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Infinite Enchanter’s Journal of Regression RAW novel - Chapter 159
159화.
목을 관통하는 일격에 법현, 놈은 죽었다.
죽었다?
그런 표현은 조금 어울리지 않는 것 같다.
정정한다.
놈의 인격이, 자아가 죽었다는 게 맞을 것이다.
미지의 사도가 되었지만, 용케 놈은 자신의 의지와 자아를 유지하고 있었다.
애초에 워낙 강한 존재였던 탓에 미지에 완전히 먹히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것은 아마 일반적인 추종자들과는 달리 오랜 시간이 흘러도 유지되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것도 나의 훼방(?)으로 인해 끝나고 말았다.
법현의 자아는 목이 꿰뚫린 채 안식에 들었고, 그 자리를 대신하는 건.
「크하하하하하!」
장내에 쩌렁쩌렁 울리는 광소.
그건 분명 오락가락하던 승려의 것이 아니었다.
「드디어, 드디어 이 땡중을 몰아냈구나!」
아마 법현은 끊임없이 싸우고 있었을 것이다.
미지의 힘을 받아들이면서 동시에 얻게 된 새로운 존재, 사도의 인격과 말이다.
본래는 사도로 새롭게 태어나는 게 자연스러운 현상이었지만, 워낙 법력이 높은 고승이었던 법현은 예외일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지금, 나로 인해 법현의 자아가 사라지면서 그 육신을 사도가 차지했다.
단순히 인격이 바뀐 게 문제가 아니다.
부우욱-
육체가 변화한다.
조금 전 법현을 보호했던 나무의 질감처럼 피부가 딱딱하게 변화했다.
드드득.
살갗을 뚫고 튀어나오는 건 잔가지.
사도화한 법현의 육신은 하나의 거대한 나무와 같은 형상을 취했다.
‘고대의 피가 담긴 잔을 가진 자, 아마도 놈의 본체가 나무와 닮았나 보군.’
사도의 형태는 그 주인을 닮는 법.
고대의 피가 담긴 잔을 가진 자, 아마도 그 미지는 저런 나무와 같은 형태의 존재일 확률이 높다.
「네게는 고맙다는 말을 전해야 할 것 같구나.」
나로 인해 마침내 육신을 지배하게 된 녀석이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감사의 인사라면 됐어. 나는 말뿐인 녀석은 싫어하거든.”
「크하하! 걱정하지 마라. 네게 줄 선물이 있으니.」
물론 그 선물이 무엇인지 알고 있다.
「죽음이라는 영원한 안식을!」
그렇게 중얼거린 녀석의 가지 중 하나가.
쉬익!
일직선을 그리며 다가오는 것.
그것의 정체를 확인할 여유는 없었다.
핏!
전광석화를 발휘하여 옆으로 움직였지만, 볼에 느껴지는 화한 고통.
주륵-
날카로운 무언가에 베여 피가 새어 나왔다.
‘…가지?’
볼을 스치고 지나간 건 가지였다.
놈의 육신 곳곳을 차지하고 있는 가지 중 하나가 송곳처럼 뺨을 스치고 지나간 것이다.
‘그것도 고작 하나.’
육신을 장식한 수백 개의 가지 중 고작 하나의 공격이었지만, 그것이 유효타가 되었다.
만약 하나가 아니라 두 개 이상이었다면.
주륵.
새어 나온 핏물이 식은땀과 같이 육신에 긴장감을 부여하기 시작했다.
「호오?」
사도의 시선이 내게 꽂힌다.
「그걸 피하다니. 한낱 인간 주제에 대단한데?」
칭찬인 듯 모욕적인 말.
물론 듣는 사람에겐 모욕에 불과하지만, 아마 그건 녀석이 내뱉을 수 있는 최고의 칭찬일 것이다.
「아! 그렇지. 네가 땡중을 죽였다는 걸 깜빡하고 있었네.」
뒤늦게 생각난 듯 딱딱하게 굳은 머리를 긁적인다.
「미안. 고통 없이 죽여 주려고 했는데, 뺨에 상처를 냈네. 그러니까….」
가지가, 무려 10개에 달하는 가지가 꿈틀대기 시작했다.
「…이제 편히 가려무나.」
쉬이이익-
정말 끝장을 보려는 놈의 의지가 담긴, 10개에 달하는 가지가 움직였다.
지금의 나조차도 육안으로 확인할 수 없는, 엄청난 속도를 품은 찌르기.
그것은 필중의 영역이었다.
움직인 순간 상대를 꿰뚫을 수밖에 없는 절대의 영역에 있는 것.
전광석화를 발휘한다 한들 가지에 의지가 깃든 순간 늦은 뒤.
그러나.
파앗!
그 죽음의 운명을 피하기 위한 전광석화를 펼쳤다.
쉬이이이-
공간을 뛰어넘는 그 절정의 움직임은.
파파파팟!
반드시 죽음을 부르는 죽음의 가지로부터 내 육신을 보호했다.
단지 회피한 것만이 아니다.
“하압!”
공격을 피한 건 물론, 놈을 내 공격권 안에 넣었다.
불과 1m.
나무처럼 변한 놈의 육신이 내 눈앞에 보인다.
그리고.
스윽!
검기를 불어 넣은 검을 횡으로 휘둘렀다.
별다른 검식은 없으나 오랜 세월 연마한 베기는 그 어떤 검식보다 위협적인 위력을 내포하고 있었다.
카앙!
「어딜!」
그러나 전력이 담긴, 검기를 품은 검은 놈의 육신을 베지 못했다.
‘단단해.’
만 번 찌르기로 미지의 힘에 보호를 받는 법현의 육신을 꿰뚫었다.
그렇기에 당연히 이번에도 공격이 통할 것으로 생각했지만, 오판이었다.
미지의 힘을 완전히 받아들인 놈의 육신은 조금 전 법현의 그것과는 비교할 수 없는 단단함을 자랑하고 있었다.
「발악이냐? 그렇다면 얼마든지.」
씨익.
놈이 웃었다.
그건 자신감에서 흘러나오는 여유.
나라는 존재를 앞에 두고도 여유를 부릴 정도로 놈과 나의 차이는 극심했다.
그리고 나도 그것을 인정하는 바고.
쉭, 쉬이익-
10개 보다 더 많은, 수십 개의 가지가 나를 꿰뚫기 위해 전진한다.
전광석화로 피하기엔 조금 늦었다.
그렇다면.
카캉, 카카카카캉!
이상한 띠의 검과 충돌한 가지로 인해 요란한 소리와 함께 불똥이 튀었다.
전후좌우, 어디든 할 것 없이 검을 휘둘러 가지를 튕겨 냈다.
그러나 가지 하나에 깃든 힘이 보통이 아니라.
욱씬.
손아귀가 저려 온다.
한 번, 두 번, 가지를 튕겨 낼 때마다 손아귀가 찢어질 듯한 통증이 밀려왔다.
그러나 인내한다.
여기서 고통의 신음, 그 숨을 한 번 잘못 내쉬었다간 그대로 공격을 허용하고 말 것이기 때문에.
“흐으읍!”
최대한 숨을 참은 채 주변에서 뻗어 오는 가지에 온 신경을 집중했다.
카카카카카캉!
그렇게 쇄도하는 가지를 모두 튕겨 낸 후.
팟!
지면을 박차며 뒤로 물러났다.
“후우, 후우-”
참았던 숨을 내쉬며 호흡을 진정시킨다.
아마 보통의 각성자였다면 죽음과 같이 뻗어 오는 가지에 심맥에 터져 죽고 말았을 테지만, 나야 이러한 죽음의 현장이 워낙 익숙해서 말이지.
호흡을 가다듬는 것으로 심신을 안정시킬 수 있었다.
짝짝!
돌연 손뼉을 치는 사도.
「이야, 정말 대단한데.」
그건 도발이 아니라 진심에서 우러나오는 칭찬이었다.
「이 정도의 공격을 막아 내는 인간이 있다고? 너, 정말 보통 녀석이 아니구나.」
비록 세상 경험이 없는 사도지만, 법현의 의식을 장악했기에 수준에 대해 파악하고 있었다.
인간이 어느 정도인지.
그리고 자신의 가지를 막아 내는 내 실력이 어느 정도에 달했는지를 말이다.
「너도 사도의 좋은 그릇이 될 것 같지만, 아쉽게도 그건 안 될 것 같네.」
정작 나는 뭐라 말한 적도 없는데 아쉬움의 한숨을 토하며.
「감은사, 이곳에 대한 침입은 무조건적인 척살이라서 말이야.」
하긴.
감은사에 숨겨진 그것을 생각하면 미지들이 이곳에 접근한 이들에 대해 어떤 명령을 내렸을지 빤하다.
「아쉽지만, 여기서 끝을 내야지.」
나를 제거하는 것.
녀석은 그 목적을 위해 결정을 내렸다.
슥, 스으윽-
주변, 놈의 육신을 장식한 수백, 수천 개의 가지가 꿈틀대기 시작했다.
“….”
그건 지금의 나도 소름돋는 광경일 수밖에 없었다.
생각해 보라.
고작 수십 개의 가지를 쳐내는 데 손발이 떨릴 정도였다.
그런데 그게 수백 개를 넘어 수천 개라니.
과연 이 공격을 감당해 낼 수 있는 존재가 있긴 할까?
‘없다. 적어도 같은 사도, 아니면 미지가 아닌 이상에야.’
그건 지금 시점에서의 한계를 아득히 넘어선 것.
하지만 불평할 수 없다.
‘이번 시련은 특별하니까.’
감은사.
그곳에 마련된 시련은 법칙에서 예외의 판정을 받을 정도로 미지에게는 아주 중요한 거점이었다.
혹여나 사도를 쓰러뜨려 그것을 누군가 가져가게 된다면 종말을 계획하는 놈들에게 크나큰 타격이 있을 터.
그렇기에 이곳 한정으로 일반적인 시련의 법칙을 벗어난, 강대한 보초를 세웠다.
그것을 알면서도 이곳에 온 건 전부 나의 책임이기도 하다.
「잘 가라.」
사도, 놈의 신호와 함께.
쉬이이이이-
주변을 장식한 가지가 선이 되어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건 재앙.
아무리 발악해도 벗어날 수 없는 필사(必死)의 움직임.
여기서 내 죽음은 이미 정해진 운명.
‘그럴 리가!’
그러나 나는 운명을 거부할 수단이라는 게 존재한다.
『천하무적』
정해져 있던 운명은 천하무적의 기벽, 그것으로 인해 비켜 갈 수밖에 없다.
캉, 카카캉!
수천 개에 달하는 가지.
반드시 죽음을 불러오는 죽음의 가지도 무적의 보호막을 뚫지 못했다.
‘미지가 아닌 이상 이 기벽을 뚫을 수 있는 건 없다.’
법칙에서 예외인 미지가 직접 등장하지 않는 이상 1분, 적어도 이 시간만큼은 나의 시간일 수밖에 없다.
「이런…?!」
무적의 보호막을 예측하지 못한 사도가 한차례 신음을 내뱉는다.
놀라는 감정.
그것은 사도에게 익숙하지 않은 것.
그리고 그 놀라는 순간, 그 찰나의 순간은 내게 더없는 기회였다.
『전광석화』
전력을 다한 전광석화를 펼쳤다.
스으으-
하나의 선이 되어 공간을 뛰어넘었다.
어쩌면 이건 유일한 기회일지 모른다.
감정이 격해지는 그 찰나의 허점, 그것을 노린 유일한 공격의 기회.
웅웅웅!
이상한 띠의 검, 그곳에 모여드는 강력한 검기.
물론 그건 조금 전과는 비교할 수 있는 게 아니다.
전력?
물론 전력이 맞다.
하지만 젖먹던 힘을 다한다고 해도 지금과 같은 영역의 힘을 발휘하는 건 무리.
『일격필살(一擊必殺)』
전광석화와 마찬가지로 새로이 얻은 기벽을 발휘했기 때문이다.
예상 이상으로 강력한 사도, 놈을 쓰러뜨릴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었다.
그도 그럴 게.
『일격필살 : 1~1,000%에 달하는 무작위 공격을 가한다.』
지금 내가 지닌 전력, 그 이상을 발휘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었기 때문이다.
물론 그 방법이라는 게 지극히 도박수긴 하다.
운이 좋으면 1,000%에 달하는 막강한 공격을 가할 수 있겠지만, 운이 나쁘면 1%의 힘이 전달될 수 있기 때문.
아니, 솔직히 말하면 일격필살이라는 말이 어울리지 않는다.
1~1,000이다.
물론 높은 배수가 나올 확률도 있지만, 낮은 배수가 나오게 된다면?
그 뒷감당은 절망적일 수밖에 없다.
보통은 이런 위험한 상황에서 이런 도박 수를 둘 생각조차 하지 않겠지만, 적어도 나는 예외였다.
『운수대통』
『일격필살』
이 두 개의 기벽이 하나가 되어 또 하나의 기벽을 완성하게 되니.
『운빨필승』
운이 좋으면 무조건 승리한다.
본래는 존재하지 않는 새로운 기벽의 등장과 함께.
위력이 증폭된 검이 사도의 육신을 정확히 가격했다.
그와 함께.
콰콰콰콰콰콰콰쾅!
천지가 뒤흔들리는 듯한 굉음과 함께 엄청난 폭발이 일어났다.
“…뭐?!”
“세상에!”
“마, 맙소사!”
승려들과의 전투 중에도 뒤를 돌아보는 일행.
그리고 그들은 펼쳐진 광경에 경악을 금치 못했다.
마치 거대한 재앙이 휩쓸고 지나간 듯 움푹 파인 공간.
달의 표면과 같은 거대한 크레이터가 생성된 그곳은 그야말로 파괴의 현장이라 할 만한 것이었다.
“휘유-”
나조차도 그 위력에 할 말을 잃을 수밖에 없었다.
전력의 1,000%.
그 위력이라는 건 종말이 시작도 되지 않은 상황에서의 각성자가 낼 만한 수준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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