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Infinite Enchanter’s Journal of Regression RAW novel - Chapter 207
#207화.
미미하게 들리는 의지를 전해 듣기 위해 오색의 소라에 귀를 가져갔다.
「이것이 네게 전해졌다면 이미 나의 존재는 소멸에 이르렀을 것이다.」
아직 일어나지 않은 일을 예측.
「아마도 그 죽음은 요그 소토스. 놈의 탐식으로 인한 것일 테지.」
그건 단순한 예측이 아니라 예언에 가까운 것이었다.
그리고 또 한 가지 놀라운 사실.
‘요그 소토스?’
조금 전까지만 해도 알 수 없는 문자의 조합으로 들리던 그 진명이 선명하게 들리기 시작한 것.
「놀라지 마라. 나의 죽음과 함께 질서는 파괴되었을 테고, 그것은 모든 금제가 사라진 것을 뜻하는 것. 아직 수준에 도달하지 못한 너희라 해도 진명을 들을 수 있을 테니.」
마치 내 놀람을 짐작한 것처럼 침착하게 이야기를 이어 나간다.
「요그 소토스. 놈은 과거 필멸자에 불과했던 김대웅에서 파생된 인격 중 하나다. 시간 이동자라는 특성을 각성하여 영겁의 세월 동안 시간의 약탈을 자행했고, 그 시간 동안 놈에게는 무수히 많은 인격이 생성되었다. 그중 요그 소토스는 그 중심이 되는, 가장 사악한 인격이 뭉쳐진 것. 그 오랜 시간 동안 엄청난 힘과 업을 쌓은 놈은 미지 중 하나를 흡수하는 데 성공했다.」
특성 흡수를 통해 다른 시간의 자신을 흡수하여 시간 이동을 충전하고, 그것을 반복한다.
아마도 그건 내가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더 많은 횟수였던 것 같다.
「그리하여 얻은 이름이 요그 소토스이다.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가 모두 하나인, 그 어디에도 존재하는 시간의 관리자.」
시간 이동자라는 특성을 통해 탄생한 미지인 만큼 시간의 관리라는 특별한 힘을 관장한다.
「과거와 현재, 미래의 모든 녀석을 죽여야 한다는 것이 까다로울 뿐, 처음에만 해도 녀석의 힘은 그리 대단한 게 아니었다. 하지만 놈은 금기를 깨 버렸다. 동족 포식. 위대한 아버지가 정한 그 금기를 깨고 힘의 포식을 시작한 것이다.」
조금 전 대화를 통해 이미 알게 된 사실이었다.
「수없이 많은 동족이 놈의 포식에 당해 그 힘의 원천이 되었다. 그리하여 놈은 부왕(副王)의 지위에 오를 수 있었지.」
일개 신입에 불과한 게 아니다.
동족 포식을 통해 힘을 성장시킨 요그 소토스는 유일한 하나의 존재를 제외한 정점의 자리를 손에 넣었다.
「하지만 아무리 부왕이라 해도 위대한 아버지가 정한 법칙을 파괴할 순 없는 일. 녀석은 때를 기다리며 포식, 그리고 자신의 뜻을 따르는 이들을 모으기 시작했다.」
그 아버지라는 작자가 만든 법칙은 절대적이었고, 아무리 부왕의 위치에 오른 요그 소토스도 그것을 깰 순 없었다.
하지만 방법이 없는 건 아니었다.
「그것은 새로운 규칙과 질서를 만들기 위한 일. 규칙이 완화되는 종말의 때를 노려 놈은 자신의 개입을 위한 사악한 음모를 꾸몄다.」
굳이 들을 필요도 없다.
‘나를 비롯한 모두를 가지고 노는 계획.’
조금 전까지는 놈이 신인과 대웅에 의해 봉인되어 있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아니다.
그것 또한 놈이 노리고 있었던 것.
완전한 개입을 위한 노림수였다.
사실상 나를 비롯한 신인, 그리고 모두가 놈의 계획 아래에서 움직이고 있었던 것이다.
「내 이야기가 네게 전해지고 있다는 건 그 모든 음모가 마침내 수면 위로 떠올랐음을 증명하는 것. 아마도 놈은 스스로 건 제한, 주문을 통해 마침 세상으로의 현신을 이루었을 것이다. 그것도 과거 자신의 육체를 차지한 채.」
본래 김대웅이었던 존재.
그리고 또 다른 시간의 김대웅, 그 육신을 차지하면서 법칙을 넘어 세상에 완전한 강림을 이룰 수 있었다.
「놈이 나마저 삼켰다면 그 힘은 누구도 감당할 수 없는 수준. 설령 고대의 존재들이 나타난다 해도 그것을 막을 순 없을 것이다.」
고대의 신?
아마도 그들은 미지의 존재를 막는 또 다른 이들일 터였다.
하지만 빛의 실루엣, 나를 돕던 이마저 삼킨 그를 감당하는 건 무리일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대체 누구지?’
문득 의문이 들었다.
빛의 실루엣, 그 또한 미지의 존재라는 건 짐작할 수 있다.
그런데 왜?
미지의 존재이면서 왜 나를 돕는 거지.
아니, 애초에 만파식적으로 그가 소환된 게 의문이었다.
만파식적은 조상신만을 부를 수 있다.
그런데 이 미지가 나와 무슨 관련이 있기에?
「여기서 궁금할 테지. 미지인 내가 너를 돕는 이유에 대해서.」
혹시 살아 있는 게 아닐까 의심이 될 정도로 정확히 내 마음을 짚었다.
「그 의문에 대한 답은 간단하다. 나는 다른 시간의 너이다.」
“뭐라고?”
나도 모르게 소릴 내고 말았다.
하지만 지금 그 의문에 대답해 줄 이는 아무도 없다.
「수많은 시간에 존재하는 이들 중 나는 종말을 끝내고 마침내 미지의 계획마저 막아 내며 새로운 미지의 지위를 얻을 수 있었다.」
종말을 막아 내고 미지의 계획을 막는 것에 대한 보상.
‘그것이 새로운 미지가 되는 것이었구나!’
이 빌어먹을 게임이라는 건 인류를 구원하거나 하는 일이 목적이 아니었다.
새로운 미지의 선발.
고여 가는 미지의 세계에 새로운 바람을 일으켜 줄 존재를 선발하는 신성한 의식이었던 것.
「그리하여 나는 니알라토텝이라는 이름을 얻을 수 있었다.」
다른 시간의 나.
그는 니알라토텝이라는 진명을 얻은 미지가 되었다.
「새로이 미지에 오른 이는 위대한 아버지, 미지를 만든 창조주를 만날 기회가 주어진다.」
그것이 조금 전까지 말했던 위대한 아버지, 요그 소토스가 말했던 백치의 왕이라는 걸 알 수 있었다.
「나는 그분을 접견하였다. 그리고 그분의 은총을 받아 그분의 메시지를 전달하는 임무를 맡을 수 있게 되었지.」
위대한 아버지란 작자는 니알라토텝을 좋게 본 모양이었다.
자신의 메시지를 전달하는 메신저의 임무를 맡긴 건 물론.
「그리고 그 은총을 받아 강력한 힘을 얻을 수 있었다.」
그 은총은 꽤 대단했던 듯 신입에 불과한 니알라토텝은 많은 미지를 다스릴 만한 힘을 얻게 되었다.
「그리고 위대한 아버지의 은총을 통해 요그 소토스, 놈의 사악한 계획을 파악할 수 있었지.」
하지만 계획을 안다고 해서 달라지는 건 없었다.
이미 요그 소토스는 동족 포식을 통해 막강한 힘을 손에 넣었고, 세상에 간섭할 계획마저도 구상을 마친 뒤였다.
니알라토텝이 할 수 있는 일이란 건.
「그 계획을 막기 위해 나도 최선을 다했지만, 아무래도 그게 불발이 된 것 같군.」
많지 않았다.
이미 막강한 힘을 손에 넣은 요그 소토스의 제물이 되는, 안타까운 결말이 기다리고 있을 뿐이었다.
「나마저 흡수한 놈을 막을 수 있는 건 단 하나의 존재뿐이다.」
그리고 그게 누군지는 나도 잘 알고 있다.
「위대한 아버지. 혼돈의 제왕인 아자토스.」
아자토스.
드디어 그 진명이 밝혀지는 순간이었다.
「위대한 아버지는 영면에 빠져 있다. 그 잠을 깨우기 위한 방법은 하나.」
드디어 목적이 나온다.
긴장한 채로 그 이야기에 귀를 기울였고.
「구세주라 불리는 이, 윤서영을 제물로 바치는 것이다.」
“….”
예상치 못한 정보에 할 말을 잃고 말았다.
자연스레 시선은 오색 소라의 목소릴 듣고 있던 서영에게 향했다.
“…좋네요.”
제물이라는 말에도 전혀 동요하지 않는 모습.
“할아버지도, 어머니도 희생하셨어요. 저라고 해서 예외는 있을 수 없는 일. 모두를 위한 희생이라면 기꺼이 받아들이겠어요.”
아직 어린 나이임에도 의연하다.
그간 녀석이 겪은 고난과 역경은 소녀를 성장시키게 하기에 충분한 것이었다.
“속단하긴 이르다.”
아직 모른다.
그 방법밖에 없다는 게 아직 확정된 건 아니니까.
다시금 오색의 소라에 귀를 기울였다.
「위대한 아버지를 깨울 수 있는 건 구세주라 칭하는 이를 제물로 바치는 것뿐이다. 그것마저도 아주 잠깐, 찰나에 불과한 시간 동안 이어질 뿐이니.」
아무래도 그 위대한 아버지, 아자토스는 깨울 수 없는 잠에 빠져 있는 것 같다.
그 이유에 대해서는 니알라토텝도, 그리고 나도 모른다.
다만 그것을 잠깐이나마 깨울 수 있는 수단이라는 게 구세주라 칭해지는 서영을 제물로 바치는 것뿐.
「아마 의아할 것이다. 왜 마추픽추라 불리는 곳에 너희를 이동시켰는지. 그 이유는 간단하다. 이곳이 바로 위대한 아버지가 잠든 성역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깨달을 수 있는 사실.
그건 바로 페루의 문화재, 종말에서도 언급되지 않았던 마추픽추가 아자토스의 성역이라는 점이었다.
「과거 아버지의 흔적을 발견한 고대의 사람들이 이곳에 신전을 지었고, 그것이 바로 마추픽추라 불리는 장소가 되었다. 본래는 그 흔적이 전혀 드러나지 않을 테지만, 질서가 파괴된 지금 그곳에 변화가 생겨났을 것이다.」
그 말에 마추픽추를 바라봤다.
휘오오오!
그리고 볼 수 있는 것.
태양의 신전이라 불리는 그 장소에 생겨난 블랙홀이었다.
어딜 봐도 포탈과 같은, 차원을 분리하는 역할로 보이는 그것은 아자토스에게 가는 길의 입구일 것이다.
「그곳에 일어난 변화는 위대한 아버지가 머무는 장소, 최후의 공허로 가는 길을 안내할 것이다.」
그리고 그 짐작은 사실이 되었다.
「이것은 너희에게 주어진 마지막 기회. 인연에 연연하지 마라. 이 마지막 기회를 살리지 못한다면 세계는, 우주는 혼돈 속에서 파멸하게 될 것이니.」
마지막 당부를 끝으로.
파삭!
오색의 소라는 파괴되어 먼지가 되어 흩어졌다.
“….”
“….”
나를 포함한 모두가 그 이야기를 들었다.
하지만 어떠한 말도 할 수 없다.
서영을 제물로 바쳐야 한다는 결론에 도달했기 때문이다.
“괜찮아요.”
그리고 서영은 여전히 의연한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얼른 가죠.”
오히려 일행을 이끌며 블랙홀과 같은 차원의 통로를 향해 걸음을 옮겼다.
“….”
누구도 아무런 말을 할 수 없었다.
서영을 제물로 바쳐야 하는 지금의 상황에서 무어라 말할 수 있을까.
무거운 분위기 속에서 차원의 통로 앞에 선 일행.
“만약 때가 온다면….”
서영이 나를 보며 말을 이어 갔다.
“…망설이지 마세요. 이건 개인의 이익을 위한 게 아니라 모두를 위한 길이니까요.”
“….”
확실히 그 말이 옳다.
한 명의 희생을 통해 모두를 구할 수 있는 일.
아마 나였어도 서영과 같은 말을 했을 것이다.
“대답… 안 해 주실 건가요?”
오히려 쾌활한 그 음성이 자꾸만 상념에 빠지게 만든다.
“알겠다.”
대답을 요구하는 그 말에 알겠다는 말을 전했다.
“좋아요!”
옅은 미소를 지은 서영이.
“그럼, 힘내서 가 보죠. 아직 방심하기엔 일러요. 이 안에 어떤 시련이 있을지 모르니까요.”
“서영이의 말이 옳다. 아직 정해진 건 아무것도 없다. 이 안에 또 어떤 시련이 숨어 있을지 알 수 없으니.”
강회장의 말에 다들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제물을 논하기엔 아직 남은 시련이 산재했다.
“갑시다!”
내가 힘을 주어 말했고.
수우욱!
그 즉시 걸음을 옮겨 블랙홀로, 그 차원의 문을 통해 차원을 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