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Infinite Enchanter’s Journal of Regression RAW novel - Chapter 109
109화.
『하후돈 : 위의 대장군. 항상 선두에 서서 적을 도륙하는 용장의 모습으로 기록되어 있으나 그것은 거짓된 기록이다. 그는 단 한 번도 전장에서 공을 세운 적 없으며 전쟁터가 아닌 후방, 조조와 군이 자리를 비운 사이 주용 성의 내정을 다스렸다.
그런데도 그가 대장군의 위까지 오른 건 조조의 사촌이기 때문이며, 항상 남을 의심했던 조조는 그나마 친인척이었던 하후돈에 대한 믿음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오로지 인맥으로 조조의 신임을 샀는가?
그것 또한 아니다.
그는 사기꾼이라는 특성을 통해 거짓된 위용과 업적을 만들어 적들에게 위압감을 심어주었다.
거짓으로 만든 그의 위용에 넘어간다면 사기와 능력이 크게 하락, 본래의 능력을 발휘하지 못하게 될 것이다.』
이것이 진리의 서고를 다녀온 율리우스, 녀석이 파악한 하후돈에 관한 정보였다.
사기꾼.
별것 아닌 것 같지만 삼국시대와 같이 전쟁이 일상처럼 일어나는 곳에선 매우 강력한 특성이기도 하다.
그도 그럴 게 자신의 위용을 널리 퍼뜨려 사람들에게 상대하기 어려운 용장이라는, 두려운 이미지를 각인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능력을 최우선으로 하는 조조의 총애를 받으며 대장군이라는 높은 직위를 얻을 수 있었다.
‘하지만 거짓이 아닌 진실을 바라볼 수 있다면 이야기는 다르지.’
놈이 부풀린, 그 거짓된 업적을 알기에 위축되지 않는다.
진실을 알고 있는 이에게 거짓말이 아무런 소용이 없듯, 사기꾼 특성도 마찬가지다.
실상은 그냥 힘 좀 쓰는 일반 장수.
그러한 진실과 사실을 인식하게 되자.
츠츠츠츠!
놈의 모습이 변화하기 시작했다.
2m가 넘는 거구는 보통의 평범한 체구로 돌아왔고, 한쪽 눈을 가린 안대 또한 사라졌다.
사실 그 안대가 하후돈을 가장 널리 알린 일화일 것이다.
날아오는 화살에 한쪽 눈이 관통되었는데, ‘부모님의 정기와 피를 내 어찌 버리겠는가(父母精血, 不可棄也)’를 외치며 그것을 먹어 치웠다는 것.
사실상 하후돈의 근간이라 할 수 있는 그 위용이 사라져 보통의 장수가 되었다.
“너, 너는…?!”
자신의 특성이 통하지 않는 것을 깨달았는지 주춤 물러난다.
그리고 그 순간을 노려.
척.
크게 한 발짝 앞으로 나가며 오른손에 쥔 검을 횡으로 베었다.
“허업!”
아무리 사기꾼 특성으로 허울만 좋은 이라 해도 장수는 장수.
카앙!
불꽃이 튄다.
그 짧은 순간 반응하여 내 검을 튕겨낸 것이다.
그러나 놈이 간과한 게 있다.
“큽!”
충격을 견뎌내지 못해 검을 떨군다.
‘글렀다.’
무릇 검사, 그리고 전장에 선 장수는 어떠한 일이 있어도 검을 손에서 놓아선 안 된다.
설령 그것이 팔이 잘리는 경우라 해도 말이다.
하지만 하후돈은 목숨과도 같은 검을 놓쳤다.
그것만 봐도 이 하후돈이라는 장수가 얼마나 부풀려져 있었는지 알 수 있다.
“자, 잠깐….”
당황하여 뒷걸음질 친다.
장수라는 중요한 직위에 있는 이, 그의 약한 모습을 본 대부분은 찰나의 틈을 노출하고 말 것이다.
“죽어!”
그리고 하후돈은 그러한 틈을 아주 잘 알고 있는 녀석이었다.
품에서 꺼낸 대나무 통.
퍼엉!
그것이 터지며 작은 침과 같은 암기가 사방으로 뻗어나갔다.
지금껏 숱한 위기에서 그를 구해주었던 암기 천폭(千爆).
3m 내에 있는 적이라면 반드시 죽이고야 하는 그것을 발동한 것이다.
그러나.
“허?!”
놈이 암기를 발사한 곳에 나는 없다.
“역시 사기꾼 버릇 어디 안 가네.”
놈이 뒷걸음질 치던 순간부터 이미 암습을 예견했다.
그렇기에 빠르게 움직여 뒤를 잡았고.
스윽!
손에서 피어난 검광이 하후돈의 목을 스치고 지나갔다.
“….”
비명은 없었다.
다만.
스르륵, 쿵!
비스듬히 갈라진 머리가 떨어지며.
스스스!
놈의 육신은 황톳빛 먼지로 화해 사라졌다.
“대, 대장군께서?!”
“맙소사!”
병력을 이끌고 있던 대장군의 죽음.
아무리 이들이 황실을 지키는 근위대라 해도 당황할 수밖에 없다.
그리고 그 순간을 노리고 동료들이 움직였다.
솨아아아-
간드러지게 핀 매화.
그곳에서 흩날린 꽃잎이 근위대의 곁을 스쳐 지나가는 순간.
핏, 피피핏!
붉은 선혈이 피어났다.
“하아압!”
겁도 없이 중앙에 파고든 영웅.
잔상을 남기는 그 움직임은 더욱더 민첩하다.
‘점점 깨닫고 있는가 보네.’
그 움직임은 회귀 전의 권왕, 투귀라 불렸던 영웅과 닮았다.
아무런 무기도 사용하지 않는, 맨손 전투를 지향하는 녀석의 전투는 속도와 정교함의 극치였다.
일전에는 무리하게 힘을 주는 경향이 있어 종종 틈을 노출하곤 했지만, 지금은 전혀.
보구를 착용하지 못하지만, 특유의 민첩한 움직임을 토대로 적들의 시선을 분산시켜 묵직한 주먹을 꽂아 넣는다.
일행 전원이 아니라 그 둘의 난입으로 이미 승패가 갈려버렸다.
“뭐야, 괜히 쫄았잖아.”
“별거 없었다. 장군은 약했다.”
조금 발전하긴 했지만, 여전히 어눌하고 어색한 말투의 윌리엄.
두 사람의 말처럼 전투는 싱겁게 끝을 맺었다.
“방심하지 마.”
의기양양한 건 좋지만, 방심은 금물.
“너희 말처럼 하후돈은 잔챙이거든. 이제부터 진짜 적들이 등장할 테니까 긴장하는 게 좋을 거야.”
공에 눈이 멀어 가장 먼저 찾아온 하후돈.
하지만 녀석은 사기꾼 특성을 제외하면 조조의 휘하에 있는 장수 중 가장 약한, 존재감이 없다시피 한 존재였다.
녀석을 이겼다고 해서 기뻐할 게 아니라는 것이다.
“….”
단단히 주의를 준 뒤, 수술을 진행 중인 화타와 빙빙을 응시했다.
뚝, 뚝.
비 오듯 땀을 흘리는 화타.
처음으로 머리를 열어 하는 수술이니 엄청난 긴장과 집중력이 필요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다행히 집중력은 흐트러지지 않았다.’
비록 어느 정도 거리가 있다고 해도 생과 사가 오가는 격렬한 전투가 벌어졌다.
그런데도 화타의 집중력은 끊어지지 않았다.
하지만.
‘그 전투가 근처에서 벌어지게 된다면 이야기는 다르지.’
충분한 거리가 아니라 근처에서 이루어지는 전투라면?
아무리 화타의 집중력이 대단하다고 해도 전투로 인해 집중력이 흐트러져 수술이 실패할 확률이 올라가게 될 것이다.
이번 임무의 관건은 전투의 승패는 물론 화타가 집중력을 잃지 않도록 하여 수술을 성공하게 하는 것 또한 포함되어 있었다.
그렇기에 최대한 적들이 알현실 내부로 진입하지 않는 적정선을 유지해야 한다.
“앞으로 이동할게요.”
신하들을 겁박(?)할 일부 죽음의 군단을 남겨둔 채 진형을 앞쪽으로 포진했다.
조조의 수술을 진행하고 있는 화타와는 최대한 멀리, 그리고 알현실의 입구와는 최대한 가깝게.
그렇게 시간이 지났다.
그 기다림은 그리 오래 필요하지 않았다.
“폐하!”
“역적을 몰아내라!”
황궁 전체에 울리는 함성과 함께.
콰앙!
하후돈과 같이 거대한 문을 여는 폭음이 있었다.
척척척.
하지만 모습을 드러낸 이들은 하후돈과 비교할 수 없는 장수들이었다.
하후돈이 당했다는 소식이 전해졌음에도 선두에 선 다섯 명.
‘오자양장(五子良將)!’
위나라를 대표하는 다섯의 용장.
푸른 빛의 갑주, 콧수염을 멋들어지게 기른 헌앙한 사내는 장료.
장수라 생각할 수 없을 정도로 다른 이들에 비해 작은 체구로 부푼 근육보다는 균형 잡힌 몸의 악진.
온통 검게 칠해진 검은 갑주, 머리를 단정하게 묶어 위로 올린 사내는 우금.
장수라는 직책에 어울리지 않는 미남자, 그러나 그 눈빛에 호랑이를 담은 이는 장합.
그리고 이들 중 가장 압도적인 체구와 기세를 내뿜고 있는 거의 3m에 달하는 거구의 장수인 서황.
고오오오오!
그들 다섯이 내뿜는 기세는 알현실을 완전히 장악할 만큼 강렬했다.
찌릿!
그 살기로 인해 온몸이 바늘로 찔린 것처럼 따갑다.
과연 오자양장.
‘태조가 무공을 세울 때 양장으로 다섯 명이 으뜸이었다!’
신분과 지위를 막론하고 전쟁에서의 공으로는 따라올 자가 없다는 실력자.
그들이 내뿜는 기세는 무형의 기세를 유형으로 바꿀 수 있을 정도였다.
내가 이렇게 살이 떨릴 정돈데 나머지 일행은….
“이야, 이거 피부가 따끔한데?”
“콜로세움 이후. 마땅한 적. 나타났다.”
“확실히 범상치 않은 적이로군.”
“상관 없다. 필요하다면 죽일 뿐.”
…아무런 동요도 없었다.
‘온갖 어려운 시련을 함께하더니 겁을 상실했네.’
물론 그건 내가 만든 결과물이다.
진시황부터 시작해 카타콤, 그리고 콜로세움까지.
한 번만 삐끗해도 죽을 수밖에 없는 가혹한 시련을 이겨낸 그들은 어느새 꽤 성장해 있었다.
‘아주 좋은 방향이야.’
종말이 찾아오면 충분한 실력이 있음에도 환경에 적응하지 못해 낙오되는 이가 많이 생긴다.
그런 면에서 보자면 지금의 동료들은 그러한 걱정은 할 필요가 없을 것 같다.
“어르신 두 분이 뒤의 병력을 맡고, 저기 덩치를 제외한 나머지를 하나씩. 오케이?”
“오케이!”
곧바로 상황을 파악한 그들이 힘차게 답했다.
팟!
각자 자신이 맡은 적을 향해 움직였다.
내가 향한 곳은 가장 거대한 덩치를 자랑하는, 그리고 엄청난 크기의 도끼를 든 은빛 갑주의 사내였다.
‘서황.’
불패의 장군.
그가 나선 모든 전쟁에서 승리했다고 알려진 용장이자 지장.
단순히 체구만 보면 그냥 힘 좀 쓸 줄 아는 용장처럼 보이지만, 전혀.
그는 군사 없이도 계책과 책략을 꾸밀 줄 아는, 어떤 의미로 보자면 진정한 육각형 장수였다.
능력이 뛰어나면 대게 어떤 단점(술을 좋아한다거나 사람을 볼 줄 모르는 등의)이 있기 마련이지만, 이 서황에게는 그러한 단점이 전혀 없다.
적어도 전쟁과 전투에 있어서 만큼은 오자양장 중에서도 홀로 빛나는 이라고 할 수 있다.
“…폐하의 옥체를 상하게 한 죄.”
후웅!
한 차례 도끼를 털 듯이 휘두른다.
“죽음으로 사죄하라.”
낮지만 선명하게 귀에 박히는 음성.
항상 말하기 전 신중하게 생각하며 과묵한 그 성격이 드러나는 대목이었다.
“쯧.”
하지만 그 내용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
“보면 몰라? 치료 중이잖아. 네 주군이 병에 걸려서 죽어가고 있다고. 그걸 고치는데 왜 이렇게 난리를 치는 건지 모르겠네.”
물론 이건 이미 지난 역사다.
조조는 결국, 그 풍질을 치료하지 못한 채 일찍 죽음을 맞이한다.
그래서 이 가상의 현실에건 그것을 바꾸려 하는데, 왜 이렇게 본인들의 주군을 못 죽여서 난리인지.
“옥체를 손상한 죄. 달게 받아라.”
하지만 말이 통하지 않는다.
어차피 이 인위적으로 만든 역사, 세계에서는 말이 통하지 않는다.
그들은 이 무대의 배역일 뿐이며, 주어진 배역에 따라 움직이는 인형에 불과하니까.
결국, 방법은 하나뿐이다.
무력.
압도적인 힘으로 그들을 굴복시키는 것.
물론 그게 쉽지 않아서 문제다.
오자양장이라 하면 하나하나가 일전에 상대했던 이신보다 더욱더 강력한 장수.
상대하는 게 나만이라면 그다지 문제 될 게 없겠지만, 리우옌을 제외한 나머지 세 명, 윌리엄과 영웅, 예일은 조금 벅찰 수도 있다.
물론 지금 상태라면 말이지.
콰콰콰콰콰!
기벽, 천하무적의 발현.
그 절대적인 기세가 알현실을 완전히 장악했다.
“크흡!”
“크으으.”
그 절대의 기세에 오자양장이라 불리는 오대 장수도 인상을 찌푸리며 뒷걸음질 칠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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