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Infinite Enchanter’s Journal of Regression RAW novel - Chapter 108
108화.
“이, 이이!”
“이게 무슨 짓이냐!”
“네 놈이 정녕!”
수많은 신하가 내지르는 고함에 시끄럽다.
“조용!”
목을 가다듬은 후 힘차게 외쳤다.
물론 그것으로 발광하는 신하들을 진정시킬 순 없을 것이다.
여기서 필요한 건.
꾸욱.
“끄으으!”
고통에 찬 조조의 신음이었다.
“아악!”
“폐, 폐하!”
내가 지르는 소리에는 별반 반응도 없던 녀석들이 펄쩍 뛰었다.
“분명히 조용히 하라고 했을 텐데. 자꾸 그렇게 시끄럽게 굴면 너희가 모시는 왕이 무척 위험할 거란 생각이 들지 않아?”
“….”
그제야 상황을 깨달은 듯 침묵했다.
“이거…괜찮은 거야?”
단상 위로 올라온 영웅이 걱정스레 물었다.
그건 녀석만의 걱정이 아니다.
동료들 모두 얼굴에 걱정을 한가득 안은 채 다가오고 있었다.
“뭐, 그렇게 좋은 상황은 아니지.”
지금이야 여유로울 수 있겠지만.
‘곧 무장들이 나타날 거란 말이지.’
소란을 접한 무장들이 조조를 지키기 위해 나타날 것이다.
무수히 몰아치는 병력에 맞서 조조의 풍질을 치료할 화타를 지키는 것.
그것이 내가 선택한, 그리고 이번에 수행해야 할 임무였다.
“네놈, 짐을 능멸하고도 살기를 바라는 건 아니겠지?”
조조가 이를 악물며 낮게 으르렁거린다.
비록 일신의 무력이 높지 않아 금방 제압당했지만, 그 기세는 살벌하기 그지없었다.
하지만 그것도 통할 사람이 있고, 안 통할 사람이 있다.
그리고 나는 조조의 기세에 쫄지 않을 사람이다.
오대 위상의 존재감을 직접 목격한 내가 이딴(?) 왕이 흘리는 기세쯤이야.
“이게 다 폐하를 위한 길입니다.”
“무엇이?”
“풍질은 수술이 아니면 완치 불가능한 것. 지금 치료하지 않으면 늦습니다.”
“…기어이 짐의 머리를 열겠다는 셈이냐?”
“허락하지 않으시니 어쩔 수 없지 않겠습니다.”
“….”
조조의 눈에 원한이 깃든다.
치료라는 건 안중에 없을 거다.
아마 이것이 자신을 암살하려는 시도라 생각하겠지.
하지만 별수 있나.
녀석이 어떻게 생각하든 그건 내가 알 바 아니다.
지금 가장 중요한 건 화타의 원한을 푸는 것.
“이, 이게 무슨 짓인가?”
나를 단순한 호위병으로 인식하는 화타가 당황하여 묻는다.
“위왕을 치료하는 것. 그것이 화공의 바람이지 않습니까.”
화타는 의원이다.
물론 본인은 의원이라는 사실을 그리 달가워하지 않았지만(의원이 아니라 선비로 남길 원했다), 의학의 탐구심이 대단했다.
뇌에 깃든 풍질은 그가 지금껏 겪어보지 못한 증세.
그것을 치료하는 과정, 그 업적은 그에게 있어서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바람과 같은 것이었다.
‘그렇기에 죽어서도 그 한이 남은 거지.’
뇌에 스며든 풍질을 치료하지 못한 것.
그리고 말년의 깨달음, 그것이 적힌 청낭서를 전해주지 못한 것.
이 두 가지의 한으로 인해 두 번째 전조는 그를 괴물로 변모시켰다.
이 한을 풀 수 있다면 당시와 같은 비극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물론 엄청난 보상도 따라올 테고.’
청낭서가 아니라 조조를 치료하는 것을 선택했다.
누가 보더라도 힘들 수밖에 없는 길을 택했으니 이제는 그 뒷감당을 해야 할 차례.
“하지만 이런 상태에서 어찌….”
“화공이 생각해야 할 건 간단합니다.”
눈짓으로 제압당한 조조를 가리켰다.
“위왕을 치료하는 것. 그것만 생각하십시오. 나머지는 우리가 해결할 테니.”
이곳에 있는 건 나 혼자가 아니다.
강회장, 윌리엄, 영웅, 예일, 정도환, 리우옌, 빙빙, 그리고 진우까지.
‘이 정도 전력이면 어디 가서 꿀리지 않거든.’
비록 인원은 적지만, 하나하나가 정예라 할 만한 이들이다.
물론 빙빙, 그녀는 아직 동료라 부를 만한 단계의 사이는 아니었지만, 누구보다 노력할 것이다.
자신의 어머니, 슈에리를 살려야 하는 막중한 사명을 지고 있으니까.
“이 일이 끝나면 어머니를 살릴 수 있는 것…맞죠?”
아직 의문이 남았는지 나를 똑바로 바라보며 묻는다.
“그래. 확실히 약속할 수 있어.”
“그렇다면.”
뒤돌아선다.
등을 보면 느낄 수 있다.
설사 그것이 왕을 협박하는 일이라 해도 상관없다는 듯, 결의를 다지고 있었다.
“…하지만 준비가 미비하네. 마비산(麻沸散)도 준비되어 있지 않고….”
“준비라면 걱정하지 마십시오.”
지익-
배낭을 열어 준비한 것을 꺼냈다.
“이건…?”
놀란 듯 눈을 동그랗게 뜨는 화타.
그의 앞에 놓인 건 수술 도구였다.
그것도 이 시대에는 상상도 할 수 없는 메스와 망치, 집게 등, 외과 수술에 필요한 모든 게 준비되어 있었다.
그것도 단순한 도구가 아니다.
무려 삼성 강화를 마친, 화타에게 있어서 수술의 성공률을 200% 이상 끌어올려 줄 기적의 도구였다.
어디 그것뿐일까.
툭.
모든 혈액형에 수혈이 가능한 삼성 강화 혈액.
마취, 진통 등의 효과가 있는 약물까지.
“의술이 깊으시니 대충 봐도 아실 겁니다. 이 도구가 어디에 쓰이는지.”
“…그래. 대충 쓰임새를 알 수 있을 것 같군.”
스윽 훑는 것만으로 도구의 쓰임새를 파악한 화타가 고개를 끄덕였다.
“이 정도 준비라면….”
그의 눈에 기광이 번뜩인다.
조금 전 절망으로 물들어 있던 사람과는 전혀 다른 사람이 된 듯한, 의술에 대한 집념과 자부심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네놈들, 이것으로 무엇을 하려는….”
수술 도구를 본 조조가 놀라 소리쳤지만.
“쉿!”
리우옌이 검지를 입에 가져갔다.
그 순간.
스으으으-
그의 손가락 사이에서 나온 수면향이.
“으어….”
순식간에 조조를 수마에 빠지게 만들었다.
“허어!”
깊게 잠든 그 모습에 화타가 감탄을 금치 못한다.
“더 필요한 게 있으십니까?”
움직이지 않도록 깊게 잠든 환자.
외과 수술에 필요한 모든 도구.
그리고 남은 게 하나 있다면.
“아무래도 큰 수술이 될 것 같으니 의학에 조예가 깊은 보조 인원이 필요하네.”
물론 예상한 바였다.
빙빙!”
결연한 기세로 서 있는 빙빙을 불렀다.
“네.”
“화공을 도와줘.”
“이 처녀가 말인가?”
의구심을 담은 화타가 나와 빙빙을 번갈아 응시했다.
“그녀 또한 의술에 조예가 깊으니 꽤 도움이 될 겁니다.”
다른 누구도 아니고 신의 특성을 개화했다.
이전에는 의술에 의자를 몰랐어도 이제는 그 누구보다 조예가 깊은 게 당연한 일.
전대 신의와 현재 신의.
두 사람이 힘을 합치면 수술은 무사히 성공할 거다.
남은 게 있다면 그들이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
「주인님의 명령이다.」
「물러서라.」
정도환이 부리는 죽음의 군단이 좌불안석인 신하들을 구석으로 몰았다.
그리고 그 주위를 둥글게 감싸 허튼짓하지 못하도록 포위망을 구축했다.
“이 정도면 안전할 것 같은데?”
“수술 성공. 임무 완성.”
윌리엄과 영웅이 승리를 자축하고 있다.
하지만 그것 섣부른 판단.
“아니, 아직이야.”
강회장은 그 묘한 분위기를 눈치챈 것 같다.
“주변을 보게. 왕을 지켜야 할 무장이 보이지 않아.”
“…아!”
그제야 간과하고 있던 사실을 깨달은 둘.
“아무래도 곧 전투가 시작될 것 같으이.”
“정확합니다.”
과연 강회장.
종말이나 시련을 겪지 않았음에도 주변의 단서를 통해 단번에 상황을 파악했다.
“소란을 접한 무장들이, 위왕을 지키기 위한 그들이 몰려올 겁니다.”
삼국 중 특히 위나라의 병력은 매섭다.
‘그리고 휘하 장수들도.’
인재의 영입에 힘을 썼던 조조.
그 휘하의 장수들이라면 이름만 대도 알 수 있을 정도의 용장들이 대부분이다.
그들이 곧 이곳으로 몰려들 것이다.
그건 단순한 전투가 아니다.
치료에 집중하는 화타의 신경을 건드리지 않는, 그 모든 걸 신경 써야 하는 매우 어려운 임무였다.
힐끗, 화타를 응시했다.
스윽.
날카로운 메스를 이용해 머리를 가른다.
“아아악!”
“폐하!”
기겁하는 신하들.
「조용히!」
하지만 소란을 감지한 파라켈수스가 이를 용납하지 않았다.
스아아아아-
그가 일으킨 죽음이 사방으로 뻗어나간다.
“으으으….”
“아아-”
그것을 접한 신하들이 두려움에 몸을 떤다.
이곳에 모인 이들은 무력이 없는, 행정을 담당하는 신료들이었기에 그 사나운 기세를 감당할 수 있을 턱이 없다.
당장은 아무런 방해도 없이 무사히 수술을 진행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렇게 잠깐의 시간이 지나고.
“폐하!”
장내에 떨어 울리는 함성.
긴박함이 느껴지는 그 음성과 함께.
콰앙!
알현실의 문, 그 거대한 붉은 문이 부서졌다.
척척척척.
갑주를 착용한 무장 병력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리고 그 선두에 선 건 2m 장신의 사내였다.
마치 거대한 바위처럼 단단한 체구, 얼굴을 가득히 뒤덮은 검상은 그가 지금까지 치러온 악전고투의 흔적.
그리고 무엇보다 왼쪽 눈을 가린 안대는 이 장수의 상징과도 같은 것.
‘하후돈.’
조조와 사촌지간이며 위를 대표하는 장수, 대장군의 위에 있는 하후돈이었다.
“이놈들-”
천둥과 같은 고함이 울려 퍼지고, 의외의 현상을 확인할 수 있었다.
덜덜.
단 한 번도 상대에게 두려움을 느낀 적 없는 동료들이 가늘게 몸을 떨었다.
“하, 하후돈?”
“화살에 박힌 눈을 삼킨 대장군!”
그 위압감에 짓눌린 것이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게 하후돈은 위나라를 대표하는 장수다.
이 참혹한 전쟁터에서도 상대가 몇 없다는, 삼국지를 대표하는 용장.
그 기운은 서릿발 같아 감히 그 기세에 저항할 수 있는 이는 많지 않았다.
물론 거기서 나는 예외다.
‘새끼, 시작부터 수작질이네.’
율리우스의 지식, 그 정보가 내 머릿속에 깃들어 있다.
다른 사람들은 속일 수 있어도 진실을 꿰뚫은 나를 속일 순 없다.
“폐하에게서 물러나라!”
쿵쿵쿵!
고함과 같은 함성을 내지른 하후돈이 지축을 울리며 다가온다.
거대한 몸집과는 어울리지 않는 매서운 움직임.
콰아아아아!
사나운 기세.
그리고 엄청난 속도.
그것에서 이루어질 일격은 상상할 수 없을 정도일 게 분명하다.
“….”
하지만 감상이 없다.
병력을 헤치며 먼저 달려오는 하후돈을 맞이하기 위해.
스릉-
이상한 띠의 검을 빼 들었다.
절대승리?
광폭화?
녀석을 맞이하기 위한 준비를 필요 없다.
“하압!”
하후돈, 녀석이 조조에게 하사받은 명검을 휘둘렀다.
쿠아아아아!
대기를 가르는 소리가 만만치 않다.
그러나 그것에 대응하기 위함 움직임은.
팟!
힘을 주어 이상한 띠의 검을 휘두르는 것뿐이었다.
카앙!
일전, 진시황과 대적했을 때와 같은 폭음은 울리지 않았다.
“노옴-”
콰르릉!
장내를 떨어 울리는 고함과 함께 연신 장검을 휘두르지만.
캉, 카앙!
녀석의 공격은 번번이 막힐 뿐이었다.
손아귀?
조금 저릿한 충격이 있긴 하지만, 찢어질 정도는 아니다.
그건 분명 일전에 상대해 온 괴물들과 비교할 수 없는 수준.
“….”
그 순간 당황한 듯한 눈빛의 하후돈.
“왜? 네 특성이 먹히지 않은 것 같아서 당황했어?”
“…무슨!”
“사기꾼.”
“….”
놈의 말이 없어진다.
특성 사기꾼.
하후돈은 알려진 것과는 다르게 전장에서 활약을 펼친 용장이 아니다.
다만 자신의 공을 부풀려 그것을 통해 ‘특별한 힘’을 얻은 사기꾼에 불과했다.
하지만 그 거짓을 꿰뚫고 진실을 바라보는 나에겐 특성이 먹힐 턱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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