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Infinite Enchanter’s Journal of Regression RAW novel - Chapter 148
148화.
『종말, 그리고 10년 후』
트럼프 성.
폭정을 행하는 하트 여왕이 머무르는 곳.
본래는 정적으로 휩싸여 있어야 할 그곳이 오늘따라 무척 시끄럽다.
캉, 카앙!
병장기가 맞부딪치는 소리.
“잡아!”
「여왕님께 보내선 안 된다!」
장내에 가득 울려 퍼지는 고성.
“끄윽-”
“꺽!”
그리고 죽음을 눈앞에 둔 단말마의 신음까지.
정적의 성이라고도 불리는 트럼프 성이 이토록 시끄러운 이유는 전쟁 때문이었다.
모자 장수의 요청에 따라 하트 여왕의 폭정을 끝내려는 병력, 백의가 카드 기사단과 치열한 싸움을 펼치고 있었던 것이다.
「여, 여왕 폐하….」
「이제야, 안식을….」
하지만 승기는 백의에게 있었다.
현재 인류를 대표하는 오강이라는 이유도 있을 테지만.
깡, 까앙!
대규모 전투를 지휘하는 무한의 대강화사, 신윤찬의 존재 때문이었다.
까앙!
새롭게 얻은 헤파이스토스의 모루, 그것을 활용하여 아군의 보구 및 장비를 강화한다.
비록 그것은 일시적인 효과에 불과하지만, 아주 약간의 전력 차이도 승기에 영향을 주는 치열한 전쟁에서 그 효용성은 말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게다가.
“승리가 우리와 함께 하리라. 영광을!”
엑스칼리버를 휘두르며 병력을 진두지휘하고 있는 윌리엄의 존재도 무척 클 수밖에 없었다.
그야말로 압도적인 광경.
그건 분명 승리였을 것이다.
그러나 운명이란 건 언제나 예상을 벗어나는 행위를 좋아하기 마련.
“벌레 같은 놈들.”
본래는 인류와 한편이 되었어야 할 이.
그러나 지금은 하트 여왕의 요청에 따라 인류를 배반한 존재.
“사존!”
사존 정도환.
모습을 드러낸 그는.
드드드득-
불길한 징조와 함께 전쟁으로 죽은 이들을 다시금 깨웠다.
“가라. 모든 살아 있는 자들을 죽여라!”
두두두두-
되살아난 죽음의 군단은 정도환의 명령에 따라 백의를 향해 돌진했다.
콰아앙!
두 병력이 부딪치며 천지가 개벽하는 듯한 굉음이 동반되었다.
“사존이라니. 이건 예상치 못했는데….”
백의의 두뇌를 맡고 있는 현자 율리우스.
그는 예상치 못한 상황에 잠깐 넋이 빠지고 말았다.
평소 어떠한 상황에도 침착하기만 한 그의 동요는.
“아악!”
“으아악!”
주변에 영향을 주어 사기가 저하되는 상황을 만들었다.
“율리우스!”
그리고 윌리엄은 그러한 과정을 똑똑히 지켜보고 있었다.
“아!”
그제야 자신의 실책을 깨달은 율리우스.
“미안, 윌리엄.”
빠르게 잘못을 인정하며 이성을 되찾았다.
“상황은 어떻지?”
후방, 율리우스에게 접근하는 윌리엄.
본래는 선두에서 병력을 지휘해야 할 그였지만, 상황 파악이 우선이었다.
“좋지 않아. 사존이라면 십존 중에서도 대규모 전쟁에서는 가장 뛰어난 능력을 지닌 존재. 그가 하트 여왕과 손을 잡았다면….”
여전히 그답지 않다.
확실히 말을 끝맺지 않은 그 말에.
“승산은?”
윌리엄이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
“20% 이하.”
“….”
그나마 낙관적으로 봐서 20% 이하인 거지, 오히려 냉정하게 바라보면.
‘10%, 아니 5%.’
승리할 확률이라는 게 존재하지 않을 정도로 불리했다.
그 증거로.
“미, 밀리지 마.”
“막아. 무슨 일이 있어도 막아야…끄악!”
조금 전까지만 해도 카드 기사단을 압도하던 백의의 병력이, 저지선이 무너지고 있었다.
「주인님의 명령을….」
「살아 있는 모든 것을 처리….」
죽음의 군단.
그건 모두 망자로 이루어진 병력이었다.
일반적으로 망자라 생각하면 온몸이 부패한, 썩어 들어가는 시체로 생각하겠지만, 그렇지 않다.
죽음의 인도자란 특성은 단순히 좀비와 같은 나약한 존재를 깨우는 게 아니다.
머리가 없는 강력한 망자 기사인 듀라한.
죽음과 함께 더욱더 강력한 적의로 무장한 병력인 죽음의 기사.
각종 속성 마법을 구사하는 리치 등.
망자의 생전의 능력에 따라 다양한 병력이 완성되는 것이다.
급조된 게 아니라 마치 정규군과 같이 전열을 가다듬은 죽음의 군단은 거침없이 백의를 몰아치고 있었다.
‘제길! 하필 사존이라니.’
표정은 무덤덤했으나 사실 율르우스는 지금 죽을 맛이었다.
하고 많은(?) 십존 중에서 하필이면 사존일 게 뭔가.
‘죽음이 만연한 전쟁터에서 놈의 능력은 단연 최고라 할 만하다.’
현자의 탑, 진리의 서고에서 단련한 그의 두뇌가 맹렬한 속도로 돌아가기 시작했다.
“뭘 꾸물거리고 있어. 너희는 이쪽에 지원을….”
빠르게 전황을 파악한 그가 병력을 지휘했다.
비록 다급한, 그리고 위기의 상황이었지만.
“알겠습니다!”
“나를 따라와!”
백의는 율리우스의 명령에 따라 움직이며 전황을 다시금 바꾸기 위한 행동을 개시했다.
“그리고 윌리엄.”
“말해.”
“너는 그들을 이끌어 줘야겠어.”
“…그러지.”
본래는 더 알맞은 상황에 대비하기 위해 아껴 두었던 비밀 병기.
하지만 아끼다간 똥이 된다는 말이 있는 것처럼 지금 상황에서 아끼고 자시고 할 여유는 없었다.
척척척.
마침내 모습을 드러내는 병력.
그들은 순백의 풀 플레이트 아머를 걸친 기사들이었다.
비록 수는 50밖에 되지 않았지만.
화아아-
갑옷 사이로 뿜어져 나오는 환한 기세는 그들이 결코 보통의 존재가 아니라는 것을 증명하고 있었다.
『성기사』
신실한 믿음을 지닌 이들 중 일부는 신앙, 혹은 믿음이라는 특성을 부여받는다.
하지만 이 특성이라는 게 사실상 별반 대단하지 않다.
그냥 종교적인 믿음, 신실한 행위 그것으로 끝이었기 때문이다.
이 험한 세상에 종교적 믿음이 무슨 힘을 낼 수 있을까?
‘낼 수 있지.’
하지만 율리우스는 그들의 가능성을 내다보고 있었다.
정확히는 지난 과거에 있었던, 사실에 근거한 이유였다.
‘신앙, 믿음, 신실, 종교적 믿음을 가진 이들은 후에 성기사가 될 가능성을 지니고 있다.’
그 특성이 진화를 거듭하다 보면 성기사라는 꽃이자 열매로 개화하게 되는 것.
그것을 알고 있었던 율리우스는 남들은 쓸모없다고 내팽개친 이들을 모아 그 가능성에 투자했다.
그리고 마침내 오늘, 그 결실을 맺게 되었다.
“가자.”
“예!”
윌리엄의 지휘하에 전장에 투입된 성기사들.
“빛이여!”
“부정한 것들을 모두 물리치리라!”
믿음의 말과 함께 펼쳐지는 놀라운 광경.
화르륵!
하얀 불길, 성화(聖火)를 검과 철퇴 등에 부여한 채 죽음의 군단을 철저하게 파괴한다.
‘역시!’
예상은 맞았다.
아니, 이건 예상을 훨씬 더 웃도는 것.
모든 부정한 것에 대한 강력한 힘을 발휘하는 빛의 힘으로 인해 그 강력하던 망자들은 손도 쓰지 못한 채 속수무책으로 당했다.
‘이 정도라면….’
승산은 확실히 올라간다.
물론 50에 불과한 병력이기에 확실히 전황을 뒤집었다고 볼 순 없지만.
‘우리에게는 윤찬이 있지.’
율리우스의 시선이 후방, 윤찬에게 향했다.
열심히 모루를 두드리던 그는 잠깐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그럴 수밖에.
이 많은 인원의 보구를 모두 강화하는 작업이 쉬울까?
‘엄청난 정신력이 필요할 테지.’
그것만으로도 이미 그는 자신의 역할을 다했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윤찬. 너는 더욱더 거대한 가능성을 지니고 있지.’
율리우스는 알고 있었다.
무한의 강화사가 지닌 운명을.
그들이 짊어져야 할 무게를 말이다.
그렇기에 그가 여기서 포기하지 않을 것임을 알고 있었다.
그리고.
까앙!
다시금 모루를 두드리는 망치질이 시작되었다.
그 순간.
“오오오!”
“힘이, 힘이 솟는다!”
사람들, 정확히 백의에 소속된 이들이 환호성을 지르기 시작했다.
‘…이건?’
그 변화를 느낀 건 율리우스도 마찬가지.
‘육체의 능력이 향상됐다?’
놀랍게도 몸에 걸친 보구만이 아니라 육체의 능력마저 향상됐다.
조그만 전력의 차이에도 뒤집어질 수 있는 전황이.
‘바람이 분다.’
전황을 뒤바꿀 만한 바람이.
‘승기가 돌아왔다!’
그리고 그것을 증명하듯.
“와아아아아-”
조금 전까지만 해도 형편없이 밀리던 병력이 죽음의 군단을 밀어내기 시작했다.
죽음의 군단, 그리고 카드 기사단이 어떻게든 그 기세를 꺾어 보기 위해 노력했지만, 그건 쉽지 않은 일이었다.
“가자!”
“적을 몰아내자!”
급물살과 같이 기세를 탄 병력이 쇄도했기 때문이다.
단지 기세만이 아니다.
“물러서지 마라. 나를 따라라!”
가장 선두에 선 윌리엄.
화아악!
그의 손에서 일어나는 빛과.
화르륵!
성기사들이 뿜어대는 성화는 모두의 마음속에 희망과 용기의 불씨를 틔웠다.
털썩.
쓰러진다.
본래 사라졌어야 할 저주받은 존재, 망자들이.
죽음의 인도자가, 사존이 무서운 이유는 망자와 부딪친 살아 있는 자들이 죽어 다시금 망자로 부활한다는 점이었다.
죽음이 있으면 그곳은 어디든 사존의 무대가 될 수밖에 없었다.
분명 조금 전까지만 해도 그러했다.
하지만 지금은 어떤가?
“….”
기세를 탄 병력은 죽음을 도외시한 채 덤벼들었고, 그 압도적인 기세로 인해 사상자가 줄어들었다.
「나의 왕이여. 해결책이 있는가?」
하트 여왕.
사존을 왕으로 받아들인 그녀는 다급한 얼굴로 정도환을 바라보았다.
비록 인간을 증오하고, 그들을 나약한 벌레 따위로 생각하는 그녀였지만, 그 대상이 사존이라면 이야기가 다를 수밖에 없었다.
능히 1인 군단이라 불릴 정도의 강력한 전력의 그라면 그녀의 배필로 손색이 없기 때문이다.
“…방법이라면 있다.”
「오!」
과연 나의 왕.
감탄한 하트 여왕이 재촉한다.
「그럼, 그 방법을 어서!」
“….”
하지만 그녀의 재촉에도 정도환은 별다른 행동을 취하지 않았다.
그건 뭐랄까.
마치 아까운 과자 봉지를 뜯기 싫어하는 듯한, 좀처럼 꺼내기 싫은 무언가를 행할 때의 미적거림이었다.
“…별수 없지.”
본래는 사용할 계획이 없었던 것.
하지만 전황이 이렇게 불리하다면 방법이 없다.
여기서 그가 죽게 되면 그의 염원 또한 사라지게 될 테니까.
지이이잉-
바닥에 그려지는 소환진.
불길한 녹색의 기운과 함께 그곳에 등장한 건.
「할·아·버·지.」
마치 기계처럼 또박또박 끊어서 말하는 건 소녀였다.
마치 옷을 기운 것처럼 몸 곳곳에 기운 흔적이 남아 있는, 흡사 프랑켄슈타인과 같은 시체 인형.
“서영아.”
그건 바로 정도환의 유일한 혈육인 윤서영이었다.
그가 인류를 증오하게 된 계기.
그리고 지금 하트 여왕과 손을 잡게 된 그 모든 것의 원인이라고도 할 수 있는 존재.
“부탁하마. 이 할아비를 위해 싸워주지 않겠니?”
평소의 사존이라곤 생각할 수 없는 나긋나긋한 음성.
「응.」
마찬가지다.
기계처럼 답한 윤서영이 발을 뗐고.
콰앙!
그 엄청난 디딤발의 충격으로 인해 성 지면에 거대한 크레이터가 생겨날 정도였다.
그리고.
콰앙!
서영과 윌리엄이 충돌한 그 순간.
“크으읍!”
엄청난 힘으로 인해 형편없이 나동그라지는 윌리엄.
“이런!”
그는 놀랄 수밖에 없었다.
승리의 왕, 그 효과로 인해 엄청난 육체의 상승을 이뤘음에도 이토록 형편없이 밀리다니.
「할·아·버·지·도·와.」
마치 복싱 선수처럼 자세를 잡는 서영.
콰콰콰콰콰-
그녀에게서 뿜어지는 가공할 만한 기세는.
“….”
장내를 평소와 같은 정적에 휩싸이게 할 정도의 엄청난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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