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Infinite Enchanter’s Journal of Regression RAW novel - Chapter 201
#201화.
헤라클래스의 12개 과업.
네메시스의 사자를 시작으로 레드나의 독사 히드라, 케리네이아의 암사슴, 에리만토스의 멧돼지 등 다양한 힘의 발현이 이루어졌다.
사실 그 모든 힘의 발현은 서영을 가르치기 위한 것.
최초의 무신이 현대의 무신에게 전해 주는 싸움의 방법이었다.
사실 그건 매우 시기적절한 가르침일 수밖에 없다.
그도 그럴 게 서영의 경우 엄청난 재능과 환경을 갖추고 있었지만.
‘경험이 부족한 게 사실이니까.’
재능, 그리고 환경까지 갖춰진 서영에게 가장 부족한 건 경험이었다.
이건 내 자랑 같아서 말하지 않고 있었지만, 만약 그 재능과 환경이 내게 주어졌다?
‘종말을 막는 건 일도 아닐 테지.’
단지 종말을 막는 것이라면 충분히 가능할 일일 것이다.
그러나 이제 갓 부활한 서영에게는 힘든 일이었다.
그건 뭐라고 할까.
마치 세 살 꼬맹이에게 성인의 힘을 준 꼴이라고 해야 하나.
경험이 일천한 탓에 그 재능과 힘을 십분 발휘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렇기에 그것을 깨우쳐 주기 위해 나름의 가르침을 주기도 했지만, 아무래도 나는 누군가를 가르치는 재능은 없었던 것 같다.
물론 그건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서영의 재능은 너무 특별했기에 그것을 경험하지 않은 이는 가르칠 만한 것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고민하고 있을 때 때마침 최초의 무신인 헤라클래스가 등장했다.
그리고 그는 기꺼이 자신이 오랜 시간 겪으며 터득하였던 모든 걸 전수해 주는 데 망설임이 없었다.
그것도 그를 초월의 영역으로 이끈 12개 과업을 발현하면서까지 말이다.
‘재능과 환경, 그리고 적절한 가르침. 이 모든 게 나타내는 건….’
순간 진리의 서고, 가장 깊숙한 곳에 적혀 있던 진실의 책에서 본 문구를 떠올릴 수 있었다.
『…종말을 지나 미지의 개입을 막을 수 있는 건 구세주뿐이라…』
구세주.
메시아라 불리는 존재.
세상을 구원할 특별한 존재가 나타나지 않는다면 종말을, 미지의 개입을 막을 순 없다는 예언.
솔직히 말해 이전까지는 그게 나라고 생각했다.
그도 그럴 게 나는 회귀를 했고, 이 모든 이들을 지휘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 생각이 달라지게 된 건 신인의 정체를 깨달은 뒤였다.
내가 구세주?
아니, 솔직히 말해 구세주에 더 어울리는 건 신인, 김대웅이었다.
나보다 더 많은 시련을 헤치고 마침내 세계를 통합, 종말의 끝을 향해 달려가고 있었다.
누가 더 주인공에 어울리냐고 한다면 당연히 신인일 수밖에 없다.
그래서 한때는 고민하기도 했다.
신인의 뜻에 따라야 하는 거 아니냐고.
그가 정말 구세주라면 나는 그 뜻에 저항할 수 없는 거 아니냐고.
하지만 지금 그 생각을 달리할 수밖에 없었다.
‘구세주는 나도, 신인도 아닌 서영이다.’
이건 예상이 아닌, 확신이었다.
어떻게 확신하게 되었냐면 마찬가지로 진실의 책에 기록되어 있던 구세주의 7가지 조건이라는 책을 통해서다.
『첫 번째, 고귀한 혈통.』
할아버지는 죽음의 인도자, 어머니는 화신이었다.
신의 힘을 일부 사용할 수 있는 유일급 특성의 혈통.
『두 번째, 비범한 능력.』
이건 굳이 말할 필요도 없다.
무신이라는 유일급 특성을 가진 녀석의 능력이 비범하지 않으면 세계에 존재하는 모든 이들이 평범한 것일 테니까.
『세 번째, 어렸을 때의 고난.』
고난은 누구나 겪는다.
하지만 구세주가 겪어야 할 고난이라는 건 특별할 수밖에 없다.
‘바로 죽음.’
그녀의 고난이라는 건 한 번의 죽음이었다.
이 세상 그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는 고난을 겪었으니 이 부분도 설명이 된다.
『네 번째, 조력자와의 만남.』
주인공인 줄 알았던 내가 그 조력자였다.
정도환을 거쳐 윤서영으로 이어지는 조력.
아마도 내 역할이라는 건 구세주를 돕는 조력자에 불과할 것이다.
『다섯 번째, 성장 후 찾아오는 위기.』
정도환의 죽음과 정지영의 죽음.
그것은 분명 서영의 멘탈을 흔들 만한 엄청난 사건이었다.
『여섯 번째, 위기의 극복.』
아직 어린 소녀에 불과한 서영은 할아버지와 어머니의 연이은 죽음을 극복하였다.
오히려 그들이 남겨 준 능력을 통해 더욱더 강한 힘을 손에 넣을 수 있었다.
그리고 마지막 일곱 번째는.
『일곱 번째, 위대한 업적의 달성.』
그건 아직 실현되지 않은 것.
물론 그 위대한 업적이 무엇인지는 빤하다.
‘종말을 막고, 미지의 개입을 차단하는 것.’
만약 진실의 책이 말한 게 모두 사실이라면 서영은 구세주가 되어 이 모든 불행을 끝낼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나는 그것을 최선을 다해 돕는다.’
헤라클래스를 통해 확신을 얻었다.
그렇기에 서영을, 그녀를 도와 종말을 끝낼 것을 결심했다.
「…나의 역할은 여기까지다.」
12개 과업을 모두 발현한 헤라클래스.
털썩.
그가 무릎을 꿇었다.
스으으으-
흐릿해진 육신이 빛의 가루가 되어 흩날리기 시작한다.
자신의 혼을 대가로 한 그 버팀의 시간이 끝나가고 있었던 것.
“저기….”
가르침을 준 헤라클래스의 소멸에 다가가려던 서영.
「동정은 필요 없다.」
하지만 헤라클래스가 그것을 거부하였다.
「내가 너를 도운 건 나의 목적을 위한 것이기도 하니까.」
헤라클래스는 호인이 아니다.
그 덩치와 근육으로 인해 힘만 믿는 둔한 사람으로 생각하기 쉽지만, 사실 그는 엄청난 지략을 가진 지장이자 용장이었다.
그런 그가 아무런 목적도 없이 누군가를 돕는다?
어림도 없는 일.
「나는 내 존재를 걸고 너를 도왔다. 그러니 너도 나를 도와야 하겠지?」
서영이 약속을 지킬 만한 이라는 걸 알고 있었기에 행한 것.
그 모든 건 철저한 계산에서 비롯된 행동이었다.
“….”
서영의 시선이 내게 향했다.
무턱대고 모든 부탁을 들어줄 수 없는 일.
나의 허락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고 있었던 것이다.
끄덕.
그런 녀석에게 고개를 끄덕여 주었다.
헤라클래스의 부탁이 무엇일지는 빤히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제우스.」
그리고 그는 자신을 낳아 준 아버지의 이름을 언급했다.
「지금은 미지가 된 놈에게 본때를 보여다오.」
본래는 자신의 손으로 이루고자 했던 일.
하지만 그것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깨닫곤 목표를 바꾸었다.
구세주인 서영의 손을 빌리기로 한 것이다.
“하지만 제가 어떻게….”
「억지로 무언가를 할 필요는 없다. 때가 되면 그가 네게 접근할 테니까.」
그건 서영도, 그리고 지금의 나도 알 수 없는 이야기였다.
「그때가 오면 녀석에게 제대로 한 방 날려 주길 바란다.」
그때가 정확히 무엇인지는 알 수 없지만.
‘확신하고 있군.’
헤라클래스 또한 서영이 구세주라는 것을 확신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예. 제가 할 수 있는 일이라면 그럴게요.”
「으하하하하하!」
이제는 육신의 90%가 사라진, 머리만 남겨둔 헤라클래스의 시선이 서영에게 닿는다.
「미지와 하나가 된 그는 노덴스라는 새로운 이름으로 불리는 존재가 되었으니.」
노덴스.
그건 최초로 듣게 되는 미지의 진명이었다.
물론 그건 무척 위험한 행동이다.
쿠르릉!
돌연 하늘에서 뇌성이 울려 퍼졌다.
진명을 입에 담는 것.
그건 절대 행해서는 안 될 금기였기 때문이다.
헤라클래스가 말한 노덴스, 미지의 존재가 뇌성을 통한 자신의 분노를 나타내고 있었다.
「으하하하하! 내가 진명을 입에 담았다 한들 네가 무엇을 할 수 있단 말이냐! 어차피 나는 이제 완전한 존재의 소멸이 되니, 네가 나를 벌할 순 없을 것이다.」
모든 것에 개입할 수 있는 미지이나 완전한 소멸은 다르다.
혼을 불태운 헤라클래스는 완전한 소멸로 인해 존재 자체가 사라질 것이다.
가장 가혹한 형벌을 자처하였기에 두려움은 없다.
「잊지 말아라. 노덴스를. 그리고 그가 접근했을 때 네가 해야 할 일을.」
그렇게 마지막 당부를 전한 헤랔르래스이 육신은.
파스스-
완전히 가루가 되어 허공에 흩어졌다.
“….”
그 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는 서영.
물론 정도환과 정지여 때처럼 슬픔을 느끼진 않을 것이다.
하지만 호의를 베푼 누군가의 죽음, 그 소멸은 꽤 씁쓸한 일일 수밖에 없다.
하지만 그 슬픔을 기다려 줄 시간은 없었다.
“이번에도 우리의 승리로군.”
정지영에 이은 폴리시키스, 헤라클래스와의 대결에서도 승리하며 벌써 두 번의 승리를 가져왔다.
“….”
내 말에 신인은 답하지 않았다.
회심의 카드라 생각했던 헤라클래스가 패했으니 그럴 수밖에 없을 테지.
반면에 우리는.
‘서영. 녀석의 힘이 몰라보게 강해졌다.’
강해졌다?
단순히 그렇게 말할 수준이 아니다.
헤라클래스가 몸소 발현한 12개 과업을 통해 그녀는 초월의 영역에 도달해야만 얻을 수 있는 각종 권능을 깨우쳤다.
그건 무신이라는 특성을 가진 녀석이기에 가능한 일.
사실상 필멸자가 도달할 수 있는 가장 끝의 경지에 도달했으니.
‘신인이 직접 나서지 않는 이상 상대할 만한 이는 많지 않다.’
물론 신인은 다르다.
초월의 영역에 도달할 수 있지만, 일부러 그것을 막고 있다.
아직 도달하지 못한 것과 도달할 수 있음에도 막고 있는 차이는 클 수밖에 없다.
“…확실히 의외로군.”
두 번의 패배를 경험한 신인은 자신의 실책을 인정했다.
“확실할 것으로 생각했던 두 가지 패가 사라지다니. 다시 봤다.”
신인의 눈길이 내게 향했다.
그 눈빛에 깃든 건 필승이라고 생각했던 패가 사라진 것에 대한 분노였다.
“항상 이런 식이었지.”
분노가 차갑게 식는다.
아니, 그건 식은 게 아니라 오히려 더 활활 타오르는 분노를 넘은 원망.
“세상은 항상 나를 곤궁에 처하게 하더군. 마치 죽으라는 듯이.”
시선을 돌려 자신의 동료들을 응시한다.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쓰레기들 같으니.”
결국, 그는 자신의 본심을 드러냈다.
“과거에도, 그리고 현재에도 믿을 건 나뿐이지.”
저벅.
한 걸음 앞으로 나온다.
그건 의외일 수밖에 없었다.
아직 일곱이나 남았는데, 최종 보스인 신인이 등장하다니.
‘동료를 믿지 못하는 거겠지.’
연속적인 패배로 인해 사기가 꺾였다.
지금 상황에서 기세를 뒤집지 못한다면 그대로 쭉 패배하게 되는 처참한 결과를 보게 될 것이다.
그리 판단했고, 흐름을 되돌리기 위한 비장의 수를 꺼내 든 것.
바로 자신.
시간 이동자를 통해 엄청난 특성과 보구를 긁어모은 그가 직접 나섰다.
“신인님!”
“저희가 먼저….”
하지만 그것을 만류하며 나서는 이들.
“닥쳐!”
그러나 그의 결심을 말릴 순 없었다.
“어차피 너희를 믿지 않았다. 이번 일 또한 나 홀로 해결할 터이니.”
사실 그에게 있어서 지금 주변에 있는, 검은달은 동료가 아니었다.
언제든 쓰고 버릴 수 있는 장기 말과 같은 것.
그 장기 말이 쓸모를 다하지 못한다면 쓰레기와 다를 바 없을 것이다.
저벅, 저벅.
검은달의 보스이자 이 모든 일의 근원인 신인이 마침내 서영의 앞에 섰다.
“죽음에서 부활한 이라. 기적을 경험한, 마치 구세주와 같군.”
서영을 바라보는 그 시선에 원한과 원망이 깃든다.
도대체 시간을 이동하면서 어떤 일을 겪은 것일까.
수많은 의문이 뇌리에 파고들었지만, 애써 그 모든 걸 한쪽으로 밀어 두었다.
“이제 끝을 보자.”
구세주 서영과 이 모든 일의 배후에 있는 신인 김대웅.
꿀꺽.
어쩌면 승부를 결정지을 수 있는 두 존재의 대결에 나도 모르게 마른침을 삼킬 수밖에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