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Infinite Enchanter’s Journal of Regression RAW novel - Chapter 208
#208화.
지이이잉-
윤찬과 그 일행을 감싼 빛이 서서히 사라진다.
마지막 힘을 짜낸 차원의 이동.
아자토스의 은총을 받은 그 권능의 방향이 어디인지는 니알라토텝을 흡수한 지금의 그도 파악할 수 없는 것이었다.
「….」
팟!
완전히 사라지는 그 모습을 물끄러미 응시하던 요그 소토스.
「…니알라토텝. 헛된 희망을 품었구나.」
방향이 어딘지는 모르지만, 그것이 헛된 희망의 산물임은 확실했다.
「너의 목적 또한 나의 계획의 일부에 불과하니.」
니알라토텝이 계획한 일.
그건 아마도 백치의 왕, 그 강력한 힘으로 인해 잠을 잘 수밖에 없는 거대한 존재를 깨우려는 것일 터.
놈들은 왕을 깨우는 것으로 위기를 극복하려 할 테지만.
「눈먼 왕이 깨어나는 순간이 모든 것의 종착점이 될 것이다!」
그렇기에 사전이 방지할 수 있었던 일을 묵인했다.
물론 고루한 과거의 존재들은 그러한 사실을 알지 못할 테지만.
「오라!」
하늘을 향해 쏟아지는 검녹색의 광선이.
지이이이잉!
더욱더 강해졌다.
그건 니알라토텝을 포식한 힘의 증진 때문이었다.
아자토스의 은총, 비록 일부긴 하지만 그 힘을 통해 요그 소토스는 더욱더 강해졌다.
본래도 부왕의 이명을 얻을 정도로 강력했던 그 힘은 이제 왕을 넘보고 있을 정도.
「부왕을 뵙습니다.」
「부름에 응하였습니다!」
산산이 부서진 하늘에서부터 내려온 검은 기운.
그것이 요그 소토스 주변에서 형체를 이뤄 마침내 똑같은 검은 실루엣을 만들었다.
그 진체는 여전히 드러나지 않는다.
아직 이 세상은 미지의 존재를 받아들일 만한 준비가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비록 진체는 확인할 수 없어도 그 면면은 화려하기 그지없다.
최근 미지 중에서도 활약을 보이기 시작한 이들.
차차창!
무한히 생성되는 무기를 자유자재로 다루는 라마세크바.
시간을 자유자재로 다룰 수 있는 아포모르곤 등.
그저 자신의 영역에 갇혀 포식만을 행하는 과거의 잔재들과 달리 향상심을 지닌 미지의.
「드디어 대계가 시작되었군요.」
음침하기 그지없는 공간에 들리는 나긋한 의지.
마치 어머니의 자장가 소리를 연상케 하는 그것은.
쉬이이이!
하늘에서 내려오는 보랏빛 기운에서 흘러나온 것이었다.
「위대한 어머니를 뵙습니다.」
「천 마리의 새끼를 품고 있는 숲의 흑염소시여!」
그 존재가 지상에 실루엣을 완성한 순간 모두가 고개를 조아렸다.
슈브 니구라스.
천 마리의 새끼를 품고 있는 숲의 흑염소라 불리는 존재.
여성체의 미지인 그녀는 요그 소토스의 아내였다.
그리고 지금 이곳, 그들에게 고개를 조아린 이들은 모두 그들이 낳은 자식이었다.
「이로써 우리의 시대가 열렸다!」
고개를 조아린 이들을 향한 요그 소토스의 외침.
「과거의 잔재를 모두 없애버릴 것이니. 그것은 나태함의 상징인 그들의 왕 또한 마찬가지다.」
아자토스.
본래는 그 이름을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경외심이 떠올랐던 존재.
하지만 요그 소토스와 슈브 니구라스에 의해 탄생한 미지는 과거의 잔재들과는 달랐다.
인간 특유의 향상심을 장착한 그들은 왕을 향한 도전에 두근거림을 느끼기 시작했다.
포식 이외에는 아무런 관심도 없는 나태한 자들과는 사뭇 다른 모습.
‘이것이 바로 새로운 미지, 새로운 질서에 어울리는 신인(新人)이다!’
요그 소토스는 생각했다.
자신이 만든 이 창조물들이야말로 새로운 시대에 어울리는 신인이라고.
「그것을 위한 피의 축제를 시작하자꾸나!」
번쩍 손을 들어 올리자.
슥, 스윽!
슈브 니구라스를 비롯한 모두가 하늘을 향해 손을 들었다.
그리고.
콰콰콰콰콰콰!
각자가 발휘한 기운이 부서진 하늘에 닿았다.
그 순간.
툭.
지상을 향해 떨어지는 무언가.
그건 빗방울이었다.
하지만 평범한 빗방울이 아니다.
투툭.
온통 검게 물든 흑우(黑雨)가 세계에 내리고 있었다.
“으아악!”
“꺄아악!”
그와 함께 들려오는 비명.
검은 비, 미지의 기운이 섞인 그 비를 맞은 이는 고통을 호소하며 쓰러진 채 발버둥 쳤다.
그렇게 게거품을 물며 발작하던 이들은.
“….”
이내 죽음에 이르렀다.
비를 맞고 발작, 그리고 죽음에 이르는 시간은 극히 짧았다.
하지만 그게 끝이 아니다.
뿌득, 뿌드득!
뼈와 근육이 제멋대로 뒤틀리며 변형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키이익-」
마침내 완성된 건 무수히 많은 팔과 다리를 가진, 마치 그리마를 연상케 하는 괴생명체.
「인간은 우리의 권능에 의해 자유를 얻으리라!」
본래는 대홍수가 되어야 할 첫 번째 시련.
하지만 그건 요그 소토스와 그의 자식들에 의해 수정되었다.
변형을 일으키는 검은 비.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인류를 자신의 종속으로 만들려는 계획이었다.
「키익!」
「캬아아-」
그리고 그러한 변화는 금방 일어났다.
검은 비를 피하지 못한 인간들이 변형을 일으켜 계속 종속으로 늘어가고 있었던 것.
「세상은 우리의….」
그것을 바라보던 요그 소토스가 환희에 젖은 의지를 전하려 했으나.
「요그 소토스!」
그의 진명을 부르는 누군가의 외침이 있었다.
번쩍번쩍!
불길한, 어딘가 음습한 기운이 아닌 휘광에 휩싸인 존재가 장내에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드디어 등장하시는군.」
갑작스러운 등장.
하지만 요그 소토스는 그들의 등장을 예견하고 있었다.
「법칙을 지키는 고대의 존재들이여!」
검게 물든 실루엣이 그들과는 달리 번쩍이는 빛의 실루엣 형상을 한 그들은 고대의 존재.
아자토스의 법칙을 수호하는 이들이었다.
요그 소토스가 본격적으로 표면에 나서 아자토스의 질서를 파괴하려고 하는 순간 이렇게 모습을 드러낸 것.
「노덴스!」
가장 거대한 빛의 실루엣.
요그 소토스는 그의 정체를 단번에 파악했다.
노덴스.
고대의 존재를 이끄는 자.
과거 요그 소토스와 같이 반란을 꿈꾸던 모든 미지를 먹어 치운, 그리하여 더욱더 강력한 힘을 손에 넣게 된 고대의 수장.
「감히 위대한 아버지의 질서를 해하려 하다니, 그대는 선을 넘었다 요그 소토스여.」
화아악!
장엄한 빛이 장내를 비춘다.
「크윽!」
그 빛에 노출된 몇몇 자식들이 고통에 찬 신음을 토했다.
고작해야 빛의 기세만으로도 미지에게 영향을 줄 정도라니.
과연 고대의 수장이라 할 만한 압도적인 능력이었다.
「크하하하하!」
하지만 요그 소토스는 광기에 젖은 웃음을 토할 뿐이었다.
「고상한 척하지마라, 노덴스. 내 눈에는 다 보이는구나. 수호라는 이름 아래 감춰둔 너의 탐욕이. 반란을 일으킨 지금의 상황을 더없이 달가워하는 너의 감정이 말이다.」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의 영역을 모두 들여다볼 수 있는 요그 소토스.
그렇기에 그는 보았다.
노덴스의 추악한 욕망을.
반란을 일으킨 이들을 포식하며 생기는 능력의 향상을 통한 그 끝없는 탐욕을 말이다.
「말도 안 되는 소리!」
고대의 존재는 아자토스의 질서를 수호함으로써 강력한 힘을 발휘한다.
하지만 그것에 다른 감정이 개입되는 순간, 그 빛은 약해질 수밖에 없다.
그리고.
스으으.
요그 소토스의 단 한 마디.
진실을 품은 그 말은 노덴스라는 수호자의 힘을 약화시켰다.
「본능을 부정하지 마라. 우리는 본디 포식과 탐식을 위하여 태어난 존재. 그 행위는 지극히 자연스러운 것이니.」
그것은 일종의 세뇌였다.
요그 소토스의 능력은 어느새 같은 미지를 넘어 고대의 존재들에게 암시를 걸 정도로 강력해진 상태였다.
그럴 수밖에.
그간 수많은 존재를 포식하였고, 그중에는 아자토스의 자식인 더 네임니스 미스트도 포함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본래 부왕이었던 그를 먹어 치우면서 향상된 능력은 고대의 존재를 뛰어넘을 정도였다.
「현혹되지 마라!」
하지만 그게 쉽지 않았다.
아무리 부왕의 자리라 해도, 아무리 강력한 힘을 손에 넣었다고 해도 상대는 고대의 존재.
특히 노덴스는 영겁의 세월 동안 아자토스의 질서를 수호한 존재였다.
「우리는 위대한 아버지의 질서를 관장하는 자. 현혹에 넘어가는 일은 없다!」
오히려 조금 전보다 더욱더 강렬한 빛이 장내를 비추었다.
「캬아악!」
그 빛에 의해 검은 비로 인해 변형된 피조물이 녹아내렸다.
「어리석은 과거의 잔재여. 너희는 정녕 모르는구나. 이미 대세가 기울었음을.」
「그건 너의 생각일 뿐이다. 여전히 위대한 아버지는 건재하며 그 질서는 여전히 모두의 기준이 될 것이다.」
결국, 타협은 없다.
「어리석은 과거의 잔재를 먹어 치워라!」
「위대한 아버지의 명에 따라 반란자를 색출하겠다!」
요그 소토스와 노덴스의 의지가 정면으로 맞부딪힌다.
그리고.
콰콰콰쾅!
마치 세상이 뒤집히는 듯한 폭음과 굉음이 연이어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
*
콰콰쾅!
차원을 넘어 전해지는 강렬한 폭발음.
‘아마도 전쟁이 일어났을 테지.’
그것이 전쟁이 무엇인지, 얼핏 짐작 가는 바가 있었다.
‘고대의 존재. 질서를 무너뜨리는 모든 걸 소멸시키는 자.’
비록 일부분이긴 하나 진리의 서고를 통해 약간의 정보를 얻을 수 있었다.
신인, 아니 요그 소토스가 된 그는 아자토스의 질서를 무너뜨리려 할 테고, 고대의 존재가 나타나 이를 저지할 것이다.
차원을 넘을 정도의 폭발음은 그들의 전투로 인한 것.
어떻게 보면 좋아할 일이다.
우리를 대신하여 싸워줄 수 있는 존재가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혹여 그들이 요그 소토스의 계획을 막을 수 있다면 그만큼 더 기쁜 일도 없을 테지.
하지만.
‘놈을 막을 순 없다.’
일개 필멸자에 불과하지만, 녀석을 보는 순간 깨달을 수 있었다.
놈은 모든 것에 대한 대비를 해놓은 상태라는 것을.
철저할 정도로 준비를 마친 요그 소토스가 고대의 존재를 염두에 두지 않았을 가능성은 제로.
오히려 고대의 존재와의 전쟁은.
‘놈의 힘을 키우는 계기가 될 테지.’
고대의 존재 또한 아자토스에 의해 탄생한, 어떻게 보자면 미지의 한 갈래다.
그 강력한 존재를 요그 소토스가, 그리고 그 자식들이 포식하게 된다면 힘의 균형이 무너질 터.
본래의 미지는 물론 그 어떤 이들도 상대할 수 없는 강대한 힘을 손에 넣게 될 것이다.
결국, 내게 남은 방법이란 건 단 하나.
‘아자토스. 미지의 아버지, 모든 만물의 시초를 깨우는 수밖에.’
그리고 그것을 위해 우리는 차원을 넘었고, 하나의 존재를 앞에 두고 있다.
「앞으로 나아가 최초의 공허로 가고 싶다면 제물을 바쳐라.」
칠흑과도 같은 어둠, 그 앞을 가로막고 있는 건 셀 수 없이 많은 다리를 가진 조개였다.
닫힌 패각 안, 마찬가지로 어둠이 존재하는 그곳에 번뜩이는 무언가가 있다.
그것은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소름이 끼치는 힘을 지니고 있었다.
‘사다 흐글라.’
왜인지 모른다.
아마도 니알라토텝이 어떤 수작을 부린 모양인데, 그 외형을 보는 순간 진명을 알 수 있었다.
그리고.
‘아자토스의 제물을 걷어가는 자.’
그가 바로 아자토스를 알현하기 위한 제물을 걷어가는 존재라는 것도.
「제물을 바쳐라.」
놈은 계속해서 똑같은 말을 반복했다.
여기서 말하는 제물이라는 건 윤서영.
저벅.
모두가 침묵하고 있을 때 걸음을 옮기는 이.
“때가 되었네요.”
물론 그건 서영이였다.
녀석은 제물이 되기를 각오한 듯 덤덤한 모습으로 사다 흐글라를 향해 나아갔다.
스으윽.
그리고 그 패각 안에서 모습을 드러낸 촉수.
그것이 닿는 순간 서영은 제물이 되어 이 세상에서 소멸하게 될 것이다.
“….”
스르륵.
느릿하게 다가가는 그것을 가만히 바라보고 있다가.
서걱!
기로 검을 만든 채로 그것을 잘라냈다.
「쿠오오오오!」
너무도 간단히 잘려버린 촉수에 기괴한 괴성을 뿜어대는 사다 흐글라.
“오빠!”
무슨 짓이냐는 듯 경악하며 나를 바라보는 서영.
“무슨 짓이긴. 잘한 짓이지.”
그래.
내가 태어나 한 일 줄 가장 잘한 일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