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Infinite Enchanter’s Journal of Regression RAW novel - Chapter 210
#210화.
분명 아자토스라는 존재를 인지하였다.
그러나 다시금 그곳을 응시했을 때.
‘…없어?’
거대한 존재는 사라진 상태였다.
아니, 사라진 건 아자토스만이 아니다.
강회장을 비롯한 동료들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다시금 정면을 응시했을 때.
‘…있다!’
분명히 있다.
형용할 수 없는 거대한 존재감을 지닌 존재가.
그리고 그건 아자토스라는 미지의 정점이 아닌 이상 가질 수 없는 존재감이었다.
‘그렇군.’
그 순간 깨달을 수 있었다.
존재하나 존재하지 않는다.
어디에나 있으며 어디에도 없다.
무(無)이자 유(有).
그것의 존재를 정의하는 것 자체가 불분명한, 지금의 나도 찰나 간 인지할 수 있는 게 고작인 존재.
그것이 바로 미지의 왕이자 정점, 태초에 탄생한 거대한 덩어리였다.
「…너로구나.」
마침내 의지를 전달한다.
마치 저 멀리, 우주 끝에서 소리를 내는 듯 퍼지는 의지가 뇌리에 깊게 박힌다.
그런데.
“…나를 알고 있습니까?”
절로 존댓말이 튀어나왔다.
미지에 대한 적개심?
지금 한 공간에 같이 있는 이 존재를 미지라 부를 수 있는가?
아니.
아자토스는 미지라는 존재로 담을 수 없는 존재다.
그것을 한 마디로 설명하자면 우주 그 자체.
모든 탄생의 신비를 품은 무한한 공간이었다.
미지는 그에게서 파생된 한 부분일 뿐.
감히 그 범주 안에 아자토스를 집어넣는 건 어리석은 행위에 불과할 뿐이었다.
「알다마다. 너는 나의 일부이며, 나는 너의 뿌리이니.」
그럴 테지.
아자토스는 모든 생명의 근원.
그건 나와 같은 인간이라고 해서 다를 바 없을 거다.
「하하하하!」
내 생각을 읽은 아자토스가 웃음이라는 것을 토했다.
아니, 지금도 헷갈린다.
과연 이것이 웃는 것인지, 아니면 내가 그렇게 생각하고 있는 것인지 말이다.
「신윤찬. 아니, 나의 분신이여. 너는 무수히 많이 창조된 이들과는 다르다.」
다르다니.
나는 단 한 번도 내가 특별한 인간이라고 생각한 적이 없었다.
오히려 보통의 인간들보다 떨어진다고 여겼는데, 아자토스가 직접 나를 특별하다 말하고 있다.
「너는 의지로 만든 내 일부 중 하나. 영원의 잠에 빠진 나의 마지막 봉인을 해제할 수단이었다.」
봉인?
그건 또 처음 듣는 말이다.
그는 자의에 의해 영원한 잠에 빠져 있던 게 아니었나?
「자의라. 내가 만약 자의로 잠을 청했더라면 세계의 질서가 이토록 무너지는 일은 없었을 것이다.」
하긴, 아자토스를 처음 본 순간 의문을 품긴 했다.
그가 선한 존재라는 건 아니다.
하지만 최소한 만물을 탄생시킨 근원인 만큼 지금과 같은, 미지가 탐식을 취하는 규칙과 질서를 만들었다는 게 도무지 상상이 가질 않았다.
「지금의 질서, 아니 질서를 가장한 혼돈은 내가 만든 것이 아니다.」
아니라고?
모두 그렇게 알고 있던데.
심지어 요그 소토스 또한 지금의 질서를 만든 건 아자토스라고 했는데.
「요그 소토스라. 그 또한 내 의지가 빚어내 창조물 중 하나. 하지만 그는 나의 의지에서 벗어나 금기를 행하였다.」
그건 예상하지 못한 말이었다.
“신인, 아니 김대웅이 저와 같은 창조물 중 하나였다는 말입니까?”
「그렇다. 그 또한 나의 봉인을 풀기 위해 빚어진 일부. 하지만 내 의지는 빛을 잃고 말았다.」
아자토스의 의지로 빚어진 일부.
하지만 김대웅은 시련과 고난에 의해 의지가 꺾였고, 지금과 같이 타락하고 말았다.
「그렇기에 너의 등장이, 더없이 기쁘구나.」
하지만 나는 이겨냈다.
그 모든 시련과 고난에서도 의지를 지켜냈고, 마침내 아자토스라는 위대한 존재와 대면할 수 있었다.
“그런데 제 동료들은…?”
문득 떠오른 궁금증.
분명 함께 있어야 할 동료들의 모습이, 존재 자체가 느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걱정하지 마라. 그들은 이 공간을 인지할 자격이 없으니. 분리된 차원을 지키고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다행이다.
“…이제 제가 뭘 해야 하는 겁니까?”
궁금증을 푼 즉시 물었다.
내가 모든 시련을 이겨내고 아자토스에게 닿은 것.
그의 봉인을 풀었으니, 앞으로 계획에 관해 물을 수밖에 없다.
「거짓 질서를 만든, 그리고 지금의 모든 혼돈을 창조한 근원을 없애고, 내게 주어진 금제를 풀어야만 한다.」
“금제? 지금 봉인이 풀린 게….”
「봉인의 일부가 풀린 것일 뿐. 여전히 남은 금제가 나의 진체를 옭아매고 있구나.」
“….”
아자토스는 지금껏 내가 겪은 그 어떤 존재보다 더 컸다.
그런데 그 힘을 억제할 수 있을 정도의 이라니.
‘요그 소토스가 끝이 아니었구나!’
그제야 깨닫는다.
모든 것의 흑막이라고 생각했던 김대웅, 이제는 요그 소토스라 불리게 된 이가 최종 흑막이 아니라는 것을.
아자토스를 봉인하고, 지금의 혼돈을 창조한 이.
요그 소토스뿐만 아니라 배후에 있을 그를 상대해야 이 모든 것의 끝, 종장을 향해 다가갈 수 있을 것이다.
“…대체 그가 누구입니까.”
「….」
내 말에 아자토스는 잠깐 침묵했다.
그리고 잠시 뒤.
「놈은 내 안에 존재하는 혼돈의 찌꺼기가 만든 존재, 바로 크툴루이니라!」
크툴루.
감춰져 있었던 그 이름이 처음으로 등장하는 순간이었다.
*
콰콰쾅!
「크윽!」
노덴스의 공격에 신음을 내뱉는 요그 소토스.
‘강하다. 내가 예상한 것보다 훨씬.’
니알라토텝까지 집어삼킨 그는 자신이 최고의 자리에 올랐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건 오만이었다.
노덴스를 포함한 고대의 존재들이 지닌 힘은 막강하기 그지없는 것이었다.
처음에는 밀어내는가 싶더니 어느새 상황은 역전.
쾅!
검은 실루엣 하나가 고대의 존재들에 의해 사라진다.
비록 완전한 소멸까지는 아니겠지만, 당분간 모습을 드러낼 수 없는 극심한 타격을 받은 것.
「정녕 이게 전부인가, 부왕?」
놀리듯 부왕이라는 단어를 내뱉는다.
「….」
하지만 요그 소토스는 그 비난에도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다.
콰콰쾅!
지금도 형편없이 밀리고 있는 건 바로 그들이었으니까.
‘어떻게 된 일이지?’
니알라토텝을 삼킨 그는 아자토스를 제외한 모든 이들의 정점에 서야만 한다.
그런데 왜?
어째서 아자토스가 창조한 고대의 존재들을 극복할 수 없단 말인가.
「그야 당연하지 않으냐. 우리는 너희들 외부의 존재와는 다르다. 우리는 인간과 항상 함께하였고, 오랜 시간 그들을 연구하여 그 향상심을 배웠다. 탐식으로만 시간을 보냈던 너희와 노력하였던 우리, 그 승패가 갈리는 건 당연한 이치 아니겠느냐.」
이 세계와는 동떨어진 외부의 어딘가에서 탐식만 취하던 미지.
하지만 고대의 존재들은 달랐다.
그들은 인간들의 곁에 있었고, 그들의 향상심을 배웠다.
그로 인해 영겁에 가까운 세월 동안 노력에 노력을 거듭했고, 그 무력의 상승은 외부의 존재들이 상상할 수 없을 정도.
「아무래도 네 그릇은 이 정도인 것 같구나.」
당황하여 의지를 전하지 못하는 요그 소토스를 향한 말.
「이것으로 끝이다. 위대한 아버지의 질서를 더럽힌 너희를 이 세계에서 추방토록 하겠다.」
전투에서의 승리가 소멸을 뜻하는 건 아니다.
미지를 소멸시킬 수 있는 건 위대한 아버지, 아자토스뿐이었다.
그들이 할 수 있는 일이란 건 진체에 타격을 주어 세계에 간섭할 수 없도록 추방하는 것.
파지지직!
노덴스가 일으킨 하얀 전격이 거대한 하나의 창을 만들었다.
그것을 보는 순간 요그 소토스는 깨달을 수 있었다.
‘오만하였구나!’
자신이 오만했음을.
미지를 집어삼킨 그는 자신만이 향상심을 가진 존재가 된 줄 알았다.
그런데 그게 아니었다.
인간들과 함께 생활하며 그들을 연구하였던 고대의 존재들은 그 향상심을 진즉 배웠고, 오랜 시간 동안 노력하여 궁극의 힘을 손에 넣었다.
아무리 니알라토텝을 삼키고, 강력한 존재의 힘을 얻었다고 해도 그 오랜 시간의 차이는 현격한 것.
그 오랜 시간에 비교하면 이제 갓 미지로 오른 요그 소토스가 고대의 존재를 감당할 수 없는 건 너무도 당연한 일이었다.
「사라져라!」
노덴스의 권능이 실린 창이 막 요그 소토스를 향할 때였다.
촤아아아악!
근처의 바다, 그곳의 해수면이 급격히 불어나기 시작했다.
단지 해수면이 상승하는 정도였다면 아무런 반응도 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이, 이 무슨?!」
공격하는 것조차 잊은 노덴스가 경악성을 토해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게.
고오오오오!
불어난 해수면에서 느껴지는 강렬한 힘, 그것은 세계 전체를 자신의 존재감으로 뒤엎을 정도로 엄청난 것이었다.
「…이건?」
놀란 건 노덴스만이 아니다.
요그 소토스 또한 그곳에서 느껴지는 기운에 처음으로 ‘두려움’을 느껴야만 했다.
향상심을 장착하여 오랜 시간 동안 수련하여 엄청난 힘을 얻은 노덴스에게도 느낄 수 없었던 낯선 감정.
「….」
그건 다른 외부, 그리고 고대의 존재들도 마찬가지였다.
지금까지 격렬하게 싸우고 있었다는 게 거짓말이었던 것처럼 불어나고 있는 해수면을 응시했다.
그렇게 잠깐의 시간이 지나고.
쿠쿠쿵!
수면 위로 떠오르는 것이 있었다.
「궁전?」
그건 거대한 궁전이었다.
어떻게 말로 설명할 수 없는 기괴한 조각상과 기하학적인 문양이 새겨진 녹색의 궁전.
놀라운 건 궁전의 모양새가 아니었다.
덜덜덜.
그것을 본 고대의 존재들이 몸을 떨기 시작했다.
「이, 이것은 혼돈의….」
고대의 존재들은 그 궁전에서 보이지 않아야 할 것을 보고 말았다.
혼돈의 근원.
기어 오는 파멸.
「어째서 이 끔찍한 기운이.」
본래는 아자토스 안에서 꿈틀대고 있어야 할 그 기운이 세계를 지배하고 있었다.
「GRRRRR!」
궁전 너머에서 들리는 끔찍한 괴성.
「으아악!」
「끄윽!」
고작 괴성이었을 뿐이다.
하지만 그것에 영향을 받은 몇몇 고대의 존재가.
펑, 퍼엉!
폭사하고 말았다.
「….」
그 순간 노덴스는 경악을 금치 못했다.
소멸.
놀랍게도 아자토스의 고유 권한인 미지의 소멸이 이루어진 것이었다.
그런데 그것에 영향을 받은 건 고대의 존재들뿐이었다.
요그 소토스를 포함한 외부의 존재들은 괴성에도 아무런 영향을 받지 않았다.
그 의지가 그러했기 때문이다.
외부의 존재에게는 아무런 영향을 주지 않으면서 고대의 존재들에게만 타격을 주는, 심지어 소멸에 이르는 강대한 힘.
「아버지…?」
그렇다며 저 궁전 안에 있는 게 아버지란 말인가?
노덴스가 의문을 표할 때였다.
「아버지라. 그 눈먼 왕을 말하는 것이라면 틀렸다.」
끼이익-
궁전의 문이 열리고 마침내 그곳에서 모습을 드러내는 이.
놀랍게도 그건 실루엣 형태가 아니라 본래의 형태를 갖추고 있었다.
녹색의 피부.
문어를 닮은 듯한 얼굴 밑으로는 수많은 촉수가 꿈틀대고 있다.
거대한 드래곤의 날개가 등 뒤를 장식했고, 하반신은 깊은 어둠이 감싸고 있었다.
「너는…?」
노덴스의 물음.
그리고 공중에 뜬 궁전에서 서서히 아래로 내려오는 의문의 존재가 물음에 대한 답을 전했다.
「나는 크툴루. 너희를 다스릴 새로운 정점이자 미래의 왕이다.」
크툴루.
아자토스에게서 탄생한 혼돈의 근원.
마침내 그가 세상에 모습을 드러낸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