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Infinite Enchanter’s Journal of Regression RAW novel - Chapter 163
163화.
그건 귀청이 떨어질 듯한, 그런 종류의 소리가 아니었다.
누군가 뇌에 직접 대고 들려 주는 듯한, 심상을 뒤흔드는 잔혹의 소리.
아마 일반적인 각성자는 그 소리를 듣는 것만으로 이성을 잃어버렸을 것이다.
그러나 나는.
“어딜!”
도리어 소리를 지르며 그 소리의 영향에서 벗어났다.
나 또한 발악해야 할 정도로 그것은 아주 강력한 능력의 일종.
‘피어(Fear)!’
일부 강력한 힘을 지닌 존재만이 발휘할 수 있는 절대적 능력.
그것을 발현할 수 있는 건 소수의 존재들뿐이다.
예를 들면.
콰콰콰콰콰!
지금 눈앞에 모습을 드러내고 있는 용과 같은 최상위의 존재 말이다.
츠으으으으-
머리 위를 장식한 건 검은 비늘을 지닌 흑룡이었다.
「키아아아악-」
본래 용이라 함은 삼라만상을 지배하는 전설적인 종, 그리고 현명함을 상징하는 존재다.
그러나 지금 눈앞에 있는 흑룡은 현명함과는 거리가 멀다.
오직 검게 물든 두 눈은 현명함과 총기보다는.
‘파괴와 잔혹함을 담고 있지.’
그건 용리하 부를 수 없는 존재였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게.
‘미지에 의해 타락해 버렸으니까.’
본래 눈앞에 있는 용은 흑룡이 아니라 황룡이었다.
깨달음을 얻은 문무왕은 승천의 의식을 통해 마침내 용이 될 수 있었다.
그 힘을 온전히 한반도를, 자신이 세운 신라를 미지로부터 지키기 위하여 사용하려 했으나 미지는 그리 쉬운 상대가 아니었다.
개입을 통해 황룡으로 변한 문무왕을 제압, 힘의 원천인 여의주를 빼앗아 그를 타락시키는 데 성공한 것이다.
타락한 용은 마룡이라 하여 오직 생명의 파괴만을 일삼는 괴물이 되고 만다.
뭐, 굉장한 존재긴 하지만 그렇게 걱정할 이유는 없다.
애초에 용이라는 건 마주치기 힘든 전설의 종이었으니까.
게다가 타락한 마룡이라니.
그런 존재와 마주칠 확률이 얼마나 될까.
‘그런데 눈앞에 있네?’
웃기게도 만에 하나도 되지 않을 확률을 뚫고 그런 마룡이 눈앞에 나타났다.
갑자기 나타난 게 아니라 내가 직접 불러냈다는 게 함정이지만.
「캬아아아아-」
다시금 터져 나오는 피어.
사실 동료들을 물러나게 것도 이 피어라는 능력 때문이었다.
20년 간 종말을 경험한 회귀자의 정신력이 아니라면 버티지 못할 테니까.
‘그래. 당시의 나처럼.’
문득 떠오르는 게 있다.
회귀 전, 그러니까 최후의 전투 때.
베헤모스와의 전투에서 나는 전용 보구의 부재로 인해 전투에 참가하지 못했었다.
당시의 나와 피어를 견뎌 낼 수 없는 동료들, 그 부분이 겹치듯 떠오른다.
비록 베헤모스를 처치하는 데 성공했지만, 궤멸에 가까운 타격을 받은 일행.
‘그때와 똑같은 결말은 없다.’
어쩐지 운명이 자꾸 그때와 같은 결말을 요구하는 것 같지만, 어림 없지.
나는 반드시 마룡을 쓰러뜨리고, 본래 계획한 일을 성사시킬 것이다.
물론 내가 죽는 그런 엔딩도 일어나지 않을 테고.
“거참, 시끄러워 죽겠네.”
영혼을 침식하는 놈의 피어를 털어 낸 후.
“소용없다니까. 그까짓 피어. 이래뵈도 너보다 훨씬 상위의 종인 베헤모스의 피어를 이겨 낸 몸이니까.”
비록 전투에서 배제되었다고 해도 무려 베헤모스라는 최상위 괴물의 피어를 이겨 낸 몸이다.
고작해야 용가리(?) 따위의 피어에 굴복할 몸이 아니라는 말이다.
「캬악!」
놈도 그러한 사실을 깨달은 것일까.
날카로운 괴성을 그만둔 채 나를 노려본다.
그 의지는 명확하다.
파괴.
생명의 말살.
본래는 현명했을 황룡은 생명을 죽인다는 미혹에 지배되어 내게 뜨거운 시선을 보내고 있었다.
싸움은 피할 수 없다.
여의주를 되찾아 봉인이 풀린 마룡의 미혹을 풀기 위해선.
‘반드시 쓰러뜨려야 하니까.’
1:1 전투의 패배.
오직 그것만이 현재 문무왕을 감싼 미혹을 벗길 유일한 방법이었다.
하지만 현재의 나로선 불가능하다.
피어는 정신력으로 이긴다고 쳐도 저 빌어먹을 단단한 비늘과 용의 권능을 버텨 낼 재간이 없으니까.
“페널티가 심하지만, 어쩔 수 없지.”
그렇기에 그간 꺼내지 않았던 비장의 무기를 꺼내들었다.
내가 준비한 비장의 무기라는 건.
화아악-
육신에서 뿜어져 나오는 환한 빛.
그것은 오직 나만이, 무한의 강화사만이 사용할 수 있는 강화의 힘인 ‘특성 강화’였다.
무한의 강화사는 모든 것을 강화할 수 있는 아주 특별한 특성이다.
모든 것을 강화한다.
당연히 그 대상에는 특성도 포함된다.
특성을 강화할 수 있는 힘.
사기적인 그 능력을 지금껏 발휘하지 않은 건.
‘이후 감당해야 할 페널티 때문에.’
이 세상은 등가교환의 법칙이라는 절대적인 기준으로 돌아간다.
그건 만능, 또는 초능력이라 생각하는 특성 또한 마찬가지.
모든 법칙이 그렇듯 특성 또한 등가교환의 법칙을 준수해야 한다.
아무런 대가 없이 강화한다?
그건 말도 안 되는 일.
특히 임시로 특성을 강화하는 경우에는 특별한 대가를 치러야만 한다.
‘특성을 강화하게 되면 이후 특성의 단계가 하락하게 된다.’
물론 그것 또한 랜덤 요소가 있다.
만약 3단계의 특성을 강화했다고 가정해 보자.
이후 하락하게 되는 단계는 무작위.
운이 나쁘면.
‘1단계 특성으로도 되돌아갈 수 있다는 것.’
고생하며 올린 특성이 처음으로 되돌아가는 불행한 사태가 발생할 수도 있다.
그렇기에 목숨을 잃는 육체의 강화, 그리고 특성의 단계가 낮아지는 특성 강화는 금단의 강화로 알려져 있는 것이다.
금단이 무엇인가.
결코 해서는 안 될 것이다.
하지만 육체를 강화했듯 나는 이 방법을 실행할 수밖에 없다.
이후에 감당해야 할 페널티, 그 모든 것을 생각해도.
‘지금 이 순간을 넘겨야만 한다.’
마룡이 된 황룡을, 문무왕을 이 땅에 다시 강림하게 하지 못한다면 모든 게 소용없다.
그렇기에 그 모든 페널티를 감수한다.
설령 특성이 사라지는 한이 있더라도.
우우웅!
특성 강화를 통해 몸속에서 용솟음치는 기운을 느낄 수 있었다.
그런데 그게 심상치 않다.
이 정도의 기운이라면.
‘7단계!’
어느새 내 특성은 7단계가 되어 있었다.
종말, 그 최후의 순간까지도 9단계에 머물렀던 것을 생각해 보면 7단계라는 단계는 어마어마한 것이다.
그 대단한 신인도 이루지 못했을 지고한 경지.
사실 그건 나도 예상하지 못한 것이었다.
‘기껏해야 4~5단계 정도를 예상했더니.’
페널티로 단계가 하락하는 게 무작위인 것처럼 상승하는 단계도 무작위였다.
1~2단계 정도를 생각했건만, 갑자기 4단계가 껑충 뛰어 7단계가 되고 말았다.
비록 임시에 불과하나 이 정도의 특성 강화라면.
‘충분히 해 볼만하다.’
물론 이러한 강화의 상승에 운수대통이라는 기벽이 한몫했을 것이다.
강화사에게 있어서 그 어떤 기벽보다 강력한 힘을 발휘하는 운수대통.
그렇기에 나는 황룡에게, 이성을 잃은 마룡에게 도전할 수 있는 것이다.
『강화』
손에 쥔 상급의 보구, 칠성용연을 강화했다.
그 강화라는 건 하계 강화.
그것만이 아니다.
지금 내가 강화할 수 있는 모든 보구를 강화하였다.
심지어 일반적으로는 강화가 불가능하다고 알려진 헌원과 성배마저.
본래는 현자의 돌, 그리고 기타 전용 보구 강화 도구를 통해 강화할 수 있지만, 7단계가 되면 이야기가 다르다.
『전용 강화』
7단계부터 생기는 전용 강화라는 능력 때문이다.
물론 현자의 돌과 같이 영구 강화가 아니다.
임시적으로 능력을 상승하는 강화를 시도한다.
물론 어떤 능력이 상승하는지, 혹은 어떤 추가 효과가 붙는지는 모든 게 무작위.
운이 나쁘면 파괴될 수도 있는, 혹은 전혀 전투에 도움이 되지 않는 효과가 붙을 수도 있는 것.
하지만 내가 누군가.
운수대통으로 운빨 하나는 기가막히게 타고난 녀석이다.
게다가 여기에 성배의 고유 능력이 더해지면.
『고유 효과 : 모든 강화에 추가 성공 확률 30(+20)% 증가
모든 강화의 대성공 확률 대폭 증가
임시 강화에 ‘좋은’ 추가 효과가 붙을 확률 대폭 증가』
안 그래도 운수대통으로 운빨을 타고났는데, 여기에 기본 성공 확률, 심지어 온갖 대성공, 좋은 추가 옵션이 붙을 확률이 더해진다면 안 좋은 추가 효과가 나올 수 없다.
그건 지금 강화한 헌원으로 증명이 된다.
『추가 효과 : 용족에게 추가 공격력 500% 증가
추가 효과 : 상대가 본인보다 강할 경우 모든 능력치 200% 상승』
모두 행운이 아니면 설명되지 않을 정도의 강력한 효과가 붙게 되었다.
그것도 지금 당장 필요한, 용족이라는 강력한 적을 상대할 때 필요한 중요 효과만이 말이다.
이것만이 아니다.
칠성용연과 헤파이스토스의 모루까지.
현재 상황에 반드시 필요한 추가 효과가 붙으면서 싸움을 한층 더 유리하게 이끌 수 있게 되었다.
번쩍, 번쩍!
비록 임시에 불과하나 7단계 특성 강화를 통한 무작위 강화로 인해 온몸이 번쩍이는, 그야말로 강화 인간이 되었다.
“자, 어디 한번….”
모든 준비를 마친 후 본격적인 전투에 돌입할 때였다.
웅웅!
심상치 않은 기운이 마룡에게 모여들기 시작했다.
“…어어?”
본래 전투라는 건 처음에는 잔잔하게, 그리고 점점 고조되는 방식이 대부분이다.
그런데 이 인정머리 없는 마룡 녀석은 처음부터 비장의 수를 빼내어 드는 것 같다.
싸늘한 감각은 정확히 적중했다.
「캬악!」
시작되는 마룡의 공격.
이성을 잃은 마룡은 공격의 첫 시작으로.
콰콰콰콰콰콰-
숨결을 뿜었다.
“이 새끼-”
부채꼴, 입에서 뿜어져 나오는 기운은 절대적인 파괴의 기운을 내포하고 있었다.
그것은 용족의 고유 능력인 숨결.
일명 브레스라고 알려진 절대적인 능력이었다.
드래곤이 그 마력의 근원인 하트에서 뿜는 것과는 달리 용의 숨결은 여의주, 엄청난 힘이 담긴 그 구슬에서 뿜는 것.
삼라만상을 마음대로 다룰 수 있는 여의주에서 뿜어져 나온 기운이라는 건 감히 인간 따위가 감당할 수 있는 게 아니었다.
‘조금 전의 나였다면 택도 없었을 테지.’
불과 조금 전의 나, 고작 3단계의 특성을 지닌 나였다면 그 숨결을 보고 포기했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다르다.
꽈악.
칠성용연, 강화에 강화를 더해 엄청난 예기를 품게 된 그것을 꽉 쥐어 본다.
손에 닿는 서늘한 감각이 맑은 정신을 유지하게 해 준다.
그리고 숨결을 맞이하는 내가 선택한 건.
『전광석화』
피하는 것이 아닌, 정면으로 맞서는 것.
바다를 가르며 다가오는 마룡의 숨결을 정면으로 맞이한다.
그리고.
『일격필살』
일격필살, 일격에 모든 걸 쏟는 기벽을.
하지만 그게 끝이 아니다.
『운칠기삼(韻七技三)』
해변의 괴물들을 처치하면서 얻은 고대의 파편, 그것으로 완성한 새로운 기벽인 운칠기삼.
모든 일에 있어서 운이 7이고, 기술이 3이라는 뜻의 이 기벽은 내 행운을 더욱더 극대화한다.
콰콰콰콰콰콰콰!
그야말로 세상을 파괴할 듯한 기운의 숨결은 어느새 코앞까지 다가왔다.
그 절대적 기운 앞에 떨려야 정상이지만.
‘…뭐, 이 정도야.’
어쩐지 긴장이 되지 않는다.
그것은 지금 내가 지닌 전력에 대한 확신에서부터 오는 여유.
힘에 대한 믿음은 때론 기적을 발생시킨다.
바로 지금처럼.
스윽.
수직으로 그어진 칠성용연.
그와 함께 일어나는 현상.
파아아앗-
조금 전 여의주로 인해 바다가 갈라졌듯, 마룡이 발현한 숨결이 반으로 갈라졌다.
단순히 숨결을 가른 것만이 아니다.
「캬아아아아악-」
고통에 몸부림치는 마룡.
놀랍게도 놈의 입은 내가 뿜어낸 검기로 인해 예리하게 갈라져 있었다.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