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Indomitable Martial King RAW novel - chapter 56
오러 능력자와 일반 기사의 가장 큰 차이점은 이것이다. 신체 능력이 너무 심하게 차이가 나 버리는 것이다. 누구는 두 발 놀려서 열심히 뛰어갈 때 누구는 발 한번 굴러 20~30미터씩 휙휙 날아가 버리니 도저히 쫓아갈 수 있을 리가 없다.
“오러 유저라면 정정당당히 맞서라! 이 무슨 비열한 짓이냐!”
기사 중 하나가 분개하며 소리친다. 뒷전으로 흘리며 레펜하르트가 혀를 날름 내밀었다.
‘여럿이서 하나 몰매 놓는 주제에 뭔 정정당당을 찾아?’
또다시 훌렁 날아가 거리를 벌린 레펜하르트가 이번엔 에어리어스의 신관들 앞에 착지한다. 이미 마법사들이 당하는 꼴을 본 신관들이 저마다 기도를 올리며 수호의 방벽을 끌어냈다.
“에어리어스시여…….”
“창공의 은혜로 당신의 종을 가호하소서!”
저마다 푸른 성광의 방어막으로 몸을 감쌌다. 특히 다리 부위에 집중적으로 빛이 맴돈다. 레펜하르트의 기격탄을 대비한 것이었다.
하지만 레펜하르트는 결코 같은 수법을 쓸 생각이 없었다.
‘아무래도 성직자는 마법사처럼 처리할 수가 없지.’
아예 죽여 버릴 작정이면 별 차이가 없겠지만, 생명에 지장 없이 제압하려면 마법사와 성직자는 그 방법이 전혀 다르다. 마법사야 그냥 부상만 입히면 고통으로 무력화되겠지만, 성직자는 그렇지 않았다.
신성 주문은 머리를 써서 주문 술식을 짜 이적을 발하는 마법사의 그것과 전혀 다르다. 머리가 아닌 가슴으로 신께 외쳐 기적을 현실에 구현시키는 것이 성직자다.
즉, 성직자 같은 경우엔 가끔 부상을 입을수록 오히려 더 신성 주문의 위력이 강해지는 경우도 허다했다.
간단한 이치였다. 몸 멀쩡한 놈이 살려 달라고 외치는 것과 어디 하나 부러진 놈이 살려 달라고 외치는 것 중 어느 쪽에 더 진심이 담겨 있겠는가?
‘그래서 성직자들은 오히려 상처 없이 제압해야 하지.’
착지한 레펜하르트가 곧바로 몸을 날렸다. 당연히 황금색의 무엇인가를 쏠 줄 알았던 성직자들이 허가 찔려 흠칫거리는 찰나, 레펜하르트가 대뜸 손을 뻗었다. 두꺼운 손가락이 성광의 방어막을 부수며 파고들어 중년 성직자의 목을 움켜쥐었다.
“커어억!”
목이 졸린 성직자가 발버둥을 치더니 잠시 후 푹 늘어진다. 다른 성직자들이 기겁하고 호들갑을 떨었다.
“프리스트 하토르!”
“저런 흉악한 놈! 사람을 목 졸라 죽이다니!”
정확히는 엄지와 검지로 경동맥만을 정확히 눌러 뇌로 가는 혈행을 막아 기절시킨 것이다. 뭐, 일일이 설명해 줄 상황이 아니니 대충 무시하고, 레펜하르트는 다른 성직자에게로 돌진했다. 이번엔 나름 체술도 익힌 자였는지 제법 그럴듯하게 주먹질을 해 댔다.
“이얍!”
물론 그래 봤자 대륙에서 가장 주먹 잘 쓰는 인간에게 사사한 그가 보기엔 아이들 손장난 수준이다.
“으차~!”
레펜하르트는 간단히 주먹을 걷어 내고 오히려 상대의 팔뚝으로 목을 감싸 초크를 걸었다. 목이 졸린 성직자가 안색이 노래지며 이내 기절한다.
“케에에에…….”
그렇게 레펜하르트는 성직자들을 하나하나 쫓아다니며 친절하게 조르기를 걸어 주었다. 마법사들을 상대할 때와 달리 이번엔 꽤 시간이 걸리는 작업, 그렇다 보니 기사들도 어느새 합류해 열심히 레펜하르트를 공격해 댔지만…….
“켁켁! 사, 살려 주시오!”
“이 악적! 라한 신관님을 놓아 드려라!”
“켁켁! 이놈이 내 목을…….”
“스마드 신관님!”
레펜하르트는 기사들의 공격이 쏟아지는 와중에도 잘도 피해 가며 신관들을 하나하나 기절시켰다. 마법사와 신관을 모두 잃은 로트 경이 악을 써 댔다.
“그물! 그물을 던져라!”
쇠사슬로 만든 그물을 던져 봤자 맨손으로 잡아서 북 찢어 버린다.
“쇠뇌! 쇠뇌를 쏴라!”
열심히 날린, 강철이라도 뚫을 쇠뇌도 전신에 휘감긴 회전하는 오러에 의해 모조리 튕겨 나간다.
오러를 발현하는 시점에서, 이미 레펜하르트에게 이 정도는 걸리적거리지조차 못하는 것이다. 로트 경이 울 것 같은 목소리로 소리쳤다.
“모두 덤벼라! 너희들은 명예로운 테네스 기사들이다!”
이미 두 발로 서 있는 기사들의 숫자는 3분의 1 정도밖에 남지 않았다. 절망 어린 표정으로 기사들이 최후의 발악을 담아 돌격해 갔다.
“으아아아아!”
하지만 결과는 비참했다.
“하압!”
가벼운 기합과 함께 허공으로 날아오른다. 날아오르자마자 맨 앞에 있는 기사의 머리통을 후려갈기고 그 반동으로 좌우 옆차기, 뒤이어 손등 내려치기로 또 다른 기사를 침몰시키고 착지하자마자 수면 차기로 세 명을 동시에 쓸어 간다. 바늘이 실을 누비듯 순식간에 기사들 사이를 오가며 공격을 해 대는데, 덩치는 곰 같은 놈이 스피드는 먹이 노리는 독수리 저리 가라다.
순식간에 일곱 명의 기사가 신음을 토하며 땅 위를 나뒹굴었다. 이제는 더 이상 성직자의 가호도 없다. 한 방 맞으면 끝이다. 그대로 쓰러져 다시는 못 일어난다. 웅성거림이 남은 기사들 사이로 퍼져 나갔다.
“뭐, 뭐야?”
“어제랑 전혀 다르잖아?”
이쯤 되니 천하의 테네스 기사단이라도 사기가 꺾이지 않을 수 없다. 로트 경이 넋 나간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이게…… ‘진짜’ 오러 능력자의 힘인가…….”
그는 침울한 얼굴로 남은 기사들의 숫자를 세어 보았다. 이젠 두 발로 서 있는 이가 채 다섯도 남지 않았다. 그렇게 남은 기사들의 얼굴을 보던 로트 경이 순간 인상을 팍 구겼다.
‘러, 러스! 저 자식!’
남은 기사 중, 멍하니 서서 상황을 보고만 있는 러스의 모습이 보였던 것이다. 순간 기가 차 로트 경이 소리를 내질렀다.
“러스! 뭐 하고 있는 게냐!”
하지만 러스는 전혀 반응이 없었다. 로트 경의 말이 전혀 들리지 않는 듯, 그저 멍하니 입만 벌린 채 쓰러져 가는 동료를 바라볼 뿐이었다.
‘아니, 저 자식은 도대체? 평소엔 제자리 지키라고 해도 죽어라 뛰쳐나가더니 정작 뛰쳐나가야 할 때는 망부석처럼 제자리 지키고 있는 거냐?’
하지만 지금은 말 안 듣는 놈 붙잡고 닦달할 상황이 아니다. 칼을 뽑아 들며 로트 경은 이를 갈았다.
‘제명시킨다. 이번에 가문으로 돌아가면 반드시 제명시킨다!’
기합을 터트리며 로트 경이 레펜하르트를 향해 돌진하기 시작했다.
☆ ☆ ☆
‘아…….’
동료들이 쓰러지고 있다. 그토록 단련에 단련을 거듭한 명예로운 기사들이 하찮은 병사들처럼 맥없이 날아가고 있다.
하지만 러스는 그 모습에 분노를 느끼지 못했다. 다른 동료들처럼 저자를 향해 덤벼들지도 못했다. 그저 검을 힘없이 축 늘어트린 채 제자리에 하염없이 서 있을 뿐이었다.
‘저런 거였구나…….’
그가 언제나 갈구하던, 하지만 손에 닿지 않았던 움직임이 눈앞에 있었다. 단순한 걸음 하나, 주먹질, 발길질 하나하나에조차 경악스러울 정도로 오묘한 움직임이 숨어 있었다.
그리고 그 모든 것에 찬란한 빛이 깃들어 있다. 힘의 흐름을 제어하고 때론 북돋아 주며, 때로는 함께 흘러가는 찬란한 빛.
‘오러…….’
비록 권과 검이라는, 분야가 다르기는 했지만 러스는 이제야 비로소 제대로 된 오러 능력자의 전투를 처음으로 접한 것이다.
보인다.
모든 것이 보인다.
어째서 저런 움직임을 하는 것인지, 어째서 저렇게 힘이 흘러가는지 모든 것이 명약관화하게 보인다.
아무도 가르쳐 주지 않았던 것, 아무도 가르쳐 주지 못했던 것.
진정한 무의 경지에 다다른 이만이 할 수 있는 진정한 움직임과 호흡, 그리고 흐름.
러스는 자기도 모르게 감탄사를 흘렸다.
“아아……!”
이제야 알겠다. 자신에게 부족했던 것이 무엇이었는지.
러스의 손가락이 꿈틀거렸다. 그의 두 팔 근육이 희미하게 약동했다.
‘저기서 저렇게 움직여야 하는 거였구나.’
깨달음의 홍수였다. 막힌 둑이 터진 것처럼, 검을 휘두른 10년이라는 세월 동안 계속 해서 머릿속에 맴돌았지만 도저히 알 수 없었던 감각이 전신 가득 해일처럼 밀려오고 있었다.
‘저것이 진정한 움직임이구나…….’
러스는 무심코 검을 들었다. 살짝 들린 그의 롱 소드, 그 끝에서 희미한 푸른빛이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2
“타아아앗!”
우렁찬 기합을 외치며 로트 경은 레펜하르트의 정면에 바스타드 소드를 깊숙이 찔러 넣었다. 스피드, 각도, 타이밍 모두 흠잡을 데 없는 일격이었다. 다른 기사들과 비교해 월등한 솜씨, 이런 실력을 가지고도 여태껏 자리를 지키며 지휘에 매진하고 있었다는 건 지휘관으로서의 책임감도 강하고 인내심도 출중하다는 의미다. 성질 급한 이였다면 벌써 지휘고 뭐고 다 내던지고 덤벼들었을 것이다.
‘과연 황금기사의 부관을 맡을 만한 인물이라는 건가…….’
뭐, 그래 봤자 오러 유저인 레펜하르트가 보기엔 그놈이 그놈이다. 그는 차분히 날아오는 검격을 감지하다 휙 몸을 틀었다.
공격을 피함과 동시에 오른발을 쭉 뻗으며 파고들어 카운터 어퍼컷! 오러 실린 펀치가 로트 경의 복부 갑주를 우그러뜨리며 강렬하게 뻗어 올라갔다.
퍼억!
단 한 방에 로트 경이 허공으로 붕 날아올랐다. 상당한 장신에 근육으로 단련된 몸, 거기에 두꺼운 중갑주까지 걸쳤으니 그 무게가 가히 어지간한 바위 수준일 텐데 무슨 풍선이라도 된 것처럼 잘도 떠오른다.
“크윽…….”
극심한 고통 속에서도 로트 경은 짧은 신음만 흘린 채 자세를 잡으려 했다. 갑옷 위로 쳤다지만 충격파가 관통해 맨몸으로 맞은 것과 별 차이가 없었을 텐데, 용케도 정신을 잃지 않은 것이다. 심지어 그 상태로 다시 검을 휘두르는 근성까지 보였다.
‘어? 기절 안 했어?’
얻어맞고 날아가는 와중에도 투지를 잃지 않고 공격을 감행하다니, 실로 무인의 귀감이다. 대단한 근성이랄까? 살짝 감탄하며 레펜하르트는 머리를 틀어 검격을 피했다. 그리고 라이트 스트레이트를 길게 뻗었다.
“타앗!”
섬광 같은 라이트가 허공에 뜬 로트 경을 강타하려던 찰나였다. 순간 레펜하르트가 뻗어가던 주먹을 거두며 재빨리 뒤로 몸을 날렸다.
콰아앙!
타이밍 좋게 그가 서 있던 자리 위로 굵은 전격의 기둥이 내리꽂혔다. 낙뢰라도 떨어진 것처럼 대기가 끓어오르며 땅바닥에 무수한 전기의 뱀들이 꿈틀거린다.
바로 알아볼 수 있었다. 5서클 낙뢰 주문, 일렉트로닉 스피어였다.
“이제야 등장하셨나?”
레펜하르트는 빙그레 웃으며 고개를 돌렸다. 아니나 다를까, 내성 위쪽의 담 위에서 황금 갑주를 걸친 기사가 굳은 얼굴로 검을 겨눈 채 그를 노려보고 있었다.
기사, 유서스가 검을 든 채 분노한 음성으로 고함을 질렀다.
“테네스의 이름으로, 더 이상의 무도한 행위는 용서치 않겠다!”
☆ ☆ ☆
“다, 단장님…….”
로트 경이 신음을 흘리며 고개를 들었다. 반가움과 원망이 섞인 표정이었다.
‘대체 뭐 하느라 이제야 오신 건가?’
아슬아슬한 순간에 자신을 구해 준 것은 물론 감격스러웠지만, 이미 테네스 기사단은 궤멸에 가까운 피해를 본 후다. 조금만 일찍 왔어도 이렇게까지 당하지는 않았을 텐데.
남은 기사들이 울 것 같은 얼굴로 유서스의 이름을 외쳐댔다.
“유서스 님!”
“유서스 경!”
“오셨군요!”
아무런 대꾸 없이 유서스는 천천히 걸음을 옮겨 레펜하르트에게 다가갔다. 주위를 살펴보던 유서스의 표정이 점점 일그러졌다.
아무리 사망한 이가 없다고는 해도, 여기저기 널브러진 테네스 기사들의 몰골은 실로 참혹했다. 차라리 쓰러져 신음을 흘리고 있는 마법사들이 양호할 지경이다. 대부분의 기사와 성직자들은 완전히 혼절해 신음조차 못 흘리고 있다.
나직한 음성으로 유서스가 입을 열었다.
“……잘도 나의 기사들을 이 꼴로 만들었구나.”
수하들의 비참한 몰골을 본 수장다운, 확연한 분노가 느껴지는 목소리였다. 하지만 레펜하르트는 별로 공감하는 얼굴이 아니었다. 유서스를 빤히 바라보더니, 문득 그가 콧방귀를 뀌었다.
“흥! 뭘 이제야 온 것처럼 굴고 있나, 당신? 아까부터 저 뒤에 있었잖아?”
순간 유서스의 표정에 당혹한 기색이 스쳐 지나갔다. 레펜하르트가 친절하게도 손가락질까지 하며 말을 이었다.
“저기, 저 담벼락 뒤에서 아까부터 쪼그려 앉아 지켜보고 있었잖아? 설마 모를 줄 알았나?”
‘그, 그걸 어떻게?’
유서스는 당황했다. 실제로 그는 전투가 시작한 직후 이미 이곳에 도착했었으니까. 숨어서 상황을 지켜보았던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그는 바보가 아니다. 오러 유저들이 감각권으로 보이지 않는 곳까지 파악한다는 것 역시 알고 있었다. 그래서 충분히 대비를 했다.
‘그래서 특별히 기척을 차단하는 마법까지 걸고 있었는데 어떻게 이자가 그 사실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