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Indomitable Martial King RAW novel - chapter 521
“모두들 죄송합니다. 이건 폐하와 저만 아는 작전이었습니다.”
아카식 드라이브 파괴 계획.
자기가 나타나면 세이어도 짠 하고 나타날 테니 둘이 싸울 동안 아카식 드라이브, 그게 어려우면 백업 시스템을 파괴하자는 레펜하르트의 어처구니없는 작전을 카를은 열심히 현실적으로 바꿔 놓았다.
아카식 드라이브가 아닌 백업 시스템을 노리는 계획은 그대로 살린다. 대신 적의 공격에 대응할 수 있는 짜임새 있는 전력 구성을 짜고, 바나텔의 존재에 대비해 제라드도 따로 빼놓는다. 그렇게 해서 각자 사방의 백업 시스템을 노리는 것이다.
그렇게 레펜하르트 일행은 넷으로 나뉘게 되었다. 제라드야 열외라 쳐도, 세 팀 중 하나만 성공하면 아카식 드라이브가 임시 정지할 테니까.
하지만 카를은 그 정도로 만족하지 않았다.
“적들의 힘은 강력하니, 세 팀 모두 실패할 가능성도 얼마든지 있었지요.”
그래서 그는 별동대의 존재를 기획했다.
대 세이어 전의 전술에 맞지 않아 탈락되었던 안타레스의 잔존 오러 유저 및 강자들.
분명 이들은 레펜하르트와 손발을 맞추기엔 자격이 없다. 하지만 그렇다고 이들이 갑자기 약자가 되는 것은 아니다. 여전히 강력한 오러 유저이고 뛰어난 정령사다.
“왜 굳이 유능한 전력을 놀려 두겠습니까?”
재상의 명에 따라, 비밀리에 스탈라를 중심으로 남은 전력들이 모였다. 그리고 레펜하르트 일행보다 반나절쯤 늦게, 안타레스를 떠나 몰래 일행의 뒤를 따랐다. 세르펠과 샤일렌이 스티리아 일족 특유의 은신 정령술로 그들의 존재를 감추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여기 오면서 괜히 꼬박꼬박 밥 지어 먹고 휴식 취한 게 아닙니다. 체력 회복도 회복이지만, 그들이 뒤따라올 시간을 줘야 했거든요.”
레펜하르트 일행이 마스테라다 던전을 파헤칠 때, 스탈라 일행도 몰래 던전에 진입했다. 그리고 던전 초입에 머무른 채 이동을 기다렸다.
한배(?)를 타고 있으니 당연히 이들도 프로즌 랜드까지 함께 왔다. 던전을 나선 레펜하르트 일행이 밥해 먹고 운석 떨어지길 기다리는 동안 얌전히 던전 안쪽에 숨어 있었다. 덕분에 레펜하르트가 실수해 미티어 한 발이 떨어질 때도 전혀 피해를 입지 않았다.
이후 레펜하르트 일행이 세이어 템플 지상부에서 난리 칠 때 이들은 은신술을 건 채 건물 외부까지 접근했다. 아무리 스티리아 일족의 은신 정령술이 뛰어나더라도 세이어 템플 표면에 걸린 감시 시스템까지 피하긴 어려웠다. 여기서 레펜하르트가 손을 썼다.
“재밍 아케인 채트로 감시 시스템을 잠시 가렸지.”
러스며 다른 일행들은 은의 현자에게 자신들의 비기가 알려지지 않도록 저 마법을 썼다고 알고 있었지만, 그런 이유였다면 지하에서는 얼마든지 비기를 써도 된다는 게 말이 안 된다. 애초에 목적은 다른 데 있었던 것이다.
감시 시스템이 멈춘 사이 스탈라 일행은 몰래 세이어 템플로 들어오는 데 성공했다. 그 이후 계속 은신 상태로 언더그라운드 내부를 이동했다.
그들을 가로막는 적들은 없었다. 이미 은의 현자 측은 레펜하르트 일행 쪽에만 모든 정신과 전력을 집중하고 있었으니까.
“그렇게 슬금슬금, 계속 안 들키고 움직여서 결국 목적지까지 도착한 거죠. 일이 잘돼서 정말 다행입니다. 하하하!”
웃는 카를을 보며 모두가 어처구니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세상에, 어느 누구도 못 알아챈 사이에 이런 일이 있었다 말인가?
이니야가 어이없어 힐난을 던졌다.
“이렇게 위험한 짓을…… 저들마저 이 자리에 있다면 안타레스는 텅 빈 거나 다름없잖아요? 제국의 공격은 누가 대비합니까?”
카를이 태연하게 대꾸했다.
“제국은 그 사실을 모르잖습니까? 게다가 알아챈다 해도 결과는 별로 다르지 않고요.”
승리를 눈앞에 두고 갑자기 모든 전력을 전장에서 싹 뺀다? 굳이 전략가가 아니더라도 저게 얼마나 바보짓인지 모를 리가 없다. 하물며 이단의 현자라 칭해지며 그간 온갖 고도의 전략, 전술을 구사해 온 카를이다. 혹여 저 사실이 알려진다 해도 오히려 함정이 아닌지 의심하는 쪽이 정상이다.
“물론 위험하다는 건 알고 있습니다.”
제국 정보부가 의심하면서도 군사를 일으킬 가능성은 분명 있다. 만약 그런 사태가 일어난다면 주력이 빠진 안타레스군은 다시 전선에서 밀릴 테고, 그 와중에 엄청난 피가 흐르게 될 것이다.
모든 걸 알면서도 카를은 이 계획을 세웠다.
“어차피 세이어가 존재하는 한 안타레스에 미래는 없습니다. 그리고 세이어는 우리가 가진 모든 패를 동원해도 승리를 장담할 수 없는 절대적인 존재지요.”
스탈라 일행의 부재로 수많은 안타레스 국민이 죽어 가는 한이 있어도, 그는 세이어를 해치울 확률을 조금이라도 더 높이는 걸 택한 것이다.
“이런 저를 냉혹하다고 비난하셔도 좋습니다. 하지만 안타레스의 미래를 위해선 이쪽이 최선이었습니다.”
이니야는 납득했다. 냉혹하지만 이해할 수 있는 선택이었다. 그럼에도 그녀는 아직 표정을 풀지 않았다.
“만약 은의 현자가 저들의 존재마저 알아챘다면 어쩔 생각이었나요, 재상?”
레펜하르트 일행 정도 되니까 그동안의 공세에도 용케 살아남았지, 만약 스탈라 쪽이었다면 살아남았을 리가 없다. 아무것도 못 해 보고 무의미한 개죽음을 맞이했겠지. 어쨌든 저들의 전력이 상대적으로 많이 약한 건 사실이니까.
“작전이라 하기엔 너무 운에 맡기는, 무책임한 짓이 아닌가요?”
그러나 카를도 그저 운에 맡기고 이런 작전을 짠 건 아니었다.
“그래서 우리들이 요란하게 난동을 피우지 않았습니까?”
즉, 레펜하르트 일행은 그들 자신이 공격대이면서 동시에 미끼이기도 했던 것이다.
셋, 제라드까지 포함하면 넷으로 나뉜 일행이다. 그 동시다발적 전투를 신경 쓰며 또 다른 침입자가 존재할지도 모른다고 의심한다?
“그러긴 쉽지 않지요. 평소부터 경계하고 있던 게 아니라면.”
만약 레펜하르트 혼자서, 혹은 이니야나 아틸카를 대동해 셋 정도만으로 쳐들어왔다면 은의 현자도 제3의 침입자를 염두에 두었을 것이다. 안타레스의 전력은 강대하고, 저들 외에도 위협이 되는 강자들이 많았으니까.
그러나 지금 레펜하르트는 그 위협적인 강자들을 모조리 끌고 왔다. 안타레스 측이나 은의 현자 측, 대륙 전체의 인식으로 봐도 누구나 인정하는 잘 알려진 초강자들 전부를.
이들이 모두 동원된 지금 은의 현자를 비롯한 어느 누구나 같은 생각을 할 수밖에 없다.
이게 바로 총력전, 가능한 모든 전력을 동원한 것이라고.
“반면, 죄송한 이야기지만 스탈라 씨 일행 쪽은 별로 인지도가 높지 않잖습니까?”
상대적으로 약하고 전략적 비중도 높지 않은, 그래서 사람들도 은의 현자들도 거의 신경 쓰지 않았던 이들이 스탈라 일행이었다. 심지어는 같은 편인 레펜하르트 일행조차도 저들의 존재를 잊고 있지 않았는가?
그렇기에 그들은, 그 누구보다도 은밀히 상대의 심장을 찌르는 비수가 될 수 있는 것이다!
카를이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원래 뒤통수는 안 보이는 놈이 칠 때 가장 아픈 법이죠.”
☆ ☆ ☆
적을 속일 땐 아군부터 속이라는 말이 있다.
카를은 다른 이들에게조차 스탈라 일행의 존재를 전혀 알리지 않았다. 그래서 모두들 자신이 실패하면 끝장이라는 각오로 전투에 임했다. 그 절박함은 은의 현자들에게도 충분히 전해졌고, 그래서 그들은 제3의 세력이 있을 거라곤 짐작조차 하지 못했다.
덕분에 사타르 백업 시스템은 파괴되었다.
아카식 드라이브 역시 침묵했다.
이 놀라운 위업을 이룬 스탈라 일행을 향해 카를이 담담히 명했다.
“시스템은 충분히 파괴된 것 같군요. 다들 조심히 빠져나가 주세요.”
그러자 스탈라가 인상을 쓰며 물었다.
“그보단 우리가 계속 여길 부수고 있는 게 낫지 않나, 재상? 보니까 지금도 뭐가 꿀렁꿀렁하면서 도로 고쳐지고 있는 것 같은데?”
지금도 휴면 상태에 돌입한 아카식 드라이브는 놀라운 속도로 박살 난 사타르 백업 시스템을 원상 복구시키고 있었다. 그래서 마법 통신 중에도 간간히 하다툼이며 말로이드가 오러를 날려 복구되는 부분을 다시 부수는 중이다.
“그러게, 세이어의 힘을 오래 묶고 있을수록 우리가 유리해지는 거 아니었수?”
유스테아의 질문에 레펜하르트가 대신 대답했다.
“이 정도면 충분하오. 계산상 파괴된 시스템이 재가동되는 데 세 시간 정도가 소요될 터. 그 정도면 결판을 내기엔 충분한 시간이지.”
설화나 전설 속에선 사흘 밤낮 동안 사투를 벌이는 전사며 마법사의 이야기가 자주 나오지만, 사실 현실에선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전투 중의 기력과 체력 소모는 상상 이상으로 극심하다. 아무리 달인이라도 실제로 몇 시간씩 쉬지 않고 전투를 벌일 순 없는 것이다. 그래서 레펜하르트 일행도 전투와 도주를 번갈아 치르며 숨을 돌리고 휴식을 취하지 않았는가?
“세이어가 죽건 우리가 몰살당하건, 그 시간이 그리 길지는 않을 테니까.”
그래도 스탈라 일행은 쉽게 자리를 뜨지 못했다. 여기까지 온 이상 한 손이라도 더 거들고 싶은 것이다.
그러나 레펜하르트는 단호했다.
“안타레스의 왕으로서, 전 여러분이 안타레스를 위해 목숨을 걸기를 바랍니다.”
그래서 스탈라 일행은 목숨을 걸고 이곳에 침투해 결국 목적을 달성했다.
“하지만 그것이 안타레스를 위해 목숨을 버리길 바란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진정한 왕의 얼굴로, 위엄을 담아 레펜하르트가 명령을 내렸다.
“후퇴해 주십시오. 여러분은 훌륭히 임무를 다했습니다.”
더 이상 거부할 수 없어 스탈라 일행이 정중히 고개를 숙였다.
“알겠습니다, 폐하!”
“그럼 무운을!”
스탈라 일행이 백업 시스템에서 자리를 뜨며 그들의 영상이 도로 꺼졌다. 레펜하르트가 어깨를 으쓱였다.
“하여튼 다들 고집은 세서 말이지…….”
혀를 내두르며 수정판에 비친 다른 일행들을 바라본다.
“그럼 합류하도록 합시다.”
아틸카와 이니야 측에서 동시에 대답이 돌아왔다.
“알겠소, 폐하.”
“네, 레펜하르트 님! 금방 갈게요!”
제81장 Knockin’ on Heaven’s Door
1
인간과 신의 대결도, 세계의 존망도 상관치 않는다.
인류의 미래니, 대륙의 패러다임이니, 세상의 변화니 하는 것도 전부 관심 밖이다.
중요한 건 단 하나!
눈앞의 상대, 평생의 호적수를 쓰러뜨리는 것뿐이다!
콰콰콰쾅!
폭음이 끝없이 울려 퍼진다. 폭발 속에서 검성 바나텔이 검을 휘두르고 권황 제라드가 주먹을 내뻗는다. 진홍색과 황금색 오러가 연신 충돌하고 또 충돌하며 쉴 새 없이 충격파를 발한다. 벽마다 구멍이 뚫리고 천장이 무너지고 바닥이 여기저기 푹푹 꺼진다.
명색이 우주의 알, 고대에서도 특별하게 강력한 구조를 지닌 방어형 건축물이었다. 현세와는 비교도 안 되는 강인한 재질이지만 이 둘의 격돌을 감당하기엔 역시 역부족이었다. 두 빛의 오러가 스치고 지나갈 때마다 주위가 만신창이가 되어 간다.
“잘근잘근 으깨 주마, 바나텔!”
“내가 할 소리다, 제라드! 그 잘난 배때기를 쭉 갈라 내장을 뽑아 주마!”
전신이 피로 물들어 있었지만 두 사람 다 자각조차 못 하고 있었다. 그저 평생 갈고닦은 기량을 총동원해 싸우고 또 싸운다.
그러던 중이었다.
갑자기 주위를 밝히던 빛이 꺼지고 짙은 어둠이 깔렸다.
“응?”
“뭐지, 이건?”
제라드와 바나텔은 잠시 뒤로 물러나 사방을 바라보았다. 잠시 후 희미한 붉은 빛이 비치며 어둠이 희미하게 가셨다. 바나텔은 인상을 썼다. 왠지 불길한 느낌이 들었다.
제라드가 빙그레 웃었다.
“잘난 제자 놈이 뭔가 했나 보군.”
작전이야 듣지 못했지만, 그래도 레펜하르트와 카를이 아무 꿍꿍이 없이 이곳에 왔다는 것조차 모를 정돈 아니다. 애당초 그의 제자는 생각이 너무 많아 무술이 더딘 녀석 아니었나?
‘……근데 그 녀석, 20대 후반인데 벌써 6중첩이잖아? 사실 더딘 것도 아니네?’
바나텔이 주위를 보며 차갑게 뇌까렸다.
“아무래도 상황이 예사롭지 않군.”
진홍색 오러가 검을 중심으로 거대하게 뻗어 나온다. 순식간에 드넓은 지하공간이 홍염의 오러로 넘실거린다. 바나텔의 필살기, 참성검 아틀라스의 기둥이었다.
“결판을 내겠다, 제라드!”
넘쳐흐르던 진홍빛 오러가 초극압축되며 한 자루 빛의 몽둥이가 된다. 관통격의 자세를 잡는 바나텔을 보며 제라드도 허리춤으로 주먹을 가져갔다.
“아포칼릭스 스팅거인가? 그걸론 힘들다는 걸 알 텐데?”
이미 두 사람은 자신의 궁극기, 아포칼립스 스팅거와 캘러미티 혼으로 한차례 격돌한 후였다. 처음 부딪쳤을 땐 서로의 위력을 잘 몰라 증폭된 파괴력의 여파에 둘 다 걸레짝이 되었지만, 이미 한번 겪은 후라 예전처럼 함께 쓰러지는 상황은 피한 것이다. 뭐, 그래 봤자 차근차근 피해가 쌓여 결과적으로 걸레짝이 된 건 마찬가지지만.
“이번엔 다를 것이다!”
웅웅웅웅!
바나텔의 검이 요란스러운 검명을 떨친다. 원래 검이 울 땐 은은하다는 식의 표현을 쓰는데, 얼마나 맺힌 기운이 방대한지 검명이 우렁차기 그지없다.
검을 겨누며 바나텔이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받아 보아라, 아폴칼립스 스팅거 리비전!”
“음?”
제라드는 한쪽 눈을 치켜떴다. 리비전revision? 개정판이란 의미인가?
‘뭐가 개정판이라는 거야? 그냥 똑같은데?’
무식하게 많은 블레이드 오러를 무식하게 꾸역꾸역 뭉쳐다가 무식하게 푹푹 쑤셔 대는 기술이 아포칼립스 스팅거다. 지금 바나텔의 자세나 기세는 예전과 전혀 다르지 않은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