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Infinite Enchanter’s Journal of Regression RAW novel - Chapter 117
117화.
천마와의 일을 마무리 지은 후 보저우로 향했다.
갑작스레 나타난 천마로 인해 일의 우선순위가 바뀐 감이 있는데, 애초의 목적은 놈이 아니라 화타의 악몽을 끝내는 것.
그리고 거기서 받은 신단을 이용하여 빙빙의 어머니인 슈에리를 치료하는 것이었다.
그렇게 보저우의 약재상에 돌아왔고.
“…정말 이걸 먹으면 나을 수 있을까요?”
병상 앞에 선 빙빙이 확인을 위해 되물었다.
“당연하지. 장담하는데 바로 싹 털고 일어날 수 있을걸.”
똑같은 물음을 100번 정도 들은 것 같지만, 싫은 티를 내지 않았다.
자신을 위해 모든 걸 희생한 어머니와 관련된 일이다.
얼마나 불안하고 긴장될까.
같은 질문을 100번, 아니 1,000번을 한다고 해도 이해할 수 있었다.
“그러니까 걱정하지 마. 너라면 알고 있잖아. 이 신단이 얼마나 대단한 효과가 있는지.”
다른 누구도 아니고 신의 특성을 개화한 빙빙이다.
그녀라면 이 신단이 어떤 효과가 있는지 누구보다 자세히 파악하고 있을 터.
“…예.”
잔뜩 긴장한 그녀에게.
“받아.”
적색 주머니, 그 안에 든 신단을 빙빙에게 넘겼다.
덜덜덜.
얼마나 긴장했는지 손이 떨린다.
하지만 용케도 신단을 떨구지 않은 채 그것을 조심스레 받아들였다.
“하, 할게요.”
“….”
나를, 그리고 동료들을 바라본 빙빙이 손에 쥔 신단을 슈에리의 입에 가져다 대었다.
그리고 그 순간.
슈르륵.
입술에 닿은 신단이 완전히 녹아내리며 입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그리고 일어나는 놀라운 변화.
조금 전까지 방 안에 가득 차 있던 냉기가 완전히 자취를 감추었다.
오히려 봄이 찾아온 듯 따뜻한 온기가 냉기를 대신하였다.
“아-”
그와 함께 빙빙의 입에서 터져 나온 탄성.
차갑기만 한 슈에리의 육신에 온기가 돌고 있었기 때문이다.
희다 못해 투명하다 싶을 정도의 피부에 혈색이 돌고.
쿵쾅쿵쾅.
그간 제 역할을 하지 못했던 심장이 열심히 뛰기 시작했다.
‘육체가 살아났다!’
그러한 현상이 나타내는 건 하나였다.
딸을 위해 자신의 모든 생명을 바친 육체가, 빈 껍데기와 같은 그것에 활력이 돌기 시작한 것.
죽어 있었던 육체가 다시금 부활하고 있었다.
“됐어요! 어머니의 육체가….”
기뻐하는 빙빙.
웬만하면 그 기쁨을 즐기게 두고 싶지만, 그럴 수 없다.
“쉿!”
나는 그녀가 경거망동하지 않도록 손으로 제지했다.
왜?
‘육체는 부활했지만, 아직 끝이 아니다.’
신단의 역할은 죽은 육체에 생기를 불어넣는 것.
물론 빙빙은 그것으로 슈에리가 살아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지만.
‘오랜 시간 육체에서 혼백이 떠난 상태는 많은 문제를 불러일으키지.’
육체의 생명력 이전.
그렇기에 혼백은 육신을 떠나지 못한 채 그 주위를 맴돌았다.
조금 전까지 방 안에 가득하던 냉기가 그 증거다.
혼백이란 건 음기로 가득한 에너지의 일종.
하지만 슈에리, 그녀 하나만의 혼백으로 방 안을 냉골처럼 만들 순 없다.
방 안, 비어있는 육신을 차지하기 위해 수많은 혼백이 들러붙은 상태다.
「아아아-」
「하아아-」
그리고 온기를 되찾은 육신을 차지하기 위해 그 혼백들이 모여들기 시작했다.
“이, 이건?!”
뒤늦게 그러한 상황을 인지한 빙빙이 비명과 같은 탄식을 토해냈다.
“괜찮아.”
하지만 걱정할 필요 없다.
이곳에는 이 분야(?)의 전문가가 자리하고 있으니까.
“물러서라.”
정도환, 그가 조용히 읊조렸다.
물론.
「아아아아-」
살아 있는 것에 대한 원망과 한으로 가득 찬 혼백이 그 말을 듣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스으으으으-
정도환이 일으킨 죽음의 기운은.
「히이익!」
이성이 없는 혼백을 통제할 수 있을 정도였다.
촤라락!
육체를 강탈하려는 혼백의 시도를 차단한 그가 네크로노미콘을 펼쳤다.
1장 강령술개론이 펼쳐졌다.
「슈에리.」
그리고 슈에리의 이름을 부른다.
죽음의 인도자, 그리고 미지의 힘이 깃든 네크로노미콘의 기운이 함께했다.
「아아-」
감히 그 명령을 거부하지 못한 희뿌연 형상이 나타났다.
「슈에리.」
재차 그 이름을 부르자.
「…네.」
혼백은 한이 담긴 비명이 아니라 음성이라는 것을 내기 시작했다.
「네 육신에 들어가라.」
그 명령은 절대적인 것.
슈우욱!
수많은 혼백을 물리친 슈에리의 혼백이 마침내 육신에 들어갔다.
그리고 잠시 후.
벌떡!
돌연 몸을 일으키는 육신.
“어, 엄마?”
약간의 의구심을 담은 빙빙의 눈이 슈에리를 쫓는다.
“….”
고개를 돌린 슈에리의 시선이, 그 까만 눈동자가 빙빙을 담는다.
그리고.
주르륵.
눈물이 볼을 타고 흘러내린다.
그것은 슬픔이 아닌, 기쁨의 감정을 드러내는 것.
“…빙빙.”
“엄마!”
그리운 목소리, 자신의 엄마가 살아난 것을 확신한 빙빙이 와락 그 품에 안겼다.
“빙빙, 내 사랑스러운 딸.”
엄마의 마음으로 흐느끼는 빙빙의 등을 토닥이는 슈에리.
꽤 오랜 시간 이별해 있던 모자는 마침내 상봉하여 감격의 기쁨을 누리고 있었다.
*
“뭐라 감사의 인사를 드려야 할지….”
의식을 회복한 슈에리는 거듭 감사의 인사를 전하며 고개를 숙였다.
“….”
하지만 나는 그녀의 감사에 아무런 말도 하지 못했다.
생각할 게 많았기 때문이다.
‘이건 예상하지 못했는데.’
그녀의 부활과 함께 한 가지 사실을 깨달을 수 있었다.
‘신의 특성이 두 명?’
세상에 단 한 하나, 회귀 전에는 슈에리만이 지니고 있던 특성 신의.
그 특성을 두 명이 소유하게 되었다.
바로 눈앞에 있는 슈에리와 빙빙이 그 주인공들이었다.
선천이식을 통해 슈에리의 모든 것을 계승한 빙빙.
하지만 신단을 통해 선천진기의 부작용을 극복하면서 본래는 죽었어야 할 슈에리가 살아났다.
이것이 존재하지 말아야 할 두 명의 신의라는 결과를 낳았다.
‘하긴, 선천이식을 행한 자는 반드시 죽을 수밖에 없으니까. 어쩌면 이건 예외의 상황인 건가?’
본래는 죽었어야 할 이.
하지만 신단의 효과, 그리고 정도환의 인도로 그녀는 죽음의 강에서 돌아왔다.
이것은 미지라는 존재도 예상하지 못한 ‘미약한’ 변화일 것이다.
“감사 인사라면 됐습니다.”
“…하지만….”
분위기만 봐서는 내가 감사를 사양하는 것 같은데, 전혀?
나는 받을 때는 확실히 받는 사람이다.
“감사 인사가 됐다는 겁니다. 확실히 제가 깊은 은혜를 베풀었는데 입으로만 때우려는 건 아니겠죠?”
“어이쿠!”
“악독한 녀석.”
영웅과 윌리엄.
감동에 찬물을 끼얹은 내게 불만이 있는 듯 보이지만, 뭐 어쩌라고.
“마땅히 드릴게….”
가난한 약재상,
마땅히 줄 게 없는 건 당연한 일.
하지만 그건 슈에리의 생각일 뿐이다.
“왜 없습니까. 여기 보물들이 가득한데.”
상점 안에 널린 각종 약재들.
물론 그건 시중에 흔히 볼 수 있는 것에 불과하다.
그러나.
번쩍!
나의 강화를 거친다면 이야기가 다르다.
“앞으로 잘 부탁드립니다.”
그리고 이 강화된 약초를 통해 제작할 영단.
그것은 종말을 대비하기 위한 우리에게 아주 큰 힘이 되어줄 게 분명했다.
*
“와! 이거 효과가 보통이 아닌데?”
조금 전까지 다 죽어가던, 거친 대련으로 녹초가 된 영웅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과장 조금 보태서 전혀 몸을 움직이지 않은, 아주 개운한 모습이었다.
그럴 수밖에.
『+99(★★★) 활력단
분류 : 소비용품(약품)
내구도 : 無
고유 효과 : 보통의 기력 회복
강화 효과(9/99) : 보통의 기력 회복
……
강화 효과(99/99) : 대량의 기력 회복
풀강 효과(Max) : 일시적으로 기력의 완전 회복
초월 효과(★) : 30분 동안 기력 재생력 대폭 증가
초월 효과(★★) : 5분 동안 기력이 소모되지 않음
초월 효과(★★★) : 일정량 이상의 기력 저장
설명 : 기력 회복에 도움이 되는 온갖 약초를 배합하여 만든 활력단.』
활력단이라는 영단을 먹었기 때문이다.
슈에리와 빙빙이 빚은 이 영단은 내가 강화한 공진단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효과를 냈다.
지금 펄쩍 뛰고 있는 영웅이 그 증거였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녹초가 된 채 나뒹굴고 있던 녀석은 완성된 활력단 한 알을 먹자마자 날아다닌다.
‘앞으로의 전투에 엄청난 도움이 되겠어.’
과연 신의.
물론 배합되는 약초를 전부 삼성 강화한 내 공도 있으나 그들의 솜씨를 부정할 순 없다.
약초를 배합하여 효과를 내는 건 그들의 역량이었으니까.
완성된 건 그것만이 아니다.
기력을 회복하는 활력단을 비롯해 근력을 상승시키는 괴력단, 순간적으로 민첩함을 상승시키는 쾌속단 등 다양하고 많은 영단이 만들어지고 있었다.
‘스테로이드나 모르핀은 부작용이 심해서 위급한 상황이 아니면 사용할 수 없었단 말이지. 하지만 이게 있다면….’
이와 비슷한 효과를 내는 다양한 영단이 완성되고 있는 만큼 앞으로의 전투는 부작용이라는 극악한 환경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이다.
슈에리와 빙빙의 합류로 인해 조금 더 수월해질 전투를 생각하며.
틱!
리모컨으로 TV를 틀었다.
「속보입니다.」
「…최근 각성자 무리가 약탈을 일삼으며….」
「중범죄 증가율이….」
요즘 TV에선 뉴스 이외에 다른 프로가 나오지 않는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게 각성의 의식을 시작해 각 전조로 인해 사건 사고밖에 발생하지 않기 때문이다.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사람들은 궁금해했고, 그로 인해 어느 채널을 돌려도 이와 관련된, 심각한 보도 내용뿐이었다.
‘쯧. 그래도 한동안은 즐길 줄 알았더니.’
그건 내가 바란 게 아니다.
종말이 1년 남았을 줄 알고 그래도 어느 정도는 즐길 수 있을 줄 알았건만.
급변해 버리는 바람에 내 계획이 전부 어긋나고 말았다.
덕분에 이렇게 고생만 하고 있고 말이다.
“후우-”
가볍게 한숨을 내쉬며 다시금 채널을 돌렸다.
「…최근 정부는 각성자들의 무력 단체 ‘길드’를 승인함에 따라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습니다.」
여전한 뉴스.
‘길드라.’
하지만 그건 약간의 생각할 거리를 던져주고 있었다.
‘전조로 인해 급변한 만큼 길드의 등장 시기도 앞당겨졌나 보네.’
길드.
각성자들의 모임.
현재 각국을 다스리고 있는 정부의 입장에서 보자면 무력 집단도 이런 위험한 무력 집단이 없다.
‘하지만 승인하지 않을 수 없지.’
만약 길드라는 단체를, 그 모임을 정식으로 승인하지 않는다면 그 뒷감당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나마 이 무력 집단을 정식으로 인정해 정부의 통제를 받는 상황을 꿈꾸었을 테지만.
‘그렇게 간단한 게 아니거든.’
정부의 승인을 요청하며 협조하는 건 양반이다.
힘이 곧 법이라는 것을 외치며 무정부를 꿈꾸는 반동분자들을 시작으로 온갖 또라이, 그리고 그들을 품은 길드가 나타난다.
그 모든 것을 통제하는 건 사실상 불가능.
그렇게 정부는 서서히 힘을 잃고, 길드에 의해 좌지우지되는 상황까지 치닫는다.
‘물론 종말이 오면 완전히 와해 되지만.’
그나마 대한민국이 가장 오래 정부를 유지했던 나라가 아닌가 싶다.
‘그러고 보니 누구였더라?’
오랫동안 정권을 유지하며 각성자들, 그리고 길드와 팽팽한 줄다리기를 했던 대통령이….
끼익.
막 그 이름을 떠올릴 무렵, 체육관의 문이 열렸다.
“….”
등장한 건 건장한 체격에 검은 정장을 입은, 그리고 선글라스로 눈을 가린 사내.
“신윤찬 님.”
그의 눈이 정확히 내게 향한다.
적인가?
아니.
적당한 긴장은 느껴지나 적의는 없다.
“누구…?”
나의 물음에.
“중앙정보부에서 나왔습니다.”
대통령 직속 기관인 중앙정보부를 들먹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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