기억 정보를 리플레이해 영상화하는 과정에서 어깨 너머로.
“그것들로는 저들의 상대가 되지 않는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