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Indomitable Martial King RAW novel - chapter 502
“글쎄요…….”
레어폴이 데스크 반대쪽으로 손을 옮겼다. 그가 의미심장한 표정을 지었다.
“과연 그럴까요?”
2
얼마나 진입했을까?
또다시 여덟 기의 전투용 골렘이 튀어나왔다. 그것들을 본 러스가 소리쳤다.
“이번엔 나도 아틸카 공 쪽에 낀다! 기운 없어!”
러스의 허공검, 인피니티는 파괴력이 절대적인 반면 오러 소모도 극심하다. 아까 골렘들을 화끈하게 처리하며 너무 오러를 소모해 버려서 지금은 재충전할 시기였다.
러스와 위치를 바꾸며 타시드가 피식거렸다.
“그러게 누가 그런 무식한 기술을 개발하래?”
“크으, 내가 오크에게 무식하단 소릴 듣다니…….”
그래도 반박할 말이 없었다. 이 골렘들보다 몇천, 몇만 배나 단단한 놈들이 나타나도 러스는 한 방에 벨 수 있다. 그야말로 용 잡을 칼로 닭 잡는 꼴이랄까? 문제는 중간 단계가 없어 용 잡는 칼 빼고 나면 닭 잡을 칼도 없다는 것이다.
반면 타시드와 시리스는 아직 여유가 있다. 아틸카와 러스가 골렘들의 움직임을 제어하고 타시드와 시리스가 각자의 비기, 제라드 소드와 엘리멘틱 스피어를 날렸다.
그렇게 싸우니 아까보다 시간은 좀 걸릴지언정 충분히 상대가 된다. 막 골렘 두 기를 해치우고 다른 놈들을 맞서려는 찰나였다.
“응?”
예민한 러스가 인상을 썼다. 골렘들의 뒤로 인기척이 느껴지고 있었다. 그것도 최소 두 자릿수의 기척이었다. 인간인 것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한 기묘한 기척.
‘뭐지? 이 괴상한 느낌은?’
홰치는 소리가 요란하게 울리며 흰 옷을 입은 수십의 미남미녀들이 대거 모습을 드러냈다. 하나같이 등 뒤에 아름다운 날개를 달고 전신으로 강력한 마력을 풍긴다. 타시드가 멍하니 중얼거렸다.
“……어? 천사?”
당황한 다른 이들과 달리 시리스는 저것들과 이미 면식이 있다.
“그때 그놈들이네.”
비웃으며 시리스가 빠르게 말했다.
“저 날개, 순 닭 날개. 없느니만 못한 것들이에요. 붙어 보면 바로 이해하실 거예요.”
골렘들의 머리 위를 날아 천사들이 돌진하기 시작했다. 빛의 칼과 창을 휘두르며 기괴한 음성을 터트린다.
“아아아아아!”
엔젤 보이스, 듣는 이로 하여금 신성함과 압박감을 느껴 투지를 꺾어 버리는 합창이 사방에 메아리쳤다. 뭐, 이들 중 천사들의 합창 듣고 기 꺾일 정도로 무능한 이는 아무도 없으니 별 의미는 없었지만.
“헙!”
기합을 터트리며 타시드가 마주 몸을 날렸다. 허공으로 뛰어올라 블레이드 오러를 뿜어내자 청록색 파문이 사방으로 퍼진다.
천사들이 잽싸게 날개를 퍼덕여 공격을 피했다. 자신의 공격이 빗나갔음에도 오히려 타시드가 웃었다.
“아, 저래서 닭 날개구나.”
처음부터 날개의 존재를 염두에 두고 상대해 보니 시리스의 생뚱맞은 말이 바로 이해가 갔다.
타시드가 본 천사들의 회피 동작은, 날개를 조작해 피한 게 아니라 날개의 공기 저항을 애써 무시하며 피하는 쪽이었다. 차라리 날개를 떼거나 아예 접어 버리고 피했다면 더 수월했을 것이다.
“별거 아니네.”
안도하며 타시드가 다시 검을 휘둘렀다. 순식간에 천사 두 명이 반으로 쪼개져 혈우를 뿌렸다. 반대편의 아틸카도 간단히 천사들의 칼과 창을 튕겨 냈다.
“강하긴 한데, 어색하게 강한 자들이군.”
“그래도 수가 꽤 많군요. 일일이 상대하긴 피곤하니…….”
일루미네이터를 크게 휘두르며 러스가 오러 스킬을 발동했다.
수백 줄기의 살기가 사방으로 뻗어 나갔다. 동시에 그 살기가 순식간에 수백 개의 칼날로 화한다. 날아드는 천사들의 머리 위로 죽음의 비가 쏟아진다.
“팬텀 오브 블레이드!”
실체와 기척을 혼용하는, 허공검의 초기 단계였던 팬텀 디바이드.
허공검을 제대로 익히게 된 후 러스는 더 이상 팬텀 디바이드를 쓰지 않았다. 하지만 기척이 곧 실체가 되는 팬텀 디바이드의 특성은 버리기엔 아까운 것이기도 했다.
그래서 나온 것이 팬텀 디바이드에 여기저기서 베낀 레인지 오브 자벨린이며 사우전드 소드 등을 뒤섞어 만든 광역 공격 검술, 팬텀 오브 블레이드였다. 수많은 살기가 곧 수많은 칼날로 변화해 쏟아지는 이 기술은 오러 유저에겐 큰 위협이 못 되겠지만 그 이하 수준의 적들에겐 무시무시한 공격이 된다.
과연, 공포에 질린 천사들의 비명이 사방에 아우성쳤다.
“크아아아!”
“아아악!”
이어질 피 보라를 기대하며 러스는 뿌듯하게 웃었다. 사실 이 기술은 강자와의 대결을 위해 만든 것이 아니었다. 자고로 고수라면 제자리에서 잡병 수십 명쯤은 쓸어버릴 수 있어야 하지 않겠냐는 오만한 생각에서 나온 것이랄까?
‘그래, 나도 좀 오만해 보자고! 이 정도 상대론 좀 오만해도 되잖아?’
하늘은 그에게 좀 더 겸손을 가르치려는 모양이었다.
-침입자는 항복하라!
시기적절하게 남은 여섯 기의 골렘이 전장으로 뛰어들었다. 팬텀 오브 블레이드에 몸통채로 돌진하며 폭염의 마탄을 연사한다.
드르르륵!
수백 발의 마탄이 러스 일행을 노리고 날아들었다. 황급히 일행이 저마다 공격을 피하고 또 막는다. 그 사이에 천사들 대부분은 무사히 공세에서 빠져나갔다. 골렘들이 러스의 팬텀 오브 블레이드를 몽땅 그 무식하게 단단한 몸통으로 대신 받아 버린 것이다.
“아우, 대부분 빠져나갔네.”
실망감에 러스가 인상을 썼다.
‘기껏 개발해서 겨우 써먹을 기회 좀 생겼다 했는데 고작 천사 서너 마리 해치운 게 다냐?’
상황은 단순히 실망 정도로 끝나지 않았다. 물러선 천사들의 움직임이 갑자기 절도 있게 변하더니, 골렘들과 연계해 공세를 퍼붓기 시작한 것이다.
“아아아아!”
엔젤 보이스를 터트리며 천사들의 창칼이 사방에서 쏟아진다. 평소라면 가볍게 상대할 수 있겠지만 천사들의 공격은 철저히 골렘들 뒤에서 이루어지고 있었다. 천사들을 노리려 해도 골렘들이 방해가 되어 몸을 뺄 수가 없다. 그렇다고 골렘들을 처리하자니 어지간한 기술로는 흠집도 안 난다.
“쳇, 정령합신!”
골렘부터 처리하기 위해 시리스가 필살기를 준비했다. 그러나 술식은 완성되지 못했다. 둔한 골렘의 움직임 사이로 천사들의 공격이 교묘히 들어온 탓이다.
“엘리멘틱 스…… 큭! 쓸 기회를 안 주네.”
아틸카 일행의 표정이 점점 굳어졌다.
“이, 이거…….”
“까다로워졌는데?”
골렘을 해치울 정도로 강력한 기술은 천사들의 방해로 구사할 수가 없다. 그렇다고 천사들을 먼저 해치우자니 골렘의 공격력을 무시할 수가 없다.
골렘의 머리 위를 밟고 공중제비를 넘으며 아틸카가 일격을 날렸다.
“타앗!”
천사 하나가 단봉의 일격에 박살이 났다. 이 와중에도 교묘하게 적들의 허점을 찾아 파고든 것은 분명 아틸카의 경험과 기량이 녹록치 않다는 증거, 하지만 그는 식은땀을 흘리고 있었다.
수십 번의 회피와 수 싸움, 그리고 공방을 주고받으며 겨우 기회를 잡았는데 결과는 고작 마검사 수준의 천사 하나 해치운 게 전부다.
아틸카가 혀를 찼다.
“역시 만만치 않군.”
☆ ☆ ☆
“헤에? 쟤들 쓸모 있네?”
영상을 지켜보며 세렐라인은 감탄했다. 러스 일행에게 투입한 엔젤 시리즈의 힘은 솔직히 그리 높지 않다. 그래서 아예 전력으로 치부하지도 않고 있었는데…….
“당연히 쓸모 있지요.”
세렐라인의 감탄에 레어폴이 고개를 저었다.
단단하지만 둔한 골렘, 빠르고 날래지만 상대적으로 약한 엔젤 시리즈.
각자 따로 놓고 보면 약점이 명확하지만 함께 움직이면 서로의 약점을 보완하며 오히려 전투적 우위에 서는 것이다.
“괜히 군대에 편제가 있는 게 아닙니다. 중갑병과 보병, 궁병 등이 제대로 된 전략 하에 움직이면 시너지 효과가 극대화되니까요.”
물론 이 모든 것은 레어폴의 지휘 없이는 불가능한 이야기였다. 어느 타이밍에 어느 전력을 투입하고 뺄지, 어떤 식으로 전투에 임하고 어떤 식으로 보조할지 상세히 명령해 주어야 한다. 그냥 무턱대고 함께 보낸다고 저런 결과가 나오는 것은 아니다.
덕분에 영상 속 아틸카 일행은 꽤나 고전하고 있었다. 사방에서 쇄도하는 공세를 용케 버티고는 있지만 아무래도 점점 지쳐 가는 게 보인다.
세렐라인이 기대하며 물었다.
“그럼 저들은 저기서 처리할 수 있을까?”
레어폴은 또다시 고개를 저었다.
“힘들 겁니다. 아무리 그래도 절대적인 전력 차가 꽤 심해요. 하지만 저들을 지치게 만들기엔 충분하겠지요. 그리고 우리에겐 아직도 상당한 수의 병력이 남아 있지 않습니까?”
새하얀 레어폴의 백발을 쓰다듬으며 세렐라인이 방싯거렸다.
“역시! 우리 레어폴이야! 믿음직하다니까!”
“……제 나이가 예순이 넘었는데 머리를 쓰다듬으시다니.”
쓴웃음을 지었지만 레어폴은 굳이 세렐라인의 손길을 쳐 내지 않았다. 본인도 내심 기분이 나쁘진 않았나 보다.
영상을 조작하며 그가 말했다.
“이걸로 저쪽은 일단 발을 묶었습니다만.”
조작한 영상이 다른 쪽을 비췄다. 보랏빛 머리의 엘프 여검사가 전신으로 냉기를 퍼트리고 있는 광경이 보였다.
레어폴의 목소리가 조금 심각해졌다.
“저쪽은 이런 식으로는 안 될 것 같군요.”
☆ ☆ ☆
검을 늘어뜨린 채 이니야가 중얼거렸다.
“북해의 숨결.”
새하얀 안개가 사방으로 퍼져 간다. 수십 명의 천사들과 9기의 골렘들, 달려드는 이들이 모두 냉기의 안개에 휩싸여 얼어붙는다. 하지만 그 정도로 저들의 공세를 막을 순 없었다.
천사들은 강력한 마력으로 전신을 보호하고 있어 냉기에 대한 저항력이 있었다.
골렘들에겐 애초에 이 정도 냉기쯤에는 전혀 영향받지 않을 정도로 단단한 몸통과 가공할 마법 결계가 있다.
표면이 서리가 낄 정도로 차가운 냉기 속에서도 천사와 골렘들은 거의 움직임에 제한을 받지 않았다. 오히려 더더욱 투지를 불태우며 이니야 일행에게 칼과 창을 들이댄다.
엔젤 보이스가 울리고.
“아아아아아!”
고대의 기계음이 뒤를 따랐다.
-침입자는 항복하라!
북해의 숨결을 발동한 채 이니야가 검을 들었다. 그녀의 검이 순간 번뜩였다. 은빛의 블레이드 오러가 너무도 깔끔한, 완벽하게 가까운 직선을 그렸다.
“서리 여왕의 지배.”
천사들이 일제히 폭발했다. 수십 명의 천사들의 체내에서 날카로운 고드름이 뻗어 나와 피와 살점의 안개로 화한다. 무시무시한 귀곡성이 귀가 따갑게 울려 퍼졌다.
“꺄아아아아아!”
골렘들의 움직임도 동시에 멎었다.
골렘의 아다만드릴 합금 갑옷은 멀쩡했지만 각 구동부는 이야기가 달랐다. 잘 돌아가던 톱니바퀴에 갑자기 이물질이 끼면 무슨 일이 생기겠는가? 체내에 수많은 얼음이란 이물질이 생겨나니 아무리 은의 시대 고대 기물이라도 움직일 방법이 없다.
-침……입자…… 항…….
파직거리며 어긋난 부품 사이로 마력의 영기를 질질 흘리더니 이내 작동 불능이 되어 버린다.
마검 엘드라드를 쥔 채 뒤에서 대기 중이던 카를이 감탄을 터트렸다.
“정말 왕비 전하의 능력은 보면 볼수록 기가 차는군요.”
성표를 매만지던 마켈린 역시 비슷한 표정이었다.
“이미 저쯤 되면 검술도 뭐도 아닌데? 오러 유저는 저런 것도 가능한가?”
저 수많은 적들을 상대로 카를과 마켈린은 나서지도 않았다. 이니야 혼자서, 그것도 단 일격에 수십의 천사와 골렘들을 해치운 것이다. 그것도 호흡 하나 흐트러지지 않은 채로!
제라드도 감탄을 숨기지 않았다.
“저건 오러 유저라서 가능한 게 아냐. 저 아이라서 가능한 게지. 역사적으로도 저 정도 능력을 지닌 오러 유저가 나왔단 소린 들은 적이 없다.”
유달리 다른 무문의 평가에 박한 짐 언브레이커블이 솔직히 감탄할 정도로 현재 이니야의 능력은 압도적이었다. 그럼에도 그녀는 냉정한 태도를 유지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