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Infinite Enchanter’s Journal of Regression RAW novel - Chapter 114
114화.
100대 500.
압도적인 열세였다.
이 전투에서 누가 이길 것인지 예측하라고 한다면 백이면 백 500명의 승리를 장담할 것이다.
실제로도 그게 맞다.
2배, 3배도 아니고 5배 차이라고 한다면 그건 극복할 수 있는 차이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어디 세상일이라는 게 그렇게 생각한 대로만 흘러가는가.
100만에 달하는 수나라의 군대가 고구려에 의해 패퇴했듯 언제나 예상외의 일이 벌어지는 법이다.
바로 지금처럼.
“꺼억!”
“끅, 끄윽!”
조금 전까지만 해도 고성으로 오가던 전장에 울려 퍼지는 건 단말마의 비명뿐이었다.
숨넘어가는 비명과 함께 생명이 다한 육신이 지면에 엎어진다.
놀라운 사실은 그 대부분이 구파일방의 각성자란 점이었다.
그들이 약해서?
그럴 리가!
못해도 1단계 특성을 진화했으며 그중 10%인 50명 정도는 2단계 특성을 진화한 상태였다.
그 정도 전력이라면 검은달을 제외한, 그 어떤 세력과 맞붙어도 승리할 만한 전력.
아니, 더 깊게 파고들면 한 나라를 뒤엎을 수 있을 만한 힘이었다.
하지만 놈들은 고작 100여 명에 불과한 우리에게 쓰러지고 있었다.
왜?
“으랴랴랴랴!”
소림사 각성자들 사이를 마구잡이로 헤집고 다니는 영웅.
보구를 착용하지 않는 대신 엄청난 민첩성의 보너스를 얻는 ‘맨손 격투가’를 통해 거칠게 주변을 휩쓸고 다닌다.
평소에도 재빨랐다.
하지만 지금은 그 수준이 다르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게 용단을 먹었기 때문이다.
화타가 손수 빚은, 오직 그만이 제작할 수 있는(물론 앞으로 빙빙도 제작할 수 있게 될 테지만) 용단의 효능은 대단했다.
종말에서 종종 볼 수 있는 엘릭서와 같은 영구적인 능력치 상승의 효과.
보통의 상태도 훌륭한데 거기에 내 강화를 거쳤으니 말해 뭐 할까.
어쨌든 그 엄청난 효능의 용단을 2개나 섭취했다.
내 운수대통이 작용한 것일까?
녀석은 두 번 다 속력이라는 능력이 대폭 증가했고, 그로 인해 엄청난 속도로 움직일 수 있게 되었다.
팟-
잔상을 남기는, 육안으로는 확인하는 게 쉽지 않은 놀라운 움직임을 선보이며.
퍽!
소림사 땡중을.
퍼퍽!
가격하고, 또 가격했다.
“어, 어디냐!”
그러나 아직도 땡중들은 그 움직임을 파악하지 못해 허둥지둥 댔다.
그 속도를 따라잡지 못하는 이상 승부는 기울었다고밖에 볼 수 없다.
그리고 윌리엄.
카카캉!
그의 주변에서 연신 불똥이 튀어 올랐다.
마찬가지로 2개의 용단을 섭취한 녀석은 근력과 속력, 두 가지 능력의 대폭 상승을 경험하였다.
검이란 무릇 힘과 속력, 그것이 절묘하게 조화를 이루어야 하는 법.
용단 덕분에 그 조화를 쉽게 이루어 낸 놈의 검술은 한층 발전해 있었다.
특히.
솨아아아!
녀석이 피워 낸 매화, 허공에 흩날리는 꽃잎에서.
킁킁.
묘한 향이 났다.
‘벌써 매화에서 향을 뿜어낼 정도라니!’
솔직히 이건 나도 예상하지 못한 일이었다.
기로 피워 낸 매화에서 향기를 뿜어내는 것, 그건 또 다른 경지의 이야기였기 때문이다.
물론 아직은 아주 미세한, 집중하고 코를 킁킁 대야 겨우 맡을 수 있을 정도였지만, 그게 어디인가.
“와!”
“이것이 매화…?”
이 경이로운 광경에 타오의 밑에 있는 매화검수들은 감탄을 금치 못했다.
아직 경지가 미숙하여 매화 한 송이도 제대로 피워 내지 못하는 그들에겐 향까지 구현할 수 있는 윌리엄의 경지가 경이로울 수밖에 없었다.
아니, 그들만이 아니다.
“매화의 향이라니!”
솔직히 장내에서 가장 놀란 건 타오일 것이다.
현재 화산의 수장이자 윌리엄에게 이십사수매화검법을 전수한 게 그였기 때문이다.
분명 얼마 전까지만 해도 이 검법에 관해서는 그의 깨달음이 훨씬 깊었다.
그러나 고작 몇 주 사이, 그 격차는 줄어들다 못해 일전의 차이보다 더욱더 벌어지고 말았다.
“…잘 보아 두세요. 매화에서 향을 구현하는 것. 그것이야말로 우리가 가야 할 길이니.”
그리고 이러한 윌리엄의 검법은 타오를 비롯한 매화검수들에게 많은 영감을 안겨 주고 있었다.
검법이라는 건 몸으로 직접 움직이는 것도 중요하지만, 보는 것도 중요한 법.
그들이 가야 할 길, 어떻게 보면 최종 목표에 가까운 검법이 펼쳐지고 있으니 그걸 보는 것으로도 좋은 공부가 될 수밖에.
엄청난 속력의 영웅, 그리고 뜻밖의 가르침을 베풀고 있는 윌리엄.
하지만 두 사람의 활약은 리우옌에 비하면 조족지혈이었다.
스으으으-
보이지 않는 무형지독의 독무가 깔리면.
털썩, 쿵!
어김없이 시체가 늘어났다.
내공이라는 것을 사용하여 독에 민감하게 반응할 수 있는 이들이었지만, 무형지독 앞에선 모든 게 무용지물이었다.
무색, 무미, 무취의 독은 그들의 수준으로는 감지할 수 없는 것이어서 일방적으로 당할 수밖에 없었다.
물론 이렇게 생각할 수 있다.
독을 뿌리는 근원, 리우옌을 처리하면 된다고.
하지만 그게 쉬운 게 아니다.
「주인님의 명이다, 지켜라!」
리치인 파라켈수스와 죽음의 군단이 리우옌 주변을 보호하고 있었다.
리우옌을 공격하기 위해선 그들을 뚫어야 했는데.
“컥!”
짧게 대치할라치면 그곳에 독무가 퍼져 죽음에 이를 수밖에 없었다.
물론 이미 신체가 죽어 버린 망자에게 독이 통할 리 없었고, 독에 영향을 받는 건 구파일방의 각성자뿐이었다.
독이라는 생물학적 무기가 통하지 않는 망자, 이게 참 절묘한 시너지를 발휘하고 있는 셈이다.
그에 반해 그나마 존재감이 덜한 이들이 있다면 강회장과 예일이었다.
예일의 경우 수호성인이라는 강력한 무력을 발휘할 수 있는 능력이 있었지만, 지금 그것을 발현하진 않았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게 전투의 처녀 상태는 어마어마한 신성력을 소모해야 하는 일.
웬만큼 다급한 상황이 아니라면 펼쳐선 안 될, 양날의 검과 같은 능력이었기 때문이다.
지금과 같은 장기전의 기미가 보인다면 수호성인을 선택하는 게 아니라.
“기도할게요!”
화아악-
지금처럼 후미에서 아군을 지원하는, 서포터의 역할에 충실했다.
그리고 그건 강회장 또한 마찬가지.
『출혈의 저주』
『고통의 저주』
『부패의 저주』
나, 그리고 일행이 생포한 각성자의 특성을 흡수했고, 그중에는 저주 계열의 특성도 포함되어 있었다.
스으윽!
바닥에서 그려진 불길한 검붉은 마법진.
그리고 그 영향권 내에 있는 대상에게 불길한 검은 기운이 들러붙었다.
그것은 출혈, 고통, 부패의 3종 저주.
출혈이 아예 멎지 않는.
상처가 쉽게 부패해 버리는.
그리고 평소보다 훨씬 더 큰 고통을 느끼며 전투에 집중할 수 없도록 만드는 강력한 저주였다.
“빌어먹을, 저주!”
“이걸 어떻게….”
저주에 저항하지 못한 이들은 불길한 기운을 떼어 내기 위해 애썼지만, 어디 그게 마음처럼 쉬울까.
‘강호의 전형적인 단점. 그건 너무 무력에만 치중된 나머지 다양한 특성에 취약하다는 것.’
강호라는 단체는 무를 중시하는 곳이었다.
그것은 검은달 휘하에 들어간 지금도 마찬가지.
일신의 무력만을 신경 쓰는 이들이었기에 다양한 특성에 대응하지 못하는 취약점을 지니고 있었다.
‘본래는 저주나 각종 디버프를 해제할 수 있는 서포터를 대동해야 하지만, 이들은 그렇지 않지.’
저주라는 건 순간적으로 효과가 발휘되는 종류가 아니기에 해제하는 힘에 약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 이들에겐 저주와 같은 디버프를 해제할 이가 존재하지 않는다.
게임으로 치자면 서포터 없이 오직 딜링이 가능한 딜러들만 모인 파티라고 할까?
그렇기에.
『무력화의 저주』
놈들은 강회장의 저주에 의해 속수무책으로 당했고, 그로 인해 전력이 상당히 감소하는 결과를 받아야만 했다.
‘적을 압도할 수 있는 실력자, 그것이 있는 탓도 있지만, 이러한 부분도 배제할 수 없지.’
나를 비롯한 동료들, 그리고 타오와 암존까지.
능히 일백의 적을 감당할 수 있는 실력자들이 활약한 것도 있지만, 디버프에 약한 취약점을 정확히 파고든 결과이기도 하다.
물론 그러한 결과를 내는 데 내 역할도 단단히 한몫했다.
쉬이이익!
사방, 모든 방위를 점한 채 쇄도하는 적의 검.
쉽지 않은 승부가 될 것을 예상한 탓일까.
놈들은 리더로 짐작되는 내게 꽤 정교한 협공을 가하기 시작했다.
‘무당의 구궁검진(九宮劍陳)인가?’
제각각 다른 방향으로 움직이는 듯하나 사실은 하나의 결과를 내기 위한 속임수.
그 움직임에 현혹된다면 남는 건 죽음뿐.
하지만 걱정할 필요 없다.
사방에서 몰아치는 검, 그것을 모두 파괴하면 그만이니까.
“흐읍!”
힘을 주어 검을 휘둘렀다.
그건 그냥 휘두르는 행위였을 뿐이다.
그러나.
카카카캉!
불꽃을 일으키다 못해 놈들이 뻗은 검이 형편없이 부러졌다.
“허업?!”
“이 무슨!”
그건 당연한 결과다.
근력이 대폭 상승하는 용단을 3개나 섭취했으니까.
전신 육체 강화에 근력 향상 용단 3개.
게다가.
『정오의 힘』
하필 시간도 정오였다.
이상한 띠의 검에 새겨진 능력, 정오의 힘을 발현한 지금의 나는 괴력이라 불러도 이상하지 않은 엄청난 힘을 지니게 되었다.
그건 별다른 공격, 정교한 움직임이나 투로를 가져갈 필요가 없는 수준이었다.
걸리는 게 있다면 그것이 무엇이든 파괴하고야 만다.
그렇기에 구궁검진으로 아홉 명의 힘을 하나로 합한다 한들, 내 손속을 당할 수 있을 턱이 만무하다.
압도적인 힘으로 찍어 눌렀다.
그렇게.
서걱!
구궁검진을 형성한 무담의 검수들이 속수무책으로 나자빠졌다.
“….”
어느새 고성과 비명이 줄어들었다.
주변을 한 차례 훑자 보이는 건.
“제, 제길.”
“너무 강해….”
겁을 집어먹은 채 주춤 뒤로 물러나고 있는 적들이었다.
처음에는 당연히 이길 거라 생각했을 것이다.
그럴 만도 한 게 무려 5배에 달하는 인원 차이였으니까.
하지만 그건 그냥 수적 우위에 불과했다.
막상 까 보니 수적 우위는 아무런 쓸모도 없었고, 놈들은 패퇴했다.
5배에 달하는 인원이 있을 때도 압도적으로 밀렸는데, 지금은 어떻겠는가.
두려움, 그것을 느끼는 건 너무도 당연한 일이었다.
그렇게 물러나는 이들을 잠깐 응시하고 있을 때였다.
푸욱!
살점을 꿰뚫는 섬뜩한 소리가 울려 퍼졌다.
“…머저리 같은 것들.”
물러나는 적, 무당의 검수를 가슴을 뚫고 나온 건 사람의 손이었다.
그 손아귀에 쥐어진 심장.
퍼억!
그것이 악력에 의해 터져 버렸다.
털썩.
쓰러지는 검수의 뒤로 모습을 드러낸 건 지금껏 싸움을 관전하고 있던 천마였다.
“확실히 강하군.”
비릿한 미소를 지은 그가 칭찬을 입에 담았다.
“하지만 말이야, 이걸로 승리에 취하면 곤란해.”
알고 있다.
사실 이번 전투는 구파일방의 애송이들을 상대하는 게 아니라 천마, 놈과의 승부라는 걸.
“지금부터가 진짜 시작이거든.”
그렇게 말하는 놈의 주위로.
츠츠츠츠!
검은 기운, 천마기가 뻗어나갔다.
눈 깜짝할 사이 세상을 뒤엎은 그것은 일대를 완전히 변화시켰다.
까악, 깍!
까마귀가 요란히 울어 대는 쓸쓸한 전장.
보이는 건 시체고, 바닥에는 피로 만든 웅덩이로 가득하다.
그야말로 시산혈해라는 말이 어울리는 광경.
놈의 천마기는 일종의 고유 영역을 만들었다.
『천마군림(天魔君臨)』
과거 그를 최정상에 군림하게 만들었던 아주 특별한 능력.
그것은 단순한 환경의 변화만을 뜻하는 게 아니다.
“천마군림!”
천마가 포효하듯 외치자.
“만마앙복(萬魔仰伏)!”
장내를 울리는 엄청난 음성과 함께.
휙휙휙!
수십, 아니 수백의 검은 그림자가 장내에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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