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Infinite Enchanter’s Journal of Regression RAW novel - Chapter 189
#189화.
“….”
찰나, 점이 되어 사라지는 윤찬을 응시하던 강회장.
‘이번에도 윤찬 군의 어깨가 무겁겠군.’
그가 향하는 길의 끝에 사지가 있다는 건 굳이 묻지 않아도 알 수 있다.
지금은 많이 성장했다곤 하지만, 그가 아닌 다른 동료 중 누군가가 간다면 반드시 실패할 수밖에 없는 임무.
물론 그건 강회장도 마찬가지.
특성 흡수와 부여.
심지어 지금까지 그들이 상대했던 여러 강자의 특성을 모두 흡수했다.
아무리 무한의 강화사라 해도 그 특성의 우위는 누가 봐도 명백했다.
하지만 윤찬은 강회장이나 다른 동료들보다 훨씬 위험한 임무를 자처했다.
그건 윤찬이 회귀자라는 이유로 떠안을 만한 게 아니었다.
‘모두 나의, 그리고 우리의 잘못이다.’
그 누구보다 노력하였으며.
그 누구보다 사명감을 지닌 채 행동하였다.
그것을 따라가지 못한 건 강회장과 모든 동료의 잘못이다.
한때는 그가 회귀자이기에 그것을 당연히 여겼지만, 이제는 아니다.
‘우리는 가족이니까.’
그건 낯 뜨거워 말하지 못한 사실.
강회장은 자신 자식들보다 윤찬을, 그리고 동료를 더 아꼈다.
그들이 없는 삶은 상상도 할 수 없을 정도로.
비록 호랑이, 냉혈한이라고 불렸던 강회장이지만 신뢰할 수 있는 이에게만큼은 다르다.
‘내 목숨을 주어도 아깝지 않은 이들.’
그것은 일종의 결의였다.
목숨을 바쳐서라도 요르문간드의 이동을 막겠다는 숭고함.
“일어나라.”
강회장의 입에서 흘러나온 건 죽음의 언어.
드드드득.
지면이 갈라지며 새어 나오는 녹광.
덜그럭!
그리고 그곳을 빠져나온 건 좀비와 해골 병사들이었다.
‘도환. 자네의 이 힘으로 모두를 지켜 보이겠네.’
정도환의 죽음 직전, 강회장은 그의 특성을 흡수할 수 있었다.
물론 그건 그의 개인적인 생각이 아니었다.
‘성현. 부탁하네. 자네가 내 힘을….’
아무리 냉혈한인 강회장이라 해도 죽어가는 친구를 보고 어떻게 특성을 흡수하겠다는 생각을 할 수 있었을까.
그것은 그의 의지가 아니라 정도환의 의지였다.
‘…이 힘으로 서영이와 동료들을 부탁함세.’
마지막 그 부탁에 강회장은 속으로 눈물을 삼키며 특성을 흡수하였다.
그 힘은 죽음의 인도자.
비록 정도환은 죽었지만, 그의 영혼은 윤서영에게, 그리고 특성은 강회장에게 넘긴 것이다.
“흑!”
일어난 망자들을 본 윤서영이 왈칵, 눈물을 쏟았다.
누군가에게는 섬뜩한, 혐오스럽기 그지없는 망자들이었지만, 그녀에게는 아니었다.
마치 할아버지가 살아 돌아온 듯한 착각을 일으키는 광경에 슬픔을 보일 수밖에.
“어르신….”
“….”
그건 다른 동료들도 마찬가지.
강회장에게 계승된 죽음의 인도자, 그 힘에 모두가 이를 꽉 깨물었다.
“언제까지 그렇게 멍청하게 있을 거야!”
슬픔에 젖은 동료들을 호통치는 영웅.
“윤찬이 우리에게 막중한 임무를 맡겼잖아.”
요르문간드의 이동을 방해하는 것.
비록 초월의 영역에 들지 못하여 신들을 도울 순 없지만, 요르문간드를 방해하는 건 얼마든지 가능하다.
“…우리에게 주어진 임무를 수행하자고.”
“당연하지!”
영웅의 말에 호응한 건 윌리엄이었다.
“고작 이런 일 하나도 해결하지 못하면 종말을 대비할 자격이 없지. 안 그래?”
“맞아요.”
빙빙이 말을 받았다.
“…어서 움직이자고.”
그 말이 없는 리우옌이 강력한 독기를 뿜으며 나아갔다.
“가즈아!”
한마음이 된 동료들이 거대한 뱀, 미지의 영역에 들어간 요르문간드를 향해 쇄도했다.
쾅, 콰콰콰쾅!
이미 인간의 한계를 벗어난 그들의 손과 발에서 쏟아지는 맹공에 요르문간드의 몸에 생채기가 나기 시작했다.
그러나.
츠츠츠!
그 상처는 금방 회복되었다.
놀라울 정도의 회복력.
아마 평소였다면 조금 당황했을 테지만.
“하아아압!”
그들에게 더는 망설임은 없었다.
강회장이 그렇듯 그들 또한 죽음을 불사하는 결의를 다졌다.
‘도환.’
‘할아버지.’
‘어르신.’
그들을 하나로 묶는 데 결정적인 공헌을 한 것은 바로 정도환의 죽음이었다.
죽음의 처녀 헬을 막기 위한 그 처절한 싸움을 보았기에 망설임은 없었다.
『시체 폭발』
그리고 그중 가장 활약상을 보이는 건 강회장이었다.
망자들을 폭발시켜 엄청난 피해를 주는 능력.
그것을 이용하여 움직이고 있는 요르문간드의 이동을 방해하고 있었다.
‘부족하다.’
하지만 그것은 만족스러운 정도가 아니었다.
상황은 다급한 게 분명한데 좀처럼 이동을 멈출 수 없다.
그가 불만족에 미간을 찡그리고 있을 때였다.
「영웅들이여 일어나라!」
갑작스레 들려오는 외침.
음성의 근원지로 고개를 돌리자 볼 수 있었던 건.
화아아악-
성스러운 빛을 뿜어대는 성검 그람을 손에 쥔 시구르드였다.
하지만 그는 혼자가 아니었다.
척척척.
어느새 그의 주위로 제각기 다른 무장을 한 이들이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아인헤리』
그들은 한때 미드가르드에서 활약하였던 영웅들.
발키르의 인도에 따라 발할라에 머무르게 된 전사 아인헤리였다.
「영웅들이여 무기를 들어라. 오늘 우리는 저 사악한 뱀의 이동을 막아야만 한다.」
윤찬에게 설명을 듣지 못했지만, 본능적으로 깨닫고 있었다.
이 거대한 뱀이 목적한 바를 이루게 된다면 이 모든 전쟁이 종결된다는 것을.
물론 신족, 그리고 인간에게 파멸을 선사해 줄 종말이 다가온다는 것 또한.
그렇기에 직접 나섰다.
다가오는 종말을 막기 위하여.
그들을 일깨워 준 일행에게 보답하기 위하여.
「우오오오오!」
성검 그람이 엄청난 빛을 발산하자.
웅웅웅!
그 빛으로 인한 강화 효과가 모두에게 깃들었다.
두두두두두-
시구르드, 그리고 아인헤리가 요르문간드의 전진을 막기 위해 전진했다.
콰앙!
그리고 그 힘은 일개 몇몇에 불과한 일행의 힘을 압도하는 것.
스륵.
마침내 요르문간드의 이동이 멈추는 결과를 이끌어냈다.
「아직, 아직이다!」
하지만 이에 만족하지 않는다.
시구르드를 필두로 한 아인헤리는 요르문간드의 몸에 거대한 상처를 남기며 이 거대한 뱀을 죽음으로 이끌기 위한 행동을 시작하였다.
*
「캬아아아아-」
꿈틀.
괴성과 함께 꿈틀대는 요르문간드의 기다란 몸체.
‘잘하고 있나 보네.’
그것을 통해 깨달을 수 있는 건 뒤에 남겨진 동료들의 활약이었다.
어딜 들어도 고통에 찬 괴성은 쉽사리 들을 수 없는 것.
그 말인즉 동료들이 제대로 활약하고 있음을 뜻하는 것이었다.
‘그렇다면.’
안 그래도 조금 불안했었는데, 생각 이상으로 활약하고 있는 듯하다.
그렇기에 안심하며.
쐐애애애액!
속도를 높일 수 있었다.
그렇게 바람이 된 것처럼 빠르게 나아가던 중이었다.
“….”
일순간, 그 자리에 멈춰 설 수밖에 없었다.
눈앞에 자리한 건 거대한 나무.
모든 세계를 떠받들고 있는 생명이자 근원의 나무인 위그드라실이었다.
‘역시!’
요르문간드의 몸은 세계수의 뿌리로 이어져 있었다.
아직 위그드라실의 이파리가 싱싱한 것을 보면 그 목적을 이루지 못한 게 분명해 보인다.
쉬이익!
속도를 높여 요르문간드의 몸이 이어진 곳으로 향해 간다.
인위적으로 파놓은 듯한 둥치로 들어갔다.
웅웅웅!
둥치 안에 마련된 넓은 공터.
그 중앙에 위치한 건 강렬한 녹색 빛을 뿜어대는 도토리였다.
‘세계수의 심장!’
그것은 세계수 위그드라실의 심장, 요르문간드가 노리는 보물이었다.
다행히 아직 놈이 도착하진 않았다.
하지만 방심은 금물.
언제 놈이….
「쉬리릭!」
그 순간 귓가에 들려오는 소름이 끼치는 소리.
“…왔군.”
그늘이 드리운다.
공터를 잠식한 그 그림자의 정체는.
「네 놈이 나를 뒤쫓은 그 인간이로군.」
뇌에 전해지는 의지.
그것을 전달하는 건 거대한 뱀의 머리였다.
쉬리릭!
빨간 혀를 날름거리고 있는 하얀 비늘의 뱀.
미지의 영역에 도달한 괴물 요르문간드였다.
「내가 세계수의 심장을 노리고 있다는 걸 어떻게 알았지?」
자신의 행동을 예측한 나를 경계하는 듯한 음성.
“그야 쉽지. 네가 세계수의 심장을 집어삼켜야만 미지가 접근할 수 있을 테니까.”
그것은 진리의 서고에 적혀 있던 내용이었다.
『…미지가 아스가르드에 적극적으로 개입하지 못한 건 세계수, 위그드라실의 영향 때문이었다. 이 엄청난 생명의 힘을 품은 나무는 미지라는 외부의 존재를 거부했고, 그로 인하여 기존의 세계와는 달리 아스가르드는 미지의 개입에서 안전할 수…』
세계수의 역할은 단순히 세계를 떠받드는 게 아니었다.
그 엄청난 생명의 에너지로 보호막을 쳤고, 그로 인해 미지가 적극적으로 개입하지 못하는 효과를 발휘한 것.
만약 그게 없었다면 지금처럼 복잡한 절차를 거칠 필요도 없이 미지는 아스가르드를 집어삼켰을 것이다.
「호오? 인간 주제에 꽤 많은 진실에 도달하였구나.」
“….”
그 말에 대답하지 않았다.
츠츠츠츠!
놈이 변화를 일으키고 있었기 때문이다.
거대한 머리에서 일어난 하얀 빛무리가 서서히 형체를 만들기 시작한다.
그리하여 마침내 완성된 것.
그것은 소복을 입은 여인이었다.
머리칼, 눈동자, 모두가 하얗게 물든 존재.
「그 진실을 알고 있다고 해도 달라지는 건 없다.」
확실히 녀석의 말이 맞다.
놈은 미지에 도달한 존재.
한낱 인간에 불과한 내가 감당하기 힘든 존재인 건 분명하다.
그러나.
“글쎄. 길고 짧은 건 대봐야 알지.”
콰아아아!
인간이 도달할 수 없는 패기, 그것을 방출했다.
「….」
그것을 느낀 듯 놈의 눈썹이 꿈틀댄다.
나는 인간이다.
그러나 지금은 치우천왕이라는 절대적인 존재, 초월의 영역에 도달한 그의 힘을 받은 상태.
인간이지만, 인간이 아닌 힘을 지니고 있는 셈이었다.
게다가.
“네 녀석의 몸체가 이곳까지 도달하지 못했지. 아무리 미지의 영역에 도달했다고 해도 네놈 또한 정상은 아니라는 말이지.”
「….」
놈의 육체, 그 긴 몸뚱이가 세계수에 도달하지 못했다.
그렇다는 건 놈의 상태가 온전하지 못하다는 것.
굳이 인간의 형태로 변신한 것도 자신의 진체를 사용하지 못한다는 것을 증명하는 것이었다.
「…생각보다 많은 것을 꿰고 있군. 다른 건 몰라도 네 녀석만큼은 반드시 죽여야겠다.」
스으으으-
놈이 내뿜은 강렬한 살의가 온몸을 감싼다.
치우천왕의 힘이 부여되지 않은, 조금 전 상황이었다면 그것만으로도 몸이 얼었을지 모른다.
그러나 초월의 영역에 도달한 그 힘이 있는 이상 몸이 얼어붙거나 위협을 느끼진 않는다.
꽈악.
다만 손에 쥔 염제의 검을 다시금 꽉 쥘 뿐이다.
「그 힘은 네 것이 아닐 터. 고작해야 인간이 다룰 수 있는 힘이 아니니, 얼마나 발악할 수 있을까.」
확실히 놈의 말이 맞다.
일반적으로 인간은 초월의 영역에 이른 힘을 능숙하게 다룰 수 없을 것이다.
그리고 그것을 알기에 놈은 자신감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스팟!
놈의 육신이 흐릿하게 변한다.
움직였다 느낀 순간.
「죽어!」
어느새 뒤로 돌아온 놈의 손이, 날카롭게 삐죽 솟아난 손톱을 무기로 공격해 온다.
쉬이익!
엄청난 속도와 파괴력이 깃든 일격.
카앙!
그러나 그것이 내 육신을 관통할 일은 없었다.
“그건 일반적인 인간일 때의 경우고.”
초월의 힘?
얼마든지 다룰 수 있다.
비록 그 영역에 도달한 적은 없지만, 20년간의 종말을 겪은 내 정신은 그 힘을 다룰 만한 준비가 되어 있었으니까.
“제대로 한번 놀아보자고.”
자신의 움직임을 쫓은 나를 보며 눈을 부릅뜨는 요르문간드.
놈에게 인간이란 존재가 얼마나 강해질 수 있는지 보여줄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