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Infinite Enchanter’s Journal of Regression RAW novel - Chapter 205
#205화.
분명 마음으로 빚은 검이 신인의 몸을 갈랐다.
그러나.
“….”
아무 소음도 일어나지 않았다.
그렇다고 육신이 갈라진다거나 하는 등의 변화가 일어난 것도 아니다.
심섬.
마음으로 빚은 검은 마을을 벨 뿐이었다.
마음이 베인다는 것.
비록 육신에 남는 상흔은 아니지만, 그것은 곧 영혼의 소멸을 의미하는 것이었다.
“윤찬!”
그러나 신인은 쓰러지지 않았다.
매우 다급한 표정과 음성으로 나를 불렀다.
그런데 그게 조금 이상하다.
분명 같은 음성이었지만, 무언가 다른 느낌이다.
정확히 말하자면.
“…대장?”
과거 내가 알고 있던 대장 김대웅.
그 기억을 떠올리게 하는 음성이었다.
“어서, 어서 도망쳐라!”
도망치라니.
갑자기 그게 무슨 소리지?
“나는 지배 당했다. 다른 시간의 나에게. 수천 번의 시간 이동을 겪은 괴물에게!”
갑작스러운 말.
하지만 진리를 서고를 통해 지식을 쌓은 나는 그 말의 의미를 알아들을 수 있었다.
“아!”
본래 신인의 시간 이동 특성의 사용은 100번이 끝이다.
하지만 생각해 보자.
만약 그 모든 시간 이동 특성을 사용한 이가 다른 세계의, 다른 시간의 대웅이 지닌 특성을 흡수하게 된다면?
‘다시금 충전된 특성을 통해 시간 이동을 할 수 있을 테지.’
그렇게 다른 세계와 시간에 존재하는 수많은 대웅의 특성을 흡수한다면 무한히 반복되는 시간 이동을 할 수 있을 것이다.
꿀꺽-
그 순간 마른침을 삼킬 수밖에 없었다.
100번의 시간 이동만 해도 괴물이 되기에 충분한 시간이다.
하지만 그것을 수백, 아니 수천, 수만 번을 반복했다고 한다면.
‘더는 인간, 그리고 초월자라 부를 만한 영역이 아니다.’
아마도 지금 정신을 차린 대웅은 영겁의 세월 동안 만들어진 신인의 인격 중 하나.
내가 기억하는 대웅과 가장 가까운 인격 중 하나일 것이다.
“놈을 막던 신인의 인격이 소멸했다. 이제 놈을, 그 괴물을 막을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다.”
내가 죽인 신인.
아무래도 놈은 그 안에 존재하는 괴물을 막기 위한 장치였던 것 같다.
하지만 심검을 통해 그 영혼이 소멸하면서 제동 장치가 사라지게 된 셈.
“그러니 얼른 도망쳐라. 놈은 네가, 인류가 감당할 수 있는 존재가 아니다. 놈은….”
그 순간.
“…크윽!”
가슴을 부여잡고 쓰러지는 신인, 아니 대웅.
“도, 도와다오. 놈이 나오지 않게….”
내부에 존재하는 모든 인격을 소환하여 어떻게든 막아서는 모습.
“….”
하지만 도망칠 수 없다.
도주는 그저 당장의 현실을 회피하기 위한 행위에 지나지 않았다.
결국, 놈을 처치해야만 결말을 향해 나아갈 수 있다.
‘그를 죽인다.’
괴물의 출현을 막기 위해 애를 쓰고 있는 대웅.
그를 비롯하여 그 안에 잠든 모든 인격과 괴물을 없애야만 한다.
주어진 기회는 단 한 번.
“감히!”
물론 그것을 저지하기 위해 검은달의 간부들이 대웅을 보호하려 했지만.
“잔챙이들은 빠져.”
눈빛에 기세를 담았다.
그 순간.
콰아아아아!
다른 이들에게는 보이지 않는 무형의 기세가 놈들의 육신을 옭아맸다.
알 수 없는 어떤 존재의 강신을 이룬 지금, 놈들은 내 상대가 될 수 없었다.
‘빚어라.’
웅웅웅!
의지의 발현과 함께 눈앞에 생성된 의지의 검.
하지만 조금 전과 달리 그것은 내 의지를 먹고.
쑤욱, 쑤우욱!
점차 커지고 있었다.
같은 심검이라도 정신의 집중을 통해 힘을 더욱더 쏟고 있었다.
그건 모든 정신력을 긁어모은, 초월의 영역을 넘어선 그 모든 힘을 투자한 심검.
그 정신력의 크기는 실로 대단하여.
웅웅웅웅웅!
엄청난 크기의 검을 만들어 냈다.
거신의 검.
그래, 그것은 거신이 다룰 만한 검이자 신벌.
“사라져라!”
비록 대웅의 인격이 있다고 해도 망설이지 않았다.
그를 저지해야만 비로소 인류는 종말을 향해 나아갈 수 있다.
그 찬란한 시작을 위해 신인과 대웅, 이 괴물은 죽어야만 했다.
쿠콰콰콰콰콰콰쾅!
영혼을 베었던 조금 전과 달리 어마어마한 굉음이 울려 퍼졌다.
그와 함께.
후우우우우우웅!
충격파가 한 차례 장내를 휩쓸었다.
“크흡!”
“끄윽!”
그 충격파를 견뎌내지 못한 검은달의 간부들이 휩쓸린 채 날아갔다.
하지만 일행에게는 아무런 영향도 없었다.
그럴 수밖에.
심검이라는 것은 내가 적의를 품은 적에게만 영향을 주는 것이기 때문이다.
털썩.
힘이 풀려 무릎을 꿇는다.
“윤찬!”
강회장과 동료들이 주위로 몰려들었다.
“…전 괜찮습니다.”
물론 괜찮지 않다.
정신력을 한계 이상으로 소모했기에 당장 쓰러져도 이상하지 않은 상태.
만약 의문의 존재가 강림하지 않았다면 그대로 의식을 잃고 쓰러져 한 요양을 했어야만 할 것이다.
하지만 쓰러지지 않은 채 장내의 상황을 지켜보았다.
“….”
보인다.
여전히 그 자리를 지키고 서 있는 존재가, 신인의 모습이.
“…이건?”
하지만 조금 전과는 다르다.
마치 생명력을 모두 소모한 것처럼 진한 회색빛으로 물들어 있었다.
‘성공인가?’
그것은 그 안에 존재하는 모든 영혼, 즉 인격이 소멸했다는 증거.
대웅을 비롯한 신인, 그리고 무한한 시간 이동을 통해 탄생한 그 영혼이 모두 소멸한 것을 증명하는 것이었다.
“후우-”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끝난 건가?”
신인의 소멸을 깨달은 강회장이 중얼거렸다.
“에이, 끝난 건 아니죠.”
영웅이 끼어들었다.
“비록 검은달은 처치했지만, 종말. 앞으로 다가올 그걸 막아야만 하잖아요.”
윌리엄도 같은 생각인 듯 말을 보탰다.
확실히 녀석들의 말이 맞았다.
신인은 죽었어도 그건 고작 한 단계를 나아간 것에 지나지 않는다.
앞으로 다가올 종말로부터 인류를 지키고 미지의 계획을 막는다.
모두가 그렇게 승리를 자축하고 있을 때였다.
「아직 끝나지 않았다.」
사라진 것으로 생각했던 의문의 존재.
그가 영혼의 울임을 전하였다.
「죽음은 새로운 탄생을 뜻하니….」
알 수 없는 말을 중얼거리던 그 순간.
툭.
회색빛으로 물든, 소멸한 신인의 몸에서 떨어지는 게 있었다.
그건 책자였다.
물론 평범한 책자가 아니다.
그건.
“네크로노미콘?”
네크로노미콘이었다.
‘시간 이동을 통해 다른 시간의 네크로노미콘을 들고 온 건가?’
분명 내 배낭 안에는 네크로노미콘이 보관되어 있었다.
그런데 또 다른 네크로노미콘이 있다.
그건 분명 시간 이동을 통해 가지고 왔을 것이다.
하지만 그게 왜?
이미 소멸해 버린 지금 네크로노미콘이 무슨 상관이 있을까.
웅웅!
그러나 기대와는 달리 반응이 생겨나고 있었다.
불길한 녹색 빛을 뽐내는 네크로노미콘.
그리고 그 빛이 육체를 비출 때마다.
꿈틀.
회색으로 물든 신인의 육신이 조금씩 반응하기 시작했다.
조금씩 꿈틀대기 시작한 육신의 움직임은 입꼬리까지 번졌고.
“지라비….”
“안 돼!”
지친 육신을 일으켰다.
놈이 외우는 주문, 그것이 무척 위험하다는 것을 본능적으로 깨닫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아압!”
“으아아-”
그 위기를 감지하고 있던 동료들이 신인을 향해 쇄도했다.
비록 지금의 나에 비해 약하다곤 하나 그들 또한 탈인의 경지에까지 도달한 이들.
찰나의 순간 접근하여 그 육신을 공격하고 있었지만.
“…치바!”
이미 주문은 완성되었다.
그 순간.
뚝!
시간이 정지했다.
“….”
신인을 공격하려던 동료들의 움직임이 멎었고, 그 공간을 인지할 수 있는 건 나밖에 없었다.
‘육체는 움직여지지 않는다.’
의문의 존재, 그의 강신으로 인해 인지는 할 수 있지만, 육체를 움직이는 건 무리다.
모든 게 정지해 버린 세상.
스으으으-
그런 내 눈앞에 펼쳐지는 광경.
그건 네크로노미콘에서 흘러나온 검녹색 기운이 신인의 육신에 스며드는 것이었다.
보는 것도 불길하기 그지없는 그 기운이 몸 전체를 감싼 순간 놀라운 변화가 일어났다.
쩌저저적!
마치 고치를 벗어내는 애벌레처럼 균열이 간 육신의 조각이 흘러내린다.
그리하여 마침내 모습을 드러낸 것.
「드디어 때가 되었구나!」
그건 검은 실루엣이었다.
아니, 실루엣이 아니다.
‘지금 나의 수준으로는 그 존재를 인식할 수 없다.’
검은색 실루엣으로 보이는 건 내 수준으로는 볼 수 없는 굉장한 존재이기 때문이다.
실체를 확인할 수 없기에 그것이 검은색 실루엣처럼 보일 뿐이었다.
「아마 네 녀석은 윤찬이라는 놈이겠지.」
검은 실루엣, 금지된 주문을 통해 탄생한 미지의 존재가 나를 바라본다.
‘흐읍!’
그것만으로도 숨이 넘어갈 듯한 충격이 전해져 온다.
단지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이 정도인데, 아마 놈이 원한다면 언제든 내 목숨을 가져갈 수 있을 것이다.
「내가 알던 윤찬과는 너무도 다른, 나약하기 그지없는 존재로구나.」
마치 하찮은 벌레를 바라보는 듯한 놈의 정체는.
‘미지!’
놀랍게도 그건 미지였다.
불길하기 그지없는, 혼돈의 향을 풍기는 외부의 존재.
아무리 억겁의 세월을 거쳤다고 해도 어떻게 인간인 그가 미지가 될 수 있었던 거지?
「과연 눈치가 빠른 녀석이로군. 내 정체에 대해 어느 정도 짐작한 것을 보면.」
그리고 놈 또한 자신이 미지라는 것을 부정하지 않았다.
「그래. 의문일 테지. 고작 필멸자에 불과한 존재가 어떻게 미지라는 영역에 이르게 되었는지.」
나라는 존재에 대한 흥미가 동했음일까.
놈은 곧바로 나를 소멸시키는 극단적인 방법을 택하지 않았다.
「수만, 수십만, 아니 어쩌면 수백만 번일지도 모르지. 나는 셀 수 없이 많은 시간을 이동하였다.」
그건 익히 예상하고 있었던 일.
「그 시간 중에는 종말을 막고 심지어 미지의 계획을 저지한 적도 있었다.」
‘뭐?’
그건 놀라운 사실이었다.
종말을 막은 것으로도 모자라 미지의 계획을 막았다니.
그럼 그것으로 끝나는 것 아닌가?
「하지만 그게 끝이 아니었다. 또 다른 종말의 시작일 뿐.」
종말을 끝내고 미지의 계획을 막아도 무한의 굴레는 끝나지 않는다.
종말의 끝은 또 다른 시작일 뿐.
「한때는 그러한 사실에 절망하였지.」
그건 나도 마찬가지다.
종말을 막고 미지의 계획을 저지해도 다시금 그것이 반복된다면 미치지 않고 버틸 수 있는 이가 얼마나 있을까.
「그렇기에 나는 생각했다. 벗어날 수 없는 굴레라면 파괴를 하기로.」
놈의 생각은 단순했다.
무한히 반복되는 굴레를 벗어나기 위한 파괴 행위.
「그것을 위해 나는 미지를 집어삼켰고, 그들과 같은 반열에 오를 수 있었다.」
놀랍게도 이 괴물은 미지를 집어삼킨 듯했다.
「물론 그로 인해 법칙에 얽매이는 신세가 되었지만, 그것을 빠져나갈 유일한 방법이 있었지.」
그 탈출구가 바로 조금 전 외쳤던 주문.
「너희 하찮은 필멸자는 감히 짐작도 하지 못할 오랜 시간, 그 기다림의 끝이 마침내 찾아왔구나!」
뒤늦게야 깨달을 수 있었다.
‘이 모든 게 놈의 계획이었구나!’
내가 회귀를 한 것.
신인과 검은달의 등장.
그리고 지금에 이르는 모든 전투가 말이다.
우리는 부처님 손바닥 안에서 노는 손오공에 불과했고, 결국 놈의 계획은 완성되었다.
「이것으로 시작이다. 나는 미지의 법칙을 깨고, 모든 것을 파괴하여 새로운 질서를 정립할 것이다!」
녀석이 원하는 건 새로운 질서의 정립.
종말이라는 법칙을 파괴하고 미지의 위에 서는, 유일한 존재가 되는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