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Infinite Enchanter’s Journal of Regression RAW novel - Chapter 213
#213화.
허전하던 내부를 채우는 포만감에.
「너희의 희생으로 세상은 질서를 되찾게 될 것이다.」
만족한 아자토스의 의지가 흘러나왔다.
이것은 오래전부터, 아니 시작부터 계획되어 왔던 일.
일부는 일부의 역할을 다했을 뿐이다.
그런데.
「으음?」
이 완벽하며 거대한 존재는 오랜만에 의문이라는 것을 느꼈다.
「무언가 허전하군.」
분명 일부를 흡수했다.
예상이 맞다면 이보다 더욱더 강한 힘의 회복이 이루어져야 하건만.
「내가 예상한 것만큼 성장하지 않은 건가?」
그 힘의 크기는 자신이 떼어 보낸 일부의 성장을 통해 결정된다.
아자토스의 예상으로는 그 힘의 크기는 이것보다 더 컸어야만 한다.
「실망이로구나, 나의 일부들이여.」
실망하긴 했지만, 이제 와 돌이킬 수 없는 일.
그리고 이것이 힘 회복의 모든 게 아니었다.
「오라! 나의 일부들이여. 이제 너희의 소임을 다하여라!」
거대한 존재는 신호를 남기기 시작했다.
그의 일부라면 거부할 수 없는, 그리고 일부만이 볼 수 있는 강력한 신호를.
이제 곧 그의 신호를 발견하게 된 일부들이 최후의 혼돈을 찾아올 것이다.
그리고 그들을 흡수하는 것으로 아자토스는 조금 더 완전한 존재로 변화.
「혼돈을 끝내고 마침내 질서로 가득한 세계가 펼쳐지게 될 것이니!」
이 모든 일의 끝에는 완벽한 질서만이 있다.
누구도 불공평을 느끼지 않는, 질서로 정립된 세상.
아자토스는 그곳의 왕이 되어 진정한 평화를 이룩하게 될 것이다.
*
얼마나 시간이 흘렀는지 모른다.
적어도 내가 느끼기로는 수백 년, 아니 수천 년이 흘렀을 수도 있다.
하지만 그건 현실의 시간과는 다를 것이다.
어쩌면 내게는 영겁과도 같이 긴 시간도 1분이, 아니면 1초가 지났을 수도 있지.
이 공산에서 시간이라는 개념은 무의미한 것.
하지만 그 시간이 내게 의미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웅웅웅!
고작 몸 주변을 지켜주던 고유의 영역이 확장되었다.
그 거리가 어느 정도나 되는지 가늠할 수 없을 정도.
츠츠츠츠!
내 고유 영역을 계속해서 넘보는 검은 촉수.
그것이 아자토스의 의지라는 건 진즉에 깨닫고 있었다.
어떻게든 놈의 의지는 나를 잡아먹기 위해 호시탐탐 노리고 있었지만, 그건 불가능한 일이었다.
파지직!
내 영역을 넘보려 할 때마다 일어난 무색의 스파크가 튀어 의지를 소멸시켰기 때문이다.
‘아자토스. 비록 내가 네 일부에 불과하지만, 쉽게 먹혀 주진 않는다.’
아마 선례가 없었다면 지레 포기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크툴루라는 존재가 내게는 좋은 표본이 되었다.
그 또한 아자토스의 일부였지만, 독립된 개체가 되었다.
이미 누군가 했던 일.
그것을 알기에 도전할 수 있었다.
물론 그 과정이라는 건 만만치 않았다.
시간의 개념이라는 것이 없는 아자토스의 내부.
체감상 영겁과도 같은 시간 동안 나는 여기서 내 의지력을 시험해야 했다.
끊임없이 내 의지를 잡아먹으려 달려드는 검은 촉수에 맞서 싸워야 했던 것.
처음에는 그 거대한 의지에 저항하는 게 쉽지 않았다.
숨 돌릴 틈도 없이 계속 나 자신을 방어했고, 의지의 방어막을 둘러야만 했다.
잠깐의 틈도 허락하지 않는, 그야말로 가시밭길을 걷는 듯한 기분.
아니, 기분이 아니라 실제로 그랬다.
잠깐의 방심으로도 나는 아자토스의 의지에 먹힐 수밖에 없는 먹이의 입장에 불과했으니까.
그렇기에 날 선 집중력을 유지해야 했다.
그건 매 순간이 고통스러운 일이었다.
생각해 보라.
잠깐의 쉴 틈도 없이 고도의 집중력을 발휘한다는 건 아무리 초월의 영역에 다다른 나라고 해도 무척 힘든 일일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인내했다.
심마가 찾아오기도 했지만, 그 모든 고난을 이겨냈다.
그렇게 영겁의 시간 동안 나 자신을 보호하면서 의지력을 놀랍도록 커졌다.
지금 아자토스의 내부를 차지한 이 영역이 그 성장을 뜻하는 것.
‘…잠깐?’
그렇게 영역을 넓혀 가던 중 이상한 기운을 감지할 수 있었다.
무언가 익숙한 느낌.
내가 잊고 있었던 듯한 그것은.
“아!”
나도 모르게 감탄사를 내뱉고 말았다.
“…동료들!”
강회장, 윌리엄, 영웅, 예일, 리우옌 등, 나와 함께 시련을 함께하였던 소중한 이들.
‘그들을 잊고 있었다니.’
자책했다.
아무리 영겁의 시간을 보냈다고 하지만, 그들을 잊고 있었다니.
아니, 정확하게는 그들이 이미 사라졌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아자토스라는 거대한 의지에 먹혀 그렇게 하나가 된 것으로 생각했건만.
‘저항하고 있었구나!’
그들도 나처럼 저항하고 있었다.
물론 영역을 확장하여 자유 의지를 얻진 못했지만, 나름 치열하게 저항하며 자신의 의지가 먹히는 것을 방어하고 있었다.
그것을 깨닫고서는.
파앗.
다급히 기운이 느껴지는 곳으로 이동했다.
비록 이곳은 아자토스의 거대한 의지 속이었지만.
팟!
의지를 품은 순간 곧장 원하는 곳으로 이동할 수 있었다.
적어도 무채색의 영역 안에서는 나의 의지가 지배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건?”
그리고 볼 수 있는 것.
반짝!
그건 희미하게 반짝이고 있는 빛의 구체였다.
어떻게 보면 반딧불이와 같은 그것에 손을 가져가자.
「윤찬.」
희미한 누군가의 의지가 느껴진다.
나의 이름을 부르고 있는 그건.
“강성현!”
지금껏 강 회장이라 불렸던 이.
예전에야 나이로 인해 존대를 하긴 했지만, 이제는 그 모든 게 의미가 없어진 상태다.
강성현, 그의 의지가 아자토스의 의지에 저항하여 자신을 지켜내고 있었다.
하지만 의지에 먹혀 형태조차 없는 상태다.
육신으로 치자면 죽음 직전과 같은 상태.
과연 내가 여기서 무엇을 할 수 있을까.
“할 수 있다.”
지금의 영역은, 내가 있는 곳은 아자토스의 의지가 지배하는 곳이 아닌 나의 영역이다.
나의 절대 의지로 만든 곳.
그렇기에 이곳에서 나는 아자토스와 같이 전지전능한 존재가 될 수 있다.
“…나는 전능하다.”
할 수 있다는 믿음.
그것은 내가 만든 영역에서 절대적인 힘이 된다.
그렇기에.
『부활』
나는 부활의 의지를 전하였고.
우우우웅!
환한 빛무리가 강성현의 남은 조각, 그 작은 의지 주위로 모여들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무척 적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권능의 힘에 익숙해져.
화아아악!
장내를 장악하는 강렬한 빛으로 변경되었다.
그 모든 빛이 사라지고 난 뒤.
“…윤찬.”
어느새 내 앞에 모습을 완성한 강성현 회장을 볼 수 있었다.
과거의 늙고 병들었던 모습이 아니다.
마치 갓 20대가 된 듯한, 젊었을 적의 모습으로 부활한 강성현.
“새롭게 태어난 걸 축하해.”
나의 도움이 있었지만, 그의 의지 또한 부활하는 데 한몫했다.
살아남고자 하는 의지가 아니었다면 아무리 내 권능을 절대적이었다고 해도 이렇듯 완벽하게 부활하진 못했을 것이다.
“다시 태어난 기분이 어때?”
나의 물음에.
“…나쁘지 않군.”
씨익, 웃어 보이는 성현.
“하지만 아직 안심하기엔 일러.”
“그래. 이 빌어먹을 공간에서 벗어나야 할 테니까.”
“그러기 위해선 뭐가 필요한지, 잘 알고 있을 테지?”
고개를 한 차례 끄덕인다.
“너와 같이 의지의 크기를 확장할 필요가 있겠지.”
“정답!”
내가 만든 의지의 영역이 방대해 보일 수 있다.
하지만 그건 극히 일부분에 불과했다.
아자토스가 지배하고 있는 영역은 그보다 더욱더 방대했으며, 감히 내가 헤아릴 수 없을 정도이다.
아자토스가 지배하고 있는 이곳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최소한 그 의지의 절반 이상을 확보해야 한다.
“지금 수준이라면 1/10,000 정도 되려나?”
정확하진 않지만, 1만분의 1 정도일 것이다.
그런데 이게 나 혼자서는 무리다.
“그러니까 도움이 필요합니다.”
예전과 같이 성현을 비롯한 동료들의 도움이 필요하다.
“기꺼이!”
성현은 내 의견을 기꺼이 받아들였고.
웅웅웅!
서서히 자신의 의지를 확장해 나가기 시작했다.
죽음에서 부활하였다.
그 의지의 크기는 거대해질 수밖에 없었고, 나와 함께 아자토스의 의지를 밀어내는 강력한 의지의 힘을 발현하기 시작했다.
성현의 참여로 인해 의지의 크기는 더욱더 확대되었고.
“찾았다!”
원하던 것을 찾아낼 수 있었다.
성현과 같이 여전히 아자토스의 의지에 저항하고 있는 동료들.
팟!
여전히 살아남아 구해 달라고 외치고 있는 그들에게 이동했다.
‘우리는 해낼 것이다.’
불가능이라고 생각했던 아자토스의 의지를 벗어나는 일.
나는 그것을 반드시 해내고 말 것이다.
*
「오라!」
호치후의 혼돈을 향해 걸어오고 있는 이.
그는 바로 빙빙의 어머니이기도 한 슈에리였다.
“…위대한 분에게 기꺼이 저를 바치겠나이다.”
몽롱한 시선.
그건 그녀의 자유 의지가 아니라는 것을 나타내고 있었다.
이미 먹혀버린 다른 동료들과 마찬가지로 그녀 또한 아자토스의 거대한 의지를 벗겨내지 못했다.
그건 진우도 마찬가지.
그들만이 아니다.
길게 이어진 줄, 그것은 모두 아자토스의 일부로 인해 생겨난 존재들이었다.
쩌어억!
공간의 틈새가 벌어진다.
슈우욱!
아자토스의 의지 영역으로 이어진 그 공간의 틈새에 떨어지는 슈에리.
그것은 자신의 일부를 흡수하는 일련의 과정.
「….」
하지만 블랙홀과 같은, 거대한 우주의 일부인 아자토스의 반응이 심상치 않다.
「우욱!」
마치 구역질을 하듯, 괴성을 내지른다.
그것은 그와 같은 절대자에게선 있을 수 없는 반응.
「우웩!」
헛구역질이 아니었다.
쩌어억!
공간이 열리고.
툭!
그곳에서부터 빠져나온 슈에리의 육신이 지면을 굴렀다.
마치 그건 상한 음식을 먹은 것과 같은 반응.
하지만 그게 끝이 아니었다.
「우웨에에엑-」
조금 전보다 더욱더 강렬한 구역질과 함께.
휙, 휘휘휙!
열린 공간의 틈새로부터 무언가가 튀어나오기 시작했다.
척.
지면을 형편없이 굴렀던 슈에리와 균형을 잡은 채 안착한 이들.
「너, 너희는?!」
그들을 확인한 아자토스는 깜짝 놀라고 말았다.
“이거, 오랜만입니다. 우리의 위대하신 창조주님.”
상체를 숙여 인사하는, 하지만 정중함이라곤 전혀 느껴지지 않는 그 주인공은 윤찬이었다.
아니, 그만이 아니다.
강성현, 윌리엄, 영웅, 예일, 리우옌, 타오 등 거대한 의지에 삼켜졌어야 할 그들이 멀쩡한 모습으로 나타났다.
멀쩡?
그건 멀쩡하다고 표현할 수 있는 게 아니었다.
「너희, 성장하였구나!」
기시감을 느낀 아자토스.
그건 아주 오래전 있었던 일.
「…그래. 마치 크툴루와 같은!」
크툴루가 처음으로 그에게서 벗어났을 때와 같은 현상이었다.
조용히 내부에서 의지를 키워 마침내 독립된 개체가 된 크툴루처럼 윤찬과 동료들도 그 안에서 의지를 키워 하나가 아닌 둘이, 둘이 아닌, 수십으로 나뉘었다.
이제 눈앞에 있는 존재는 더 이상 그의 일부라 보기 어려운, 독립된 개체가 되어 있었다.
“알아봐 주니 다행이네. 그럼 지금부터 우리가 뭘 하게 될지, 잘 알고 있을 테지?”
윤찬의 다음 목표.
「오만하구나!」
그 목표를 알고 있는 아자토스가 자신의 존재감을 뽐냈다.
콰콰콰콰콰콰!
최후의 혼돈 전체를 장악하는 강렬한 존재감.
아마 조금 전이었다면 그것에 굴복했을지 모른다.
그러나.
“이제 그건 소용이 없다고.”
웅웅웅!
각자 자신의 의지를 보호하는 강력한 영역을 구축한 윤찬과 일행.
그들은 아자토스에게 대항할 수 있을 정도로 성장해 있었다.