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Infinite Enchanter’s Journal of Regression RAW novel - Chapter 202
#202화.
신인.
어쩌면 지구상에서 가장 강한 인간일지도 모르는 존재.
‘아니, 어쩌면이 아니겠지.’
어쩌면, 그러한 단서가 붙을 수 없다.
왜냐면.
고오오오오!
의도하지 않은, 신인이 자연스레 내뿜는 기세의 수준은 그가 유일무이한 존재라는 걸 증명하고 있었던 것이다.
찌릿찌릿-
그 기세라는 건 20년간 종말을 경험한 내 오감을 자극할 정도의 것이었다.
멀찍이 떨어져 있는데도 이 정도의 기세라면.
‘서영이 받아들여야 할 살의가 장난이 아니겠는데.’
우려하는 마음에 어린 소녀를 응시했다.
하지만.
“….”
무덤덤하다.
아마 조금 전의 서영이었다면 두려움이란 감정을 품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지금은.
‘헤라클래스의 훈련으로 한층 성장했다.’
자신의 혼을 대가로 한 12개 과업의 발현, 그로 인해 서영은 부쩍 성장했다.
그게 과연 가능한 일인가?
훈련이라고 해 봐야 1시간이 지나지도 않았는데?
‘가능하다.’
물론 무신과 화신이라는 유일의 특성을 가질 수 있을 정도의 압도적인 재능이라는 전제 조건이 필요할 테지만.
최초의 무신 헤라클래스의 도움을 통해 서영은 조금 전과 전혀 다른 존재로 발돋움할 수 있었다.
마치 누에고치에 싸여 있던 애벌레가 나비로 개화한 듯한.
‘내 역량으로도 그 고치를 벗기질 못했었지.’
무신을 가르칠 수 있는 건 같은 무신뿐.
지금껏 그 역량을 발휘하지 못했던 서영은 헤라클래스를 만나 마침내 완벽한 무신으로 거듭날 수 있었다.
그리고 그건 내가 생각한 것 이상의 전력 상승이었다.
장내를 완전히 잠식하는 신인의 기세를 흘려보낼 정도로 말이다.
‘여기서 승부가 난다.’
이것은 인류의 운명을 결정하는 마지막 승부다.
물론 신인 이외에도 일곱의 상대가 더 남아 있긴 하지만, 그것이 승패에 영향을 줄 턱이 없다.
신인.
그를 쓰러뜨리는 것으로 이 모든 승부의 향방이 결정될 것이기 때문에.
“서영!”
신인의 살의를 한 몸에 받고 있는 서영의 이름을 힘주어 불렀다.
무언가, 어떤 말이 하고 싶은 건 아니다.
다만, 그녀에게 알려 주고 싶었다.
내가, 그리고 동료들이 곁에 있다는 것을.
“….”
그리고 내게 향하는 시선.
끄덕.
미미하게 고개를 끄덕인 서영이 옅은 미소를 지었다.
그 모습을 바라보며 안도한다.
그리고.
‘한심하군.’
자책했다.
비록 여러 시련을 통해 성장하긴 했지만, 서영은 소녀에 불과했다.
이제 갓 8살이나 되었을까.
아직 부모의 보호가 필요한 그녀를 사지로 내몬 것이다.
그녀의 능력이 비범하지 않기에, 구세주라는 이유로 말이다.
‘…내 20년은, 그 고통의 기간은 무엇을 위한 것이었지?’
문득 떠오르는 회귀 전의 기억.
그 모든 것을 겪으며 성장했다고 생각했건만, 여전히 나는 제자리에 머물러 있다.
‘마치 마지막 전투처럼.’
전용 보구의 부재로 인해 동료들의 전투를 지켜보아야만 했던 그 시간처럼 말이다.
하지만 주제넘게 이 전투에 끼어들 수 없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라는 건 그저 지켜보는 것뿐.
“참으로 가엾구나.”
서영과 마주 선 신인이 입을 열었다.
“아직 여물지도 않은 소녀를 이 위험한 승부에 내몰다니.”
그건 도발이자 심리전이다.
이 막중한 자리를 맡게 된 서영의 멘탈을 흔들기 위한.
“전혀요.”
하지만 서영의 심지는 굳건했다.
“오히려 좋은걸요. 삼촌과 이모들에게 이토록 신뢰받고 있다는 사실이. 나를 마냥 어린아이로만 바라보고 있지 않다는 것이.”
“….”
부쩍 성장한 서영은 신인의 흔들기에 동요하지 않은 채 자세를 취할 뿐이었다.
“오히려 아저씨가 불쌍하네요.”
“…내가?”
“보세요.”
서영의 손가락이 후미, 검은달의 간부를 향했다.
“누구 하나 걱정하지 않잖아요. 그들은 그저 당신의 힘에 압도되어 있을 뿐, 아무런 신뢰도 보내지 않고 있어요.”
서영이 제대로 보았다.
신인과 검은달의 관계는 공포 정치에 의한 억압이었다.
만약 이 자리에 있는 이들 중 누군가가 신인보다 더욱더 강력한 힘을 지니고 있다면 그 명령을 따르진 않을 것이다.
어쩌면.
“당신의 죽음을 바라고 있을지도 모르죠.”
“….”
멘탈을 공격하려던 신인은 오히려 역공을 당했다.
“마음대로 지껄여라.”
담담한 척하지만, 흔들린다.
신인의 심상이, 고요하던 그 호수에 파문이 이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물론 그게 승부의 결정적인 영향을 주는 건 아니다.
‘놈도 알고 있다.’
확실하게 알 수 있는 건 신인 또한 지금의 형태가 그리 올바르지 않다는 걸 알고 있다는 것이다.
그건 신뢰로 똘똘 뭉친 우리와의 비교로 더욱더 부각될 수밖에 없다.
“…아무래도 널 살려 둘 순 없겠구나.”
조금 전까지만 해도 신인은 서영을 비롯한 우리를 모두 품으려 했다.
하지만 본능적으로 깨닫고 있었다.
서영을 살려 두게 된다면 후에 자신의 자리를 위협할 수 있다는 사실을.
살의를 품은 그의 의지가 조금 전보다 더욱더 강력한 기세를 발산한다.
“잡설이 길어졌군. 이만 승부를 보지.”
더는 대화할 이유가 없다.
남은 건 승부뿐.
그리고 그 선언과 함께.
팟!
둘의 육신이 동시에 사라졌다.
퍼퍽.
흐릿한 무언가가 충돌한다.
퍼퍼퍼퍽!
들리는 건 서로가 충돌하는 소음뿐.
“…어?”
“뭐야?”
그 움직임을 쫓아가지 못한 일행이 탄식을 터뜨린다.
‘이미 우리의 수준을 한참 벗어났다.’
이미 알고 있었던 사실이지만, 다시금 느낀다.
서영과 신인, 그들의 수준이 우리를 한참 넘어섰다는 사실을.
그건 당연한 일이다.
서영은 그 압도적인 재능에다가 최초의 무신인 헤라클래스의 가르침까지 받았다.
재능과 경험, 그 모든 것이 일체화되었다.
그렇기에 지금과 같은 절대의 움직임을 가져가는 건 너무도 당연한 일.
의외는 신인이었다.
‘육체의 움직임마저 서영과 비슷한 수준이라고?’
그 능력을 의심한 건 아니다.
하지만 육체의 단련마저 서영과 비슷한 수준일 줄이야.
문제는 그게 다가 아니라는 점이다.
놈은 온갖 강력한 특성으로 무장하고 있다.
물론.
화륵!
서영의 손에서 불길이 일어났다.
화신의 불꽃.
존재를 태우기 전까지 사라지지 않는 불꽃.
그 불꽃을 주먹에 부여하여.
파파파파팟!
천지 사방을 수놓는 공격을 가한다.
빈틈이 보이지 않는 공격.
심지어 화신의 불꽃으로 인해 쉽게 받아 낼 수도 없다.
틈이 없기에 회피할 수도, 방어할 수도, 그렇다고 맞받아칠 수도 없는 상황.
촤아악!
놀랍게도 신인은 그 불꽃을 정면으로 받아 냈다.
“물?”
손에서 생겨난 물줄기가 방패 모양으로 변하여 사방에서 쇄도하는 모든 공격을 방어했다.
『수신의 방패』
그것은 수신의 방패.
모든 공격을 방어하는, 심지어 그게 화신의 불꽃이라 해도 막아 내는 강력한 힘이었다.
그것은 신인의 능력이 아니었다.
휘익!
손에 쥔 금색 트라이던트, 그것으로 서영을 찌른다.
공격이 무산되었지만, 다음 공격을 대비하고 있었던 서영이 그 공격을 피해 뒤로 물러났다.
‘포세이돈의 트라이던트!’
놀랍게도 그건 보통의 창이 아닌, 바다의 신 포세이돈의 트라이던트였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유일급 보구는 우리만 가지고 있는 것으로 생각했다.
그런데 그게 아니다.
놀랍게도 놈은 트라이던트를 꺼내어 화신의 불꽃을 막은 건 물론 반격을 가하고 있었다.
치이익-
절대 꺼지지 않는 불꽃이 물살에 의해 꺼진다.
화신의 특성을 카운터 치는 물 속성의 능력.
그것으로 인해 서영의 공격은 번번이 가로막히며 제 위력을 발휘하지 못했다.
‘그러고 보니….’
보인다.
뒤늦게 보이기 시작했다.
놈의 힘, 그 근원을 말이다.
‘포세이돈의 트라이던트, 헤르메스의 신발, 아레스의 갑옷, 하데스의 투구….’
놈이 착용한 모든 건 유일급 보구에 해당하는 것들이었다.
그것도 묠니르나 궁니르와 같이 우리가 얻은 것보다 훨씬 강력한 보구였다.
‘단련된 움직임이 아니다!’
그제야 깨달을 수 있었다.
놈이 보이는 움직임은 단련된 것이 아니라 보구의 능력이라는 것을.
‘어째서?’
순간 의문이 들었다.
시간 이동자라는 특성을 통해 나보다 더한 경험을 했을 신인이다.
그런데 왜?
어째서 보구 따위에 연연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것일까.
물론 그게 위협적이지 않다는 게 아니다.
콰앙!
온갖 유일급 보구로 무장한 놈의 공격은 서영에게도 먹히고 있었다.
계속 의문이 머릿속에 떠오르지만, 그것을 한쪽으로 밀어 두었다.
“…아저씬, 무척 강하네요.”
충격에 의해 한쪽으로 밀려난 서영이 입을 열었다.
“하지만 헤라클래스, 스승님만큼은 아니에요.”
헤라클래스를 스승으로 인정한 서영이.
“그 차이를 보여 줄게요.”
웅웅웅!
불꽃이 사라졌다.
서영의 손에 쥐어진 건 그녀의 의지로 빚은 검.
스륵.
눈을 감는다.
아직 완벽한 초월의 영역에 이르지 못하기 때문에 여전히 환경적인 제한을 두어야만 심안을 발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심안을 발동한 순간.
팟!
움직임이 달라졌다.
속도는 그대로다.
달라진 게 있다면.
“하압!”
기합성과 함께 뻗어 나오는 신인의 공격, 그것을 흘려내는 것이었다.
마치 어디로 올 줄 알고 있었다는 듯 가벼운 동작으로 그것을 회피한 후 신인의 가슴을 베었다.
하지만.
터엉!
의지로 빚은 검이 튕겨 나간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게.
‘아레스의 갑옷은 모든 공격을 튕겨 낸다.’
전신 아레스의 권능이 깃든 그 갑옷은 모든 공격으로부터 착용자를 보호하는 보구였다.
그 효과라고 한다면.
‘적의가 담긴 모든 공격을 튕겨 낸다.’
제한 조건이 있긴 하다.
적의가 담긴 공격에 한정하여 튕겨 내는 것.
하지만 그건 절대적인 것이었다.
생각해 보자.
적의를 담지 않고서 상대를 공격하는 게 가능한가?
없다.
전투라는 것 자체가 상대를 죽이기 위한, 살의와 살의의 싸움이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아레스의 갑옷은 무적이다.
“서영….”
그 사실을 알려 주기 위해 소리치려 할 때였다.
스으으으.
눈을 감은 서영의 기도가 차분해졌다.
명경지수(明鏡止水).
놀랍게도 그건 평온함이었다.
명색이 상대를 죽이기 위한 승부가 한창인데도 불구하고 마음의 평온을 이루었다.
‘내가 알려 줄 필요가 없구나.’
내 조언이 필요하지 않다는 사실을 깨달을 수 있었다.
서영은 내가 알던 꼬맹이가 아니다.
헤라클래스의 가르침을 통해 부쩍 성장한, 어엿한 한 명의 전사이자 종말을 헤쳐나갈 동료였다.
그리고.
서걱!
“큭!”
놀랍게도 적의를 품지 않은, 명경지수의 경지에 들어간 서영의 공격은 아레스의 갑옷을 뚫어 내는 데 성공했다.
“으아아아아-”
발악과도 같은 고함을 지르며 유일급 보구의 능력을 사용하는 신인.
하지만 그 모든 건.
휙, 휙휙휙!
허공을 스칠 뿐이었다.
심안을 깨우친 서영은 모든 공격 경로를 예상하여 그것을 흘렸다.
그리고.
파앗!
오히려 역공을 가하며 신인을 궁지로 몰아넣는 데 성공했다.
“그래!”
“이길 수 있어!”
환호하는 동료들.
하지만.
‘…이상해.’
기쁨 속에서 불안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신인이 이렇게 약하다고?
수십 번에 달하는 시간 이동을 거치며 종말을 겪었을 그가?
뭔가 이상하다.
하지만 이런 내 불안함과는 별개로 다음 순간 놀라운 광경이 펼쳐졌다.
서걱!
살이 갈라지는 끔찍한 소리.
툭.
그렇게 지면을 구르는 건 놀랍게도 신인의 머리였다.
부릅뜬 두 눈은 믿을 수 없다는 듯한 감정을 표출하고 있었다.
“이, 이겼….”
동료들이 승리를 만끽하려던 그 순간.
「구세주의 등장이라. 재밌군.」
굴러떨어진 신인의 머리.
그것이 입을 열어 자신의 의지를 전달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