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Infinite Enchanter’s Journal of Regression RAW novel - Chapter 13
013화.
『+99(★) 새벽부터 나무에 빨대 꽂아 얻은 고로쇠 물분류 : 소비용품(물약)
내구도 : 無
고유 효과 : 모든 관절 관련 질병에 탁월한 효과
강화 효과(9/99) : 골다공증 예방 효과 소량 증가
강화 효과(15/99) : 일주일 동안 관절이 ‘양호’ 상태로 변경강화 효과(20/99) : 신장과 간 기능이 일시적으로 상승……
강화 효과(99/99) : 류마티스 관절염 예방 효과 보통 증가 풀강 효과(Max) : 모든 관절 관련 질병에 대한 강력한 저항 능력 부여(해당 상태면 효과 없음) 초월 효과 : 관절 관련 희귀병 하나 제거(무작위) 설명 : 부지런한 중년인 석호산 씨는 오늘도 산에 올라 고로쇠에 호스를 꼽는다. 부디 이 물로 많은 사람이 효능을 느끼고 떼돈을 벌었으면 하는 작은 소망을 가진 채.
그리고 이러한 소망은 강화사 신윤찬에 의해 이루어졌다.
강화와 초월을 거듭하여 진화를 거듭한 고로쇠 물은 각종 관절 질병에 한 해 탁월한 효능을 지닌, 그야말로 관절통치약으로 변모했다』
페트병에 들어 있던 물의 정체는 다름 아닌 초월 강화로 진화한 고로쇠 물이었다.
‘이럴 줄 알았거든.’
강회장을 통해 구원교에 몸을 의탁한 환자 중 가장 간절한 이, 성예일의 부모를 집중적으로 살폈다.
물론 성녀에게 잘 보이기 위한 것도 있지만, 위급한 아들의 상태에 분명 무언가 사달을 일으킬 것으로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예상은 빗나가지 않았다.
아, 물론 품속에 다른 환자들을 치유할 수 있는 소비용품이 있긴 하다.
“기적이야.”
“기적을 일으켰어.”
신도들 사이에서 동요가 인다.
왜 안 그럴까.
지금껏 그들에게 신통한 힘을 지닌 이는 교주뿐이었다.
오직 그만이 기적을 일으킬 수 있으며 오직 그만이 죄 많은 중생을 구제할 수 있을 거라 믿고 있었을 테지.
그런데 지금, 전혀 예상치 못한 청년이 기적을 일으켰다.
그것도 교주가 지금껏 치료하지 못한, 금방이라도 죽을 듯했던 희귀병을 치유하는 기적을 말이다.
“머, 뭐 하고 있어. 얼른 놈을 잡아!”
당황한 나머지 콘셉트를 잊은 교주가 소리친다.
“예, 예!”
하지만 기적 한 번으로 광신이 쉽게 벗겨질 턱이 없다.
교주에게 충성하는 건장한 사내 여럿이 나를 제압하기 위해 달려온다.
하지만.
화아악!
더욱더 강렬하게 변한 후광으로 인해 놈들의 움직임이 멈췄다.
「기적을 마주하고서도 아직도 정신을 차리지 못하다니. 실로 어리석구나.」
목소리가 에코처럼 아련하게 울려 퍼진다.
『+9(★) 노래방용 마이크
분류 : 잡템
내구도 : 13/15
고유 효과 : 음성을 키운다
풀강 효과(Max) : 마치 콘서트장에 온 듯한, 사방에서 울리는 음성 부여 초월 효과 : 음성에 신비함을 더한다 설명 : 마이크의 존재 이유는 무엇일까? 그건 음성의 크기다.
하지만 초월과 강화를 더한 이 마이크는 그것에 더해 듣는 이로 하여금 신비함을 느끼게 하는 묘한 능력이 추가되었다』
상의 아래, 마이크를 부착시켜 놓았다.
물론 방금 마이크 버튼을 켰기에 이제야 신비로운 음성이 흘러나오는 중이다.
「한 걸음, 그 한 걸음을 뗀다면 너희에게 신벌(神罰)이 내리리라!」
삐이이-
귀에 이명이 일 정도의 강렬한 음성.
“….”
신비한 분위기, 그리고 질책하는 말에 머뭇거린다.
하긴.
동굴에서 울리는 듯한 말투에 이렇게 후광까지 반짝이고 있는데 누군들 함부로 할 수 있을까.
『+9(★) 크리스마스 트리 전구
분류 : 잡템
내구도 : 15/20
고유 효과 : 전구색 환한 불빛을 발한다
풀강 효과(Max) : 장애물을 뚫는 강렬한 불빛
초월 효과 : 성스러운 분위기를 더한다
설명 : 크리스마스 트리 전구를 만드는 공장 직원 전성훈 씨. 아들의 학비를 위해 오늘도 열심히 일하는 그는 잠깐 졸고 말았다. 그렇게 하나의 불량품이 나온 크리스마스 전구.
하지만 걱정할 필요 없다.
초월 강화를 거듭한 이 전구는 하나의 불량쯤은 아무도 모르는 강렬한 불빛, 크리스마스의 성스러운 분위기를 더욱더 빛내 줄 전구가 되었으니까』
준비한 건 마이크만이 아니다.
옷 안, 맨몸에 람보처럼 전구를 휘감고 있다.
그것이 후광의 정체다.
보통의 전구였다면 티가 났을 테지만, 초월 강화를 거듭한 잡템에 싸구려 티가 날 리가 있나.
이게 있으면 과거 교주가 행했던 것과 같은 후광과 비슷한 효과를 낼 수 있다.
“너희들 뭐 하고 있는 거야! 당장 저놈을….”
「닥쳐라!」
분위기는 내게 넘어왔다.
일단 입을 나불대는 교주를 닥치게 한 뒤.
「기적이 필요한 자 또 누가 있습니까?」
“….”
잠깐 교주의 눈치를 보며 망설인다.
그러나 당장 눈앞에 희귀 관절병을 치유한 이가 있다.
“저, 저요!”
“기적을 원합니다!”
“부디 우리 딸을….”
“제 손주를….”
교주가 갑자기 세력을 확장할 수 있었던 건 기적을 원하는 이들의 존재 때문이다.
간절한 사람은 쉽게 현혹되기 마련.
특히 사이비는 이러한 간절함에 파고들어 사람을 현혹하는 집단이 아닌가.
기적을 바라는, 지금껏 믿음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번호표를 뽑고 서 있었던 이들이 달려왔다.
“제발, 저에게도 기적을!”
“제 목숨은 거둬 가도 상관없습니다.”
“뭐든 드리겠습니다. 제발, 제발….”
기적을 바라는 이들의 대부분은 그 대상이 자신이 아니다.
자식, 혹은 부모, 그리고 조부모를 위한 것.
「여러분 명심하십시오.」
주머니 속에 넣어 둔 리모컨으로 전구의 밝기를 더했다.
그러자 인간의 형상은 사라지고 그냥 빛으로 만든 실루엣만 남았다.
“오오오-”
“구, 구세주시여!”
하지만 그런 분위기가 더욱더 신비함을 더한 건지 사람들의 눈에는 경외가 깃들었다.
몇몇은 구세주라며 아주 눈물을 흘리고 난리다.
‘한 번 현혹된 이들이니만큼 그만큼 더 파고들기 쉽지.’
교주가 세뇌를 시켜 놓은 덕분이다.
구세주는 실존한다고 믿고 있고, 심지어 기적까지 일으켰으니 믿음은 더욱더 굳건해진다.
다만 그 대상이 교주가 아니라 나라는 게 달라졌지만.
「기적은 대가를 바라지 않습니다.」
희귀병으로 서서히 시력을 잃어 가고 있는 중년인에게는 초월 강화된 루테인을.
심각한 욕창으로 등이 썩어 버린 이에게는 초월 강화된 베리어 크림을.
현대 의학으로는 고칠 수 없는 그들에게 초월 강화된 영양제, 의약품 등을 먹여 완치라는 기적을 일으켰다.
“아아!”
“기, 기적이야!”
“정말로 구세주가 나타나셨어!”
한 명도 아니고 수 명이다.
그것도 갑자기 나타난, 짜고 치는 환자도 아니고 오랜 시간 동안 신도들도 알고 지냈던 이들.
그것이 기적임을 확신하고 있었다.
「정말 간절히 바란다면, 그리고 이를 위해 선의를 베푼다면 기적이 여러분들을 찾아올 겁니다.」
물론 거짓말이다.
어디 세상이 그렇게 호락호락한가.
다만 다시는 사이비에 현혹되지 않도록, 제2의 교주에게 넘어가지 않도록 세뇌하는 중이다.
「그러니 더는 이 어리석은 사기극에 속지 마십시오.」
모든 문제의 원흉, 교주를 가리켰다.
「그는 구세주가 아닙니다. 간절한 여러분들을 이용하려는, 사악한 세 치 혀를 가진 사기꾼이죠.」
“무슨 말도 안 되는….”
당황하는 교주.
하지만 놈의 부정은 지금 아무런 영향력을 발휘할 수 없다.
“구세주님의 말이 맞아. 내가 얼마나 오랫동안 기적을 바라왔는데.”
“그렇게 헌금을 했는데 돌아온 거라곤 아무것도 없었어.”
“내가 얼마나 교에 헌신했는데!”
세뇌가 한 꺼풀 벗겨진 후에야 진실을 본다.
그래, 이 정도면 됐다.
사이비의 씨앗을 끊었다.
적어도 이곳에서 구원교나 제2의 교주가 나타날 일은 없을 거다.
“이, 이익!”
혀도 긴 만큼 눈치도 빠르다.
상황이 여의찮다는 걸 깨달은 놈이 꽁지가 빠져라 도망간다.
이 새끼야, 내가 널 잡으러 왔는데 놓치겠냐?
「스스로를 돌보십시오.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도우니. 그리하면 지금과 같은 기적이 여러분들을 찾아갈 겁니다.」
그것이 종말을 맞이하기 전, 내가 그들에게 전할 수 있는 마지막 충고다.
그리고 리모컨 밝기를 최대한으로 높였다.
화아아악!
“으윽!”
강당 안을 환히 밝히는 빛에 의해 모든 이들이 눈을 감거나 손으로 눈을 가렸다.
기회는 지금!
스으으으-
미리 준비해 둔, 초월 강화를 이룬 힐리스를 통해 빠르게 강당을 빠져나갔다.
“아!”
눈을 떴을 때, 구세주는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스, 승천하셨어!”
“구세주께서 기적을 일으키시고 승천하신 게야!”
“오오오오-”
아무리 빛으로 인해 앞을 볼 수 없었다고 하지만 인라인을 타고 나가는 소란을 감지하지 못했을 턱이 없다.
하지만 광신에 빠진 그들은 승천으로 사라졌다고 믿고 있었다.
‘다들 미쳤어, 정말.’
그곳에서 유일하게 정상인이라고 한다면 성예일.
윤찬을 이곳, 구원교로 이끈 그녀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엄마, 아빠!”
윤찬의 도움으로 정신을 차린 이들을 바라본다.
그리고.
“구환아!”
관절병으로 곧 죽을 것만 같았던 자신의 동생을 향해 환한 미소를 지으며 그들에게 달려갔다.
*
“X발, X발!”
입으로는 연신 상스러운 욕설을.
손은 분주하게 움직여 돈다발과 액세서리를 트레이닝 백에 욱여넣는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수많은 신도를 거느렸던 교주 박장일.
하지만 지금 그는 뜻하지 않았던 기적에 밀려나 모든 권력과 지위를 잃어버렸다.
하지만 괜찮다.
‘돈만 있으면 언제든지 일으킬 수 있어.’
영리한 너구리는 굴의 입구를 수십 개 파놓 는다고 한다.
교주 또한 언제든 도망갈 수 있도록 자신만 아는 은밀한 곳에 자금을 숨겨 뒀었다.
수년 동안 신도들을 갈취하여 얻은 금액은 상당했고, 이 돈만 있다면 구원교를 재건하는 건 문제도 아니었다.
“그나저나 그 새끼, 대체 뭐지?”
현대 의학으로도 고칠 수 없었던 병을 한 번에 낫게 하다니.
정말 기적인가?
‘썅! 그럴 리 있냐.’
정말 구세주가, 신이라는 게 존재한다면 나 같은 녀석이 이렇게 멀쩡히 살고 있을 턱이 없지.
결국, 그 모든 건 허상이다.
아니, 실제로 신이라는 게 존재한다면 그건 무능하거나 아주 개새끼일 게 틀림없다.
“대충 다 챙겼나?”
묵직한 트레이닝 백을 들어 보며 만족한 웃음을 짓는다.
그간의 노력과 공이 아깝긴 하지만, 이 돈만 있다면 제2의 구원교를 만드는 것도 불가능하지만은 않다.
“우리 교주님께서 채신머리없이 어딜 그렇게 급하게 가실까.”
대문, 그곳에 길을 막고 서 있는 이가 있다.
“넌…!”
조금 전 기적을 일으켰던 그 녀석이다.
“…대체 너 뭐야?”
“….”
하지만 답은 없다.
저벅-
다만 한 걸음, 위협적인 걸음을 내디딘다.
“자, 잠깐만!”
교주는 바보가 아니다.
기적을 일으킨, 더욱이 이곳에 모습을 드러냈다는 건 자신을 노리고 있음을 뜻하는 것.
“이걸 줄 테니….”
묵직한 트레이닝 백을 집어 던졌다.
쿵!
얼마나 무거운지 한 차례 굉음이 울려 퍼진다.
“…제발 목숨만은 살려다오.”
망설이지 않고 무릎을 꿇었다.
“앞으로 네 눈에 띄지 않을 테니, 제발….”
살아남기 위해 가진 것, 그리고 자존심마저 버렸다.
돈도 필요 없다.
살아만 남는다면….
“야.”
등골이 오싹해지는, 마치 한기가 이는 듯한 음성.
“….”
두려움에 젖은 채 고개를 든다.
“아무리 발악해도 소용없어. 넌 죽을 거니까.”
그는 현대를 살아가는 고등학생 신윤찬이 아니다.
회귀 전, 자신의 목적을 위해 망설이지 않고 수천, 수만 명의 목숨을 베어 버린 살인귀, 영웅. 그 사이의 무언가.
“그러니까 죽어.”
“너, 빨간 줄….”
서걱!
하지만 그 말은 이어지지 못했다.
날카롭게 번뜩이는 일본도.
강회장이 아끼던 수집품 중 하나인 일본도가 초월 강화가 된 상태로 살점을 갈랐다.
스윽, 툭.
비스듬하게 떨어진 목이 지면을 구르고.
푸화악!
갈라진 살점에서 피가 분수처럼 뿜어져 나왔다.
“후환은 남기지 않아.”
죽여야 할 놈을 반드시 죽인다.
서늘한 눈으로 교주의 시체를 쏘아본 윤찬.
촤악!
칼에 묻은 피를 한 차례 털어 내며 걸음을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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