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Infinite Enchanter’s Journal of Regression RAW novel - Chapter 19
019화.
‘끝났다!’
제대로 들어간 카운터를 확인한 최관장이 둘의 사이를 갈라놓았다.
“흐흐흥.”
콧노래를 부르며 중립 코너로 돌아가는 민석.
‘녀석은 진짜다!’
복부에 시선을 묶어 둔, 사각에서 날아오는 회심의 훅.
최관장도 놀란 공격이었으나 민석은 그것마저도 넘어섰다.
마치 알고 있었다는 듯 정확한 타이밍에 카운터를 꽂아 넣었다.
정확하게 들어간 카운터는 일반적인 펀치의 몇 배에 달하는 충격을 준다.
‘이건, 못 일어나.’
3년간 체육관 생활을 한 영웅의 안위에 대해서는 생각도 하지 않는다.
민석의 또 다른 모습을 본 것에 대해 지극히 만족하고 있었다.
“그만….”
스파링을 중지시키기 위해 팔을 교차하려 하고 있을 때였다.
“…아직입니다.”
쓰러져 있던 영웅이 몸을 일으킨다.
“어?”
왜지?
그 정도 카운터라면 의식이 날아갔어야 하는데?
“아직 할 수 있습니다.”
“….”
놀란 최관장이 영웅의 눈을 똑바로 응시했다.
눈이 풀리거나 탁하지 않다.
“이거 봐.”
손가락을 이리저리 움직이자 동공이 따라온다.
‘의식이 또렷해.’
놀랍게도 지극히 정상이다.
순간 고민이 일었다.
이렇게 계속 스파링을 진행 시켜도 되는 건가?
“멀쩡하네요. 계속하죠.”
뒤쪽, 민석이 최관장을 보며 말했다.
음성의 고조는 없었지만, 약간 화가 나 있는 게 분명하다.
잠깐의 고민.
“할 수 있지?”
“네.”
하지만 민석을 꼬셔야 하는 입장의 최관장이었기에 스파링을 멈출 수 없었다.
‘잘됐어. 이렇게 승부욕을 불태우다 보면 생각을 바꿀 수도 있으니.’
오히려 이걸 기회라 여겼다.
승부욕을 불태우다 보면 프로를 향한 열망이 생길지도 모르니까.
‘영웅이 녀석의 활약을 기대하는 수밖에.’
제발 쉽게 끝나지 마라.
승부욕을 자극해서 녀석을 프로로 이끌어다오.
경기를 속행하는 최관장의 눈동자에는 탐욕이 가득 담겨 있었다.
*
‘욕심이 많은 양반일세.’
보인다.
시합을 속행하려는 최관장의 야심이.
뭐, 이해하지 못할 건 아니다.
양아치 녀석의 재능 정도라면 충분히 세계를 노려볼 수도 있을 테니까.
이런 동네 체육관에서 그만한 인물을 키워 내기란 사실상 불가능한 일.
어떻게든 찾아온 이번 기회를 놓치기 싫을 거다.
그래서 다행이다.
둘의 시합이 속행되어야만 영웅이의 진가가 드러날 테니까.
띠잉!
곧 시합이 재개되었다.
카운터의 잔영이 남아 있을 텐데도 영웅은 저돌적으로 나아갔다.
지옥 훈련은 녀석의 신체뿐만 아니라 정신적인 부분에도 영향을 미쳤다.
회귀 전 정도의 미치광이는 아닐지라도 웬만한 정신적 부담감은 떨쳐 낼 수 있는 경지에 이르렀다.
퍼퍽!
양아치의 잽을 가드로 방어하며 계속 돌진한다.
물론 그 스텝을 따라가는 게 쉽지 않다
이리저리 화려하게 움직이며 빈틈에 잽을 찔러 넣는다.
가드가 뚫려 안면에 공격을 허용하기도 했지만, 두 눈은 여전히 반짝인다.
꾸준히 공간을 깎아 먹어 양아치를 코너에 몰아넣는다.
그리고.
퍼억!
녀석이 선택한 건 바디블로우였다.
복부에 충격을 가해야 다리가 풀리고, 그래야만 빠른 속도를 발휘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인파이터가 아웃복서를 상대하는 정석적인 방법이었지만, 양아치는 생각한 것 이상의 재능을 지니고 있었다.
“끄응.”
다시금 새어 나오는 신음성.
하지만 그 신음을 내뱉은 건 양아치가 아니라 영웅이였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게 복부, 정확히 영웅의 펀치를 가로 막고 있는 건 팔꿈치였기 때문이다.
엘보우 가드.
‘전투 센스가 뛰어나네.’
복싱을 배운 지 얼마 되지 않았다.
그런데도 고급 기술 중 하나인 엘보우 가드를 펼칠 수 있다는 건 녀석의 재능이 진짜라는 것을 증명하는 것과 다름없었다.
수준 차이는 확실하다.
하지만.
뻐억!
영웅이 녀석의 움직임에는 거침이 없다.
“저런…!”
“너무 무모해.”
사람들 사이에서 탄식이 쏟아져 나온다.
그럴 수밖에.
복부, 복부, 복부!
마치 공격할 곳이 복부밖에 없는 것처럼 영웅의 주먹이 계속 같은 곳을 노렸기 때문이다.
물론 매번 엘보우 가드에 막혔다.
‘병신!’
그 무모함에 민석이 비아냥댔다.
‘얼마든지 쳐라. 주먹을 아주 아작 낼 테니까.’
봐줄 마음?
전혀 없다.
이대로 주먹을 완전히 망가뜨려 병신으로 만들 것이다.
후웅!
금이 갔을 게 분명한 주먹이 다시금 복부로 향한다.
피하려면 얼마든지 피할 수 있다.
그러나 그의 목적은 눈앞에 있는 찐따를, 당연히 자신의 먹이가 되어야 할 녀석을 괴롭히는 것이었다.
밟을 때 철저하게 밟는다.
그래야 그가 목표로 한 연지를 품을 수 있을 테니까.
저릿.
그런데 이상하다.
‘응?’
마치 전기가 온 것처럼 팔꿈치에 저릿한 통증이 피어났다.
그가 막 이상함을 눈치챘을 땐 늦은 뒤였다.
후웅!
엉망진창이 됐을 게 빤한 영웅의 주먹이 다시금 복부를 향해 쇄도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썅!”
자신도 모르게 욕설을 내뱉었다.
막으려고 했지만, 팔꿈치가 움직이지 않는다.
다급히 스텝을 밟으며 옆으로 돌아가려 했지만.
퍼억!
“허윽!”
분명 손가락이 부러졌다.
그런데 대체 이 망할 파괴력은 뭐란 말인가?
복부에서 피어오르는 끔찍한 고통에 숨을 내뱉으며 움직이지 않는 왼팔을 대신해 오른팔로 잽을 날렸다.
거리를 벌리기 위한 시간을 벌 목적이었지만.
퍽!
그대로 정타를 허용하며 품속으로 파고든다.
퍼억!
“끄억!”
다시금 보디.
이번에는 비교적 멀쩡한 왼 주먹이 복부에 파고들었다.
엄청난 파괴력으로 인해 180cm에 달하는 민석의 몸이 허공에 잠깐 떴다가 내려앉았다.
시야가 흐릿하다.
‘…안 보여.’
끔찍한 고통으로 인해 시신경에 문제가 일어난 것이다.
‘도, 도망쳐.’
단 한 번도 느껴 보지 못했던 고통에 두려움을 느낀 민석이 스텝을 밟았다.
‘놓칠 수 없어!’
오른팔을 희생해 얻은 기회다.
이번 기회를 놓친다면 그는 이 스파링에서 이기지 못할 것이다.
스텝을 밟는 그를 한 번의 보폭으로 따라잡으며 다시금 복부에 주먹을 꽂아 넣으려는 순간.
“그만!”
지켜보고 있던 최관장이 끼어들었다.
그와 동시에.
때앵!
라운드의 끝을 알리는 종이 울려 퍼졌다.
“허, 허억!”
숨이 차오른 민석을 중립 코너에 데려간다.
“….”
그 모습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던 영웅을 이끈 건.
“가자.”
최연지였다.
얼른 중립 코너로 영웅을 데리고 간 그녀는.
“아!”
박살 나 버린 오른 주먹을 매만진다.
만약 최관장이, 그녀의 아버지가 나서지 않았다면 그 일격으로 끝낼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기회를 놓쳤고, 그것은 다시 오지 않을 절호의 기회였다.
“…포기해.”
연지는 포기를 강요했다.
그녀가 의사는 아니지만, 이대로 계속 스파링을 하게 된다면 팔을 영영 쓰지 못할 수도 있다는 것쯤은 안다.
아무리 스파링이 중요해도, 아무리 결심이 섰다고 해도 지금은 아니다.
“….”
코너에 등을 기댄 영웅이 천장을 바라보며 한숨을 토했다.
‘끝인가.’
2주간의 지옥 훈련을 통해 나름의 결과를 얻었다.
물론 이겼다면 더 좋았겠지만, 가능성을 보였으니 그것으로 만족….
“정말 그걸로 만족해?”
악마의 속삭임인가?
순간 들리는 음성에 고개를 돌린다.
그곳에 서 있는 건 느닷없이 그를 찾아온 신윤찬.
2주간 지옥 훈련을 시킨 장본인, 악마가 속삭이고 있었다.
한 손에는 언제 가져왔는지 모를 글러브와 알약이 든 통을 든 채로 말이다.
*
산양삼을 통한 좀비(?) 지옥 훈련.
그로 인해 단단한 맷집, 그리고 근육의 발달을 통한 강력한 근력을 지니게 되었다.
‘그걸로 재능의 차이를 극복할 순 없지.’
대략 2~3개월 정도라면 압도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렇게 된다면.
‘각성할 수 없었겠지.’
훈련하는 도중에 느꼈다.
녀석의 성장을 가로막고 있는 건 육체적인 부분보다 정신적인 부분이라는 것을.
과거 당했던 괴롭힘, 그로 인한 위축, 그 모든 게 영향을 미친 게 틀림없었다.
그래서 이번 무대를 계획했다.
위축될 수밖에 없는 재능을 지닌, 과거부터 지금까지 포식자로 존재했던 양아치 녀석과 맞붙여 정신적인 부분을 극복하길 바랐던 거다.
효과는 대성공이었다.
‘분명 그게 컸을 테지.’
다른 사람들은 보지 못했을 테지만, 나는 똑똑히 봤다.
코너에 몰렸을 때, 클러치를 하던 중 양아치가 무언가를 지껄였다는 사실을.
짐작하건대 그건 최연지와 관련된 일일 것이다.
그것이 영웅을 자극했고, 그로 인하여 정신적인 부분을 극복했다.
본래 사내는 소중한 사람을 지킬 때 진정한 힘을 발휘하는 법이니까.
예상했던 대로 정신적인 문제를 극복했다.
녀석은 자신을 얽매고 있던 고치에서 벗어났고, 그것이 결실을 볼 찰나였다.
그렇기에 이 스파링에서 패하면 안 된다.
어떻게든 노력의 결실을 얻어 고치를 벗어나 나비가 되어야만 한다.
『+99(★) 둥근당 뼈가 튼튼 칼슘
분류 : 소비용품(알약)
내구도 : 無
고유 효과 : 일시적으로 뼈 강도 소량 상승
강화 효과(9/99) : 뼈 강도 증가 시간이 보통 증가
강화 효과(15/99) : 10분 동안 뼈 상태가 ‘금이 가지 않음’으로 변경(더 강한 효과에는 적용되지 않음) 강화 효과(20/99) : 10분 동안 뼈 상태가 ‘부러지지 않음’으로 변경(더 강한 효과에는 적용되지 않음) ……
강화 효과(99/99) : 모든 뼈 강화 지속 상태가 1시간으로 변경풀강 효과(Max) : 3분 동안 골절 효과 면역
초월 효과 : 모든 골절 관련 상태 이상 해제
설명 : 둥근당 제약회사에서 제조한 칼슘 건강 식품. 뼈도 튼튼, 마음도 튼튼!』
혹시 몰라 모든 비상약을 준비했다.
물론 내가 준비한 비상약이란 건 초월 강화가 이루어진 아주 특별한 것.
그중에서 이 뼈가 튼튼 칼슘은 먹는 것만으로 모든 골절상을 치유하는 아주 특별한 영양제였다.
“먹어.”
10개의 알약 중 하나를 꺼내 영웅의 입 안에 털어 넣었다.
“먹어도 되는 거야?”
놀란 최연지가 의문을 토했지만.
꿀꺽.
그녀의 의문에 아랑곳하지 않은 영웅이 열심히 알약을 넘겼다.
그 순간.
“후우-”
안도의 한숨을 내쉰다.
“매번 고마워.”
고개를 숙이며 감사의 인사를 전한다.
“별말씀을.”
‘네가 예전에 내게 해 준 것에 비하면 별거 아니라서.’
강화 능력 말고는 별다른 재주가 없었던 나를 사람으로 만들어 준 게 영웅이었다.
그렇기에 2주라는 시간을 들여 사람을 만들어 놓았다.
회귀 전 녀석이 내게 해 주었던 것처럼.
‘물론 은혜를 갚기만 하려는 건 아니지만.’
2주.
이 피 같은 시간 동안 마냥 놀지 않았다.
그로 인해 계획한 일에 좀 더 빠르게 다가갈 수 있을 것 같다.
“어?”
팔을 돌려 보는 영웅을 뜨악하며 바라보는 최연지.
“너, 팔….”
“괜찮아요.”
익숙한 반응.
그럴 수밖에.
2주 동안 온갖 좋은 걸 다 먹였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의심했지만, 이제는 어미가 주는 먹이를 먹는 아기 새처럼 입을 넙죽넙죽 벌리기 바쁘다.
칼슘 영양제로 골절은 치료했다.
하지만 그게 준비의 끝은 아니다.
“자.”
녀석에에 검은색 글러브를 건넸다.
『+99(★) 14온스 글러브
분류 : 장갑
내구도 : 20/20
고유 효과 : 無
강화 효과(9/99) : 주먹의 위력이 극미량 상승
강화 효과(15/99) : 주먹의 속력이 극미량 상승
강화 효과(20/99) : 주먹의 위력과 속력이 미량 상승
……
강화 효과(99/99) : 주먹의 위력, 속력, 명중률이 미량 상승풀강 효과(Max) : 극히 낮은 확률로 결정타(위력 50% 상승) 발휘초월 효과 : 낮은 확률로 회심의 일격(위력 70% 상승) 발휘설명 : 14오스 스파링 글로브. 초월 강화가 더해져 주먹의 위력, 속력, 명중률이 꽤 상승했다.
이것을 착용하는 순간 당신도 프로 복서!』
그리고.
『+99(★) 붉은색 헤드기어
분류 : 투구
내구도 : 25/25
고유 효과 : 無
강화 효과(9/99) : 안면을 향한 모든 타격류 피해 극미량 하락강화 효과(15/99) : 안면을 향한 모든 타격류 피해 극소량 하락강화 효과(20/99) : 안면을 향한 모든 타격류 피해 미량 하락……
강화 효과(99/99) : 적의 공격을 회피할 확률이 소량 상승풀강 효과(Max) : 위빙 스킬의 효과가 소량 상승
초월 효과 : 위빙 스킬 효과 보통 상승
설명 : 스파링을 위해 제작된 붉은색 헤드기어. 상대의 안면을 향한 모든 타격류 피해와 위빙 스킬을 한 단계 진화시키는 능력을 지니고 있다.』
글러브와 헤드기어.
특별한 능력이 깃든 ‘보구’가 아니라 강화를 해 봐야 크게 변하는 건 없지만.
‘현대에선 이것도 감지덕지하지.’
특성, 기벽이랄 게 없는 현대 사회에서 이 정도만 해도 사기라 불릴 만한 능력을 발휘한다, 꽈악.
아무런 의심도 없이 글러브와 헤드기어를 교체하며 끈을 고쳐 맨다.
“준비됐어?”
“어.”
“그럼 갔다 와. 당장 가서 저 빌어먹을 양아치의 면상에다 죽빵을 갈기라고.”
“그래야지.”
팡!
골절을 회복한 녀석이 주먹을 맞부딪치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때앵!
알맞게 라운드의 시작을 알리는 마지막 3라운드가 시작되었다.
타타탓!
시작과 동시에 달려가는 양아치.
‘회복력이 좋네.’
역시 축복 받은 재능.
그 짧은 시간에 신체를 회복한 듯 사납게 돌진했다.
그에 반해 영웅은.
“….”
묵묵히 가드를 올린 채 양아치를 기다렸다.
그리고 서서히.
슥, 스윽-
8자를 그리며 위빙을 시작한다.
파파팟!
조금 전과 같다.
엄청난 동체 시력을 통한 잽을 연달아 펼쳤지만.
“어?”
“빗나가는데?”
결과는 같지 않다.
나름 정교한 양아치의 잽이 유효 타격을 이끌어 내지 못했다.
‘조금 전과는 다를 걸.’
위빙이라는 스킬의 효과가 껑충 상승했다.
지금 영웅의 위빙은 웬만한 프로, 아니 랭커 못지 않은 수준.
아무리 양아치 녀석이 재능을 타고났다 해도 랭커권에 있는 복싱 선수의 움직임을 파악하는 건 불가능한 일이었다.
가장 거추장스러운 잽에 견제를 받지 않는다는 건 영웅의 발이 풀렸음을 의미하는 것.
꾸욱.
엄지에 힘을 주며.
파앗!
폭발적으로 대쉬, 순식간에 거릴 좁혔다.
후우웅!
오른른쪽에서 왼쪽으로, 바람을 가르는 맹렬한 훅이 이어진다.
하지만 양아치 또한 보통은 아니다.
그 찰나의 순간, 카운터를 치려고 자세를 잡으며 총알처럼 주먹을 뻗었다.
조금 전이었다면 양아치의 주먹이 더 빨랐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 영웅은 초월 강화가 된 글러브의 도움을 받고 있었다.
틱.
그 와중에 고래를 옆으로 제껴 양아치의 공격을 피했고.
뻐엉!
마치 폭발물이 터지는 듯한 엄청난 굉음이 터져 나왔다.
휘리리릭!
사람이 공중에서 돌고 있다.
‘회심의 일격?’
아마도 회심의 일격이 터진 것 같다.
그게 아닌 이상, 아무리 초월 강화가 된 글러브라 해도 이런 위력을 낼 순 없기 때문이다.
쿠당탕!
공중에서 몇 바귀 회전한 양아치가 링 위에 엎어졌다.
“미, 민석아!”
놀란 관장이 다급히 달려가 상태를 살핀다.
반응이 없다.
잠깐 상태를 봐서는 갑자기 머리쪽에 받은 충격으로 인해 기절한 것으로 보인다.
잠깐 양아치의 상태를 살피던 관장은.
“영웅아!”
의식만 확인하곤 곧장 영웅에게 다가왔다.
“짜식. 평소에는 드러내지 않더니. 그래, 언제고 네가 대성할 거라 생각했지!”
압도적 재능이라 생각했던 민석을 이겼다.
당연히 관장의 다음 타겟은 영웅이 될 수밖에.
“으하하하하!”
기분이 좋은 듯 웃고 있는 관장.
조금 전까지만 해도 관심도 없더니 참 뻔뻔하기 그지없다.
그러나 그에 대한 관심은 그것으로 끝.
“….”
물끄러미 쓰러진 양아치를 바라봤다.
‘아마도….’
내 예상이 맞다면, 과거 벌어졌던 일이 앞당겨져 일어나게 될 것이다.
*
어둠이 지배한 거리.
간판에 켜진 불도 대부분 꺼진 어두운 골목길에.
찰박.
더러운 오물을 밟으며 나타나는 이.
검은 모자와 바람막이, 온통 검은색 일색의 그는.
“개새끼들!”
민석이었다.
오후, 영웅과의 스파링으로 30분 동안 혼절해 있다가 깨어났다.
찐따 하나 처리하지 못한 것에 대한 모욕감으로 인해 도망치듯 체육관을 벗어났다.
물론 그를 잡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이미 최관장의 마음은 영웅에게 향해 있었고, 그는 처음부터 존재하지 않았던 것처럼 그곳을 떠났다.
“감히 나를 X밥 취급해? X발, 씨바-알!”
타고난 운동신경 덕분에 그는 언제 어디서나 특별한 사람으로 분류되었다.
그런데 감히 찬밥 취급을?
그 싸늘한 눈빛을 잊을 수 없다.
‘특히 찐따, 그 새끼와 그년.’
이 모든 일의 원흉인 영웅과 연지에 대한 복수심을 불태운다.
촤아악!
주유소에서 가져온 휘발유가 든 통을 체육관 주변 건물에 뿌린다.
“나를 무시하는 것들은 전부 죽어야 해.”
삐뚤어진 그에게 다시금 노력해 도전하겠다는 생각은 없었다.
어떻게든, 당장 자신의 안에 있는 울분을 풀기 위한 방법을 찾았고, 그게 방화였다.
‘그 새끼도 반드시 찾아서 죽인다.’
가장 먼저 타겟이 되어야 할 건 영웅이었지만, 당장 인적사항을 모르기에 가장 만만한 최관장 부녀가 대상이 될 수밖에 없었다.
이곳 2층은 부녀가 거주하는 집이기도 했으니까.
콸콸콸콸!
분주하게 주변을 돌아다니며 휘발유를 쏟는다.
그렇게 계획을 차근히 진행하고 있을 무렵.
“하여간 양아치 새끼, 본성은 어디 가지 않는다니까.”
흠짓!
도둑이 제 발 저리듯 갑작스레 들려온 음성에 황급히 고개를 돌린다.
“넌…?”
그곳에 있는 건 영웅과 함께 행동한 이, 바로 신윤찬이었다.
부쩍 매서워진 날씨임에도 불구하고 반팔과 반바지 차림.
“….”
빠르게 주변을 훑는다.
늦은 새벽.
당연히 주변에는 인기척이 없었다.
그렇다면.
‘빠르게 처리한다.’
그렇게 강해 보이지 않는다.
놈을 빠르게 쓰러뜨리고 이 건물과 함께 불태워 주지.
그리 생각한 민석이.
팟!
특유의 스텝을 밟으며 순식간에 거리를 좁혔다.
“새끼-”
욕설을 내뱉으며 주먹을 휘두른다.
비록 영웅에게 패하기는 했지만, 처음부터 전력을 다한 그 움직임은 아마추어의 것이 아니었다.
하지만.
스윽.
“…??”
미끄러지듯 옆으로 움직여 쇄도하는 주먹을 간단히 피했다.
간발의 차이, 볼 끝이 느껴질 정도로 미세한 차이로 스치고 지나가는 주먹.
“X밥이 아니라서 미안.”
그 순간 들려오는 음성과 함께.
“나도 그간 놀고먹지 않았거든.”
그 순간 민석은 볼 수 있었다.
시야를 가득 채운 주먹, 어떻게 반응할 사이도 없이 그 주먹이 그대로 그의 안면을 강타!
뻐억!
달려 나가던 힘까지 더해진 카운터는 민석의 의식을 날려 버리기에 충분한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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