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Indomitable Martial King RAW novel - chapter 80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 노예로 살아가며 항시 느꼈던, 얼음같이 차갑게 가슴속에 스며들던 소리 없는 분노가 아니었다. 그저 외면하고 무시하고, 현실을 인정하지 않았던 그 슬프고 힘없는 분노가 아니었다.
전신의 열기가 사막의 열풍을 누른다. 한낮의 태양처럼 이글거리는, 뜨겁디뜨거운 분노가 가슴 속에서 끓어오르고 있었다. 끓어오른 분노가 불길이 되어 전신을 태우는 듯하다. 시리스가 기합을 터트렸다.
“으아아아!”
한편 브라이트 일행은 당혹해하는 표정으로 달려오는 시리스를 바라보고 있었다.
처음에는 그냥 돈 생겼다며 좋아했다. 이쪽에서 쫓지 않아도 알아서 덤벼주니, 발품 팔 일 없겠다며 이 행운을 순진하게 기뻐했다. 그런데 어째 점점 가까워지는 저 엘프 소녀의 모습이 심상치가 않았다.
물론 브라이트 일행이 시리스의 기세를 느끼고 경각심을 느꼈다는 소리는 아니었다. 그 정도로 감 좋은 놈들이었으면 애초에 레펜하르트에게 시비를 걸지도 않았으리라. 그들이 의아해한 것은 다른 부분이었다.
수하 중 한 명이 멀뚱멀뚱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어, 저년 옷이 어째…….”
이곳의 야생 엘프들의 옷차림은 쉽게 말해서 짐승보다 조금 나은 정도였다. 선인장 섬유와 검불을 엮어 만든, 그저 푸대라고 해야 어울릴 정도의 누더기가 이 야생 엘프들의 주된 의복이었다. 그런데 저 엘프의 옷차림은 마치 이름난 귀족가의 여검사나 입을 법한 고급품이 아닌가?
게다가 들고 있는 시미터도 날이 바짝 선 것이 보통 검이 아니어 보였다. 야생 엘프들이 주로 쓰는, 석검이나 청동검, 나무를 갈아 만든 목검 따위와는 비교도 되지 않는 진품인 것이다.
그러는 동안 어느새 시리스가 브라이트 일행의 코앞까지 다가왔다. 용병 중 한 명이 코웃음을 치며 앞으로 나섰다.
“뭐, 그래 봤자 엘프 암컷이지.”
비웃음 가득한 얼굴로 용병이 도끼를 들고 위협하듯 크게 올렸다. 자, 이대로 내려치면 넌 뒈져. 무섭지? 무섭지?
그 순간 용병의 전신에 푸른 섬광이 세 번 번뜩였다.
“……어?”
용병의 눈동자에 의문의 빛이 가득 담긴다. 동시에 그의 몸이 네 조각으로 갈라졌다. 접근한 시리스가 한 호흡에 네 번의 칼질을 날려 그를 난도질한 것이다. 여전히 어리둥절한 표정을 짓고 있는 용병 사내의 목이 하늘 높이 날아올랐다. 이어서 선혈이 분수처럼 사방으로 퍼져 나갔다.
얼굴에 뜨끈한 무엇인가가 튀어 흘러내린다. 브라이트가 멍한 음성을 흘렸다.
“……어라?”
시리스가 재차 몸을 날렸다. 낮은 자세로 뱀처럼 좌우 스텝을 밟으며 무시무시한 기세로 다른 용병 하나에게 덤벼든다. 용병이 그제야 기겁하며 검을 들어 공격을 가로막는 순간이었다.
“으에에엑!”
타탕!
요란한 금속음과 함께 용병의 검이 부서져 버렸다. 안목 없는 이들은 알아보지 못했지만, 지금 시리스가 든 시미터는 그랜드 포지의 드워프 명장들이 그녀의 체격에 맞게 심혈을 기울여 제작한 명품 중 명품이었다. 미스릴과 강철로 주조하고 거기에 마법을 어느 정도 회복한 레펜하르트가 시간 날 때마다 보조 마법도 걸어 주었으니, 일개 인간 대장장이가 대량 생산용으로 벼른 검과 비교가 될 리가 없었다.
쩌억!
용병의 검을 부순 시리스의 시미터가 그대로 상대의 가슴을 갈랐다. 심지어 이 용병은 사막이라 덥다면서 제대로 갑주를 갖춰 입지도 않고 있었다. 부담 없이 뼈와 살을 가를 수 있었다.
파아아악!
또다시 피분수가 사방으로 퍼졌다. 황금빛 모래 위로 붉은 바다가 가득 펼쳐진다. 브라이트는 눈을 부릅떴다. 정신이 번쩍 들었다. 이거 보통 엘프가 아니다!
“씨, 씨발! 다들 저년 잡아!”
브라이트가 악을 쓰며 고함을 내질렀다. 그제야 용병들도 정신을 차리고 진지한 얼굴로 시리스에게 덤벼들기 시작했다.
☆ ☆ ☆
백금발이 사막의 태양 아래 화려하게 반짝인다. 머리칼을 휘날리며 시리스는 몸을 틀어 허공으로 솟구쳤다. 회전을 실은 시미터가 사방으로 칼날을 흩뿌린다. 좌우에서 덤벼들던 용병들의 손목이 깊게 베이며 새하얀 뼈를 드러낸다.
“으아악!”
“아악!”
비명을 지르며 두 용병이 손목을 붙잡고 뒤로 물러선다. 허공에서 시리스는 그대로 검을 휘둘러 핏물을 떨쳐 냈다. 방금 베어 낸 인간의 피와 기름이 한 방울도 남기지 않고 칼날을 따라 흩뿌려졌다. 마치 머위 잎사귀 위에 떨어진 물방울이 아래로 떨어지는 듯한 광경이었다.
레펜하르트가 그녀를 위해 걸어 준 수분 및 유분 차단 마법 덕분이었다. 마법검에는 거의 필수로 부여하는 샤프니스 마법은 아직 인챈트할 정도 수준이 되지 못했기에 못 걸었지만, 이것으로도 효과는 충분했다. 검의 예기를 늦추는 가장 큰 요인은 바로 인간의 피와 기름이다. 시리스의 시미터는 아무리 사람을 많이 베어도 인간의 기름기로 인해 검이 무뎌지거나 하는 일은 없는 것이다.
마치 죽음의 여신처럼 피를 날리는 그녀의 모습에 용병 하나가 기가 차 소리쳤다.
“이런 쌍! 엘프 주제에 뭐가 이리 사나워!”
이 상황에서까지 분위기 파악이 안 되는 모양이다. 여전히 섬뜩한 예리함을 발하는 시미터를 머리 위로 곧게 세운 채 시리스가 착지하며 내려 베기를 날렸다. 도끼를 들어 용병 하나가 열심히 검격을 막았지만, 기세가 실린 그녀의 시미터는 도끼 자루를 통째로 베어 버리며 상대의 머리통을 두 조각 내 버렸다.
“으아악!”
비명과 함께 회색빛 뇌수가 사방으로 튀었다. 순식간에 다섯 명의 동료를 잃은 브라이트 일행이 광분하며 그녀에게 덤벼들었다. 시리스의 움직임도 더욱 빨라졌다. 비록 실란의 가호는 없었지만, 몇십 년 동안 검을 수련한 그녀는 이미 한 마리 맹수나 다름없었다. 마치 흑표범을 연상케 하는 탄력 있는 움직임으로 용병들 사이를 종횡무진 누비며 사방으로 피를 뿌린다. 용병들의 비명이 연이어졌다.
“커헉!”
“으아악!”
또다시 네 명의 동료들이 사지 하나씩을 잃고 모래 위를 뒹군다. 남은 용병들의 표정에 더 이상 경시의 빛이 사라졌다. 더 이상 상대를 한낱 엘프 암컷으로 치부할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달은 것이다.
용병들이 진지해지자 시리스의 움직임도 제한되기 시작했다. 아무리 밑바닥을 구르는 이들이라지만 명색이 용병들, 평생을 칼 밥 먹으며 살아온 이들이었다. 결코 일개 농민 봉기처럼 수만 믿고 덤비는 만만한 상대가 아니다.
“하압!”
용병 셋이 호흡을 맞춰 기합을 터트리며 검을 찌른다. 날카로운 찌르기가 세 방향에서 동시에 날아든다. 순간 피할 곳이 떠오르지 않는 공격, 하지만 시리스는 오히려 콧방귀를 켰다.
“흥!”
예전 같았다면 이 상황에서 팔뚝 하나쯤은 내주었을 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녀도 레펜하르트를 따라다니며 상당한 경험을 쌓은 후였다. 오러 유저의 전투를 지겹도록 보며 안목도 높였다. 이 정도쯤은 더 이상 위기 상황도 아니다!
그 찰나의 순간, 시리스는 찔러 오는 세 개의 칼날의 속도를 바로 파악했다. 그리고 가장 가까운 칼날을 향해 몸을 던졌다.
시미터를 들어 손잡이로 상대의 검 끝을 가로막는다.
텅!
손잡이 끝과 검 끝이 맞부딪치며 튕겨 나간다. 그 기세로 몸을 틀며 등을 향하던 찌르기 일격을 시미터의 검신으로 막는다. 비교적 면적이 넓은 시미터의 검신은 타이밍만 잘 맞추면 훌륭한 방패가 될 수 있다. 그렇게 등 쪽의 공격을 가로막자마자 칼날을 미끄러트리며 나머지 한 놈의 목을 거꾸로 베어 간다.
서걱!
섬뜩한 음향과 함께 마지막 찌르기를 날린 용병의 목이 뎅겅 잘렸다. 이 모든 것이 눈 한번 깜빡할 사이에 이루어진 일이었다. 공격한 용병들도 순간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이해 못 해 어안이 벙벙한 표정이었다.
물론 시리스에게는 상대가 이해심을 높일 때까지 기다려 줄 이유가 없다.
‘찬스!’
기회를 잡은 그녀는 곧바로 시미터를 좌우로 휘둘렀다. 잠깐의 틈을 보인 남은 두 놈도 이내 피를 뿌리며 바닥으로 쓰러졌다.
브라이트가 치를 떨며 중얼거렸다.
“아, 어디서 저런 게 나타난 거야!”
그때, 등 뒤에서 중후한 음성이 울렸다.
“자후드 론 켈리파티나. 열기여, 내 손에 임하라. 적을 치는 불길이 되어라! 파이어 볼트!”
이제야 낙타에서 내려온 마법사 클론토가 시리스에게 마법을 쓴 것이었다. 불꽃의 탄환이 허공을 가르며 시리스를 향해 쏘아졌다. 화들짝 놀란 시리스가 뒤로 물러서며 시미터를 옆으로 세웠다. 불꽃의 탄환이 시미터에 부딪쳐 폭발이 일어났다.
“으윽!”
신음을 흘리며 시리스는 연거푸 뒤로 물러났다. 간신히 치명타는 막았지만 폭발의 여파만으로도 전신이 흔들리며 자세가 흐트러진다. 그때 클론토의 주문 영창이 이어졌다.
“세피로 디 크로텔, 대지여, 그 손을 뻗어 그대에게서 비롯된 것을 거두라! 아이언 스틸!”
순간 시리스는 극심한 중량을 느끼며 시미터를 놓쳤다. 클론토가 곧바로 무장 해제 주문을 구사한 것이었다. 빈손이 된 시리스를 보며 브라이트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어휴, 이제야 잡았네.”
맨손이 된 시리스를 향해 브라이트 일행이 막 발걸음을 옮기려던 때였다.
갑자기 사막 저편에서 웅장한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움직이면 죽는다.”
약속이라도 한 듯, 브라이트 일행이 그 자리에서 동상처럼 굳었다. 이상했다. 용병으로 살아오며 온갖 욕설이며 협박을 자장가처럼 들어왔던 그들이다. 그런데 이 목소리를 듣는 순간 이유 모를 오한이 들며 전신이 딱딱하게 굳어 버렸다.
‘뭐, 뭐야? 내가 왜 이래?’
무슨 마법도 아닌데 그저 목소리만으로 이런 효과가 날 리가? 스스로의 행동이 스스로 이해가 안 가는 묘한 상황, 브라이트 일행은 무심코 목소리가 들려온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다시 한 번 굳었다. 소리를 지른 자가 사막을 ‘날아오고’ 있었다.
그것은 ‘뛴다’라거나 ‘달린다’라는 인간미 넘치는 묘사가 허락되는 동작이 아니었다. 정말 발 한번 구를 때마다 20~30미터씩 죽죽 달려오는데, 발을 구를 때마다 무슨 마법이라도 터진 것처럼 폭음과 함께 모래 기둥이 높이 솟아오른다.
펑! 펑! 펑!
요란한 소음 속에서 용병 중 누군가가 멍청한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몬스터인가?”
하지만 브라이트와 그의 원조 부하들, 크롬 시 투기장에서부터 함께했던 이들은 결코 저 친구처럼 느긋하게 중얼거릴 수 없었다. 저기 저 비인간적으로 다가오는 덩치 큰 청년을, 그들은 매우 잘 알고 있었던 것이다.
“저, 저거…….”
“에에에?”
“으히히힉!”
저마다 괴음을 내는 가운데, 청년이 단숨에 그들에게 다가와 착지했다. 그리고 오만하게 주위를 한번 둘러보더니 싸늘하게 웃었다.
“얼씨구? 이거 구면일세?”
☆ ☆ ☆
레펜하르트는 차가운 미소를 지으며 좌중을 내려다보았다. 참 웃기는 우연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이 머나먼 대륙 서쪽 끝까지 와서 아는 얼굴과 조우하게 될 줄이야.
물론 이 조우가 결코 유쾌하지 않으니 그의 표정이 화기애애할 리 없다. 먹이를 앞에 둔 맹수의 미소를 지으며 그가 브라이트를 노려보았다.
“이번엔 여기서 노예 사냥꾼 노릇을 하고 있었나 보지?”
브라이트는 사색이 되어 다리를 덜덜 떨었다. 그날의 공포가 주마등처럼 뇌리를 스쳤다. 정말 죽도록 얻어맞은, 차라리 죽여 달라고 애원하고 싶을 정도로 얻어맞은 그날의 추억이 뇌를 콕콕 쑤시며 전신을 빳빳하게 굳히고 있었다.
“다, 당신은…….”
정말이지, 자신이 전생에 무슨 죄를 지어 이토록 인생이 불운한 것인지 신을 원망하고 싶은 기분이었다.
그때, 아무것도 모르는 클론토가 고함을 질렀다.
“뭐 하고 있나, 브라이트? 에너지볼트!”
브라이트 입장에서는 악몽의 재현이겠지만 클론토에게는 그냥 새로운 적의 등장일 뿐이다. 얼마든지 침착하게 마법을 시전할 수 있는 것이다. 강렬한 마법의 에너지가 부메랑처럼 허공을 회전하며 레펜하르트에게 날아갔다.
위이잉!
날아오는 에너지볼트를 보며 레펜하르트는 무심코 오른손을 들었다. 평소처럼 오러를 끌어 올려 방어할 셈이었다. 그때, 문득 생각이 미친 바가 있었다.
‘가만, 이제 굳이 몸으로 때울 필요 없잖아?’
마법의 힘도 꽤나 되찾았는데 여전히 무식하게 손발 놀리면서 싸울 필요는 없는 것이다. 들어 올린 오른손으로 허공을 휘저으며 레펜하르트가 수인을 맺었다.
“섬광의 방패, 아케인 실드!”
푸른 섬광이 솟구치며 빛의 방어막이 레펜하르트의 전신을 감쌌다. 마법을 전문으로 방어하는 3서클 항마 주문, 아케인 실드였다.
퍼어엉!
에너지볼트가 아케인 실드에 명중해 빛을 발하며 소멸했다. 에너지볼트도 그리 높은 서클의 주문은 아니었기에 아케인 실드의 항마력을 뚫을 위력은 없었다. 클론토가 당황하며 중얼거렸다.
“뭐야? 마법사였나?”
그것도 상당한 경지로 보였다. 아케인 실드를 시동어만으로 구사하는 걸 보면, 적어도 5서클을 시전할 정도 수준은 되는 것 같았다.
‘저 나이에 이 나와 비슷한 수준의 마법사란 말인가?’
긴장한 클론토가 브라이트에게 외쳤다.
“저자를 묶어 두게! 이번에는 제대로 주문을 준비할 테니!”
그제야 브라이트도 정신을 차렸다. 그날의 악몽이 떠올라 잠시 굳기는 했지만, 생각해 보면 지금 자신들의 숫자는 서른 명이 넘는 데다가 고위 마법사도 함께하고 있었다. 아무리 강하다 한들 고작 젊은놈 한 명을 상대하지 못할 전력이 아니다.
검을 뽑아 들며 브라이트가 없는 용기를 쥐어짜 소리쳤다.
“쳐라!”
남은 용병들이 일제히 레펜하르트에게 달려들었다. 상대가 마법사란 걸 안 이상, 한시라도 빨리 접근해 주문 영창을 방해해야 했다. 그렇게 하지 못하면 자신들이 당할 뿐이다. 다들 경험 많은 용병들이라 이쯤은 숙지하고 있었다.
“타아앗!”
“으랏차차!”
저마다 개성 있는 기합을 내지르며 용병들이 레펜하르트의 사방으로 돌진해 왔다. 레펜하르트가 두 손을 가슴 앞에 모았다. 주문을 시전할 마력을 모으기 위한 룬어가 그의 입에서 흘러나왔다.
“세타필 란드 델피로드 케타나…….”
물론 그사이 용병들은 이미 그의 코앞까지 쇄도해 있었다. 다들 저 커다란 과녁을 향해 부담 없이 검을 찔러 갔다. 찌르기, 내려치기, 올려 베기, 레펜하르트의 전신에 칼날이 내리 꽂혔다. 일단 마법사는 주문 영창만 방해하면 적이 될 수 없다! 성공이다!
……라고 막 용병들이 회심의 미소를 지으려는 찰나였다.
탱! 탱탱탱!
막 검을 날린 그 순간 무슨 바위에라도 휘두른 것처럼 강력한 반탄력과 함께 검들이 오히려 튕겨 나와 버린 것이다. 개중에는 기세를 못 이겨 손아귀가 찢어진 이들도 있었다. 용병들이 붕어처럼 입을 뻐금거렸다.
“……얼레?”
“으엑?”
“뭐, 뭐야?”
당황한 용병들을 그대로 둔 채 레펜하르트가 태연하게 주문 영창을 이었다.
“대지의 힘은 창공에, 창공의 힘은 대지에. 떨어진 두 권능이 맞잡아 힘을 얻노라.”
의지를 담은 언령을 통해 끌어모은 마력을 엮어 술식화한다. 계속 주문을 영창하며 레펜하르트가 두 손을 천천히 비볐다. 가벼운 정전기가 파직 일었다. 이걸로 주문 시전에 필요한 촉매도 완성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