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Infinite Enchanter’s Journal of Regression RAW novel - Chapter 175
175화.
변신.
상대의 외형뿐만 아니라 특성까지도 복사하는 아주 강력한 능력.
강회장은 환존의 특성을 흡수하여 그 힘을 발휘할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그가 알고 있는 가장 강력한 존재인 윤찬으로 변신하여 자신 강화의 능력을 사용했다.
수많은 이의 특성을 흡수하며 이미 6단계 특성 강화에 이른 상태였던 그의 능력은 훌쩍 성장할 수 있었고, 그로 인한 힘은 초월자의 기세를 벗겨낼 정도였다.
「….」
장내를 지배한 건 정적이었다.
아주 잠깐, 그 정적이 유지되었지만.
짝.
어떤 소리와 함께 정적이 물러났다.
짝짝짝.
그건 손뼉을 치는 행위.
소리의 근원지는 알현실의 끝, 흘리츠키얄프라는 왕좌에 앉은 오딘이었다.
「훌륭하다!」
조금 전 무게를 잡던 오딘의 모습은 사라졌다.
그 엄숙함을 대신한 건 경지에 이른 용사를 기꺼워하는 이였다.
「시험에 든 것을 원망하지 말라. 나는 자격이 없는 자를 증오할 뿐이니.」
오딘은 전사를 비호하는 신이기도 하다.
하지만 그 전사라는 영역에 겁쟁이, 그리고 실력이 형편없는 이는 들어가지 않는다.
라그나로크를 막기 위한 진정한 전사, 그를 본 오딘은 기쁨을 감추지 않았다.
「보아라! 이들 용사가 우리의 시험을 통과했으니, 어찌 기쁨의 잔을 들지 않겠는가.」
딱.
가볍게 손가락을 튕겼을 뿐이다.
스스스스-
찰나의 순간 주위 사물이 변화했고, 어느새 장소가 바뀌었다.
엄숙함으로 정적에 휩싸인 공간은.
와하하하!
시끌벅적한 연회장으로 바뀌어 있었다.
상다리가 휘어지게 차려진 각종 음식과 음료.
「들어라, 용사들이여!」
갑자기 화기애애한 분위기가 적응되지 않지만, 오딘의 호의를 무시할 순 없는 노릇.
근처에 있는 잔을 들었다.
그 안에 든 건 달콤한, 그리고 약간의 알콜 향기를 풍기는 술이었다.
「들어라.」
잔을 높게 든 오딘이 소리친다.
「미미르가 말했던 예언의 그때가 왔도다. 신들의 황혼, 라그나로크가.」
사실 오딘과 신들은 다가올 종말에 대해 알고 있었다.
지식의 샘에 거주하고 있는 미미르, 머리만 남은 예언의 신이 후에 일어날 일을 모두 말해주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오딘은 그날을 대비하기 위하여 발할라를 건설했다.
죽음에 이른 용사들을 자신의 궁전에 초대하여 종말을 대비하기 위함이었다.
그리고 마침내 그때를 맞이하였다.
준비하지 않았다면 모를까, 만전이라 할 만한 준비를 갖췄다.
두려움은 없다.
라그나로크, 신들의 황혼에 맞설 전쟁의 전야를 즐길 뿐이다.
“…먹어도 되는 걸까요?”
가까이 다가간 영웅의 의혹을 전했다.
“혹시 독이라도….”
“쉿!”
하지만 강회장은 그의 말을 막았다.
“입조심. 우리는 초대 받은 손님의 입장이라는 것을 명심하도록.”
“…예.”
낮말은 새가 듣고 밤말은 쥐가 듣는다.
특히 초월의 영역에 이른 신들이라 함은 아무리 속삭여도 그 말을 들을 가능성이 있다.
자리가 자리인 만큼 속마음은 속으로만 생각해야 한다.
영웅에게 경고한 강회장은.
꿀꺽-
망설이지 않고 손에 든 잔의 술을 삼켰다.
식도를 타고 넘어가는 술이.
화끈.
순식간에 온몸에 열기를 전달한다.
뭔가 잘못되었나?
순간 의혹이 들었지만.
“…이런!”
다음 순간 깨달을 수 있었던 것.
‘실로 영약과 같구나!’
그것은 조금 전 먹은 술이 슈에리나 빙빙이 만든 것과 같은 대단한 효험을 지니고 있다는 것이었다.
아니, 솔직히 말하면 영단과는 비교할 수 없다.
온몸에 활기가 도는 것이 마치 젊은 시절로 돌아간 듯한 기분이 들었다.
그건 비단, 술만이 아니었다.
식탁에 놓인 과일을 비롯한 각종 음식.
그것을 삼키자 조금 전과 같은 활력이 생기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단지 활력이 생긴 게 아니다.’
냉철한 강회장은 깨달았다.
온몸에 도는 활력의 정체는 단지 기운이 아님을 말이다.
육신이 강화되었다.
마치 윤찬에게 육체의 강화를 받았을 때처럼.
어디 그뿐인가.
특성 또한 강화되어 이전보다 더욱더 강력한 힘을 발휘할 수 있게 되었다.
‘보통의 음식이 아니구나!’
그제야 지금 먹고 있는 게 보통의 음식이 아니라는 것을 깨닫는다.
그리고 이러한 강회장의 예상처럼 그들이 먹는 것, 그건 넥타르, 그리고 암브로시아라 불리는 신의 음식이었다.
전승되기로는 인간에게 불사의 효과를 가져다 준다지만, 그건 거짓이다.
육체, 그리고 특성의 능력을 일순간 강화하는 것.
그것이 넥타르와 암브로시아의 효과였다.
물론 영구적이지 않다.
오딘과 신들이 만찬에 이러한 음식을 내온 까닭은 곧 있을 라그나로크에 대비하기 위해서였다.
적어도 이곳에 머무르는 동안 그들은 계속해서 신의 음식을 섭취할 것이기에 평소보다 더욱더 강력한 힘을 발휘할 수 있을 것이다.
“오오!”
“이런 음식이!”
뒤늦게 그 사실을 깨달은 일행은 맛과 영양, 그 모든 것을 골고루 갖춘 음식을 먹어 치우기 시작했다.
“….”
하지만 강회장, 그는 좀처럼 기뻐하는 기색이 없다.
오히려 미간을 찌푸리며 고심에 빠졌다.
‘이 정도의 음식을 제공할 정도라면 대체 어떤 시련이란 말인가.’
손쉽게 육체와 특성의 강화를 이뤄주는 음식마저 제공했다.
그렇다면 이 라그나로크라는 종말, 그 시련의 난이도가 얼마나 힘들지 예상이 가지 않았다.
그렇기에 시간이 지날수록 그의 근심은 깊어질 수밖에 없었다.
다만.
‘어떠한 시련이 온다 해도 최선을 다할 뿐이다.’
지금 그는 강회장이 아니다.
윤찬의 자리를 대신할, 일행 모두를 이끌어갈 리더여야만 했다.
리더가 부정적인 마음가짐을 갖는다면 자연스레 동료들 또한 그렇게 물들 수밖에 없다.
항상 긍적적인 마음.
그리고 반드시 해내겠다는 자신감.
강회장은 그러한 윤찬의 마음을 떠올리며 조용히 결의를 다졌다.
뿌우우우우우-
일행이 넥타르와 암브로시아를 통해 힘을 축적할 때쯤 울려 퍼지는 뿔피리 소리.
「….」
그 순간, 오딘과 신들의 표정이 굳었다.
조금 전까지 연회를 즐겼던 이들이라곤 생각할 수 없는 변화.
「…오는가?」
그 한마디가 무엇을 뜻하는지 강회장은 너무 잘 알고 있었다.
딱.
다시금 손가락을 튕기자 다시금 장소가 바뀌었다.
시끌벅적한 연회장에서 벗어나, 아예 발할라에서 벗어나 그 입구에 서 있다.
화륵!
멀리 불꽃이 불타오른다.
처음에는 작은 불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그 불꽃은 커져 화마가 되었다.
화르르르르륵-
엄청난 불길이 세상의 모든 것을 삼킬 것처럼 타오른다.
「으하하하하하! 마침내 때가 되었도다!」
불길 속, 광기에 젖은 누군가의 의지가 뇌리에 파고든다.
눈에 힘을 주어 정면을 바라본다.
집중에 따라 흐릿하던 먼 곳의 광경이 한눈에 펼쳐졌다.
불길을 일으키며 다가오는 건 셀 수 없이 많은 거인이었다.
특이한 건 그들 모두 불길에 휩싸여 있다는 것.
마치 불꽃으로 만들어진 존재처럼 주변의 모든 걸 집어삼키는 불길을 뿜어대고 있었다.
‘불의 거인.’
무스펠헤임, 세계의 남쪽 끝에 자리한 불의 세계.
그곳을 다스리는 건 과거의 전쟁으로 인해 중앙, 신의 영역을 빼앗긴 불의 거인들이었다.
그 선두, 불의 거인들을 이끌고 있는 백화(白火)의 거인은.
‘수르트.’
세계를 멸망으로 이끄는 불꽃을 내뿜는 존재.
그야말로 라그나로크를 상징하는 존재이며 신들의 황혼을 장식할 대업을 맡은 이였다.
문제는 그들만이 아니었다.
쩌저저적!
남쪽에서부터 다가오는 불의 거인들과 상반된 냉기를 뿜어내는 무리.
니플헤임의 서리 거인들이었다.
극심한 겨울을 일으킨 이들이며 세상에 굶주림과 골육상잔을 일으킨 잔혹한 존재들.
「오딘, 네 나머지 눈을 받으러 왔다!」
서리 거인을 다스리는 왕 트림.
전승에서는 오딘이 지혜를 얻기 위하여 스스로 눈을 바쳤다고 되어 있으나 그렇지 않다.
오래된 이야기, 역사 속에서 사라진 거인들과 신들의 전쟁에서 트림과의 전투에서 읽은 것.
물론 그 대가로 트림의 목숨 하나를 가져갈 수 있었지만, 여분의 목숨을 가지고 있던 트림은 라그나로크의 순간 다시금 모습을 드러냈다.
자신을 따르는 니플헤임의 서리 거인들과 함께 말이다.
서쪽에서 진군을 시작한 서리 거인의 위로는.
뿌우우우웅!
헤임달의 뿔피리와는 다른, 듣는 이로 하여금 절로 인상을 찌푸리게 하는 괴성을 지닌 피리 소리가 흘러나왔다.
쿠쿠쿠쿵!
하늘을 가득 뒤덮은 그건 시체의 손톱과 발톱을 엮어 만든 배 나글파리였다.
「우와아아아아-」
배 위에 탑승하고 있는 건 거인들의 땅 요툰헤임을 지배하는 거인들, 그리고 그들을 이끄는 거인 흐림이었다.
무스펠헤임, 니플헤임, 그리고 요툰헤임.
아스가르드 외곽에 자리한 거인들, 신의 영역을 빼앗긴 그들이 몰려오고 있다.
「아직 끝이 아니다.」
하지만 그게 전부가 아니다.
우우우우우-
늑대의 울음소리.
스륵, 스르륵.
그리고 무언가가 지면과 마찰하는 소리.
아아아아아-
죽은 자의 통곡이 함께 들려온다.
정면, 그곳에는 지금까지 보았던 다수의 무리가 아닌 소수가 다가오고 있었다.
하지만.
“크윽!”
강회장은 눈이 빠지는 듯한 고통에 안구를 매만질 수밖에 없었다.
단지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충격을 줄 수 있는 존재.
그건 고작 넷에 불과했다.
푸른 털을 가진 거대한 늑대.
세상을 휘감을 듯한, 끝이 보이지 않는 거대한 뱀.
검은 소복과 같은, 치렁치렁한 옷을 입은 처녀.
그리고 불길에 타오르는 특이한 머리칼을 가진 거인.
흐릿하게나마 그 정체를 확인한 강회장은 그것이 무엇인지 짐작할 수 있었다.
‘펜리르, 요르문간드, 헬, 그리고 로키.’
신을 먹어 치우는 늑대 펜리르.
세상을 휘감는 뱀 요르문간드.
아스가르드의 거울 세계, 죽은 자들의 세계 헬을 다스리는 처녀 헬.
그리고 라그나로크를 일으킨 배신자 로키.
비록 소수에 불과하나 그들이 내뿜는 기운은 지금의 강회장에게도 치명적일 정도로 강력한 것.
척척척.
사방에서 움직인 라그나로크의 주인공들, 그들이 머지않은 곳에 멈춰 섰다.
「…모두 도착한 건가?」
신족을 대표한 오딘이 그들에게 물었다.
「약속의 이들이 모두 모였다!」
「지체하지 말라, 오딘.」
「이제 모든 것을 결판 지을 때가 왔노라.」
수르트, 트림, 흐림, 거인들의 수장이 말했다.
「….」
하지만 오딘, 그의 시선은 거인들에게 있지 않았다.
「…형제여….」
로키.
그를 향한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
그러나 로키는, 그는 평소의 살갑고 유쾌한 오딘의 의형제가 아니었다.
당장에라도 오딘의 목을 벨 것처럼 적의를 발산한다.
「….」
그 적의에 오딘은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잠시간 무언가를 생각하는 듯하더니.
「…마침내 약속의 때가 되었다. 우리는 오늘 모두의 운명을 결정짓는 라그나로크를 맞이하게 되니.」
당장 전쟁을 벌이는 게 아니었던가?
갑작스럽게 일어나는 상황 변화에 강회장이 돌아가는 상황을 예의주시했다.
「라그나로크. 이 신성한 결투를 통해 미지, 그들에게 대항할지, 항복할지 그 운명을 결정할 것이다.」
라그나로크.
그것은 강회장이 알고 있던 전쟁이 아니었다.
신족과 거인족, 첨예하게 대립하는 이 두 종족이 모여 신성한 결투를 치르는 것.
그리고 그 결투를 통해 정하는 건 미지라는 존재와 대항할 것인지, 아니면 그들에게 복속할 것인지를 결정하는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